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택 LNG기지 옆 포승읍 원정산업용지에 하루 5톤 규모의 수소생산기지가 들어설 예정이다.(사진=한국가스공사)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정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추진한다. 정부는 지난해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수소 대량공급 기반으로 추출수소를 선정했다. 추출수소를 초기 수소경제 이행의 핵심 공급원으로 삼은 것이다. 

이를 위해 천연가스 공급망에 수소추출기를 구축해 수소를 대량생산하는 거점형 중·대규모 수소생산기지와 수요처 인근 도심지 LPG·CNG 충전소 또는 CNG 버스 차고지 등에 수소추출기를 구축하는 분산형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키로 했다.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는 도시가스 배관망을 활용해 추출수소를 생산하고, 권역별로 충전소에 공급하는 ‘Mother station’으로 운영된다. 즉 현지 수소충전소에서 수소를 생산해 자체적으로 사용하고, 잉여 물량은 인근 수소충전소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지자체를 대상으로 총 150억 원(1기당 50억 원)의 국비를 지원하는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3기를 공모한 결과 서울 강서, 창원, 삼척이 선정됐다. 

서울 강서의 경우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재공모에 들어가 평택이 선정됐다. 이로써 올해 창원·삼척·평택이 수소생산기지 설비를 발주하고,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3곳은 하루 1,000kg 이상급으로 구축된다.   

삼척 등 3곳, 올해 수소생산기지 착공

삼척은 ‘삼척 농협 LPG충전소’ 인근 부지에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하루 1,000kg 생산 규모로 구축하며, 설비 입찰을 준비 중이다. 입찰이 끝나면 3~4월경 착공해 오는 8월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수소생산기지는 삼척 융복합충전소 운영 및 삼척 수소산업도시 구축을 위한 실증사업은 물론 강원도 수소충전소(18기 계획)의 수소 공급기반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수소전기버스의 충전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강원도는 삼척 시내와 삼척-동해-강릉 간 시외 지역에 수소전기버스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강원도는 강릉에도 재생에너지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창원은 이미 운영 중인 ‘성주 수소충전소’ 여유 부지에 하루 1,000kg급으로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 수소생산기지를 거점으로 팔룡·덕동·죽곡 등 시 전역의 수소충전소에 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 창원 수소생산기지는 성주 수소충전소 여유 부지에 구축될 예정이다.(사진=경상남도)

평택 LNG기지 옆 포승읍 원정산업용지에는 하루 5톤 규모의 수소생산기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구축사업자인 한국가스기술공사는 2월에 설비를 발주해 오는 7월 착공, 2021년 3월 준공할 예정이다.

하루 5톤 규모인 만큼 국내 수소추출기 기술로는 한계가 있어 국내 수소추출기 기업 제이엔케이히터와 독일의 린데가 컨소시엄을 이뤄 수소수출기 입찰 참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이번 수소생산기지와 별도로 포승읍 원정산업용지에 LNG냉열을 활용한 액화수소플랜트도 구축할 계획이다. 하루 5톤 규모와 하루 30톤 규모 2개 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액화수소플랜트 부지 내에 수소충전소 및 연료전지 발전설비 등을 융복합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하루 5톤은 1,000억 원, 하루 30톤은 3,000억 원 정도의 사업비가 각각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스기술공사는 액화수소플랜트 관련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투자비를 마련하고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사업비 일부를 지원받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액화수소플랜트는 수소충전소 및 연료전지뿐만 아니라 인근 산업체에 수소를 공급하는 거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소생산기지 신규 7기 구축 

산업부는 올해 소규모 5기, 중대 규모 2기를 합친 총 7기의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에 착수한다. 이를 위해 2020년 예산안에 2019년 대비 144억4,000만 원이 증액된 294억4,000만 원이 편성됐다. 

소규모 수소생산기지의 경우 기지별로 230N㎥/h 용량의 수소추출기 2기를 설치해 약 450N㎥/h(하루 1톤급)의 수소생산 및 공급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권역별로 총 5기의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하기 위한 예산으로 250억 원이 편성됐다. 

산업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지자체를 대상으로 소규모 5기에 대한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 강서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올해는 지역주민 수용성 제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법적으로 주민동의 등이 필수 사항이 아니지만 주민 수용성 제고를 위해 올해 지원 대상 사업자 선정에서는 지자체와 주민, 사업자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협의를 거쳐 추진하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업부는 오는 2022년까지 총 18기의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 수소생산기지 개념도.

