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엔케이히터가 제작·설치한 산업용 가열로.(사진=제이엔케이히터).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국내 유일의 산업용 가열로 기업 제이엔케이히터가 국내 최초로 국산화 개발을 완료한 수소추출기를 본격 보급할 예정이다. 현지 수소생산(온사이트) 방식의 수소충전소 및 수소생산기지 구축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채비를 갖춘 것이다.

제이엔케이히터는 지난 1998년 대림엔지니어링의 히터사업부가 분사해 설립된 기업이다. 석유화학·정유공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설비인 산업용 가열로 부문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을 확보했으며 세계적으로도 최상위 그룹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11년 코스닥 증권시장에 상장됐다.

이 회사는 수소경제 사회 도래에 대비해 중장기 기술개발사업인 ‘개질 수소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수소충전소와 수소추출기 및 바이오가스 정제설비 시장에 새롭게 진출했다.

정부 정책도 기회가 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석유화학단지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는 수소경제의 마중물, 추출 수소는 초기 수소경제 이행의 핵심 공급원으로 활용된다.

전국 LNG 공급망을 활용해 수소 수요처 인근을 중심으로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하는 한편 고효율·대규모 추출 기술 확보 및 수소추출기 국산화를 통해 수소생산기지 구축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전국 4,854km에 이르는 천연가스 배관망과 공급관리소 403개소를 활용해 2030년까지 수소생산기지 25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오는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 310개소, 2040년까지 1,200개소(누적)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현재 수소충전소가 오프사이트형 튜브트레일러 방식이지만 앞으로 현지 수소생산 방식인 천연가스 추출 수소충전소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제이엔케이히터의 수소추출기에 대한 시장 관심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국내 최초 상용 수소추출기 보급
제이엔케이히터는 우선 수소추출기 전문기업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됐다.  

지난 2013~2014년 국가과제로 수소충전소용(640kg/day) 개질기 개발에 성공했다. 2016년부터는 자동차부품연구원에서 주관하는 수소차·전기차 융·복합스테이션 국산화 기술개발 과제에 참여해 소용량(55kg/day) 개질기 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 제이엔케이히터가 개최한 수소추출기 오픈하우스 행사에서 수소산업 관계자들이 제이엔케이히터의 HIIS-250 모델(250kg/day급)을 살펴보고 있다.

이러한 국가과제 수행 경험을 기반으로 국내 최초로 상용 수소추출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먼저 2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HIIS-250 모델을 완성했다. 이 모델은 하루 250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온사이트 충전소에 설치될 경우 하루 50여 대의 수소승용차 충전이 가능한 수소를 공급할 수 있다.

국가과제의 일환으로 개발한 HIIS-500 모델은 500kg/day급으로, 하루에 100여 대의 차량에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

제이엔케이히터가 자체적으로 설계·제작하는 수소추출시스템은 크게 스팀 개질기, 전환반응기, 열교환기, 수증기 발생기, 수소정제기로 구성된다.

스팀 개질기는 천연가스와 수증기를 반응시켜 수소와 일산화탄소로 구성된 합성가스를 생산한다. 전환반응기는 합성가스 중 일산화탄소에 수증기를 반응시켜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전환한다.

열교환기는 개질기에 들어가는 천연가스 및 공기의 예열 역할을 한다. 수증기 발생기는 개질기에 들어가는 수증기를 발생시키는 장치다. 수소정제기는 생성된 수소를 순도 99.99% 이상으로 정제하는 장치다. 

수소정제기의 경우 200kg/day급은 캐나다의 신재생에너지 솔루션 업체인 지벡(Xebec)의 수소정제기를 적용했다. 제이엔케이히터는 지난해 5월 지벡과 ‘온사이트 수소제조 솔루션 및 바이오가스 업그레이딩 기술 선도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을 통해 온사이트 수소제조 솔루션에 지벡의 PSA 수소정제 기술을 적용키로 했다.

500kg/day급에는 국가과제를 함께 수행한 국내 기업 퓨리텍의 수소정제기가 적용됐다.

▲ 제이엔케이히터의 HIIS-500 모델(500kg/day급).

국내에서 아직은 제이엔케이히터의 수소추출기 설치·운영 사례가 없다 보니 성능에 대한 의구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제이엔케이히터는 이러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7월, 8월 두 차례에 걸쳐 충남 당진시 소재 송악공장에서 수소추출기 오픈하우스 행사를 개최했다. 상용 수소추출기 250kg/day급 HIIS-250 모델의 시연과 500kg/day급 HIIS-500 모델의 전시를 진행한 것이다. 1차 행사에는 국내외 수소산업 관계자 70여 명이 참석해 제이엔케이히터의 수소추출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1차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관계자들을 위해 지난달 2차 행사까지 열었다. 

특히 한국가스공사 가스연구원 및 한국가스기술공사 관계자들이 많이 찾아와 제이엔케이히터의 수소추출기를 유심히 살펴봤다. 한국가스공사는 현재 수소생산시설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 김해관리소에 수소추출기와 수소충전소를 설치해 실증 운영할 계획이다.

▲ 제이엔케이히터는 올해 안으로 서울시 상암충전소에 150kg/day급 온사이트 수소충전소를 구축한다.

