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부 주최 ‘2019 국제 수소에너지 컨퍼런스’가 10개국 15명의 연사들과 500여 명의 청중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

[월간수소경제 여이레 기자] 지난 6월 15~16일 일본에서 열린 ‘G20 에너지환경 장관회의’에서 수소경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진 만큼 수소에너지를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우리나라 정부도 올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대한민국 수소에너지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에 발맞춰 외교부를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7일 ‘2019 국제 수소에너지 컨퍼런스’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한국을 포함해 세계 수소에너 지 산업을 선도하는 미국, 독일, 일본 등 10개국 15명의 정부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연사로 초청돼 국제 수소에너지 동향 및 협력 방안 등을 공유했다. 특히 글로벌 1위 석유회사 사우디아라비안 오일 컴 퍼니(아람코)가 컨퍼런스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컨퍼런스가 열린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 홀에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참석해 수소에너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5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호 외교부 차관은 개회사를 통해 “세계 에너지 패러다임이 저탄소 지속가능한 에너지인 수소에너 지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 변화를 위해 한국 외교 부도 세계와 동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추미애 위원은 환영사를 통해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수소에너지 발전을 응원 하며, 한국에서도 중앙정부와 기업의 협력을 통해 수소에너지 부문의 획기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리 팡롱 중국 국가에너지국 차관과 마이클 대내 허 주한캐나다대사는 무탄소 에너지 수소의 장점을 강조하며 수소에너지를 통해 녹색성장과 저탄소 경제 성장을 이뤄내자고 축사를 전했다.

특히 주한캐나다대사는 오는 2040년까지 캐나다 내 ZEV(zero-emission vehicles: 무탄소배출차) 100% 보급을 약속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어 “캐나다는 수소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한국의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지금이 수소에너지 개발 적기” 

글로벌 전문가들은 이번 컨퍼런스에서 지금이 수소에너지 개발의 적기라는 데 공감하고, 앞으로 수소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수소에너지 현황 및 전망’을 발표한 케이스케 사다모리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장은 “수소에너지의 대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그러나 지금은 과거와는 다르게 신재생에너지 기술 발전 및 공급 가격하락과 전기분해 용량의 증가 등 수소에너지를 위한 기술여건과 국제적 수용성 등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지금이 수소에너지를 위한 적기임을 역설한 것이다.

▲ 자리를 가득 채운 컨퍼런스 참가자들이 연사들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 케이스케 사다모리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장은 “2030년까지 세계 수소 시장 규모가 스케일업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다모리 국장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수소 발전은 10년 전 100W 규모에 불과했으나 기술발전을 통해 오늘날 100~200MW 규모의 발전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베른트 하이드 시니어파트너도 ‘국제 수소 시장 현황 및 전망’에 대한 발제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공급 가격의 하락을 강조했다.

그는 맥킨지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풍력에너지와 태양에너지의 국제가격이 비슷해졌고, 태양에너지의 가격은 2010년대에 비해 80% 가까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전해 발전 용량의 증가를 조명했다.  

하이드 시니어파트너는 “현재 50MW 수준인 수전해 용량이 2020년에는 2배로 증가하고, 2025년에는 650MW 이상 증가해 수전해를 통해 보다 많은 수소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다모리 국장과 하이드 시니어파트너는 파리협약 체결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친환경에너지인 수소에너지에 대한 수용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IEA는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데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소에너지 관련 보고서를 최초로 발간하고 지난달 14일 공개한 바 있다. 

사다모리 국장은 “IEA가 최근 발간한 수소에너지 보고서는 수소 생산거점 구축을 통한 수소 가격 인하, 천연가스 파이프 등의 기존 인프라 확대 활용과 수소 무역 전용 해상운송 경로개발 등 깨끗하고 안전한 미래 수소경제 사회의 조기 구현을 위한 실질적이면서도 다양한 방안 등을 담고 있다”며 “이러한 방안을 통해 2030년까지 세계 수소 시장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매킨지의 베른트 하이드 시니어파트너는 ‘국제 수소 시장 현황 및 전망’ 발표를 통해 각국이 수소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지금이 국제 협력에 가장 좋은 때라고 강조했다.

▲ 미국의 수소에너지 개발 현황에 대해 발표하는 낸시 갤랜드 미국 에너지부 기술매니저.

