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수소충전소 개장식에서 충전 시연을 하는 모습.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지난해까지 미미했던 수소충전소 구축이 올해 들어 조금씩 활성화되어 가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는 10여 개소에 불과했다. 올해 7월까지 총 20개소의 충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정부 목표대로라면 올해 총 86개소의 수소충전소가 구축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국내 수소충전소(누적)는 오는 2022년까지 310개소, 2040년까지는 1,200개소가 보급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수소충전 인프라 확산을 위해 관련 규제혁신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미 융복합충전소 및 이동형 충전소 설치 허용, 연구개발특구 내 상업용 수소충전소 설치 허용, 개발제한구역 내 버스차고지 수소충전소 설치 허용, 드론용 압축수소 용기의 제조 및 검사기준 제정 등의 규제개선이 이뤄졌다.

올해 들어서도 잇따라 관련 규제들이 개선됐다.

지난 3월 12일 ‘2019년도 제10회 국무회의’에서 도심 충전소 설치를 허용하는 내용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심의·의결됨에 따라 준주거지역, 중심·일반·근린·유통상업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에 수소충전소를 설치(조례로 허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지난 5월 20일 충전소 안전관리자 선임자격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시행령·시행규칙’이 개정·공포됨에 따라 수소전기차 충전소(저장능력 100톤 이하 또는 시간 당 처리능력 480㎥ 이하 수소충전소)의 안전관리 책임자 선임자격을 LPG·CNG자동차 충전소와 같이 가스기능사 외에 양성교육 이수자도 허용했다.

수소충전소와 철도간 30m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 시설의 안전도를 평가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시설을 보완하면 충전소 설치가 가능토록 했다. 충전소와 화기 간 이격거리 유지대상에서 수소추출기 내부 밀폐공간에 존재하는 화기는 해외기준과 같이 제외했다.

충전소 운영 측면 규제개선 부족
하지만 그간의 수소충전소 규제혁신은 설치 측면에서의 규제개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운영 측면에서의 규제혁신도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수소충전소를 구축한 이후 실제 운영에서 적자 발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수소충전소 1기를 짓는데 통상 3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게다가 인건비 등 운영비만 한 해에 1억5,000만 원에서 2억 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전소 구축비용은 정부에서 50%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운영비는 고스란히 사업자 몫이다. 수소전기차 보급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향후 몇 년간은 충전소 운영자 입장에서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평택 등 일부 지역에서 수소충전소를 구축·운영키로 한 민간사업자가 운영적자를 고려해 사업을 철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수소충전소 안전관리 책임자 선임자격을 LPG·CNG자동차 충전소와 같이 가스기능사 외에 양성교육 이수자도 허용해 안전관리 인력의 확보가 쉬워짐으로써 충전소 운영비용 절감이 기대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방안들이 더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현대차가 구축한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수소충전소에서 수소연료를 충전하는 모습.(사진=현대차)


셀프 충전 도입 부상
그 중 하나가 수소전기차 운전자 셀프 충전 허용 방안이다. 정부는 지난해 셀프 충전 허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에서도 셀프 충전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권칠승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화성시병)은 지난 4월 19일 수소전기차 이용자도 수소충전소에서 직접 수소연료 충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일부개정령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소전기차 이용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 및 방법에 따라 셀프 충전을 할 수 있다. 수소충전사업자는 수소전기차 이용자가 고시에서 정한 기준 및 방법에 따라 적합하게 충전하는 지를 관리·감독해야 한다.

또 고시에서 정한 셀프 충전 기준 및 방법을 위반한 수소전기차 이용자와 셀프 충전의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수소충전사업자에게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 일본에서는 셀프 충전에 관한 안전 교육을 이수한 수소전기차 운전자가 보안책임자 감독 아래 직접 수소연료를 충전할 수 있다. 사진은 도쿄 시바코엔 이와타니 수소충전소 직원이 수소전기차에 충전을 하는 모습.

미국·유럽·일본 등과 달리 국내에서는 수소충전소에서의 셀프충전을 허용하고 있지 않아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이로 인한 초기 충전소 운영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수소충전소 보급 확산이 제한되고 있다는 게 권 의원 측의 견해다.

권칠승 의원은 “수소 충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안전확보 조치가 마련된 경우 일반 국민이 직접 수소를 자동차에 충전할 수 있도록 해 초기 수소충전소 운영비용 절감과 수소충전소 조기 확충에 기여하기 위해 이번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일본 셀프 충전 도입 사례
수소충전소를 활발하게 구축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셀프 충전 서비스가 개시됐다. 도쿄 시바코엔에 설치된 이와타니산업의 수소충전소가 일본 최초로 운전자에 의한 셀프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석유에너지기술센터(JPEC)는 지난해 5월 ‘셀프 수소 스탠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어서 경제산업성이 지난해 6월 21일 개최된 수소 관련 검토회의에서 이 지침을 최종 승인함에 따라 셀프 충전이 도입됐다. 

