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식 한국가스공사 가스연구원 이노베이션연구소 책임연구원.
[월간수소경제 최경식 객원기자] 정부는 지난 6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년)’을 발표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5년 주기로 발표되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향후 20년간의 에너지 정책 비전을 담는다. 이후 에너지 관련 모든 세부계획이 이것과 같은 방향으로 수립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번 에너지기본계획의 키워드는 ‘에너지전환 정책’이다. 이러한 정부 정책에 따라 에너지공급원을 다변화하고 수요처 주변의 분산전원 비중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중점과제에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수소산업 육성’이 포함된 것은 고무적이다.

현재까지 에너지전환과 에너지 믹스는 전기에너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기존 석탄, 원자력 발전을 태양광, 풍력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이것을 소규모로 연결하여 관리하는 마이크로 그리드(Micro grid) 실증사업이 다양하게 추진 중이다.

마이크로 그리드는 소규모 지역에서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의 전력망으로, 일반적으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융·복합된 전력체계를 의미한다.

이제는 열, 천연가스, 수소 등 전기 이외의 다양한 에너지 생산원의 에너지 믹스에 집중할 시점이 되었다. 낮은 에너지전환 효율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인해 열, 냉방, 난방에도 전기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다. 게다가 전기에너지는 대규모 저장이 어려워서 실제 필요하지 않은 에너지 사용에 대비해 예비전력원을 확보해야 한다.

낮은 에너지전환효율, 불필요한 예비전력원 확보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현시점에서 열, 천연가스, 수소산업에서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기술을 확보한다면 열, 천연가스, 수소산업의 확대를 유도할 수 있다.

▲ 복합에너지 허브 구축 및 기술 실증 과제 개념도.(사진=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약 250억 원 규모의 ‘지능형 통합에너지플랫폼 기반 복합에너지 허브 시범구축 및 기술 실증’ 사업에 착수했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2019년 에너지기술개발사업 신규과제 정부·공기업 에너지 R&D 협력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다.

오는 2022년 12월까지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정부가 기획한 최초의 천연가스·수소·전기 통합공급관리시스템 관련 연구개발로, 한국가스공사가 주도해 대기업, 중소기업, 연구소, 학교가 공동수행함으로써 결과물이 산학연 각계에 직접 파급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천연가스 공급관리소 기반 복합에너지 허브
이번 사업은 지역거점형 전기·천연가스·열·수소 복합에너지 공급 허브를 구축하고, 기존 전기 중심의 마이크로 그리드와 연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천연가스 공급관리소를 기반으로 전력, 수소, 열, 천연가스 등 복합에너지 공급 허브와 복합에너지 수요처로서의 ICT 기반 마이크로 그리드를 구성, 연계 통합 관리하는 에너지 플랫폼을 개발해 시스템 종합효율 72.7%, CO2 저감효과 20% 달성을 목표로 한다. 

주요 사업으로는 △1.5MW급 TEG-연료전지 복합에너지 공급 허브 구축 및 운영 △수소-전기차 융·복합충전소 설치 및 운영 △400kW급 하이브리드형 연료전지 개발 △ICT 기반 마이크로 그리드 구성 및 통합관리 플랫폼 개발 등이다.


2019년 개별부품 개발 및 실증단지 기초설계, 2020년 복합실증단지 조성 착수, 2021년부터 복합실증단지의 안정적 운영을 계획 중이다.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기술, 한국가스안전공사, 전기연구원, 인하대학교, 두산퓨얼셀 등 천연가스·수소·전력 전문 10개의 산학연 기관이 참여해 요소기술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세부 내용에 수소생산형 연료전지 기술개발이 비중 있게 포함되어 있다.

이번 사업에서는 기존의 전력 중심의 마이크로 그리드와 달리 천연가스, 수소 연계 복합발전을 통해 에너지 수요처에서 필요한 최적의 에너지원(전력, 냉·온열, 수소, 천연가스)을 선택해서 공급하는 기술을 구현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를 통해 복합에너지 허브의 생산 에너지와 마이크로 그리드 내의 다양한 발전원 및 열원 기기들을 최적화하고 통합 운영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

▲ 한국가스공사의 천연가스 공급관리소.(사진=가스공사)

국내 최초의 천연가스 공급관리소 기반 터보팽창형 정압설비+수소생산형 연료전지 복합발전, 감압발전도 차별화되는 기술이다. 감압발전(TEG: Turbo Expander Generator)은 압력 차이를 이용하는 발전이다. 천연가스 공급의 고압부에서 저압부로 전환되는 지점의 에너지 차이를 포집하는 발전원으로 기존에 버려지는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

천연가스는 생산기지에서 주 배관망을 통해 전국 151개의 공급관리소로 고압(65bar) 송출되고, 공급관리소에서 감압(25bar 또는 8.5bar)하여 도시가스사나 발전소로 공급된다. 이때 감압과정에서 발생하는 팽창에너지는 감압발전기를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발생되는 전력은 유량, 압력 조건에 따라 변동된다. 또한 감압발전과정에서 발생되는 가스온도 강하보상에 연료전지로부터 나오는 배열을 이용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인다. 본 과제는 감압발전을 위한 1.5MW급 터보팽창형 정압설비와 수소생산형 연료전지(0.8MW급)를 연계하는 기술개발 및 실증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국내 최초의 수소생산형 연료전지가 적용된다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수소생산형 연료전지는 기존의 연료전지와는 달리 수요처의 요구에 따라 수소생산 또는 발전량을 조절함으로써 수소충전소 운영효율을 향상시키고 에너지원별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복합에너지 허브의 핵심기술이다.       

화성시, 복합에너지 허브로 수소 도시 만든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9월 5일 경기도 화성시 및 이번 과제의 참여기관과 함께 전력·수소·열·천연가스 등 복합에너지를 공급하는 지역 거점형 허브구축 및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화성시에 위치한 천연가스 공급관리소에서 이번 과제를 실증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화성시가 수소 시범도시 조성을 계획하고 있어 이번 과제 결과물의 파급효과를 키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화성시에서 국내 최초로 감압발전, 수소생산형 연료전지  등 열·전력 복합 마이크로 그리드를 실증하고, 최적 시스템 설계 후 전국 151개 천연가스 공급관리소에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력·수소·열 등을 생산하는 하이브리드형 연료전지의 개발로 관련 산업들의 동반성장도 꾀할 수 있다.

▲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9월 5일 화성시와 ‘지능형 통합에너지 플랫폼 기반 복합에너지 허브 구축 및 기술 실증’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사진=가스공사)

화성시도 이번 실증사업이 성공할 경우 탈원전을 꾀하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지원하고 향후 수소 시범도시 조성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사회적 큰 변화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분야는 비교적 더디게 움직이는 분야로, 이는 소비자의 요구와 편리성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산업도 기존 전력·열·가스·수소의 개별적 중앙집중 공급방식에서 통합·분산 공급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본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연구개발 결과물이 국내 에너지공급 산업의 변화에 큰 발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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