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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산업 초기 견인, 가스공사 역할 커진다

천연가스사업 경험·노하우 바탕으로 수소산업 진출
수소충전소 SPC ‘하이넷’에 최대 출자사로 참여
지난 4월 29일 ‘중장기 수소산업 추진 로드맵’ 발표
2030년까지 4조7,000억 원 투자…수소 인프라 구축 ‘최우선’
수소시장 독점화 및 재원 조달 의문 등 우려 목소리도 나와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해 국내에 공급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가 지난 1월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이후 수소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 붙였다.   

지난 1983년 설립된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배관망 및 공급관리소 설계·건설·운영, 해외에서의 자원 수입 및 인프라 사업, CNG 및 LNG 충전사업, 요금제도 설계·운영 등의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고, 천연가스 사업과의 연계성으로 인해 수소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시너지효과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의원(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해 발의한 ‘한국가스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개정·공포돼 가스공사가 수소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법적 토대도 마련된 상태이다.  



이 법안은 지난 2000년부터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의 일환으로 천연가스로부터 수소제조 및 연료전지 관련 연구개발을 추진 중에 있는 한국가스공사의 사업범위에 수소의 제조·공급 및 공급망의 건설·운영과 수소의 개발 및 수출입 등을 추가해 수소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수소산업이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시장 형성까지는 시간이 걸려 민간기업에서는 투자에 한계가 많은 상황으로 공공기관이 주도적으로 수소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지난 3월 초 공식 출범한 수소충전소 설치·운영 특수목적회사(SPC) ‘하이넷’의 최대 주주사(300억 원 출자, 지분율 22%)로 참여하면서 수소산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제는 수소경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수소경제 활성화에 나설 예정이다. 

가스공사, 수소사업 추진 로드맵 수립
가스공사는 지난 4월 29일 미래 저탄소·친환경 에너지 시대를 선도하고 수소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수소사업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소 생산·유통망 구축을 통해 수소경제 활성화를 견인한다’는 비전으로, 국가 전체 수소 수요의 60% 이상 공급하겠다는 것이 가스공사의 목표다. 수소충전소 수요량의 100%, 연료전지 및 혼소 발전 수요의 약 60%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총 4조7,000억 원을 신규 투자해 일자리 5만 개 창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가스공사는 △수소 운송·유통 부문 인프라 선제 구축 △수소산업의 상업적 기반 조성 △수소산업 전 밸류체인의 기술 자립 실현 △선진국 수준의 안전관리 체계 조기 확립을 ‘4대 추진방향’으로 설정하고 정부와 함께 세부 추진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가스공사는 지난 1월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이후 대내외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TF를 꾸려 약 3개월간 의견 수렴 및 연구 분석 등을 실시하고 중장기 수소사업 추진 로드맵을 마련했다.



수소 운송·유통 인프라 선제 구축 
먼저 가스공사는 수소시장의 자생적인 성장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수소 제조·유통 부문 인프라를 선제 구축한다. 

전국 4,854km에 이르는 천연가스 배관망과 공급관리소 403개소를 활용해 2030년까지 수소 생산시설 25개를 마련하고 설비 대형화 및 운영 효율화를 통해 제조원가를 낮출 계획이다. 

우선 올해 수소생산시설 실증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업비 약 60억 원을 투입해 김해관리소에 수소추출기와 수소충전소를 설치해 실증운영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증단계를 거쳐 오는 2022년까지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9개소, 2025년까지 수요증가 및 설비 가동률 등을 고려해 6개소, 2030년까지 수소 수입 인프라 등을 고려해 10개소 등 총 25개소를 단계적으로 구축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수소 운송 인프라와 관련해서는 2030년까지 튜브트레일러 500대(소유: 가스공사, 운영: 민간 위탁), 수소배관망 700km 구축을 목표로 설정했다. 초기에는 튜브트레일러를 통해 공급하고, 중장기적으로 배관과 튜브트레일러(T/T) 공급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가스공사는 2022년까지 T/T 140대와 주요 거점도시에 수소배관 100km, 2025년까지 T/T 100대 및 거점도시 중심의 광역권 환상망 500km, 2030년까지는 T/T 260대와 수요 증가 및 해외 수입 대비 배관망 100km 이상을 구축할 계획이다. 

