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구축한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서울 방향) 수소충전소와 수소전기차 ‘넥쏘’.(사진=현대차)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최근 수소충전소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는 10여 개소에 불과했다. 올해 7월까지는 총 20개소의 충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정부 목표대로라면 올해 총 86개소의 수소충전소가 구축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국내 수소충전소는 오는 2022년까지 310개소(누적), 2040년까지는 1,200개소(누적)가 각각 보급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수소충전소 부품·기술은 국산화율이 40% 정도에 불과해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충전소 구축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다. 또 수소경제 확산에 대비해 국내 수소충전소 부품·설비 제조업체들이 해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기술경쟁력 확보도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강릉 수전해 시험 시설 수소저장탱크 폭발사고와 노르웨이 수소충전소 화재사고가 발생한 이후 국내 수소충전소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수소경제 로드맵’에서 수소충전소 기술 고도화 및 안전성 제고를 위해 압축기, 고압밸브, 저장용기 등 핵심부품과 충전기술 국산화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 국산화율 100%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또 1일 1~2톤급 수소 충전기술, 액화수소 충전소 기술 등 대규모 수소충전 기술개발을 통해 수소충전소 설비비용을 절감(2018년 1,000만 원/kg → 2022년 600만 원/kg → 2030년 이후 300만 원/kg 이하)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충전소 성능 및 부품 안전성 평가기술 등 안전성 제고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의 일환으로 오는 11월 1일부터 수소충전소 안전설비 인증제도가 시행된다.     

      

▲ 수소전기차 ‘넥쏘’가 서부산 엔케이 수소충전소에서 충전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사진=엔케이)


수소충전소 안전설비 인증제도 도입 배경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는 국제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된 기준(ISO/TC 197: 국제수소기술위원회)에 부합하는 국내 시설안전기준에 따라 설치·운영 중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수소충전소는 일본 102개소, 미국 74개소, 독일 66개소 등 약 370개소(2019년 2월 기준)가 운영 중이며, 올해 5월까지는 폭발 등의 사고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10일(현지시간) 발생한 노르웨이 산드비카 수소충전소 사고의 경우 수소충전설비의 폭발사고가 아닌 ‘고압저장용기 볼트 체결부의 조립 불량으로 수소가 누출되었고 이로 인해 발생한 단순 화재사고’로 밝혀졌다. 이 사고는 폭발사고는 아니더라도 부품 불량이 언제든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겨줬다.

특히 수소충전소 부품은 82MPa 이상의 초고압에 견딜 수 있는 성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에 설치되는 초고압 부품(밸브, 호스, 센서, 조정기, 이음관 등)에 대한 인증기준이 정립돼 있지 않은 상태다. 수소충전소 안전설비 인증제도가 시행되는 이유다. 이는 수소충전소에 설치되는 안전설비의 KS 인증을 통해 충전소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로,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017년 1월 발의한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법적 근거다.

이 법안에서의 ‘안전설비’는 고압가스의 제조·저장·판매·운반 또는 사용시설에서 설치·사용하는 가스검지기 등의 안전기기와 밸브 등의 부품으로서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하며, 고압가스를 직접 보관하는 용기, 냉동기와 저장탱크 등의 특정설비는 제외된다. 이미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서 특정설비에 대해 제조등록, 검사 등의 관리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압가스의 사용량이 급증하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으나 관련 시설에 설치해야 하는 검지·경보장치, 제독설비 등 독성안전설비와 수소 및 CNG 충전소에 설치되는 초고압설비에 대한 성능인증기준과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아 대부분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을 설치·사용하고 있어 안전관리가 취약한 실정으로, 고압가스시설에 설치되는 부품·안전설비 등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안전인증제도를 도입해 고압가스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는 게 이 법안의 취지다.

