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영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월간수소경제 이종영 객원기자] 2020년 1월 9일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수소법)이 제정되었다. 미국·일본·EU 등 주요 선진국이 수소경제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수소경제 이행을 체계적·효율적·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법률을 제정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수소경제 육성과 안전관리에 관한 정책은 이미 2005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수소경제 육성은 국민의 일부를 대변하는 정권의 정책이었고, 특정 정당의 정책에 지나지 않았다. 

2008년 정권의 교체로 수소경제 육성정책은 추진동력을 상실하고 정부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면서 정부의 각종 사업에서도 소외되었다. 수소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자,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을 포함한 수소산업 전반이 발전에 필요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되었다. 

만약 우리나라가 수소경제 육성과 안전관리에 필요한 정책과 사업을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했더라면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는 낮아지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사용하며 수소산업 분야에서 상당수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세계의 수소경제를 선도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 수소법의 제정으로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수소경제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정책은 지속적으로 시장 및 기술과 대화하며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17일 울산에서 열린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보고회’에 참석해 탄소경제 시대에서 수소경제 시대로 전환할 것을 천명했다.(사진=청와대)

수소경제 관련 법률은 여야를 막론하고 그 필요성에 공감하여 총 8건의 법안이 발의되었고, 국회 본회의에서 이견 없이 통과되었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와 수소법의 제정은 그 자체로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수소산업 분야의 민간투자는 더욱 활성화되고, 기업은 연구개발, 제품개발, 사업개발과 수행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되어 수소경제가 보다 빠른 속도로 안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부도 그간의 탄소경제 시대에서 수소경제 시대로의 전환에 대비하기 위한 수소 생산기지 및 수소충전소 구축, 전문인력 양성, 표준화 사업 등 수소산업 인프라 조성에 관한 정책을 수립·추진하고 예산을 배분하며, 전담조직을 설치하게 되었다.

수소경제 육성과 규제의 조화

수소법은 수소경제를 형성하는 육성정책과 수소 안전관리라는 규제정책의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의 육성정책과 규제정책은 서로 대립하는 것으로 보이나 종합적으로 수소경제 활성화라는 동일한 목적을 지향하고 있다. 

수소경제의 체계적·효율적 육성은 수소의 생산·저장·운송·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을 담보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수소의 안전관리는 수소경제 육성을 위한 기반에 해당한다. 수소 안전관리가 수소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수소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은 수소 안전관리에 필요한 기술발전을 촉진해 상호 보완하게 된다.

▲ 현대자동차가 구축한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서울 방향) 수소충전소.(사진=현대차)

수소의 생산·저장·운송·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관리제도는 이미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등에서 상당 부분 확립되어 있다. 그러나 수소경제에 필수적인 수전해 설비 등 저압 수소용품 및 수소연료 사용시설에 대한 안전확보를 위한 법적 근거는 현행 법령에 없었다. 

수소법은 현행 법령에 따른 안전관리의 공백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 수소경제의 활성화와 더불어 수소경제의 안전과 관련된 사회적 수용성을 확립할 수 있게 되었다.

수소경제 이행 추진 체계

수소경제가 일정한 정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체계적·효율적 정책과 사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수소법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정부가 지난해 1월에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수소법에 따른 기본계획으로 발전하게 된다. 기본계획의 수립과 변경은 절차적으로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를 한 후 수소경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확정된다.

수소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수소경제위원회를 설치하고, 수소경제위원회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실무위원회와 실무추진단을 둔다. 수소경제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위원으로 참여해 수소경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수소법이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인 수소경제사회로의 체계적·효율적 이행은 정부의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소경제사회 이행은 기본계획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예산이 충분해야 하고, 그 밖의 공공기관도 재정투여와 같은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해 재원확보에 관한 사항을 특별히 규정하고 있다. 

또한 수소경제사회의 이행을 위해 수소충전소의 설치와 연료전지발전소의 건설에 적합한 규제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인식해 수소법은 법령의 합리적인 개선을 위해 해당 법령을 관장하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의견을 개진하거나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규정도 두고 있다.

