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장/연구위원

[월간수소경제 김재경 객원기자] 지난 1월 발표된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수소산업 확산을 위한 국가 비전으로서 ‘수소전기차 및 연료전지 세계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을 목표로 수소전기차와 발전용·자가용 수소 연료전지 등 수소 활용산업에서의 시장창출과 육성에 우선적인 중점을 두고 있다. 

먼저 수소전기차의 시장창출을 위해 수소전기차 양산체계 구축 및 보급 확대, 수소 택시·버스 등 대중교통 전환, 공공부문 수소 트럭 활용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시행해 내수 및 수출물량을 포함, 2018년 약 1,800대인 수소전기차 시장의 누적 규모를 2022년 8만1,000대, 2040년에는 620만 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물론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수소충전소가 함께 구축되어야 하므로 2018년 14개소에 불과한 충전소도 2022년 310개소, 2040년에는 1,200개소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수소 연료전지의 시장창출을 위해 발전용 연료전지 설치 규모를 현재 307.6MW에서 2022년 1.5GW 수준으로 확대해 대량생산을 통한 설치비와 발전단가를 2025년경에는 중소형 가스터빈 수준까지 낮춤으로써 2040년 수출 및 내수물량을 15GW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호주 라트롭 밸리에 있는 갈탄 채굴 현장. 일본은 이곳의 갈탄에서 생산된 수소를 수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사진=fuelcellsworks)

또한 자가용 연료전지도 현재 7MW 정도의 보급 규모를 2022년 50MW, 2040년에는 2.1GW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수소 활용산업이 육성되면 파생수요로서 수소 자체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자연스럽게 에너지 부문을 중심으로 수소시장의 규모도 커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 수요 증가 시 해외 수소 수입 필요

현재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 등 수소 활용산업에서 창출되는 수소 수요는 연간 13만 톤 정도이지만 로드맵대로 수소 활용산업이 성장할 경우, 오는 2022년에는 연간 47만 톤, 2030년에는 194만 톤, 2040년에는 526만 톤까지 확대된다. 이를 통해 ‘화석연료 자원 빈국에서 그린수소 산유국으로의 진입’이라는 추가적인 비전 달성을 이룬다는 것이 이번 로드맵의 주요 골자라 할 수 있다.

▲ 일본의 차세대 수소에너지 체인 기술 연구조합(AHEAD)은 브루나이에서 수소를 생산해 일본으로 들여오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사진은 AHEAD가 가와사키시에 건설하는 탈수소 플랜트 조감도.(사진=AHEAD)

사실 이 같은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에너지 정책적 측면보다 현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의 일환인 첨단산업 육성정책에 무게 중심이 있으며, 그만큼 수소경제의 경제적 가치가 중요하게 고려되었다고 사료된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수소경제 이행 추진의 정당성을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수소 활용을 통한 에너지 소비의 탈탄소화로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저감 등 환경적 가치에도 두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적 측면에서 수소경제 이행 추진의 정당성은 연료전지 기반 수소활용 산업의 초기 시장창출 및 육성을 위해 단기적이면서도 한시적으로 천연가스 추출방식의 수소생산 및 공급 확대를 추진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친환경 CO2-free 수소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약속이 전제된 것이다. 

만일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수소경제 이행 추진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 적어도 환경적 측면에서는 재평가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환경적 측면에서 정당성은 친환경 CO2-free 수소 공급 확대에 달려있음을 고려할 때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로드맵대로 수소 활용산업이 성장할 경우 수소 수요는 2040년 526만 톤까지 확대된다. 현재 수소전기차에는 석유화학 공정 등의 부산물인 부생수소가, 연료전지는 주로 천연가스 추출수소가 공급되고 있지만 수소경제 이행 초기 단계에서는 천연가스 추출수소를 핵심 공급원으로 삼아 LNG 공급망, 수요처 인근 등에 규모별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2040년에는 전체 수소수요량의 70%를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CO2-free 수소로 공급한다는 계획이고, 로드맵은 친환경 CO2-free 수소 생산을 위한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기술개발 지원 계획을 일부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기술 개발, 나아가 실증 등을 지원하는 것이지 생산을 확대하는 지원책은 결단코 아니다. 

▲ 호주에서 수소 수입을 추진 중인 HySTRA(일본)의 액화수소운반선 모형.

