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소추출기가 필요하다. 사진은 제이엔케이히터의 500kg/day급 수소추출기.(사진=제이엔케이히터)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주민 수용성 제고 등 몇 가지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점에서 난항도 예상된다.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수소생산기지는 거점형 중·대규모 수소생산기지, 분산형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로 구분된다.

거점형 중·대 규모 수소생산기지는 천연가스 공급망에 300~1,000N㎥/h 이상급 수소추출기를 구축해 수소를 대량생산한다. 올해 1기를 우선 구축하고, 수소 수요를 감안해 연차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분산형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는 수요처 인근 도심지 LPG·CNG 충전소 또는 CNG 버스 차고지 등에 300N㎥/h급(1일 수소 생산량 500kg) 수소추출기를 구축해 수소를 생산·공급한다. 도시가스 배관망을 활용해 추출 수소를 생산하고, 권역별로 충전소에 공급하는 ‘Mother station’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올해 3기(1기당 50억 원 국비 지원)를 구축하고, 수소전기차 확산 및 충전소 구축 등과 연계해 연차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올해 처음으로 서울, 창원, 삼척을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지역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지역주민의 반대로 사업이 보류되고 있다. 수소생산기지에 대한 지역주민 수용성 제고가 시급한 대목이다. 

특히 국회예산정책처가 수소생산기지구축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는 반면 산업부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의 예산 편성에 혼란이 계속될지 우려되고 있다.

예비타당성조사는 정부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평가하기 위한 제도로,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에 국고 지원이 300억 원을 넘는 사업 등을 대상으로 한다. 예비타당성조사를 받는 사업은 검증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사업 추진 속도가 저하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또한 중·대 규모 수소생산기지의 경우 현재 도시가스사업법상 수소추출기 설치 근거가 없기 때문에  도시가스사업법령 개정이 이뤄져야 원활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0년도 예산안-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분석’ 자료를 토대로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의 쟁점을 짚어봤다.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계획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은 버스차고지나 인근 부지, 가스공사의 정압시설에 수소 생산 및 공급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2020년 예산안에는 2019년 대비 144억4,000만 원이 증액된 294억4,000만 원이 편성됐다. 내년에 5기의 소규모 수소생산기지와 2기의 중·대 규모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소규모 수소생산기지의 경우 기지별로 230N㎥/h 용량의 수소추출기 2기를 설치해 약 450N㎥/h의 수소 생산 및 공급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당초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제시된 300N㎥/h급보다 규모가 커진 것이다. 권역별로 총 5기의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하기 위한 예산으로 250억 원이 편성되었다.

산업부는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별 구축비용을 70억 원으로 산출하고, 이 중 50억 원을 국고로 지원할 계획이다.

▲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제시된 수소생산기지 개념도.

중·대 규모 수소생산기지는 2,000N㎥/h 규모 1기와 5,000N㎥/h 규모 1기 총 2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2020년 예산안에 2기 구축에 필요한 1차년도 사업비 44억4,000만 원이 편성됐다. 각 생산기지는 수소추출기의 설계 및 발주, 제작 등의 일정을 고려해 2년간 추진될 예정이다. 

중·대 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은 LNG 공급망에 2,000N㎥/h 이상 규모의 수소추출기를 설치하는 사업으로, 가스공사가 운영 중인 정압관리소에 수소추출기를 설치해 수소 공급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2,000N㎥/h 규모 수소생산기지는 수소추출 및 출하설비를 포함한 구축비용이 162억 원, 5,000N㎥/h 수소생산기지는 218억 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산업부, 예비타당성조사 견해차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는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의 타당성 재조사 필요성 등을 제기하고 있다.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지 않고 2019년에 신규 추진됐지만 오는 2022년까지 총 18기의 수소생산기지 구축에 900억 원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사업계획이 수립됐기 때문에 타당성 재조사를 받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의견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자료에 따르면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은 2019년에 3기의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내용으로 150억 원의 예산이 신규 편성됐다. 정부는 이 사업의 2019년 예산이 국회에서 확정된(2018년 12월) 이후인 올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서는 수소공급능력을 2022년까지 연간 47만 톤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를 점차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산업부는 수소공급능력 확충을 위해 오는 2022년까지 총 18기의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사업 착수 당시에는 2019년에 3기의 수소생산기지 구축에 15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기 때문에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신규사업에 해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18기의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9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기 때문에 재정지원 규모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규모로 증가하게 된다.

‘국가재정법’ 제50조제2항과 ‘국가재정법 시행령’ 제22조제1항에 따라 재정지원 규모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규모에 미달해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지 않았으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총사업비와 재정지원 규모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규모로 증가한 사업에 대해서는 타당성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수소생산기지 구축의 경우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제8조 및 제13조에 근거하기 때문에 ‘국가재정법’ 제38조2항8(법령에 따라 추진해야 하는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서 제외)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가재정법’ 제38조2항8에 명시된 ‘법령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제외 규정은 의무지출과 같이 법령에 지출 의무가 명시된 사업에 해당하는 조항이라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설명이다. 수소생산기지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지원의 근거가 명시되어 있을 뿐 법령에 지출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국가재정법’에 따른 예비타당성조사 제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현대차가 구축한 ‘H 인천 수소충전소’.(사진=현대차)

아울러 산업부는 2019년 사업은 시범사업 개념에 따라 출연 사업으로 추진했고, 2020년부터는 보조사업으로 소규모, 중·대 규모 내역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므로 2019년 사업과 2020년 사업은 별개 사업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의 경우 2019년 사업을 제외한 2020년 정부안 250억 원(소규모 수소생산기지) 사업비만을 감안할 때 해당 사업은 예비타당성 재조사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산업부의 의견이다. 