충전 인프라 분야에서는 2022년 거점화 단계까지 하이넷을 통해 수소충전소 100기를 구축할 예정이다. 잠재수요 기준으로 수소충전소 구축 지역을 3개 등급으로 구분해  선도지역 15기, 확대지역 55기, 균형발전지역 30기를 각각 구축한다는 목표다.



가스공사는 오래 전부터 LNG화물차 보급에 많은 신경을 써왔다. 이번 로드맵에서는 2030년까지 화물차용 복합충전소(천연가스+수소) 10개소 구축 계획이 담겼다.

우선 LNG화물차를 보급하고, 수소화물차는 공공용 자동차 중심으로 경제성 확보 후 보급 확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즉 LNG충전소를 먼저 지은 후 복합 형태로 수소충전소를 추가 구축한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2021년까지 LNG충전소 20개소를 구축한 후 2022년부터 2030년까지 20개소의 LNG충전소 중 10개소를 복합충전소(천연가스+수소)로 전환하는 한편 2040년까지는 신규로 화물차용 수소충전소 10개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가스공사는 연료전지 인프라 보급에도 앞장선다. 

LNG생산기지에서 발생하는 BOG(증발가스)를 연료전지 발전소에 공급해 전력 및 열을 생산하는 사업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600~1,000MW 규모의 연료전지를 보급한다는 목표다.



가스공사는 이 같은 사업모델을 통해 전기 판매수익, BOG 처리비용 및 LNG 기화비용 절감, 온실가스 감축 등 다양한 부대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료전지 100MW당 약 30억 원의 LNG 제조원가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소산업 상업적 기반 조성   
가스공사는 수소산업의 상업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유통구조 효율화로 수소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운송방법·거리 등에 따른 가격 편차 해소에도 나선다.

먼저 수소공급가격은 2030년 기준 4,500원/kg에서 2030년 이후에는 3,000원/kg으로 낮춘다는 목표다. 이 같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부생수소 활용 확대, 해외 수소 생산·수입, 대량 운송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생수소는 단가가 저렴해 제조 인프라 투자비를 최소화할 수 있고, 러시아 천연가스와 북방석탄 이용 시 단가 저감이 가능하다는 게 가스공사의 판단이다. 또 고도의 기술과 대량 공급 체계로 전환하면 운송 원가를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격경쟁력 확보뿐만 아니라 대량의 수소공급 안정성 강화 차원에서도 필요한 해외 수소 생산·수입과 관련해 오는 2030년까지 연간 30만 톤, 2040년까지 연간 120만 톤 규모로 수소 수입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수입 방식으로는 북방 자원 활용을 먼저 추진하되 호주 등에서의 해상 운송사업도 검토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탄소 포집 및 자원화 등 이산화탄소 처리기술과 풍력·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제조·수입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수소 액화기술 등 해상 수입 관련 기술도 함께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가스공사는 안정적인 수급관리와 효율적인 유통관리로 지역별 가격 편차가 큰 수소를 운송 거리에 관계없이 단일가격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주요 거점별 수소 생산·운송 인프라를 구축해 수소 수급을 안정화하고, 동일 가격으로 수소를 유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안정적인 수급관리와 관련해 시장형성기에는 선제적인 수소 인프라 확충을 통해 공급안정성을 확보하고, 해외 도입기에는 탄력적 공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 가스공사, 민간사업자 간 수소 수급 및 인프라 분야 협력을 위한 ‘수소 수급협의회’를 구성·운영한다는 방침이다.   

R&D 확대 및 안전관리체계 확립
가스공사는 수소 R&D 투자를 확대하고 개방·협업형 기술 개발을 통해 수소산업 전 밸류체인의 기술 자립 실현에 나선다.

2030년까지 3,000억 원을 투자해 주요 기자재 국산화를 완료하고, 산·학·연 협력 개발로 탄소 자원화 및 수전해 수소 생산 등 미래 핵심기술을 집중 육성한다.

특히 전주기(Life Cycle) 소재·부품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해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섬으로써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무 완수에도 힘을 기울인다.

이 밖에도 가스공사는 선진국 수준의 수소 안전관리 체계를 확립해 나가기로 했다.

