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작금의 수소산업을 둘러 싼 대내외 환경을 한 마디 말로 적절히 표현할 수 있을까?

어렵다. 기준이 없고 각자 처지가 다르다.

그렇다면 1년 전과 비교하면 어떨까. 처지는 다를지언정 1년 전이라는 기준이 제시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상전벽해(桑田碧海)!’

적어도 수소산업계에 종사하고 있다면 누구나 인정할 표현이다. 그만큼 최근 수소산업의 변화 움직임은 거세다.

1월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상전벽해를 이뤄낸 일등공신임을 부인할 길 없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한민국의 수소경제 시작’을 알렸다. 

정책 평가는 당장 이뤄질 수 없다 해도 몇 가지 요소로 정책의 적정여부는 판단할 수는 있다. 산업과 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판단요소로 삼아도 좋다. 긍정적 신호와 효과를 담보할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박수칠만하다.    

그렇지만 조금 다른 잣대가 필요해 보인다. 발표된 정책을 다시 보자. ‘수소전기차 산업’도 ‘연료전지 산업’ 활성화도 아니다. ‘수소경제’를 언급했고 ‘사회’까지 따라 붙었다. 특정 기술, 산업이 아닌 사회를 지향하는 거대 흐름의 시작점이다. 수소에너지가 주류에너지로 사용되는 사회를 앞당기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언급했듯 평가는 당장의 몫이 아니다. 그렇다면 적정여부는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가.

최소 단기 목표가 아니라면 트랜드,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흐름이 거스를 수 없는 조류(메가트랜드)가 되고자 한다면 몇 가지 이슈와의 부합성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컨버전스(Convergence), 이산화탄소(CO2), 소비자(Consumer)’가 그것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로 불리는 4차 산업은 글로벌 제조업의 흐름이고, 이산화탄소는 전 지구적 환경문제의 핵심이다.

AI, IoT 기술이 접목된 자율주행 기능이 수소전기차에, 연료전지시스템에 적용되고 있다. 기술과 기능이 더해져 새로운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컨버전스’에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이들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는 수소경제 확산의 양대 축인 만큼 후한 점수를 줘도 될 법하다. 

온난화에 따른 환경문제는 ‘수소에너지’를 더욱 빛낸다. 무공해, 궁극의 친환경에너지가 ‘수소(Hydrogen)’가 아니던가. 이산화탄소 이슈를 잠재우는 정도가 아니라 ‘경제성’이라는 현실적 허들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파괴력이다.

살펴보니 환경문제와 새로운 기술 흐름에 궁합이 맞아 보인다. 수소경제를 적극 맞이하겠다는 정책추진에 힘이 실릴 명분은 갖췄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어떠한가. 소비자는 ‘사회수용성’으로 직결된다. 받아들이고 사용할 유저(User)의 선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아쉽고 우려스럽다. 최근 연료전지발전사업 추진 소식이 들릴 때마다 어김없이 해당 지역의 ‘주민 반대’ 목소리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수도권의 한 연료전지발전사업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대립양상으로 치닫고 있으니 오히려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부작용이 걱정스럽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발생한 국내외 2건의 수소사고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여파인지 수소경제 정책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신규 수소충전소의 입지선정과정에서 주민과의 마찰이 발생하고 산업부가 지자체 대상으로 공모해 선정한 ‘수소생산기지구축사업’은 삽도 뜨기 전에 주변 민원에 몸살을 앓고 있다. 수소도시 공모사업도 당초 일정을 맞추지 못한 채 늦췄다. 일련의 양상을 보면 최소 ‘소비자의 선택’ 측면에서는 불합격을 받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예견했으면서도 적절한 대처가 없었다는 점이다. ‘주민수용성’은 수소경제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제기된 단골 메뉴다. 수소에너지가 주목받기 이전 관련업계의 ‘수소산업 확산’ 요구 시에도 주민수용성 확보 필요성은 동시에 언급됐다. 물론 지금도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필자는 정부 차원의 ‘대국민 수소 인지도 조사’를 통한 ‘수용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을 여태껏 들어보지 못했다. 이러고도 ‘수소경제사회’의 디딤돌이 놓아질 것으로 보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소경제에서도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일본은 도쿄를 비롯해 주요 도시에서 운영되는 수소충전소 숫자가 120여개를 넘어 섰다. 일본 국민 성향이 우리와는 달라 이뤄낸 숫자가 아니다. 일본은 수소충전소 구축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4년 이미 ‘수소백서’를 발간하고 상당 페이지를 ‘주민수용성’에 할애했다. 시민과의 꾸준한 대화와 설득의 노력 역시 거쳤다고 한다. 과정을 거친 결과인 것이다.

4차 산업이라는 속성에도 부합된다. 탄소경제의 대척점에 위치해 기능과 명분에서도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을 지녔다. 그럼에도 ‘수용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국내 수소경제 원년의 현실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사용하는 에너지도 위험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다만 철저한 관리가 되고 있기에 생활에너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수소 역시 마찬가지다. 철저한 관리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관련 기술과 제품개발이 확보돼 있고 엄격한 검사와 기준체계가 마련돼 있음을 알려 시민들로 하여금 인정받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수용성은 초기 인지 과정이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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