제이엔케이히터는 HIIS-250 모델을 기반으로 올해 안으로 서울시 상암충전소에 150kg/day급 온사이트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강원도에 플라즈마 듀얼 방식의 250kg/day급 수소추출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이미 체결해 공급을 위한 제작에 들어갔다.

제이엔케이히터는 지난 4월 상암충전소 승압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바이오가스로부터 일일 150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소추출기를 공급·설치하고, 현재 350bar인 수소전기차의 충전압력을 700bar로 승압한 충전 설비를 공급한다.

제이엔케이히터는 강원도 소재 ㈜그린사이언스의 기술협력을 통한 첨단 마이크로파 플라즈마 토치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미 수소개질 기술에 마이크로파 플라즈마 개질 방식을 적용한 복합 개질기 설계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플라즈마 개질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재사용해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기능을 갖고 있다.

HIIS-500 모델은 현재 제작을 완료했고, 송악공장 테스트베드로 옮겨져 최종 출하를 위한 시스템 운용을 마친 후 9월 초경 경남 창원시 성주충전소에 설치돼 시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조현석 제이엔케이히터 상무는 “수소추출기를 사용하는 온사이트 수소충전소의 경우 튜브트레일러를 사용해 부생수소를 장거리 원산지에서 수송·공급하는 오프사이트 충전소가 가진 수소공급원가 문제, 트레일러 차량 운행으로 인한 교통혼잡 및 미세먼지 발생 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 제이엔케이히터의 HIIS-250 모델.(사진=제이엔케이히터)

제이엔케이히터는 수소생산기지 구축 시장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시행하는 ‘2019년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안으로 3개 지자체에 1,000kg/day 규모의 수소생산기지 구축 계약을 마치고 2020년 9월까지 설치를 완료하게 된다.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HIIS-500 모델을 2개로 구성할 계획이다. 

제이엔케이히터는 지난 7월 환경부의 ‘수소전기차 충전소 설치 민간자본보조사업 사업자’로 선정된 ㈜서강이엔과 자유로(고양시 덕은동)에 위치한 서강이엔 한강LPG충전소에 수소충전 설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서강이엔은 이번 충전소 구축 완료 이후 인근에 위치한 난지물재생센터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온사이트 수소충전소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핵심적인 수소추출기 제조기술을 가진 제이엔케이히터와 바이오가스를 재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소생산기지 국가지원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수소생산기지에서 생산된 여분의 수소는 압축·저장 후 인근 수소충전소에 공급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조 상무는 “당진공장에서 4대의 수소추출기를 동시에 제작하고, 2대는 시험이 가능토록 해 연간 20대의 수소추출기를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수소추출기 필두로 3대 수소사업 추진
제이엔케이히터는 지난 3월 수소추출기, 수소충전소, 바이오가스 정제 등 수소에너지 사업을 전담하는 ‘수소에너지사업부’를 신설하고 국내외 수소에너지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전사 중장기 경영전략으로 이미 높은 기술력을 갖춘 산업용 가열로 사업 부문은 해외사업을 한층 강화하고, 최근 급성장하는 수소에너지 사업 부문은 국내사업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 제이엔케이히터 직원들이 수소추출기 운전 모니터링 업무를 보고 있다.

제이엔케이히터는 수소충전소 설계 및 구축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해 충전소 구축사업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이미 고양시 덕은동 LPG 복합형 수소충전소, 강원도 강릉·삼척 수소충전소 및 서울 상암 충전소 승압 공사, 인천공항 수소충전소 구축사업 등을 수주했다.

수소충전소 핵심 설비인 고압·저압 압축기는 글로벌 기업인 PDC Machines와 협력해 국내에서 패키지화해서 공급하고, 디스펜서와 냉각기는 국내 관련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조달하며, 수소저장용기는 품질 및 가격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수급한다는 방침이다. 

제이엔케이히터는 일일 수소생산량 10kg급 소규모 일체형 수소충전장치 ‘SimpleFuel’ 공급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미 미국의 아이비스에너지(Ivys Energy), PDC Machines와 공동 개발 및 공급 사업에 대한 합의를 마쳤다.

바이오가스 정제사업도 강화한다. 해당 사업에서는 유기폐기물, 음식물쓰레기, 생활하수, 동물 분뇨 등으로부터 자연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포집해 고품질로 정제한 후 개질기로 수소를 생산, 연료전지 발전 및 수소충전소에 활용한다. 이와 관련해 제이엔케이히터는 지난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가스 정제 기업인 캐나다 지벡(Xebec)과 협약을 체결해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장기적으로는 국가핵융합연구소 출신 이봉주 한동대 교수와 협력해 플라즈마 통합 가스화 복합 기술(IGCC, Inte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을 활용한 발전 및 수소생산 기술, 2,000℃ 이상의 고열을 활용해 산업 및 생활쓰레기를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의 오염물질 배출 없이 소각 처리하는 기술 등 마이크로파 플라즈마 토치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김방희 제이엔케이히터 대표는 “주력 모델인 개질기 사업뿐만 아니라 수소충전소 구축, 바이오가스 정제사업 등 수소에너지 사업을 강화해 글로벌 수소경제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와 함께 플라즈마 응용 기술을 활용한 수소생산 및 친환경 폐기물 처리 등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사업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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