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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 PEMFC로 승부하는 연구소 기업, 동아퓨얼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안에 둥지를 튼 연구소 기업
삼중열병합 발전 가능한 건물용 ‘고온 PEMFC’ 개발
현지 실증과 인증을 거쳐 열수요 높은 유럽시장 공략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대전에 있는 동아퓨얼셀을 찾아가는 길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입구 오른쪽에 보이는 빨간 벽돌 건물이 3연구동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오른다. 426호에 ‘연구소 기업 853호’인 동아퓨얼셀이 입주해 있다.


그러니까 이곳은 연구소 기업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기연)의 기술력에 동아화성의 자본이 더해져 지난해 4월 5일에 설립됐다. 공간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고온 PEMFC 시스템 연구실로 쓰고, 사무실은 안쪽 공간에 있다.


동아퓨얼셀 직원들이 연료전지 스택을 점검하는 동안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 두 사람이 들어온다. 공유오피스까지는 아니고 공유랩(Lab)이다. 에기연 연료전지연구실의 김민진 책임연구원이 웃으며 말한다. 


“매일 보는 사이에요. 연구원들이랑 자주 들락거리고 있죠. 장비나 시설이 대부분 여기 몰려 있거든요. 동아퓨얼셀은 우리랑 한솥밥을 먹는 패밀리 기업이에요. 뭐라도 하나 더 퍼주고 싶은 곳이죠.” 


에기연의 기술과 동아화성의 자본

연구소 기업은 연구원이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설립된 기업을 말한다. 화장품 연구개발 전문업체인 한국콜마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기술을 받아들여 설립한 선바이오텍이 대표적인 연구소 기업에 든다.



“2018년부터 연구소 기업으로 가자는 말이 나왔어요. 2년 전(2016년)에 모기업인 동아화성이 우리가 개발한 고온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 스택 기술을 이전받기도 했고, 오랫동안 함께 연구 과제를 진행하면서 쌓인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죠.” 


김민진 책임연구원이 여기까지 말하고 동아퓨얼셀의 이성근 대표를 돌아본다. “대표님, 우리가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됐죠?” 


“한 10년은 됐죠. 같은 곳을 바라본다고 해야 하나, 서로의 목적이 같았던 것 같아요. 회사로 보면 연료전지 사업을 빨리 궤도에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컸고, 에기연 측에서도 본인들이 개발한 연료전지 제품을 시장에 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으니까요. 기술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서로 믿고 의지하는 사이가 된 거죠.”


나란히 앉아 말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니 공동대표 같다. 동아퓨얼셀이 보유한 핵심기술은 5kW 고온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HT-PEMFC)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래전에 상용화되어 널리 쓰이고 있는 PEMFC는 60~70℃에서 운영되지만, HT-PEMFC는 그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50~160℃로 운전이 된다. 이 둘을 구분하기 위해 ‘고온’이라는 말이 붙었다.


“PEM 기준으로 봤을 때 고온이라는 말이에요. MCFC(용융탄산염 연료전지)만 해도 700℃로 운전하고,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는 1,000℃까지 온도를 올리니까요. 로우(LT-PEMFC)나 하이(HT-PEMFC)나 열을 내는 원리는 같아요. 냉매를 돌려서 운전 온도를 몇 도로 유지하느냐의 차이죠. 냉각기술 제어로 운전 온도를 인위적으로 높였다고 보시면 돼요.” 김민진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HT-PEMFC는 150℃ 이상에서 운전되기 때문에 냉각재로 물 대신 오일을 쓴다. 이 오일에 막전극접합체가 오염이 되어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해외 선진업체들이 쓰는 카본 기반 냉각판을 ‘금속 기반 독립형 냉각판’으로 대체해 냉각 오일 유입에 따른 성능 저하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또 분리판에 쓰는 카본과 금속 기반 냉각판의 소재 이질성으로 생기는 전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냉각판 완충 레이어를 새로 도입해 스택의 전기효율을 향상시켰다.


건물용 5kW 고온 PEMFC로 승부

에기연이 동아퓨얼셀에 출자한 기술은 바로 이 5kW급 고온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의 상용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전기, 온열은 물론 냉열까지 생산하는 삼중열병합 발전(Tri-generation)이 가능해 전기와 온열만 공급하는 기존 연료전지 시스템에 비해 운영 경제성이 좋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의 연료전지 스택 전기효율(54%)도 갖췄다.


“스택의 전기효율이 그렇고, 발전효율은 현재 35%로 보시면 돼요. 연료전지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효율만큼 중요한 게 열효율이에요. 고온 PEM은 운전 운도가 높다보니 열회수율을 50%까지 높여서 이걸 다 쓰면 아주 경제적이죠. 그래서 난방이 필요한 가정이나 건물에 이점이 많아요. 여기에 흡수식 냉동기 시설을 추가로 달면 냉방까지 가능해지죠.” 


