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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브레인’ 기반 수소연료전지 소재·부품 솔루션 기업 ‘코오롱인더스트리’

멤브레인 기술력으로 2006년 수소연료전지 분야에 뛰어들어
수분제어장치·PEM·MEA 등 3개 제품에 집중
건물·발전·드론용 등으로 개발제품 적용 확대 계획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마곡역에서 내려 서울식물원 쪽으로 걷다 보면 유독 하얀 건물 하나가 눈에 든다. 마곡산업지구의 랜드마크로 통하는 ‘코오롱 원앤온리(One&Only) 타워’다.  


건물 외벽을 마감한 흰 무늬의 파사드는 니트를 늘린 직조무늬에서 왔다. 이 외장재는 실제 섬유로 만들었다. 방탄복에도 쓰인다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아라미드 섬유를 스웨터처럼 둘렀다. 


프랑스 조각가 다니엘 피르망의 위트 있는 코끼리 작품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든다. 외부인 통제가 삼엄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연구개발(R&D) 타워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텍, 코오롱생명과학의 연구진들이 머리를 맞대고 일하는 곳이라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연료전지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무석 상무를 만난 곳은 2층에 따로 마련된 접견실이다. 인조잔디(Artificial turf)라는 이름이 붙은 세미나룸에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현대차 수분제어장치 개발로 수소연료전지 입문

코오롱 하면 흔히 아웃도어나 스포츠의 패션 분야를 떠올린다. 하지만 코오롱은 화학이나 필름, 자동차 등 소재 산업에 더 큰 사업 비중을 두고 있고, 바로 이런 업무를 하는 곳이 코오롱인더스트리다. 


‘분리막’으로 불리는 멤브레인(Membrane) 기술에 강점을 가진 회사로, 1989년부터 중공사막(UF) 필터를 개발해 오염수를 깨끗이 정화하는 수처리 분야에서 탄탄한 기술력을 쌓았다. 


수소와 물은 연관성이 깊다. 이는 수소연료전지의 작동 원리만 봐도 알 수 있다. 수소가 전자를 잃고 이온화해 전해질을 통과한 후 다시 산소를 만나 물이 되어 배출된다. 그래서 현대자동차 넥쏘의 배기구에선 수증기가 나온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연료전지사업 담당인 이무석 상무는 현대와의 인연으로 말문을 열었다.


“2006년에 막가습기 개발로 현대차와 인연을 맺었어요. 현대에서 중공사(中空絲, 속이 비어 있는 합성섬유) 멤브레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 회사에 가습시스템 개발을 요청했죠. 그 일을 계기로 수소전기차 투싼ix에 들어가는 수분제어장치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이무석 상무는 당시 개발을 책임지던 연구원이었다. 수소와 산소가 반응할 땐 수분이 꼭 필요하다. 기존에는 친수성이 강한 불소계 멤브레인을 썼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상용화에 걸림돌이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현대차와 공동 연구로 탄화수소계 재질에 스펀지처럼 얇은 다공성 구조를 만들어 불소계 제품만큼 수분 통과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개발했다. 가격도 10분의 1로 확 줄였다. 


2013년에 세계 최초로 양산한 수소전기차인 투싼ix에 이 장치가 들어갔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수분제어장치(막가습기)는 수분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특수 소재 멤브레인을 적용, 수소전기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연료전지 효율을 높이는 주요 부품이다. 


미세한 섬유다발로 이뤄져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필터와 함께 외부에서 유입되는 공기의 미세먼지까지 잡아낸다. 수소전기차를 두고 ‘도로의 공기청정기’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분제어장치를 개발하면서 고분자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PEM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국책 사업을 통해 현대차와 협업했고, 넥쏘에도 우리 회사의 수분제어장치 제품이 들어가고 있죠. 현재 경산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제품 수요에 맞춰 설비 투자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고어사와 라이선스 계약으로 MEA 기술 도입

고분자 전해질막(Polymer Electrolyte Membrane, 이하 PEM)은 수분제어장치와 더불어 수소연료전지 분야의 주력 제품에 든다. PEM은 연료전지에서 양자를 전도하는 플라스틱 고체 전해질 박막을 이른다. 수소는 연료전지의 음극에서 촉매에 의해 수소이온(양자)과 전자로 분리된다. 이 수소이온이 PEM을 통과해 셀의 반대쪽 양극으로 이동하게 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여기서 한 발 나아가 막전극접합체(Membrane Electrode Assembly, 이하 MEA)를 추가로 개발 중이다. MEA는 PEM에 전극을 발랐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MEA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생성하는 연료전지의 핵심 소재이자 부품이다.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연료전지 셀을 직렬로 연결해 층을 이룬 스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값도 비싸다. 수소전기차의 전체 원가에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이고, 바로 이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원가의 절반을 MEA가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4년부터 MEA를 개발해왔고, 2016년 11월에 미국의 고어(Gore)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MEA 기술을 도입했다. 고어는 고어텍스로 유명한 그 회사다.


