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리신이 개발한 320kg/day급 수소추출기.(사진=트리신)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현재 국내에 구축되고 있는 수소충전소는 대부분 부생수소를 충전소까지 실어나르는 튜브트레일러 방식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현지에서 수소를 직접 생산·공급하는 온-사이트 수소충전소 보급이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천연가스 배관망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온-사이트 방식은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온-사이트 충전소뿐만 아니라 대량의 수소를 생산하는 수소생산기지에는 수소추출기가 필요하다. 수소추출기는 일본과 유럽 기업이 선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하나둘 국산 수소추출기가 등장할 전망이다. 이미 제이엔케이히터가 국내 최초로 상용 수소추출기 개발을 완료한 바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도 시장 보급형 수소추출기를 한창 개발 중으로, 개발이 완료되면 민간 기업에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이렇듯 수소추출기 개발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또 하나의 상용 수소추출기 탄생을 예고한 기업이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천연가스·LPG 겸용 수소추출기 개발
주식회사 트리신(대표 김명준, 연세대학교 연구교수)은 하루 320kg(150Nm³/h)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천연가스·LPG 겸용 수소추출기를 개발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9년째 안정적으로 가동된 서울 상암수소충전소(현재 승압공사 중)의 소형 수소추출기(수소생산 용량 64kg/day, 30Nm³/h)를 개발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김명준 대표는 범한산업과 함께 보다 운전이 용이하고 고효율을 나타내는 중형 수소추출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수소추출기는 정부 국책연구과제인 ‘도너 & 어셉터 방식 트레일러형 수소충전시스템 및 이동형 수소충전시스템 개발’ 과제의 일환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위사업청이 지원하고 민군협력진흥원이 관리하는 민군기술협력사업으로 개발됐다. 

이번 과제를 통해 개발하는 수소충전시스템은 수소생산설비(도너; 1MPa, 천연가스 연료개질부, 수소정제부), 수소압축설비(도너; 1MPa→50MPa, 생산수소 버퍼탱크, 고압수소압축기), 수소저장설비(어셉터; 50MPa, 고압수소저장용기, 주입장치)로 구성되며, 수소연료전지를 장착한 선박, 중장비(지게차, 굴삭기 등), 수소전기차 등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

트리신은 이번 연구과제에서 수소추출기의 선도국인 일본보다 기술우위를 보인다는 목표로 개발에 나섰다.

수소추출기는 원료인 스팀을 시스템 내에서 생산해야 하며, 상시 S/U 및 S/D, 신속한 부하 추종(Load-following)이 필요하다. 특히 버튼에 의한 자동운전으로 비공정 전문가도 운전이 가능토록 개발의 초점을 맞췄다.

트리신은 이번 개발에서 공정압력을 국내 고압가스안전관리법 관련 인허가(10bar 이하)가 용이한 8bar로 설정하고, 수소정제장치(PSA)는 캐나다 지벡의 제품을 적용했다. 지벡의 PSA는 로터리 밸브를 사용하기 때문에 컴팩트하다.  

스팀 리포밍(Steam Reforming) 반응기 설계 시 열전달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조건(화염 1,200℃, 리포밍 반응 700~800℃)에 노출되고, 잦은 S/U에 의한 반복적인 승온 및 냉각이 이뤄지기 때문에 열 내구성에 초점을 맞췄다.  

빠른 반응속도와 강한 흡열반응이 일어나도록 열전달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열전달 면적, 촉매 층의 두께 및 길이, 반응가스 및 연소가스의 체류시간 등)를 고려해 설계했다. 이는 30Nm³/h 용량의 개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트리신은 촉매의 낮은 열 전도성 및 공극률 등이 열전달 방해요소이기 때문에 현재 촉매 성상이 열전달 및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중이다. 

 
원료 중 황 성분은 리포밍 및 수성가스 전화 반응(water-gas-shift reaction) 촉매의 독이 된다. 이에 따라 원료에 포함된 황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적용된 수소탈황 방법은 물리적인 흡착방법 대비 제거 장치가 컴팩트하고 촉매 교환 없이 장시간 운전이 가능하며, 원료로는 천연가스 이외에도 LPG를 사용할 수 있다. 천연가스의 경우 물리적 흡착방법 적용도 가능하다.