산업부는 올해 처음으로 거점형 중대 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에 들어간다. 이 사업의 추진 주체는 한국가스공사다. 한국가스공사가 운영 중인 정압관리소에 수소추출기를 설치해 수소 공급기지로 활용하는 사업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4월 ‘수소사업 추진 로드맵’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수소생산기지 25개소를 구축하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대 규모 수소생산기지는 2,000N㎥/h 규모 1기와 5,000N㎥/h 규모 1기 총 2기가 처음으로 구축된다. 각 생산기지는 수소추출기의 설계 및 발주, 제작 등의 일정을 고려해 올해부터 2년간 추진될 예정이다. 올해 예산안에 2기 구축에 필요한 1차년도 사업비 44억4,000만 원이 편성됐다. 

2,000N㎥/h 규모 수소생산기지는 수소추출 및 출하설비를 포함한 구축비용이 162억 원, 5,000N㎥/h 수소생산기지는 218억 원으로 예상된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달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접수했으며, 사업부지가 선정되면 올해 말 발주해 내년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수소추출기 개발 동향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생산기지의 핵심설비인 수소추출기 시장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소규모 추출기는 일본 오사카가스, 중대형 추출기는 린데 등이 선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제이엔케이히터가 하루 250kg, 500kg급 상용 추출기를 개발했다. 제이엔케이히터는 서울(상암수소충전소)과 창원에 국내 최초 상업용 온사이트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고 준공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설치된 제이엔케이히터의 수소추출기가 처음으로 상업운전을 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이엔케이히터는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1,000kg/day급 수소추출기 개발에 대한 기초 엔지니어링도 이미 마쳤다.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한 하루 200kg급 수소생산 스키드 유닛.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하루 200kg급에 이어 500kg급 시장 보급형 모듈화 고순도 수소생산 유닛의 100% 국산화 설계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미 하루 200kg급 운전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수소생산시스템 효율 80%, 개질 효율 79.5%, 수소 회수율 90.2%를 나타냈다. 

일본 오사카가스의 수소추출기 ‘HYSERVE’의 수소생산시스템 효율이 79%인 점을 감안하면 에너지연의 수소추출기가 해외 선도기업의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너지연은 향후 개발 기술을 민간기업에 이전할 계획이다. 

트리신은 산업부와 방위사업청이 지원하는 민군기술협력사업으로 범한산업과 함께 하루 320kg(150Nm³/h)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천연가스·LPG 겸용 수소추출기를 개발하고, 창원에서 실증 운전 중이다. LHV 기준 75~76%의 개질 효율을 나타내고 있으며500kg/day, 640kg/day 규모의 수소추출기 설계·제조도 가능하다는 게 트리신 측의 얘기다. 

▲ 트리신이 개발한 하루 320kg급 수소추출기.(사진=트리신)

또 한국가스공사 가스연구원은 외산 개질기를 들여와 실증 운전 후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자체적으로 시간당 30Nm³의 수소생산이 가능한 추출기를 설계·제작해 인천 송도의 가스공사 인수기지 내 수소 및 HCNG 충전소를 설치해 실증 운전 중이다.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과제

올해부터 처음으로 추진되는 중대형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에는 여러 걸림돌이 있다.  우선 현재 법적으로 가스공사 정압관리소에 가스공급시설 이외의 다른 시설물(수소추출기) 설치가 불가능해 실증평가 후 도시가스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한국가스공사가 최근 김해 제조식 수소충전소를 착공했다. 가스공사 부산경남지역본부 부지(김해관리소)에 구축되는 김해 수소충전소는 올해 8월 준공 예정으로 하루에 수소전기차 50대, 수소전기버스 9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 한국가스공사는 지난달 시간당 수소 25kg 생산이 가능한 ‘김해 제조식 수소충전소’를 착공했다.(사진=가스공사)

가스공사는 여기에 추가로 46억 원을 투입해 시간당 수소 25kg 생산이 가능한 수소추출기를 설치해 내년 8월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수소추출기를 통해 자체 충전소와 인근 수소충전소에 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가스공사에 있어 김해 제조식 수소충전소는 처음으로 수소생산시설을 구축해 실증한다는 의미가 있다. 즉 이번에 구축하는 김해 수소생산시설은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위한 사전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 도시가스사업법령 개정을 위한 실증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실증단계를 거쳐 오는 2022년까지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9개소, 2025년까지 수요증가 및 설비 가동률 등을 고려해 6개소, 2030년까지 수소 수입 인프라 등을 고려해 10개소 등 총 25개소의 수소생산기지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간다는 게 가스공사의 계획이다. 