법안은 2017년 10월 말 공포돼 올해 11월부터 시행된다. 제도 시행 관련 세부 사항을 규정한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이 오는 11월 이전까지는 개정·공포될 예정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경우 수소가스나 천연가스 충전과 관련된 밸브, 호스, 이음관, 센서 등의 부품, 독성가스의 검지설비나 제독설비, 보호장비 등의 고압가스 안전기기에 대한 인증제도를 마련해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조원철 한국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대리는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2022년까지 300기 이상의 수소충전소가 건립 예정이나 일부 안전설비에 대한 인증기준 부재가 수소충전소 안전확보의 문제점으로 제기되었다”라며 “이의 해소방안으로 수소충전소 안전설비 인증제도가 도입되었고, 이를 통해 국민의 가스안전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주요 선진국의 기술무역장벽 강화에 대응해 수출 활성화를 도모하고 인증비용을 절감하는 등 국내 수소충전소 부품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도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수소충전소 내부 벽면에 다양한 밸브들이 설치된 모습.


인증제도 대상 및 절차
수소충전소 안전설비 KS 인증제도가 시행되면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제18조의4(안전설비의 인증) 규정에 따라 ‘수소충전소 부품을 제조하거나 수입한 자’는 제품을 판매하거나 사용하기 전에 산업표준화법 제15조(제품의 인증)에 따른 KS인증을 받아야 한다. 

KS 인증제도는 한국산업표준(KS) 수준 이상의 제품을 안정적·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부여하는 임의인증이다.

KS인증표시는 KS를 널리 활용함으로써 업계의 사내표준화와 품질경영을 촉진해 안정된 품질과 서비스의 보급 확대 및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KS인증 절차는 KS(한국산업표준) 제정 → KS인증대상 품목 지정(정부) → KS인증기관 지정(정부) → KS인증심사기준 마련(KS인증기관) → 인증심사·KS인증서 발급(KS인증기관) → 사후관리(정부, KS인증기관)로 진행된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난 2017년 12월 고압가스 안전설비 인증제도 수립 추진단(TFT)을 구성해 제도 시행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가스안전공사는 수소충전소용 KS 인증대상 품목으로 밸브, 호스, 센서, 조정기, 이음관 등 10여 종을 검토한 결과 밸브를 인증대상 품목으로 선정했다.

가스안전공사는 수소충전소용 밸브에 대해 국제표준 ‘ISO 19880-3’(2018년 6월 출판)의 완전부합화 작업(표준의 형태 및 내용을 변형시키지 않고 국내표준화 시키는 작업)을 통해 지난해 12월 국내 표준(KS B ISO 19880-3) 제정을 완료했다. 이 표준에는 수소충전소용 밸브에 대한 각각의 시험기준이 명시됐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6월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수소충전소용 밸브를 포함한 가스안전용품 3종에 대한 KS인증대상 품목 지정을 신청받아 기술심의회 심의를 거쳐 KS인증대상으로 지정키로 결정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달 24일 수소충전소용 밸브, 독성가스용 검지기, 독성가스 및 온실가스 스크러버(중화처리 장비) 등 가스안전용품 3종을 KS(한국산업표준) 인증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KS인증대상으로 지정된 품목은 KS인증기관이 실시하는 제품심사와 공장심사를 통과해야 KS인증을 취득할 수 있다.

수소충전소용 밸브(KS B ISO 19880-3)는 수소충전소의 운영, 유지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해 유로(流路)의 조절·차단·압력 조정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제품이다. 제품 종류는 체크밸브, 과류방지밸브, 유량조절밸브, 수동밸브, 압력안전밸브, 차단밸브, 호스분리 장치 총 7종이다. 

다만 오는 1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수소충전소 안전설비 인증제도는 KS인증대상 품목으로 지정된 7종의 밸브 중 3종(체크밸브, 유량조절밸브, 수동밸브)에 대해서만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나머지 4종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적인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체크밸브(Check Valve)는 한쪽 방향으로만 가스를 흐르게 하는 밸브다. 유량조절밸브(Flow Ccontrol Valve)는 압력조정기 후단에 설치되어 가스의 유량을 제어하기 위한 가스 유량 제한 장치다. 수동밸브(Manual Valve)는 수동으로 가스 흐름을 제어하는 장치다.