사실 경제적 측면에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직접 수전해 수소 생산장치를 설치, 수소를 생산할 경우 재생에너지 전기의 기회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재생에너지 전기에 대해 계통한계가격(SMP)과 함께 가중치를 적용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까지 보상하는 현행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기조 하에서 수전해 수소 생산 확대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천명한 바와 같이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30~35%까지 확대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공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전기에 대해 더 많은 보상이 이뤄질 경우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수소 생산의 손익분기점 상승으로 이어져 위축이 불가피해진다. 추가적으로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생산 확대를 위한 지원방안,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의 지원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처럼 제한적인 재생에너지 기반 CO2-free 수소 생산 여력을 감안할 경우 2030년부터는 해외 재생에너지, 갈탄 등을 활용해 생산된 친환경 수소에너지 수입을 통해 상당량의 부족분을 보충해야 할 필요가 있다. 

▲ 브루나이에서의 수소를 도입할 예정인 일본 AHEAD의 임원들이 실험 공장 준공식에 서 시삽을 하고 있다.(사진=Green Car Congress)

“수소, 새로운 에너지 교역상품 될 것”

수소 수입 방안은 안정적인 수소 수급과 가격 안정, 국내 온실가스 감축, 수소경제 선도 등과 함께 수소운반 선박 등 관련 산업 육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이에 로드맵은 해외 친환경 수소의 국내 도입을 위한 액화수소 운송 선박 핵심기술(극저온 단열 기술, 적하역 기술, BOG 처리 기술)을 집중적으로 지원, 2030년 개발 및 실증을 완료, 시험운항 및 상용화한다는 계획과 함께 액상(유기화합물) 운반선에 대한 장기적인 기초 연구도 병행할 예정이다. 

한편 에너지 정책적 측면에서는 수소가 에너지 또는 에너지원(源: source)이 아닌 ‘에너지 운반체(energy carrier)’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는 크게 1차 에너지와 최종에너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때 1차 에너지는 자연계에서 경제계로 투입된 자연 상태의 가공(또는 전환)되지 않은 에너지(원)를, 최종에너지는 직접 소비가 가능한 형태로 가공(또는 전환)된 에너지를 의미한다. 

수소는 우주 물질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지만 질량이 가벼워 지구상에는 물이나 탄화수소 등 상대적으로 무거운 산소나 탄소 등과의 화합물 형태로만 존재한다. 이로 인해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화합물에서 수소만을 분리해야 하며, 이때 다른 에너지(예: 천연가스, 태양광 등)를 원료나 연료로 투입해 가공(또는 전환)하여 생산하기 때문에 자연 상태의 1차 에너지로 볼 수 없다. 

▲ 호주 퀸즐랜드주와 일본의 스미토모가 글래드스톤에 태양광 발전을 활용한 수소생산시설을 구축, 이 시설에서 생산된 수소를 일본 등에 수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 스미토모의 임원진과 학계 관계자들이 글래드스톤 항구와 노던 오일 정유공장을 방문한 모습.(사진=The Observer)

또한 로드맵이 설정한 바와 같이 주로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단순한 (촉매)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와 열, 즉 최종에너지를 생산하는 수단으로 간주하게 되면 최종에너지로 보기 어려워진다. 

결국 수소는 그 자체로 에너지(원)라기보다는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된 다른 에너지를 전기나 열 등 최종에너지로 전달하는 에너지 전환과정의 ‘에너지 전달 매개체’로서 실상은 구리전선, 배터리 등과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다. 특히 전기나 열 등 최종에너지를 대규모로 저장해 장거리로 운송할 수 있는 기능 역시 내재돼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수소의 대규모 저장과 장거리 운송 능력은 해운을 통해 바다 건너로 전기나 열 등 최종에너지, 특히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나 열을 수소에 체화시켜 이송을 가능케 해줄 수 있다. 수소를 매개로 국가나 대륙 단위로 저렴하게 생산된 전기나 열을 다른 국가나 대륙으로 운반하여 거래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새로운 에너지 교역상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원 중심의 교역상품이 에너지 운반체인 수소로 대체될 경우 장기적으로 에너지 교역 패턴 자체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가령 석유나 천연가스 주산지인 중동을 중심으로 한 교역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주산지(예: 호주나 사하라 내륙 사막 등)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이로 인해 국제적으로 수소경제가 활성화되면 에너지 운반체(energy carrier)로서 수소는 최종에너지의 ‘대규모 저장과 장거리 운송’ 능력에서 진가를 발휘해 궁극적으로 에너지 교역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이처럼 국제적인 수소경제 활성화로 인한 에너지 교역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수소의 해운이송을 위한 중장기적인 준비가 반드시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일본의 수소 수입 프로젝트 사례와 시사점