다만 올해부터 추진되는 중대형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에서 국내 수소추출기 기술로 가능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기술도 없는 데 중대형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중대 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의 수소추출기는 외산 제품이 지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산업부는 중대형 수소생산기지의 경우 구축에 2년이 소요되므로 완공 시기를 기준으로 공급지역의 수요량에 의거 설비용량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지역별 보급계획에 의거 2개 지역에 추가적인 중대형 수소생산기지 건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부터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 일본 북오사카 수소충전소에 설치된 오사카가스의 수소추출기.

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수소 인프라 및 충전소 확보 방안’에서 오는 2022년 수소전기차 6만7,000대(승용차 6만5,000대, 버스 2,000대) 보급 목표 달성 시 연간 약 3만 톤의 수소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소전기차뿐만 아니라 연료전지 발전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수소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2022년 수소 수요는 연간 47만 톤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전망에 따라 정부가 중대형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구축할 예정인 2,000N㎥/h 규모 1기와 5,000N㎥/h 규모는 하루 4~5톤급에 해당하는 규모다.

김방희 제이엔케이히터 대표는 <월간수소경제>와의 인터뷰(2020년 1월호)를 통해 “향후 수소 수요가 급속하게 증가할 것에 대비해 1,000kg/day급 수소추출기 개발에 대한 기초 엔지니어링을 이미 마쳤고, 시장 상황과 추이를 파악 중이다. 이미 개발한 500kg/day급 두 대를 구성하는 방법과 1,000kg/day급 한 대로 구성하는 방법에 대한 시장 선호도 및 수용성에 따라 본격적인 개발을 진행할 것인지, 4ton/day급 개발로 바로 갈 것인지에 대한 조사 및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제이엔케이히터의 하루 500kg급 수소추출기.(사진=제이엔케이히터)

하루 4톤급의 경우 해외 선진업체와 제휴를 통해 국내 기술을 융합하는 방향으로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이엔케이히터는 최근 린데코리아와 물밑 접촉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조현석 제이엔케이히터 상무는 “올해부터 정부가 추진하는 중대형 수소생산기지는 하루 4~5톤급 대규모 플랜트 형태로 해외 선진기술을 도입해 국내 기술과 융합하는 방향으로 사업 제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 수요 전망에 대비해 거점형 수소생산기지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면서 중대형 수소추출기 기술개발을 병행하는 것이 정부의 전략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말 발표한 ‘수소 기술 로드맵’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거점형 수소생산기지(1,000N㎥/h 이상) 및 소형 온사이트 수소충전소(300~1,000N㎥/h) 구축을 위한 중소형 개질 수소생산 시스템 개발 계획을 밝혔다. 

한국가스공사는 ‘수소사업 추진 로드맵’에 따라 천연가스 개질기술 국산화를 위해 2022년까지 소형 Reactor 개발 및 300N㎥/h급 SMR 실증, 2030년까지는 대형 Reactor 개발 및 3,000N㎥/h급 SMR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온사이트 수소충전소나 수소생산기지에서의 수소추출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포집·저장·활용기술의 개발에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수소 인프라 및 충전소 구축 방안’에서 온사이트(On-site) 충전소 보급을 위해 CCS/CCU 부착 시 수소추출기 구축비 지원을 2021년부터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수소 전주기 안전관리 종합대책’에 따라 수소경제 3대 핵심시설 중 하나인 수소생산기지가 중점적으로 관리된다. 

수소추출설비는 고온에서 LNG를 열이나 수증기로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공정 특성상 화재, 수소취성, CO가스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 하반기에 추출기의 특성을 고려해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기준 및 국제기준(ISO) 수준의 국내 안전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추출기는 고온 및 수소취성에 적합한 재질, 일산화탄소 농도 제한 등의 안전기준을 신설한다. 

아울러 제품검사, 시공단계 안전성 평가, 운영 중 정밀진단 및 실시간 이중 모니터링 점검체계를 통해 안전기준 준수를 점검할 계획이다.  

수소생산기지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수소추출기의 품질도 꼼꼼하게 보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인 만큼 수소생산기지 구축 및 수소추출기 제품의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개발도 병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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