운전 온도가 높으면 이점이 많다. 불순물에 높은 저항성을 갖게 되고, 전기를 만드는 화학반응 속도도 빨라진다. 또 가습기와 응축수 처리장치, CO 제거장치가 불필요해져 내부 구조가 단순해지고, 대량생산 여부에 따라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동아퓨얼셀 이성근 대표가 보는 비전은 여기에 있다.


“저온 PEM은 이미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경쟁이 치열하지만, 고온 PEM은 다릅니다. ‘속도전’으로 가는 시장에서 우리가 한발 앞서는 기술 경쟁력을 에기연의 기술 출자로 갖추게 된 것이죠. 시장만 해도 국내보다는 유럽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유럽은 열 수요가 많으니까요. 향후 전기는 태양광, 풍력으로 맞추고 열에너지는 연료전지로 맞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죠.”


유럽은 전력 거래가 활발하고, 신재생에너지와 분산형 발전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이미 유럽 최대 규모의 연료전지 실증사업인 에너필드(ene.field)를 통해 10개 나라에 1,000대 이상의 시스템을 설치해 세부 성능 데이터를 수집하고 라이프사이클 분석, 비용 분석 등을 마쳤다. 


또 이 사업을 바탕으로 페이스(PAC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유럽 주요 11개국에 2,600여 대의 연료전지를 설치해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 유럽은 이 같은 대규모 실증사업을 토대로 연료전지 산업을 키워가고 있어 시장 전망은 아주 밝다. 




열 수요 많은 유럽시장 진출이 첫 번째 목표

정부는 지난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수출목적형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 현지 적용 기술개발’이라는 실증형 과제를 진행한 바 있다. 오는 2022년 9월까지 예정돼 있는 이 국책 과제에 동아퓨얼셀과 에기연도 참여하고 있다. 


“에스퓨얼셀을 중심으로 지스, 에이치에스티, 씨에이치피테크 같은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동아퓨얼셀은 물론 고온 PEM이죠. 국내 실증을 거친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 기술을 활용해서 유럽 현지에서 실증을 거치게 되는데, 덴마크공대와 협력해서 일을 진행하게 돼요. 향후 유럽인증(CE)을 받기 위한 전초전이라 할 수 있죠.”


연료전지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역시 일본이다. 일본은 에네팜(ENE-FARM) 사업으로 지난해까지 30만 대가 넘는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전국에 보급했다. 도시가스 개질기를 붙인 700W급 PEMFC가 주를 이루며, 파나소닉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은 에너필드 때부터 유럽에서 필드테스트를 진행해왔어요. 아무래도 경험치가 높다보니 시스템이 안정되고 발전효율도 높게 나오죠. 다만 가정용 700W에 집중돼 있어 건물용 5kW나 10kW로 가면 우리도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적어도 유럽 현지 제작사와는 붙어볼 만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생각해요.” 


PEMFC는 천연가스나 도시가스를 개질한 수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 유럽에 공급되는 도시가스는 국내에 비해 질소 함량이 4배 정도 높아 그에 맞는 개질 촉매를 따로 개발하고 시스템의 내구성도 다시 평가해야 한다. 또 천연가스에 들어가는 부취제가 나라마다 달라 탈황 촉매도 다시 개발해 실증에 나서야 한다. 


그럼에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5kW급 건물용 연료전지 보급이 가능한 수요처만 해도 독일 300만 가구, 영국 440만 가구, 이탈리아 200만 가구에 이른다. 국내는 전기 요금이 싸서 별도의 인센티브 없이는 경제성 확보가 어렵지만, 유럽은 도시가스보다 전기 요금이 비싸 연료전지의 수요가 크다.


“전기 요금의 경우 독일은 한국보다 세 배, 덴마크는 네 배나 높아요. 유럽이 전기보다 열 중심이라는 점에서 고온 PEM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죠. 향후 해외 실증과 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시장에 진출하면, 열 수요가 큰 호텔이나 병원을 중심으로 반응이 있을 겁니다. 그때가 되면 시스템 단가도 크게 떨어질 테고요.” 


이성근 대표가 그리고 있는 동아퓨얼셀의 비전은 유럽 진출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KS인증을 받아 국내시장에 도전하는 일도 병행할 방침이다. 


연료전지 시스템 제작사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

이성근 대표의 1년 전 직함은 ‘동아화성 연구개발본부 연료전지팀 부장’이었다. ‘부장’에서 ‘대표이사’로 고속 승진을 이뤘지만,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다. 세 명의 직원을 대하는 태도에선 권위보다 온화함이 묻어난다. 


동아퓨얼셀에는 판교테크노밸리의 스타트업 같은, 정리되지 않은 어수선함이 있다. 그 어수선함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열정으로 불확실성을 견디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연구소 기업만의 분위기에 기인한다. 동아퓨얼셀 직원들은 유럽 현지 실증을 거쳐 양산 설비를 갖출 때까지, 꽤 오랜 시간 그 어수선함을 견뎌야 한다. 


