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전기차 연료전지용 ‘PTFE 멤브레인 복합막’을 생산하는 코멤텍의 연료전지 전용공장.(사진=코멤텍)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국내 최초이자 미국, 일본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분리막의 핵심소재인 PTFE(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멤브레인 기술을 개발한 코멤텍이 연료전지 전용공장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시장진입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코멤텍(대표 김성철)은 지난 2007년 설립 후 지속적으로 PTFE 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PTFE 멤브레인을 이용한 고성능 카트리지 필터 개발’, ‘고온용 집진기 필터 대체용 여과 면적 증가를 위한 절곡형 PPS-불소계 멤브레인 필터 제조기술 개발’, ‘반도체 클린룸용 유해물질 저감형 불소계 멤브레인 HEPA 필터 개발’, ‘PTFE 기공제어 기술 및 고분자 이온 전해질 함침기술을 융합한 수소연료전지차용 불소계 전해질막 개발’ 등 다양한 국책연구과제를 수행하며 기술력을 축적했다.

코멤텍은 이미 PTFE 멤브레인에 대한 신제품기술인증(NEP)을 받아 한국전력에 관련 제품을 독점 공급해왔다. 또 대우건설, 독일 캠퍼사 등에 공급하며 국내외 레퍼런스를 쌓아갔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까지 7개 기관으로부터 총 7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연료전지용 PTFE 멤브레인 전해질 복합막 사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 코멤텍이 개발한 PTFE 멤브레인 제품.(사진=코멤텍)

PTFE 멤브레인은 시중에 고어텍스(GORETEX)로 널리 알려져 있는 기능성 의류의 핵심 소재로 산업용 필터, 기능성 의류, 수처리 분리막, 이차전지 및 연료전지 분리막 등에 적용해 고성능·고효율화가 가능하다. PTFE 멤브레인은 미국 고어(GORE)사에 의해 지난 1973년 최초 개발된 이후 40여 년간 독점돼 온 기술이다.

이렇게 까다로운 기술을 코멤텍이 국산화 개발한 것이다. 또 PTFE 멤브레인을 활용해 최근 미세먼지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 스택의 막전극접합체(MEA)에 들어가는 전해질막(수소와 산소가 만나 전기를 발생시키는 얇은 층)을 개발, 대량생산 체제를 갖췄다.

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의 국산화율이 99%에 달하지만 100% 국산화가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수입산 전해질막 때문이다. 최근 코멤텍의 PTFE 멤브레인 전해질 복합막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PTFE 멤브레인 복합막의 기술적 우수성
우선 코멤텍이 PTFE 멤브레인 전문 제조 업체라는 점에서 PTFE 멤브레인 복합막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외에서 미국의 고어사와 코멤텍을 제외하고는 연료전지용 PTFE 강화 복합막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복합막의 지지체 역할을 하는 PTFE 멤브레인 전문 제조 업체가 없다는 점이다. 고어사 역시 PTFE 멤브레인 전문 제조 업체이기도 하다. 

▲ 연료전지 전용공장 생산설비.

또 전해질막의 중요한 요소인 이오노머(ionomer: 물속에 포함된 순수한 분자만 통과시키는 선택성 막으로 사용되는 공중합체)는 제조사마다 각기 다른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용도마다 적용하는 이오노머가 달라야 한다. 이에 따른 지지체 역시 이오노머에 최적화된 멤브레인을 사용해야 하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거나 다양한 종류의 멤브레인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PTFE 멤브레인 복합막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것이 코멤텍 측의 설명이다.     

김성철 코멤텍 대표는 “PTFE 멤브레인 전문 제조 업체라는 강점으로 인해 기술 차별화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김성철 코멤텍 대표가 연료전지 전용공장 생산라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PTFE 멤브레인은 원래 소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료전지용 복합막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수성을 친수성으로 바꾸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소수성은 물과의 친화력이 적은 성질을 말한다. 소수성 물질은 물과 친화력이 적어 물에 넣으면 균일하게 혼합되지 않고 자기들끼리 응집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화학적 처리에만 의존하는 방법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표면 개질을 위해 진공 공정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이는 생산 단가가 오르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코멤텍은 진공이 아닌 상온·상압에서 표면 개질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여기에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해 화학적 방법과 물리적 방법을 복합, 처리하는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했다.

김성철 대표는 “대부분의 초기 개발 업체들은 PTFE 멤브레인의 가장 큰 단점인 소수성을  잘 모르고 단순히 이오노머에 함유되어 있는 솔벤트(용제, 용액)의 역할로 친수성으로 바꾸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우리회사는 진공이 아닌 상온·상압 하에서 코로나나 아크 등 일반적인 플라즈마 기술이 아닌 자사만의 플라즈마 개질기술을 이용, 표면 개질 공정을 통해 제막을 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막의 기계적 강도 및 내구성에 많은 강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연료전지 전용공장 생산설비.

코멤텍은 또 열처리 온도 및 열처리 방법에 중점을 두어 표면 및 투과 처리 공정에 대한 고도의 열처리 기술을 확보해 최근 복합막 기술개발의 이슈인 ‘박막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기계적 강도 및 내구성 문제를 해결했다.

김 대표는 “연료전지용 복합막 개발에 있어 열처리의 중요성은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검증된 바가 있다”면서 “그러나 대부분 실험실 수준이나 파일롯(Pilot) 수준의 설비에서 진행한 결과들이고, 실질적으로 막의 열처리 온도는 추정에 의한 것들이 대부분인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본격 양산 위한 연료전지 전용공장 구축
코멤텍은 PTFE 멤브레인 복합막의 본격적인 양산을 위해 전남 영광 대마산업단지에 위치한 본사 제1공장 바로 옆에 35억원을 투자해 올 상반기에 연료전지 전용 제2공장을 완공하고 제품 양산에 관한 제반 설비를 구축했다.  

