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수소경제’가 다시 상한가를 치고 있다. 국내만이 아니다. 지난 달 일본에서 개최된 G20에서도 주요 관심사로 대두됐다. 수소경제 진입 초기인 만큼 개별 국가의 노력보다는 공동의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수소경제가 일부 국가의 정책이 아닌 글로벌 주요 의제로 점차 굳어지는 형국이다.

 

수소경제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특히 안전은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 수용성이 담보돼야 신뢰를 확보하고 상용화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안전 을 확보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안전사고’이기 때문이다.

 

결국 ‘안전’은 ‘관리’의 영역이다.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면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고도화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눈여겨 볼만한 글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네이버 카페 ‘연료전지동호회’를 이끌고 있는 이현준 부매니저의 최근 글이다. 그는 ‘체크리스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소경제 성패가 여기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이현준 부매니저가 쓴 ‘수소경제의 성패는 체크리스트’라는 글 전문을 일부 편집해 옮긴다.

 

1935년 10월 30일,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미 육군항공대에서 항공기 제조사를 대상으로 한 차세대 장거리 폭격기의 군납품을 위한 비행시합이 개최됐다.

 

말이 시합이지 보잉의 299기가 마틴이나 더글라스를 제치고 완승을 거둘 것이라 모두가 예상했다. 이 폭격기는 요구 사항보다 5배나 더 많은 폭약을 탑재할 수 있었고, 훨씬 빠르며 2배나 더 멀리 갈 수 있었다. 이미 65대의 선 주문을 앞둔 시점이기도 했다.

시합 당일 보잉 299기가 먼저 이륙했다. 굉음을 내며 100미터 상공으로 솟구쳐 오르는 그 순간 모두가 놀랄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엔진이 꺼지며 폭발하고 만 것이다.

 

사고 조사 결과 기계 결함이 아닌 ‘조종사의 실수’로 밝혀졌다. 당시 한 신문은 ‘한 사람이 조종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비행기’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결국 육군항공대는 보잉이 아닌 더글라스 폭격기를 ‘최종 승자’로 발표했다. 하지만 육군은 모델 299를 포기할 수 없었다.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테스트용으로나마 몇 대를 구입하게 되었다.

 

이후 군에서는 이 폭격기를 잘 조종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조종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시간을 늘리면 되겠지만 사고 조종사가 이미 베테랑이었음을 감안할 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그들은 아주 간단한 해결책을 고안했다. 바로 조종사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만든 것이다. 향후 이 체크 리스트는 미군의 항공술을 고도화하는데 크게 일조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체크리스트를 도입한 결과 조종사들은 총 180만 마일을 비행하면서도 단 한 건의 사고도 일으키지 않았다.

 

이후 군은 보잉의 299기를 1만3,000대 주문했다. 이 폭격기가 제2차 세계대전 시 독일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B-17’로 불리는 기종이다.

보잉 299기의 성공 과정을 들여다보면 수소경제와 비슷한 맥락이 있다.

 

첫째, 매우 매력적이다.

세계는 수소경제의 광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갈라파고스를 외치며 수소경제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던 사람들도 미국, 유럽, 일본, 중국에서 앞 다투어 선점하려고 하자 슬며시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모두에게 매력적인 에너지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둘째, 잘 다루어야 한다.

보잉 299기처럼 수소의 장점은 매력적이나 다루기가 매우 복잡하다. 사람들은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낯설어 한다. 그럼에도 지혜를 모아 잘 다룰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미군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낸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셋째, 안전하지 않다고 외면해선 안 된다.

수소는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다. 가용성가스이고 폭발력도 강하다.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고 수소를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외면하지 않고 안전을 담보할 시스템을 갖춰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 하다. 

보잉 299기가 너무나 복잡해 조정이 어렵다고 포기했다면 결코 최고의 폭격기는 탄생하지 못했다.

수소경제는 잘 지키고 잘 다루는 곳에서 지배하게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언급된 체크리스트 즉 명문화(明文化)로 여겨진다.

 

최근 강릉과 노르웨이 사고는,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결국 체크리스트에 따른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안전사고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무지이고, 하나는 무능이다. 무지는 교육을 통한 인력 양산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무능 역시 체크리스트와 같은 꼼꼼한 매뉴얼이 보급돼 반드시 지키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모두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만 못할 일도 아니다.

 

성능, 내구, 가격경쟁력 확보는 수소경제 활성화의 필요조건이나 안전은 수소경제 성패를 좌우할 필수조건 임을 명심해야 한다. ‘제품’ 투자 이상의 ‘안전’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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