가스공사는 수소와 물성이 유사한 고압 천연가스 공급설비를 30년 넘게 운영해온 경험과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관리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소산업 전주기 안전관리 체계를 조기에 구축하고 안전 관련 국제표준을 선도해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먼저 오는 2020년까지 수소시설 설계·구매·시공 분야 안전기준, 2022년까지는 수소 생산 및 저장·운송 분야 안전관리체계를 각각 확립하기로 했다.

수소 판매 분야에서는 수요자 안전관리 수준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수소 물질안전보건자료 개발 및 배포, 수요자 시설 합동 안전점검 및 사후관리 등 위해 예방조치, 수소 시설기준 국제인증 등을 추진키로 했다.  

가스공사는 수소사업 추진 로드맵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조달 계획도 마련했다.    

가스공사는 수소생산기지 25개소, 수소배관(국내 740km, 수입 1,000km) 및 해외 제조시설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총 4조7,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생산 및 공급 인프라에 2조2,000억 원, 해외 제조 등 수입 관련 인프라에 2조5,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비는 오는 2025년까지 1조2,000억 원, 2026년 이후부터는 3조5,000억 원(국내 1조 원, 해외 2조5,00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총투자비 4조7,000억 원 중 1조 원은 자체자금으로 하고, 나머지 3조7,000억 원은 외부(보조금, 투자유치, 차입 등)에서 조달할 방침이다. 자체자금 1조 원 중 4,000억 원은 2025년까지, 나머지 6,000억 원은 2026년 이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수소시장 독점화 등 우려도 나와
가스공사가 수소사업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가스공사의 수소시장 독점 우려와 함께 수소사업 투자 여력이 의문이라는 등 부정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먼저 수소공급 목표가 높고, 천연가스산업과 같이 수소사업도 가스공사에 의해 독점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는 초기 수소경제 시대는 천연가스 개질 방식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모빌리티 부문은 천연가스 인프라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공사는 안정적인 수급관리 등을 고려해 최대 공급량을 감안해야하므로 모빌리티 부문의 전량을 목표치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가스공사의 한 관계자는 “최대한 민간과 협력해 관련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이 공사의 기본방침”이라며 “수급관리 및 가격의 불균형 해소 등 공공의 가치가 필요한 부분에 집중해 수소경제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공사의 부채비율이 높은데 과연 수소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가스공사의 관계자는 “수소 인프라 구축은 수요증가에 따라 거점화, 확장, 효율화 순으로 추진해 시장의 성장에 따라 단계적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시장의 성장에 따라 수익이 실현되고 공급가격은 인하돼 수요를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공사의 투자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다”라며 “아울러 가스공사는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투자비총량제’를 추진하고 있으며, 수소사업 역시 이 제도의 한도 내에서 추진될 것이다. 부채비율은 2028년까지 200% 내로 관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북방자원을 활용한 수소 수입 계획이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위험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스공사의 관계자는 “해상을 통한 수입 방식은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은 반면 육상(배관)을 통한 수입은 이미 기술적으로 검증이 완료된 경제적인 방식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수소 제조원가의 인하와 향후 동북아가 에너지로 연결되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천연가스 개질 방식의 환경개선 효과가 의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천연가스를 개질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가 일부 배출되지만 연료 전주기 관점에서 환경개선 효과는 우수하다. 향후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공급 확대 시 탄소프리가 가능하다. 다만 초기 수소시장은 천연가스 개질에 의한 방식이 주가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도 일정 부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에 따라 공사는 탄소포집 및 자원화 기술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2025년까지 관련 기술을 개발해 2030년까지 상용화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가스공사는 설명하고 있다.  



LNG생산기지에서 발생하는 BOG를 연료전지 발전소에 공급하는 사업에 대해 연료전지 발전사업 진출 의미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있다. 가스공사의 주요 역할이 연료전지 발전사업자에게 BOG를 공급하는 것이지만 민간사업자가 공사의 지분참여를 요구하는 경우 등에 한해 합작형태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스공사 측의 설명이다.      

김영두 한국가스공사 사장 직무대리는 “이번 로드맵 수립을 계기로 수소산업이 차세대 국가 핵심산업으로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더 나아가 세계 유수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미래 저탄소·친환경 에너지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새로운 가스공사의 위상을 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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