하지만 동아퓨얼셀의 뒷배를 만만히 봐선 안 된다. 한마디로 뚝심과 내공이 있는 회사다. 모기업인 동아화성은 지난 1974년 설립 이래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고무부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면서 45년간 한 길을 걸어왔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공장과 법인도 꾸준히 늘려왔다.




“현대차 넥쏘에 들어가는 고무·플라스틱 제품도 동아화성 제품이죠. 미국과 중국, 인도, 멕시코 등 8개 나라에 현지 법인을 두고 전 세계 완성차 업계와 가전제품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요. 글로벌 영업망을 잘 갖추고 있어서 향후 마케팅이나 영업 면에서는 큰 걱정이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얼마나 경쟁력 있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느냐가 관건이죠.” 


동아화성은 현대차와 기아차, 삼성전자와 LG전자, 일렉트로룩스와 GE, 파나소닉, 하이얼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부품 제조사의 명성을 이어가면서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한 것이 연료전지였다. 동아화성(대표 임경식·성락제)의 경영진은 2009년 3월 회사 R&D센터에 연료전지팀을 신설하고 지금껏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1년에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사업의 국책 과제로 ‘고온 PEMFC 핵심부품 기술개발’에 참여했어요. 3년짜리 1단계 사업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삼성전자랑 함께했죠. 동아화성은 스택과 개스킷 개발사로 참여했고요. 이후 삼성이 빠지고 2년짜리 2단계 사업을 에기연이 주도하면서 고온 PEMFC 상용화 기술을 개발했죠. 그 기술을 동아화성에서 이전을 받았어요. 앞서 말한 2016년의 일이죠.”


동아화성은 10년 전부터 연료전지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작년에 20억 원을 출자해 동아퓨얼셀을 설립한 데는 연료전지 부품 제작사가 아닌,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사로 한 단계 올라서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담겨 있다. 




연료전지와 함께 사는 세상

연구소 기업의 성패는 말 그대로 ‘연구소’와 ‘기업’의 합(合)에 달려 있다. 수소와 산소가 만나 물이 되듯, 서로 이끌려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나란히 앉은 이성근 대표와 김민진 책임연구원을 보고 있자 하나의 목적을 위해 긴 시간 동고동락한 전우애의 감정 같은 것이 느껴진다. 


이성근 대표에게 올해 목표를 묻자 “해외시장 수출목적형 국책 과제를 잘 준비해서 진행하는 일”이라는 담백한 답변이 돌아온다. 김민진 책임연구원이 옆에서 그 말을 받는다. “초반에는 시스템 성능 향상에 주력했다면 지금은 내구성을 높이는 일에 힘쓰고 있어요. 아무래도 운전 온도가 높다 보니 시스템 안전성이나 내구성에 더 신경을 써야 하죠.”


PEMFC는 낮은 작동 온도, 비교적 단순한 시스템 구성, 높은 에너지 효율과 지속성 등이 장점으로 연료전지 시장의 빠른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발라드(Ballard), 누베라(Nuvera), 플러그파워(Plug Power) 같은 연료전지 회사뿐 아니라 현대, 도요타, 혼다 같은 자동차 회사들이 이 분야의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동아퓨얼셀은 고온형 PEMFC 시스템으로 가정용,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유럽시장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단순화하고 효율을 높여 대량생산의 기반을 마련한다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어떻게 보면 돈을 받고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게 깔끔할 수 있어요. 더 신경 쓸 일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연구원 입장에서 내가 개발한 시스템이 하나의 제품으로 모양새를 갖춰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가 궁금할 때가 많아요. 일반 기업이라면 그런 정보를 공유하지 않죠. 하지만 연구소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죠.”


제품 상용화 과정에 참여해서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은 연구원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에기연은 동아퓨얼셀에 기술과 현물을 출자했다. 그리고 동아화성은 자본을 댔다. 하지만 ‘연구소 기업’이라는 말도 이들이 공유하는 ‘패밀리 기업’이라는 인식과 끈끈한 유대감을 다 담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연료전지만큼 파란만장한 분야도 없어요. 우리 팀에서 지난 2010년에 개발한 1kW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현대하이스코에 기술 이전한 적이 있어요. 몇 달간 밤샘 작업을 하느라 고생을 엄청 했지만, 그만큼 보람이 큰 작업이었죠. 그 기술은 이후 현대제철로 넘어갔고, 지금은 범한산업에 가 있어요. 시장이 일정 수준의 규모를 갖출 때까지 험난한 길을 걸어왔죠.”


김민진 책임연구원의 차에 올라 연료전지연구실로 향한다. 연료전지에 대한 관심이 몇 해 전과 비교하면 부쩍 늘었다. 그래서 요즘은 힘이 난다. 연구실을 찾은 건 ‘연료전지 사는 세상’이라는 글귀가 담긴 빨간 머그컵을 보기 위해서다. 2011년에 팀원들의 사기를 다잡으며 만든 컵을 지금도 잘 쓰고 있다. 


“연료전지와 함께 사는(live) 세상이 오기를 바라며 만들었죠.” 이 말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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