또한 이번 과제의 목표 효율인 70%(LHV 기준) 이상 달성, 원료인 스팀의 효율적인 생산 및 안정적 공급, 용이한 시동과 부하 추종을 고려한 열 교환망 설계 등을 위한 PFD(Process Flow Diagram; 공정흐름도)를 개발했다.      

이밖에 시뮬레이션을 통한 효율 분석에 따라 공정 개선이 반영된 PFD를 기준으로 S/U 및 S/D, 비상 S/D를 반영한 P&ID(Piping & Instrumentation Diagram; 파이프 & 계측 다이어그램)를 개발했다. 또 S/U, S/D 및 부하 변동에 대한 운전 로직을 개발해 자동화를 추진 중이다.   

       

개질 효율, 일본 제품 대비 동등 이상
트리신은 수소추출기의 상세설계를 포함한 EPC 및 인허가 검사를 완료하고, 지난 7월 범한산업 창원 본사에 설치해 시험운전 중이다.

트리신은 이번에 개발한 수소추출기의 시험운전을 통해 200시간 이상 연속운전, 500시간 이상 누적운전을 달성해 장치의 운전 안정성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개발된 수소추출기는 운전의 용이성과 안정성, 장치의 내구성, LHV 기준 75~76%의 개질 효율, 고순도(99.999% 이상)의 수소생산 등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라며 “특히 개질 효율은 일본 업체들의 제품 대비 동등 이상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 부하(Load) 70%에서의 수소추출기 운전 결과(LHV 기준 75~76% 효율).(자료=트리신)

김 대표에 따르면 일본 오사카가스는 30Nm³/h, 100Nm³/h, 300Nm³/h 등 3가지 용량의 제품(천연가스·LPG 겸용, 운전압력 7bar)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MKK는 50Nm³/h, 100Nm³/h, 200Nm³/h, 300Nm³/h의 제품군(천연가스·LPG 겸용, 운전압력 7bar)과 함께 중형 모델(500Nm³/h, 1,000Nm³/h)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에어리퀴드는 53Nm³/h, 80Nm³/h, 268Nm³/h급의 천연가스·LPG 겸용 수소제조장치(운전압력 13~20bar)를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을 고려할 때 운전압력이 높아(13~20bar) 국내 진입이 어려운 에어리퀴드의 제품을 제외하면 현재 실질적인 경쟁자는 일본의 오사카가스와 MKK 두 회사”라며 “우리가 개발한 수소추출기의 효율은 오사카가스의 유사 용량 제품(100Nm³/h, 효율 75.5%)과 비교 시 동등 이상의 수준”이라고 밝혔다.

일본 제품의 운전압력이 7bar이고, 트리신의 제품이 8bar인 것과 관련해 압력을 1bar 저감시 반응 전환율 증가로 효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다만 트리신의 수소추출기는 일본 제품에 비해 정면부 좌우 길이가 길다. 김 대표는 개발 모델 성공 후 공간의 최적화 및 컴팩트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김명준 트리신 대표는 서울 상암수소충전소(사진)의 소형 수소추출기(64kg/day) 개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수소추출기의 성공 가능성은 김 대표가 개발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상암수소충전소 수소추출기의 운전 현황에서 엿볼 수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상암충전소는 난지도의 매립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친환경 방식의 연구용 충전설비로, 지난 2011년 6월 첫 가동 이래로 촉매 및 PSA 흡착제가 안정적으로 사용됐고, 총 5,000시간 이상을 운전하면서 장치 내구성 및 운전 안정성을 확보했다.

상암충전소는 시민 편의를 위해 개방된 이후 수소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난 7월 중순부터 기존에 주 1회 48시간 동안 62kg의 수소생산에서 주중 매일 120시간 동안 총 315kg을 생산해 보다 많은 차량을 수용해 왔다. 한편 현재는 충전압력 350bar에서 700bar로 높이는 승압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트리신은 이번에 개발한 수소추출기의 지속적인 운전을 통해 공정 및 PSA의 운전 최적화를 추진하고 운전 자동화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모듈화 및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원가절감을 실현하고, 수소추출기 용량을 확대해 다양한 모델을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김명준 대표는 “트리신은 축적된 기술을 통해 현재 500kg/day, 640kg/day 규모의 수소추출기도 설계·제조가 가능하다”라며 “운전의 많은 부분을 자동화하기 위한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수소추출기 사업화를 위한 투자유치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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