수소 환경성·경제성 확보 연구에 매진 

미국·호주·중국·독일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무·저탄소 경제 성장과 에너지 자급 사회 성장 동력으로 수소경제 사회 실현을 목표하고 있는 점이 이번 컨퍼런스에서 확인됐다. 이들 국가는 수소의 환경성과 경제성 확보를 위해 재생에너지와 갈탄 등을 이용한 수소 생산 연구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낸시 갤랜드 미국 에너지부 기술매니저는 “수소는 미국 경제 전방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에너지원” 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현재 태양력, 풍력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소 생산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탄소배출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운송수단 부분에 수소전기차 도입을 통해 탄소배출 저감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에너지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캘리포니아주는 2023년까지 수소전기차 3만7,40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미국은 수소에너지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 수소 생산, 운반 및 분배 가격을 kg당 4달러, 저장가격은 kWh당 8달러, 연료전지 가격은 kW당 30달러 선으로 각각 낮추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호주도 탄소배출량 제로(Zero)를 목표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수전해, 암모니아 기술을 통한 수소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제이슨 루소 호주 연방산업혁신과학부 국장은 “호주는 탄소배출저감을 위해 넓은 영토와 낮은 자연재해 위험 등 호주의 특징을 이용해 세계에 탄소저장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 창원시가 수소에너지를 통해 전기요금을 절감한 사례를 호주도 국가 전략 차원에서 벤치마킹 하겠다”며 “한국은 수소산업 미래를 선도할 국가이고, 호주도 한국과 함께 하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내 관심을 끌었다. 

중국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소공급 가격을 낮추겠다는 목표로 수소에너지 개발에 힘쓰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중국 내에 1,000개의 수소충전소와 100만 대의 수소전기차를 도입할 계획이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수소에너지를 이용해 ‘무탄소 배출 녹색 올림픽’으로 개최하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목표다. 

펭콴 안 중국 국가에너지국 국제부 부국장은 “중국은 세계 1위 에너지 소비국이자 생산국”이라며 “파이프라인 건설과 액화수소 기술 연구, 재생에너지 수소 발전 등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수소공급 가격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도 수소를 통해 에너지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울프강 라겐 독일 연방경제에너지부 과장은 “독일은 원전에너지와 석탄에너지를 대체할 에너지로 수소에너지를 선택했다”며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화를 목표로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약 1억4,000만 유로를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에너지 기술 개발에 투입한 결과 2017년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열차 시험 운행을 시작했고, 2021년까지 수소열차 14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와 수전해 방식을 통한 수소 생산 기술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독일은 수소에너지 전환기를 맞아 수소 기술 수출과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소 생산·저장·운송 방법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이지 오히라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 국장은 “일본은 수소에너지를 통해 자원 빈국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전략으로 수소에너지를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수소에너지를 활용해 일본의 에너지 자급률을 현재 10% 수준에서 40%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수소 1kg당 3달러 달성과 2050년까지 1kg당 2달러라는 구체적 공급 가격 목표도 내놨다. 

일본은 2025년까지 20만대, 2030년까지 80만대의 수소전기차 보급을 목표로 수소전기차의 양산화 및 가격인하, 항속거리 확장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또 수소전기차뿐만 아니라 가정용 수소연료전지 ‘에너팜’의 보급을 통해 에너지 절약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에너팜 시장 자립화를 실현하고 2030년까지 530만대의 에너팜을 보급할 계획이다.

오히라 NEDO 국장은 “일본은 자연적·지리적 특성상 일본 내에서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소생산 경제성이 낮기 때문에 국제협력을 통해 호주의 갈탄 등에서 수소를 생산해 수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 전했다.  

그는 또 “일본은 다가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수소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올림픽을 일본 수소사회의 쇼케이스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호주의 미래를 위한 국가 수소에너지 전략을 발표하는 제이슨 루소 호주 연방산업혁신과학부 국장.

▲ 독일의 에너지전환에서 수소에너지의 역할에 대해 발표하는 울프강 라겐 독일 연방경제에너지부 과장.