우리보다 한발 앞서 수소경제를 추진해온 일본은 이러한 수소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간파하고, 호주나 브루나이 등에서 수소 해운이송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 호주 WA주 버럽반도에 위치한 야라의 암모니아 생산 공장.(사진=The West Autralian)

먼저 호주 빅토리아에 매장된 갈탄에서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운송·이용까지 한 번에 가능한(액화 수소 공급망을 구축하는) 일본의 시범 프로젝트가 J파워(호주 현지 갈탄에서 수소추출, 가스화 플랜트), 이와타니산업(수소 액화 및 탱크저장, 유통), 가와사키중공업(액화 수소 수송선 개발), 쉘 재팬(해상운송 담당) 등 4개사 공동으로 2016년 설립한 HySTRA(CO2-free Hydrogen Energy Supply-Chain Technology Research Association)에 의해 진행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갈탄의 가스화, 액화수소의 장거리 대량운송, 액화수소 하역 등의 기술 개발을 진행해 2030년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미쓰비시는 브루나이 자사 LNG 생산기지를 거점으로 전용시설을 건설(치요다 화공)해 LNG에서 수소를 분리하고, 니폰유센이 선박을 이용, 2020년부터 수소 해운이송을 개시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의 실증단계에서는 수소전기차 4만 대분(210톤/년)의 수소를 우선적으로 도입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치요다 화공건설 등 일본계 4사가 차세대 수소에너지 체인 기술 연구조합(AHEAD; Advance Hydrogen Energy Chain Association for Tech.Develop)을 결성해 수행하고 있으며, 현지에 건설 중인 수소화 플랜트에서 MCH((Methylcyclohexane)로 변환, 일본에 수송한 후 가와사키에 탈수소 플랜트를 건설하게 된다.]

이 밖에도 암모니아를 수입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호주의 태양광 발전의 전력을 활용해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공기로부터 질소를 분리, 수소와 질소를 결합하는 Haber-Bosch 공정을 통해 액상 암모니아를 우선적으로 합성·생산한다. 이후 생산된 대규모 액상 암모니아를 LPG선박으로 일본으로 운송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호주의 암모니아 제조사 Yara는 태양광 발전 연계 암모니아 파일롯 플랜트를 올해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일본 Oita대학은 암모니아를 부분 산화시켜 RuO2/Al2O3 촉매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현재 개발 중에 있다.

이처럼 일본이 호주나 브루나이 등 수소 수출의향이 있는 국가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수소 해운이송 프로젝트는 수소 해운이송과 관련된 밸류체인별로 특화 기술을 갖춘 기업들의 협의체가 중심이 되어 수행해 왔으며, 정부의 지원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로드맵에 제시된 바와 같이 2030년부터 해외 수소 도입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수소운반선박 개발만 해서는 안 되며, 수소 해운이송 관련 전체 밸류체인별 특화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종합적인 수소 운송 프로젝트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수소운반선박, 특히 액화수소 운반 기술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진 로드맵에서 한발 더 나아가 수소 운송 상 벨류체인별로 특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추가적인 기술개발 로드맵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며, 수소 수출의향이 있는 국가와 직접 연계한 프로젝트 기획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가령 2030년 호주 빅토리아 갈탄에서 추출한 수소를 직접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2040년까지는 호주나 캐나다의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도입으로 목표를 확대하는 등 구체적인 기획이 제시돼야 한다. 

▲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 2단계 남항사업 부지 조감도.

이와 함께 2030년부터 수소 해운이송을 통해 국내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수소 인수기지 준비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 로드맵은 2022년부터 액화 플랜트 등 관련 인프라·기술개발 등을 통해 해외 생산 수소 인수기지 건설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보통 인수기지 등 항만개발과 연계된 중·대 규모 인프라 사업은 기획 단계부터 실제 건설, 운영에 이르기까지 대략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만일 2030년부터 수소 해운이송과 도입을 목표로 한다면 지금부터 수소 인수기지 기획이 필요하며, 첫 단계로서 인수기지 부지 선정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물론 수소 인수기지 부지가 어디가 적합한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요구되지만 현 단계에서 2030년 시범적인 수소 도입 프로젝트를 위한 인수기지를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 2단계 남항사업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지난 2008년 이후 국정과제로 추진돼 온 동북아 오일허브사업은 현재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 1단계 북항사업이 ‘에너지허브’라는 이름으로 LNG인수기지를 일부 포함하도록 사업을 변경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추진 예정인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 2단계 남항사업은 방파제 공사 등 항만부지 개발이 곧 진행될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부지 활용 계획이 마땅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를 해외 수소 도입 시범사업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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