현재는 시범 운영 성격이다. 이에 따라 안전 책임자가 상주하고 있는 유인 충전소에서만 셀프 충전이 가능하다. 우선 운전자는 셀프 충전에 관한 안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후 운전자는 수소충전소 사업자와 ‘수소충전 준비작업’에 관한 계약을 맺어야 한다. 계약을 통해 운전자는 안전 교육 이수 등의 일정 요건 충족 시 충전소 내 보안책임자의 감독 아래 직접 수소연료 충전을 할 수 있다.

▲ 셀프 충전에 대응할 수 있는 일본 히타치의 수소충전 디스펜서 ‘NEORISE’.

보안 책임자는 운전자의 셀프 충전을 감독 및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감시카메라나 인터폰을 이용해 원격으로 감시할 수도 있지만 아직 수소충전소에 이와 같은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현재는 보안 책임자가 지켜보는 앞에서 운전자가 수소를 충전하는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수소충전소의 무인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원격 감시를 통한 수소충전소 무인화’와 관련해 NEDO 사업을 중심으로 검토 중이며, 올해 8월까지 법적·기술적 과제를 비롯해 필요한 안전 대책을 마련한 후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맞춰 무인 수소충전소 운영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완전한 셀프 충전, 나아가 수소충전소의 무인화를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기업이 히타치오토모티브시스템즈메저먼트(이하 히타치)와 다쓰노다.

히타치는 지난 2월 말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2019 FC EXPO’에서 얼굴 인식을 이용해 셀프 충전 가능 여부를 판별하는 시스템과 셀프 수소충전 디스펜서 ‘NEORISE’를 선보였다.

▲ 일본 히타치는 지난 2월 말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2019 FC EXPO’에서 얼굴 인식을 이용해 셀프 충전 가능 여부를 판별하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일본 수소충전소용 디스펜서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다쓰노 역시 셀프 충전에 대응 가능한 디스펜서를 선보였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셀프 충전과 보안 책임자에 의한 충전을 선택할 수 있으며, 카드 투입구가 있어 결제까지 가능하다.

일본 정부는 수소충전소를 2020년 160기, 2025년에는 320기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수소전기차 운전자 셀프 충전으로 인해 인건비를 비롯한 운영비를 줄일 수 있어 수소충전소 설치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산업성의 보안 및 규제 담당자는 “셀프 충전은 경제성이 낮은 지역에도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수소사회를 향한 커다란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연간 3,400만 엔에 이르는 수소충전소 운영비 중 약 35%가 인건비에 해당한다. 이에 더해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일손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 ‘수소충전소 무인화’는 운영비 절감 및 인력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되고 있다.

독일이나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이미 셀프 충전이 승인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현대차의 현지 1호 수출 수소전기차인 ‘넥쏘’를 시승하고, 수소충전소를 방문해 셀프 충전 시연을 지켜본 바 있다.

▲ 셀프 충전에 대응할 수 있는 일본 다쓰노의 수소충전 디스펜서.


정부, 셀프 충전 ‘시기상조’ 판단
이처럼 해외에서는 셀프 충전을 도입하는 추세이지만 국내는 아직 ‘시기상조’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셀프 충전 허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올 상반기에 관련 연구용역 및 업계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었다.

산업부와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연구용역을 시작하기 전에 일본 현지를 방문해 셀프 충전 운영 현황을 살펴봤다. 현재는 일본의 셀프 충전 서비스가 실증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고, 일부 몇 곳에서만 셀프 충전이 실시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일본 이외의 해외사례를 조사해보니 수소충전소에서의 인적 오류 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강릉 수소저장탱크 폭발사고, 6월에는 노르웨이 수소충전소 화재사고가 발생하면서 수소충전소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고압가스인 LPG충전소에 아직 셀프 충전이 도입되지 않은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셀프 충전 도입 방안을 ‘시기상조’로 판단하고 차후에 검토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수소 관련 업계도 셀프 충전은 ‘시기상조’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수소경제>가 수소 관련 업계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소산업 현안과 과제>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셀프 충전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82.2%가 셀프 충전 도입을 찬성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54.5%가 ‘도입을 찬성하지만 지금은 시기상조(상황을 지켜보며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지금 당장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27.7%를 나타냈다. ‘셀프 충전 도입을 반대한다’는 10.9%, ‘모르겠다’는 6.9%로 조사됐다.

실질적 방안은 ‘운영보조금’ 지원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소충전소 운영 경제성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으로 운영보조금 지원이 더욱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충전소 운영보조금 신설 검토 계획을 밝혔다.

일본은 ‘연료전지자동차 신규 수요창출 활동 보조사업’을 통해 수소충전소 운영비를 보조하고 있다. 전년도 실제 운영비를 기준으로 2/3를 최대 2,200만 엔(2억1,700억 원) 한도에서 지급하고 있다. 도쿄, 가가와현 등의 지자체들도 운영비 보조금을 지원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운영보조금(2/3 금액)의 차액 1/3을 지자체가 추가로 지원 중이다. 일부 지자체는 운영비를 최대 3,300만 엔까지 지원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CA)의 경우 에너지위원회에서 평가 후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 한 수소충전 사업자는 “수소충전소 구축비용만 해도 30억원이 드는 데, 실제 운영비도 만만치 않다”라며 “충전소가 어느 정도 자립하기 전까지는 정부가 운영보조금을 지원하면 수소충전소 구축이 활성화 되어 수소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는 등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경제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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