또한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은 전체 사업비가 확정되어 추진되는 사업이 아닌 매년 사업비를 반영해 추진되고 있으며, 산업부의 내부 구축 계획인 18기(900억 원)는 사업이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타당성 재조사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산업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는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 내역사업은 수소공급이라는 단일한 목적에 따라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소규모 생산기지의 추가 구축은 기존 사업의 확대로 볼 수 있음에 따라 향후 18기의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라면 타당성 재조사를 통해 사업 확대의 타당성을 검증받은 후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민 수용성 제고 시급
국회예산정책처는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이 주민 수용성 문제로 지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수소생산기지 5기를 신규 구축하는 2020년 예산의 집행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2019년 예산으로 3기의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올해 서울, 삼척, 창원 등 3개소를 지원 대상으로 확정하고, 이 중 삼척 및 창원 소재 2개소에 대한 예산 집행을 완료했다.

그러나 서울 강서구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은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산업부는 주민 수용성 문제 해결을 위해 사업시행자인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협약체결 시한을 지난 10월 말까지 최대한 연장 조치했다. 이 기간에 산업부, 서울시, 강서구, 전담기관, 사업시행자 간 수차례 회의, 현장방문,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원활한 추진방안을 모색해 왔지만 끝내 주민 수용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사업시행자의 사업 포기 의사 표명으로 재공고(10월 29일)가 결정됐고, 지난달 28일 새로운 사업자 모집을 마감했다.

이번 재공고는 생산기지 구축을 희망하는 다른 지자체를 지원해 수소생산기지 구축 목표를 달성하고, 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위한 것이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산업부는 서울 강서 차고지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이 제반 여건으로 인해 잠정보류 상태이지만 주민 수용성 확보 노력을 지속해 내년에 사업이 재추진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수소생산기지는 수소전기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대중교통망 조성에 중점을 두고 구축된다.(사진=현대차)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는 버스차고지 등 지역주민의 거주지 근처에 설치될 가능성이 많다. 지원 대상 사업자가 선정된 이후에도 수소생산기지의 안정성에 대한 지역주민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서울 강서구 사례와 같이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시각이다.

2020년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은 권역별로 총 5기의 소규모 수소생산기지에 대해 공모 방식으로 선정해 구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수소생산기지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을 경우 당초 계획대로 예산이 집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법적으로 주민동의 등이 필수 사항이 아니지만 주민 수용성 제고를 위해 2020년 지원 대상 사업자 선정에서는 지자체와 주민, 사업자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협의를 거쳐 추진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추진위원회를 통한 협의만으로 수소생산기지의 안정성에 대한 지역주민의 우려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은 지역주민의 수용성을 고려해 사업자를 선정하고,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예산의 집행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대 규모 수소생산기지 걸림돌은
국회예산정책처는 중·대 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에 대해서는 수소 수요를 감안해 지원규모의 적정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중·대 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의 2020년 예산안에 2,000N㎥/h 규모 1기와 5,000N㎥/h 규모 1기 총 2기 구축에 필요한 예산(44억4,000만 원)을 편성했다.

▲ 한국가스공사의 정압관리소(사진)에 중·대 규모 수소생산기지가 구축될 예정이다.(사진=가스공사)

정부는 이미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전국 LNG 공급망을 활용한 거점형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가스공사의 142개 정압관리소를 중심으로 중·대 규모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1기의 중·대 규모 수소생산기지를 우선 구축한 이후 수소 수요 등을 고려해 생산기지를 점차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2020년 예산안은 2기를 구축하는 내용으로 편성되었고, 정부가 수소 수요에 대응해 중·대 규모 수소생산기지를 확충할 계획이지만 2018년 기준 전국에 운행 중인 수소전기차는 9,000대이며, 단기간에 수소전기차가 급격히 증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수소생산기지의 경우 구축에 2년이 소요되므로 완공 시기를 기준으로 공급지역의 수요량에 의거 설비용량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지역별 보급계획에 의거해 2개 지역에 추가적인 수소생산기지 건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2020년부터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대 규모 수소생산기지가 구축되는 한국가스공사의 정압관리소는 현재 가스공급시설 외에 다른 시설물의 설치가 어렵다. 즉 수소추출기 설치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중·대 규모 수소생산기지는 실증평가 후에 도시가스법령을 개정해 정압시설에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할 수 있다.

산업부는 정압시설 여유 부지를 활용하기 어려울 경우 인접 부지를 활용해 중·대 규모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LNG 정압관리소나 인접부지에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하는 것은 안정성에 대한 실증평가가 우선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의견이다.  

이처럼 산업부의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이 차질없이 수행되기 위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여부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함께 주민 수용성 제고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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