새로운 에너지 무역 상품으로 떠오를 ‘수소’  

사우디아라비아, 뉴질랜드, 호주 등의 국가는 자국 내에서 생산한 수소와 수소 생산에 필요한 1차 에너지원을 해외로 수출하는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수소가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새로운 무역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1위 석유회사인 아람코(사우디아라아비아 국영 석유기업)가 원유 생산에서 수소에너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람코는 에어프로덕츠와 협력해 최근 본사가 위치한 사우디 다란에서 자국 내 첫 수소충전소 가동을 개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 일정에 앞서 지난달 25일 한국을 찾은 ‘아민 나세르’ 아람코 사장 겸 최고경영자는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도 수소에너지 협력 방안을 찾겠다”라며 “현대자동차와 수소에너지 분야 협력 을 계획 중이다.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이며 친환경 적 미래 자동차 산업을 위해서는 수소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아람코는 국내 정유사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이다. 최근에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17%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수소 에너지 협력을 가속화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 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 연사로 나선 ‘아흐메드 아시난’ 아람코 기술전략담당임원은 “현실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만을 통한 수소 생산에는 한계가 있다”며 LPG 개질방식을 통한 수소 생산을 권유했다. 

아시난 이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LPG를 수입한 국가가 LPG 개질을 통한 수소 생산 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사우디로 보내 사우디 현지에 저장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배를 통한 수송에도 LPG가 가장 용이하고 가격경쟁력이 있으며, 이미 구축된 LPG 파이프라인을 이용하면 유통 및 이산화탄소 운송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아람코사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 LPG 개질을 통한 수소 생산과 CCS 솔루션에 대해 발표하는 아흐메드 아시난 사우디아람코 기술전략담당.

이산화탄소의 교역이 가능하냐는 청중의 질문에 아시난 박사는 “이산화탄소는 독성 물질이 아니며 이미 네덜란드 등의 국가가 이산화탄소를 교역하고 있다”고 답했다. 

뉴질랜드는 재생에너지가 매우 풍족한 나라다. 2018년 기준 뉴질랜드는 이미 80%가 넘는 전력의 수요를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충족하고 있다.

‘린다 라이트’ 뉴질랜드수소협회 회장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제로 배출 경제를 실현하고자 하는 뉴질랜드는 수소에너지 발전에도 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그린수소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은 물론 수소 기술 제품의 국산화를 통해 관련 기술 수출도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 호주의 수소 수출 추진 방향에 대해 발표하는 섀넌 오로크 우드사이드 수소비즈니스부문장.

호주 기업 우드사이드는 한국과 호주의 오랜 교역 관계를 강조했다. 호주의 낮은 인구밀도는 풍력,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가능케 하고 수전해를 통해 생산한 호주의 수소를 한국에 수출할 의사를 내비쳤다.

섀넌 오로크 우드사이드 수소비즈니스부문장은 “양질의 저렴한 신재생에너지를 한국으로 수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며 “호주가 향후 30년 간 전 세계에 수소를 공급하는 주요 수출 국가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일본과 호주는 호주 빅토리아주 갈탄에서 추출한 수소를 액체수소 형태로 일본으로 운송하는 기술을 내년 중에 테스트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에 참석한 글로벌 수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점은 수소에너지가 미래 사회의 주요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점과 이를 위해 세계가 협력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또 각국이 수소 에너지로의 전환에 적극적인 지금이 국제 협력과 공감대 형성에 가장 좋은 ‘적기’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소연료전지 기술의 관건은 ‘비용을 낮추고 효율을 높이는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베른트 하이드 매킨지사 시니어파트너는 “과거에도 수소에너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지만 지금은 급격한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수소에너지에 대한 논의와 기술 개발이 가속화 되고 있다”면서 “국제적인 협업을 통해 수소 시장부터 만들어나가야 하고, 이후부터는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수소 생산·저장·운송·이용 등 수소산업 전 분야에 이르는 국제적인 협력으로 수소 시장을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가 지난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세계 각국이 한국의 수소에너지 정책과 시장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도 글로벌 전문가들이 몰려온 점이 이를 방증한다. 실제 해외 기업들의 한국 수소시장 진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에 참석한 김기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전 세계가 화석연료 에너지에서 수소에너지로의 전환기를 맞고 있는 지금 한국이 수소에너지 리딩 국가로서 각국과 능동적으로 교류하며 세계 에너지 전환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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