“고어사의 선진 기술을 들여온 건, 제품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생산 노하우를 빨리 얻기 위함이죠. 여기에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기술을 접목한다면 한 단계 올라서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당시 삼성SDI의 MEA 관련 연구 설비와 핵심 특허도 함께 매입했는데, 이는 향후 연료전지 시장 확대에 대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분제어장치·PEM·MEA로 승부

바둑에서 중반 전투를 잘 이끌려면 초반의 포석이 중요하다. 2018년 4월에 준공한 코오롱 원앤온리 타워에는 연구동, 사무동과 더불어 파일럿동이 속해 있다. 파일럿동은 시제품을 만들어 샘플을 테스트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다만 보안상의 이유로 외부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인증이나 프리마케팅을 위해 구축한 최소한의 설비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서 샘플 제조나 기술 검증 같은 단계를 거쳐, 향후 시장 상황에 맞게 공장 생산설비를 갖추게 되죠. 수소연료전지와 관련해서는 이 세 가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막가습기로 통하는 수분제어장치, 고분자 전해질막인 PEM, 막전극접합체인 MEA에 집중하고 있죠.”


수분제어장치의 경우 IR52 장영실상을 2회나 받았다. 이 제품은 애초에 대량생산을 염두에 두고 시스템 기능 일체화 설계를 적용했다. 스택의 물과 온도를 관리하고, 배출가스의 수소 농도 저감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이전보다 성능을 높이면서 크기를 줄여 경쟁력이 더욱 높아졌다.

 




“수분제어장치의 경우 경제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봅니다. 이젠 마켓 리더로서 세계표준을 제시하는 단계로 나아가야겠죠. 이를 위해 국내외 다양한 응용 분야로 확대하는 노력과 함께 고객사와의 협력 체계를 다지고 있습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차별성은 ‘멤브레인이라는 핵심 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수분제어 장치에서 PEM, MEA까지 포함하는 연료전지 핵심 소재·부품 솔루션 제공’에 있다. PEM만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와 미묘하게 갈리는 지점이 여기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PEM만큼이나 MEA에 관심이 많다. 아직은 인증 단계지만, 올해 진행하는 인증 작업의 성과를 높여 내년에는 MEA 시장에 본격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세트메이커와 함께하는 소재 부품사 

현대차의 올해 목표 중에는 ‘수소전기차 누적 판매량 1만대 돌파’가 있다. 이는 국내에 한정한 것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면 그 수요를 더 넓게 봐야 한다. 현대차에 납품하는 수분제어장치의 경우 넥쏘의 판매량에 맞춰 설비 증설을 계획하고 있고, 차체가 큰 트럭이나 버스는 용량을 늘리는 튜닝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무석 상무는 국내에 수소전기차가 안착하는 시기를 2023년 이후로 전망한다. 수소충전소 인프라를 갖춘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려면 그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보는 것이다.  


수소전기차는 수소경제 붐을 이끄는 트렌드세터라 할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이미 버스나 트럭, 선박에 장착되고 있고, 기차나 항공기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또 가정용이나 건물용, 발전용으로 연료전지의 쓰임이 확대되면 관련 소재와 부품의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건물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분야에도 진출해 두산퓨얼셀, 에스퓨얼셀, 범한산업 등 국내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 제작사에 수분제어장치를 공급하고 있다. 향후 드론용과 상업용 열병합 발전 시스템, 지게차 등으로 개발제품의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국책 사업이나 정부 과제를 꾸준히 수행해왔고, 지금도 수소전기버스용 PEM 과제를 수행 중이다. 수소연료전지 분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기대만큼 시장이 열리지 않는다고 조급해서는 안 된다. 


“현대나 두산이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세트메이커라면, 우리는 화학 소재 분야의 전문업체로 이런 회사들과 보조를 맞춘다고 봐야죠. 누가 앞서는 게 아니라, 서로 보완하고 협력하는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세트메이커와 협력하는 소재 부품 회사. 이것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정체성이다. 이들 세트메이커 회사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바이더라는 사명감. 이는 맨유의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박지성의 플레이를 떠올리게 한다. 




“수소는 어디까지 갈까요? 그 답을 알 순 없지만, 그 비전을 보고 함께 가는 거라고 봅니다. 수소가 산업의 측면에서 큰 기회이기도 하지만, 지구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이로운 기술이니까요. 경쟁자와도 손을 잡고 협력하면서 힘을 모아야 합니다. 지금은 그런 시기라고 봐요. 회사에서 수소충전소 특수목적법인 하이넷에 출자를 한 것도 그런 대의가 배경에 깔려 있다고 봅니다.”


하이넷은 작년 3월에 출범한 수소에너지네트워크(Hydrogen Energy Network)를 이른다. 한국가스공사, 현대자동차 등 국내외 13개 수소 관련 기업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으로,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 100개를 구축하게 된다. 소재부품회사가 인프라 구축에 참여한다는 건 그만한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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