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드레이 츄블레브 ISO/TC 197 위원장.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전 세계적으로 ‘수소경제’ 바람이 불면서 수소기술의 국제표준화가 수소경제 성공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후속으로 지난 4월 3일 ‘수소경제 표준화 전략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소에너지가 전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사실 수소·연료전지 기술의 국제표준화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추진되어 왔다.

수소 기술은 국제표준화기구 수소기술 분야 기술위원회(ISO/TC 197)에서, 연료전지 기술은 국제전기표준회의 연료전지 분야 기술위원회(IEC/TC 105)에서 각각 다루고 있다.

지난 1990년 구성된 ISO/TC 197은 수소기술의 상용화에 중점을 두고, 수소의 생산·저장·운반, 측정 및 사용을 위한 시스템과 장치 분야의 국제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ISO/TC 197은 캐나다가 의장국이며, 34개 회원국을 두고 있다. 34개 회원국 중 21개 국가는  개발 중인 표준안에 대해 투표권을 갖는 P 회원국(정회원), 13개 국가는 투표권 없이 모니터링만 하는 O 회원국(준회원)이다. 한국은 P 회원국에 속해 있다.

<월간수소경제>는 지난달 4~6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H2WORLD 2019’ 컨퍼런스 기조연설을 위해 창원을 방문한 안드레이 츄블레브(Andrei V. Tchouvelev, 캐나다) 국제표준화기구 수소기술위원회(ISO/TC 197) 위원장을 만나 글로벌 수소경제와 수소기술 국제표준화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안드레이 츄블레브 위원장은 “수소기술의 국제표준화와 대중의 참여(수용성)가 글로벌 수소경제 성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ISO/TC 197에서 최근 논의 중인 주요 이슈에 대해 말해달라.
최근 몇 년 동안 회원국의 주요 관심사는 주로 경량 승용 수소전기차(FCEV)에 초점을 맞춘 공공 수소연료 기반시설 구축과 수소연료 차량 공급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수소기술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수소가스 연료 공급 스테이션(ISO 19880-1)과 밸브(ISO 19880-3), 디스펜서 호스(ISO 19880-5), 연료 품질 관리(ISO-1880-8), 연료 품질 사양(ISO 14687), 차량 내 수소저장탱크(ISO 19881) 및 온도 작동 압력 경감 장치(TPRD, ISO 19882)에 대한 국제표준을 이미 발간했거나 올해까지 발간을 모두 완료할 예정이다.      


수소기술의 국제 표준화가 수소경제 성공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경제적 의미에서의 수소 경제는 관련 상품과 서비스가 국경을 넘어 흐를 수 있도록 하는 상당한(세계적인) 규모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직 국제표준만이 지역 및 전 세계 모든 참가자들이 수소 관련 상품과 서비스의 제조와 공급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경쟁 분야를 확립할 수 있다. 국제표준이 없으면 국제교역이 불가능하며, 지역 당국과 인증기관들은 수소경제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승인할 수 없을 것이다. 
 

▲ 안드레이 츄블레브 ISO/TC 197 위원장(오른쪽)과 안국영 H2WORLD조직위원회 위원장(왼쪽)이 ‘H2WORLD 2019’ 개막식에 앞서 VIP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수소기술의 국제 표준화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점은.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시장에 보조를 맞추고 국제표준이 가장 시급한 산업과 사회의 요구를 적시에 충족시키는 동시에 공공 안전을 보장하면서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수소기술의 국제 표준화를 촉진하는 데 있어 장애물은 없다. 국가 회원 기관과 국제 산업 참가자들이 국제 표준화에 더 많이 참여할수록 발전된 표준의 품질과 시장 관련성이 더 우수하며, 지역 및 세계 경제에 더 큰 이익이 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고, 그린 수소를 생산·저장·공급할 수 있는 방안으로 ‘P2G(Power-to-Gas)’와 ‘P2H(Power-to-hydrogen)’가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국제 표준화를 위한 올바른 방향은.
P2G/P2H/P2X 접근법의 가장 큰 혁신적인 힘은 수소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산업과 경제의 일부가 하나의 에너지 사슬에 연계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공간을 적절하게 표준화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모든 관련 국제 기술위원회를 참여시키고 표준화 요건 사이에 적절한 ‘로드맵’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전체 에너지와 경제 체인을 아우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실제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는 유럽과 아시아의 표준화 파트너들과 협력해 이러한 로드맵에 대한 논의를 함께 할 수 있는 관련 파트너들을 모으고 있다.

수소경제 진입을 위해서는 모든 관련 분야가 협력하고 다양한 기술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 수소기술의 표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지금 빨리 산을 옮기고 싶어 하지만 충분한 기술적 지식과 증거가 뒤떨어질 수도 있다.

우리의 표준은 증거 기반이기 때문에 그러한 빠른 속도는 표준화를 위한 도전이다. 이와 동시에 기본 지침과 요건을 정하는 기술보고서나 기술사양서 등 제약이 적은 문서를 발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전규범적 연구를 촉진하는 등 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되도록 장려한다.

▲ 안드레이 츄블레브 ISO/TC 197 위원장(왼쪽)과 김방희 제이엔케이히터 대표(오른쪽)가 ‘H2WORLD 2019’ 개막식에 앞서 VIP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수소기술 국제표준화와 관련해 신규로 개척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음에 다룰 새로운 개척 분야 중 어느 것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은 시장 관련성과 경제에 대한 중요성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음의 국제표준 영역은 즉각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능동적인 그리드 밸런싱을 위한 새로운 수전해장치 시험 요건, P2G(P2H, P2X)에서의 순수 수소 및 천연가스와의 혼합(연료 품질 사양, 주거용에서의 수소 공급 및 사용), 그린 수소 원산지 보증, 중대형 수소차량 하드웨어 및 연료주입 프로토콜, 액체수소의 비산업적 사용에 대한 새로운 요구사항 등이 앞으로 새롭게 개척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한다.

최근 버스, 트럭, 열차 등의 중대형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수소기술 적용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앞으로 해양 선박, 대형 항만 등에서 수소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또 액체수소는 굉장히 큰 시장이 될 것이다.

수소경제를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대중의 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수소 경제는 대중의 수용 없이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수소 경제는 수소 및 연료전지 기술을 받아들이고 기꺼이 사용하려는 수소 사회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수소전기버스가 굉장히 조용하고 안락하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직접 수소전기버스를 타보게끔 하면 된다.

수소기술의 장점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교육, 안전과 성능에 대한 정확한 정보, 안전관리자의 초기 대응능력 훈련 등은 광범위한 시장 침투와 그에 따른 수소 경제의 성공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 안드레이 츄블레브 ISO/TC 197 위원장이 ‘H2WORLD 2019’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한국의 수소기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그리고 한국의 수소 분야 관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은 오랫동안 수소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있어 세계적인 리더이자 적극적인 참여자였다. 이와 동시에 최근까지 이러한 참여는 소수의 국제 기업에는 제한되어 왔다.

‘H2WORLD’의 출현은 이러한 상황이 급변하고 있고, 상당수의 새로운 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 새로운 일자리 및 자금원을 창출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한국의 수소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고 사회에 의해 더 많은 인정을 받고 있다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들이다.

수소경제는 긴 여정이기 때문에 수소 분야와 관련된 한국의 이해당사자들에게 인내심과 열성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청정 수소사회의 건강한 삶과 번영의 끝에는 상당한 보상이 따른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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