조원철 가스안전공사 대리는 “KS인증대상으로 지정된 수소충전소용 밸브 중 수동밸브, 유량조절밸브, 체크밸브 3종부터 인증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국내 생산이 예정돼 있거나 개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국내에서 약 7개 기업이 수소충전소용 밸브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수소충전소 안전설비 인증제도 시행 시점 이전(2019년 11월 이전)에 생산된 밸브의 경우 인증제도의 예외규정에 적용돼 업체 자체 성적서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아울러 수소충전소에 이미 설치된 밸브도 예외규정에 적용된다. 이는 인증제도 도입에 따른 업계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 기업들의 인증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확정된 지원책은 없다. 하지만 업계 및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관련 내용을 마련하도록 노력한다는 게 가스안전공사의 방침이다.

▲ 한국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에서의 실증시험 장면.(사진=한국가스안전공사)

수소충전소용 밸브가 KS인증대상 품목으로 지정됨으로써 KS인증기관 지정 및 KS인증심사기준 마련에 관심이 쏠린다. KS인증기관은 정부가 지정하는데, 한국가스안전공사가 KS인증기관으로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수소 및 수소 관련 제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지난 2015년 영월에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를 신설해 초고압 설비·제품 시험장비를 구축해 왔다. 현재 수소전기차에 장착하는 수소저장탱크는 15개 시험 항목 중 14개 시험(총격시험 제외)이 가능하고,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는 제품인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실제 가스안전공사는 수소충전소용 밸브 KS 인증기관 자격 획득을 위해 인증설비를 구축 중이다. 이를 위해 약 2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오는 9월까지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조 대리는 “현재 업계 및 인증 관련 정부 부처 등과 KS인증 절차 체계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 중으로, 조속히 확정해 관련 업계에 안내할 예정”이라며 “인증심사기준의 경우 국가기술표준원에서 확정을 위한 최종 검토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수소충전소용 밸브를 포함한 가스안전용품 3종에 대한 KS인증기관의 심사업무 전문성, 공정성 등 인증심사 수행체계 평가를 오는 9월 중 완료하고, 제조사의 KS인증 신청 접수도 가능하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이승우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이번 KS인증대상 품목 지정을 통해 가스 안전기기와 밸브 등과 같은 주요 부품의 품질과 안전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특히, 수소가스 충전소 구축 등 수소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안전과 품질이 확보된 최적의 제품이 공급될 수 있도록 KS표준 제정과 KS인증대상 품목 추가 지정 등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철 가스안전공사 대리는 “수소충전소 안전설비 인증제도의 조기 정착과 업계의 충격 최소화를 위해 의견수렴 및 홍보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수소충전소 내에 설치된 수소저장용기와 수소 튜브트레일러가 들어선 모습.

한편 밸브 외에도 저장용기, 압축기 등의 인증 및 시험설비 구축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연재 한국가스안전공사 안전관리이사는 “수소충전소 시설 설치 및 기술기준은 사전 준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국제적인 수준으로 정비되어 있으나, 설비 및 부품에 대한 안전성 인증·시험은 그 기준이 일부 마련되어 있어도 인증·시험설비 구축이 아직 진행 중이어서 국내에서 인증·시험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라며 “다행히 수소충전소에 설치되는 7종의 밸브에 대한 KS규격이 마련됐고, 그중 3종의 밸브(수동밸브, 유량조절밸브, 체크밸브)가 오는 11월 1일부터 안전인증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저장용기·압축기·충전기 등의 주요설비에 대해서는 인증 및 시험설비 구축에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이어 “인증 및 시험설비 구축은 국내 수소 관련 산업의 육성을 통한 부품 국산화를 위해서도 필연적인 사항으로 아직 초기 수준인 수소산업의 국제 경쟁력 선제적 확보에도 크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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