먼저 연료전지 전용 공장은 ‘PTFE ULPA 크린룸’을 갖췄다. 코멤텍이 직접 설계하고 이 회사의 제품인 ‘PTFE ULPA 필터’를 적용해 1,000class 수준의 크린룸 설비를 구축한 것이다. 생산 라인 부분에는 이중으로 설비를 보강해 청정도를 관리하고 있다.

특히 PTFE 멤브레인을 최대 유효 폭 800mm로 생산할 수 있는 전용 생산 라인를 구축한 게 큰 특징이다. 이전의 280mm에서 약 3배가 늘어난 셈이다. 이를 통해 이오노머 소모량을 줄이고 대량생산이 가능해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게 됐다. 또 버스, 트럭 등 상용 수소전기차 연료전지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미국 고어사는 아직 상용 수소전기차 연료전지에 대응할 수 있는 PTFE 멤브레인 생산라인을  갖추지 않아 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게 코멤텍의 목표다.  

▲ 연료전지 전용공장 생산설비.(사진=코멤텍)

또한 무인 시스템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자동화 라인으로 구축했고, 연료전지 복합막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모든 공정을 라인 내부에 넣어 공정 효율을 높였다.

상온·상압 플라즈마 라인도 마련했다. 표면 개질이나 계면 활성화를 위해 기존의 플라즈마 기술인 코로나나 아크 등과 같은 방식이 아닌 배리어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했다. 진공이 아닌 상온·상압에서 처리할 수 있어 반응 밀도를 올려 99%의 표면 개질도를 확보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현재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연료전지 시장의 현황과 일본·독일·중국 등 개발업체들의 관련 제품 양산 설비들을 확인한 후 양산 체제부터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연료전지 전용 공장을 건설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멤텍은 연료전지 전용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상표(TRANIA)도 출원했다. 우선 국내보다는 해외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일본 및 독일, 중국 업체들과 제품 공급에 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특히 중국은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버스, 트럭,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대면적 복합막 공급에 관한 협의를 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부터 독일 및 중국 관련 업체에 본격적인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박막 내구성 위주로 PTFE 멤브레인을 개발했기 때문에 중국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고도의 기술이다 보니 중국 현지에 맞는 복합막을 새로 개발해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코멤텍 직원들이 연료전지 전용공장 생산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초박막 연료전지 복합막 및 드론용 파워팩 개발
코멤텍은 현재 단층 구조의 초박막 연료전지용 복합막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연료전지용 PTFE 멤브레인 복합막은 현재 다층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수소 투과도 및 막의 기계적 내구성 확보를 위해 개발된 것이지만 향후 연료전지 시장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수소전기차 가격을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소전기차 가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전지 스택의 부품·소재 가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다층구조의 막으로는 가격 인하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층구조의 복합막에서는 이오노머의 소모량이 많기 때문이다. 이오노머는 연료전지 스택의 막전극전합체(MEA)에 들어가는 전해질막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코멤텍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다층구조에서 단층 구조를 가진 복합막을 개발했다. 단층 구조의 복합막은 추가 공정이 없고 성능을 유지하면서 이오노머의 사용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생산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이러한 개발에는 지지체인 PTFE 멤브레인 및 코팅 방법, 전·후처리 기술, 첨가제 등 다양한 관련 기술들이 어우러져야 한다. 

김 대표는 “최근의 막 개발 동향은 ‘박막화’가 화두이며, 이미 박막화에 한계를 보인 기존 업체들보다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초박막 연료전지용 복합막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코멤텍은 박막 제품(12, 15, 18μm)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 김성철 코멤텍 대표.

코멤텍은 드론용 경량 파워팩 모듈도 개발했다. 드론용 연료전지 스택의 가장 큰 문제인 내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사의 복합막을 적용했다. 수소공급을 위해서는 소형 실린더를 이용했다. 개발된 파워팩은 500W, 1kW 두 종류로, 1,000만 원 이하 수준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드론용 수소연료전지 개발은 오랜 기간 진행되어 왔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상용화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고, 가격적인 부분이 만만치 않다”라며 “현재 파워팩만 3,000만 원 정도로 고가이기 때문에 내구성을 높이면서 가격을 낮추는 기술개발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멤텍은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분야 이외에도 산업용 PTFE 멤브레인 제품 공급을 강화할 계획이다. 코멤텍은 PTFE 멤브레인을 이용한 산업용 필터 제품의 국내 시장 공급을 위해 지난 4월 엔피코리아와 협약을 체결했다. 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한 PTFE 멤브레인 샘플용 시장 진출도 준비 중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코멤텍은 연료전지 전용공장에 양산설비를 구축함으로써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대량 양산 시스템을 통해 일정 이상의 생산 속도를 확보하고, 이오노머를 경쟁력 있게 공급받을 수 있는 방안이 이오노머 사용량의 최적화와 더불어 실질적인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 회사는 이러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향후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미국 고어사 제품의 대체를 위해 성능이 보장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완성차 업체들과 논의를 하다 보면 기술 수준이나 차량 가격을 고려했을 때 수소경제가 이미 성큼 다가왔다고 느낀다”라며 “생각보다 빨리 수소경제 시장이 활짝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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