▲ 한국서부발전 서인천발전본부 연료전지 3단계 설비.(사진=서부발전)


수소전문기업과 특화단지

수소산업과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국가가 수소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시장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수소법은 수소전문기업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통한 수소전문기업의 성장을 돕도록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정한 성장역량을 가진 수소 관련 기업을 수소전문기업으로 지정하고, 지정을 받은 전문기업에 대해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수소법은 수소전문기업에 대한 세제 감면을 통해 경영상 부담을 완화하고, 국·공유재산을 수의계약으로 대부·사용·수익하게 하거나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도 두고 있다.

또한 수소법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하여금 수소사업자와 그 지원시설을 유치해 집적화를 추진하고, 수소전기차 및 연료전지 등의 개발·보급을 지원하기 위한 수소특화단지를 지정해 자금 및 설비 제공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소특화단지의 지정은 집적화로 인한 시너지효과를 통해 수소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수소연료공급시설 및 연료전지 설치 촉진

수소법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고속도로 휴게소 등 특정시설 운영자에게 수소연료 공급시설 설치계획서의 제출 및 변경과 설치계획을 이행하지 아니한 시설운영자에게 그 이행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여 수소충전소의 설치를 촉진토록 하고 있다.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6일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들과 함께 대전 유성구 학하 수소충전소를 방문해 안전점검을 실시했다.(사진=산업부)

수소경제사회 이행에 필요한 수소전기차의 보급은 수소충전 인프라의 확대를 전제로 한다. 수소충전소는 1기당 설치비용이 약 30억 원으로, 정부와 일부 자동차업계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한 설치 보급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수소법은 고속도로 휴게소, 산업단지 등 특정시설의 운영자로 하여금 수소연료 공급시설을 설치하도록 하여 열악한 수소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도록 한 것이다.

수소경제사회의 성공과 실패는 수소전기차의 보급 확대와 함께 연료전지발전소의 활성화에 의해 결정된다. 수소법은 이를 인식해 연료전지발전의 확대를 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 지방공기업 등으로 하여금 연료전지를 설치해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도록 함으로써 연료전지의 보급촉진을 위한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수소 안전관리 체계화

현행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은 고압으로 수소를 제조·충전·저장하거나 고압의 수소를 사용하는 시설에 적합한 안전관리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저압으로 수소를 제조·충전·저장·판매 및 사용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시설기준이나 기술기준과 같은 안전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또한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은 액화석유가스 및 도시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의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나 수소를 사용하는 연료전지의 안전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수소법은 수소와 관련된 안전관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수소용품의 안전관리에 관해 규정하게 된 것이다. 수소법은 수소연료 사용시설에 관한 안전관리를 위해 시설기준과 기술기준에 맞는 수소연료 사용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수소연료 사용시설의 사용자는 수소연료 사용시설의 설치공사나 변경공사를 완공하는 경우에 그 시설의 사용 전에 시장·군수·구청장의 완성검사를 받고 합격해야만 비로소 그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시설사용자는 수소연료 사용시설에 대해 일정 기간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하는 의무도 부담하게 된다.

▲ 수소전기차에 수소연료를 충전하는 모습.(사진=현대차)


향후 과제

수소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에 이송되었으며, 조만간 공포될 것으로 보인다. 수소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효력을 가지고, 안전관리에 관한 규정은 공포 후 2년이 경과해야 시행된다. 수소법의 시행은 이제 산업통상자원부의 과제로 넘어왔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소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해 수소법이 추구하는 수소경제사회를 효율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수소경제사회의 효율적·체계적 이행을 위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정책은 수소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비롯해 이와 관련된 고시와 훈령 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실제 수소법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항은 하위규범에 해당하는 시행령과 시행규칙뿐만 아니라 행정규칙인 고시 등에 의해 결정된다. 수소법은 입법 취지와 개별조문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대통령령이나 산업통상자원부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제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소경제 육성과 안전관리를 현실에 적합하면서도 미래의 수소사회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수소법 하위법령을 제정해야 한다. 흔히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천사도 ‘디테일’에 있다. 수소법의 성공적인 정착은 법률의 디테일이라고 할 수 있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정부가 충분하게 인식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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