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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쏘의 연료전지 금속분리판 책임지는 ‘유한정밀’

유한정밀, 수소전기차 ‘넥쏘’의 연료전지 금속분리판 전량 공급
금속분리판 금형 개발·설비 구축 위해 지난 10년간 118억 원 투자
금형 내구성 확보에 주력해 성공…해외에서도 많은 관심 보여



[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은 울산에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경제를 향한 정부의 의지를 재차 확인시켰다. 이날 울산시청에는 수소경제 전시가 마련되어 현대자동차, 두산, 에스퓨얼셀, 세종공업 등 국내 기업들이 수소전기차 및 부품, 연료전지 분야 기술력을 뽐냈다.

이날 전시에 유한정밀도 참여했다.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연료전지 금속분리판을 선보였다. 수소전기차의 심장이라 불리는 스택(stack) 중에서도 금속분리판은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부품이다. 유한정밀은 지난 2013년 출시된 ‘투싼ix’에 이어 차세대 수소전기차인 ‘넥쏘(NEXO)’에도 자사의 연료전지 금속분리판을 공급하고 있다.

1984년 창립해 프레스 금형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유한정밀은 LCD 산업이 호황이던 2000년대 초, 금형을 이용한 LCD 양산을 통해 회사 규모를 키워 나갔다. 하지만 LCD 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때마침 현대자동차 마북연구소에서 차량용 연료전지 금속분리판 개발을 의뢰해 왔다.

정기오 유한정밀 이사는 “연료전지 금속분리판이 상당히 어려운 분야라는 사실은 다른 기업들로부터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로 국내 유수의 금형 업체들이 도전했지만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송유성 유한정밀 대표는 “우리 회사의 모토는 다른 기업에서 못 만드는 금형, 다른 기업에서 포기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연료전지 금속분리판 개발을 독려했다고 한다.



높은 기술력 필요한 연료전지 금속분리판
스택을 가리켜 수소전기차의 심장이라고들 한다. 수소전기차는 기존의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 스택에서 만들어진 전기로 모터를 구동시키기 때문이다.

하나의 스택은 440여 개의 셀로 구성된다. 셀은 금속분리판과 이를 밀봉하는 가스켓, 기체확산층(GDL), 막전극접합체(MEA) 등으로 이뤄진다. 금속분리판은 GDL과 MEA의 지지대 역할을 하며 수소와 산소가 통과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준다.

연료전지 금속분리판은 매우 얇은 소재를 성형해야 하므로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흑연(graphite)을 일일이 깎아서 만들 수도 있지만,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수소전기차 한 대에 1,000여 개의 금속분리판이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2008년 현대자동차 마북연구소는 프레스 금형을 이용한 연료전지 금속분리판 대량생산을 위해 이름난 금형 업체들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소재 특성으로 인한 높은 불량률 때문에 도맡겠다는 업체를 찾기가 힘들었다.

마침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던 유한정밀이 연료전지 금속분리판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같은 결정이 10여 년간 추진되어 온 길고 꾸준한 기술 개발의 시작이었다.

국내 최초 연속성형 통한 금속분리판 제작
유한정밀은 LCD 금형 개발 노하우를 살려 프레스 금형을 이용한 금속분리판 제조에 나섰다. 처음에는 4대의 프레스 장비에 금형을 각각 하나씩 세팅한 뒤, 금속분리판을 옮겨 가며 성형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이때 하루에 생산 가능한 금속분리판의 개수는 500여 개. 문제는 이 중 양품이 50여 개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두께가 아주 얇은 흑연 소재를 가공하다 보니 금속분리판이 찢어지는 크랙 현상이나 프레스 과정에서 소재에 변형이 생기는 스프링백 현상이 발생했다.

유한정밀은 ‘연속성형’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했다. 차량용 연료전지 금속분리판을 연속성형으로 제조한 것은 유한정밀이 국내 최초다. 대형 프레스 장비에 공정별 금형을 전부 세팅하고 연속으로 찍어내므로 불량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생산 시간도 대폭 줄어들었다.

한편 유한정밀은 지난 8년간 금속분리판 코어 금형 개발을 추진해 왔다. 유로를 형성하는 코어는 차량용 연료전지 금속분리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유한정밀은 지난 8년간 19억 5,000만 원 가량을 투자해 코어 금형만 200벌을 제작했다.



금속분리판 코어를 제작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손바닥만한 금형을 600톤이라는 커다란 힘으로 누른다. 따라서 금형의 내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처음에는 5만 개를 생산하면 금형을 폐기해야 했다. 지금은 열처리, 코팅 등 금형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끊임없는 개발 덕분에 30만 타 이상의 내구성을 확보했다. 당초에 비해 내구성이 6배 가량 향상된 것이다.

금형 가공에는 CNC 고속가공기를 이용하고 있다. 공구와 금형은 창과 방패 같은 관계로, 금형이 단단해질수록 공구 선정 또한 중요해진다. 처음에는 일본에서 공구를 사들였지만, 4만 5,000rpm이라는 빠른 절삭속도와 150시간에 달하는 오랜 가공시간을 견디지 못했다. 현재 유한정밀은 자체 개발한 공구로 코어 금형을 가공하고 있다.

품질 향상을 위한 아낌없는 투자
유한정밀은 연료전지 금속분리판 품질 향상을 위해 지난 10년간 118억 원에 이르는 투자를 단행했다. 이 중 연속성형 금형 및 코어 금형 개발에 투자한 금액이 48억 원 가량이다.

유한정밀은 열처리를 제외한 모든 금형 제조 공정을 사내에서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고객사로부터 금형 개발 의뢰가 들어오면 설계부터 금형 제작, 완성품 제작까지 원스톱으로 진행되어 45일 내외면 금형 제작이 가능하다. 문제 발생 시 대응력 또한 높다. 대부분의 문제를 8시간 내로 해결할 수 있다.



이는 초대형 CNC 공작기계, 정밀 와이어 가공기, 밀링머신, 그라인더 등 금형 가공 설비를 비롯해 제품을 검사하기 위한 3차원 측정기, 형상 측정기, 리크 검사기 등을 모두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스마트공장을 도입함으로써 생산 관리 및 측정 등에 있어서 자동화를 실현했다.

국내 수소전기차 산업의 히든 챔피언
유한정밀은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에 탑재되는 연료전지 금속분리판을 전량 담당하고 있다. 유한정밀에서 금속분리판을 납품하면 가스켓 전문 업체에서 금속분리판을 밀봉하고, 현대제철에서 그것을 코팅해 현대모비스로 공급하는 식이다.

현재 유한정밀은 현대자동차의 차기 수소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연료전지 금속분리판 개발 역시 진행 중이다. 양산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투싼ix에서 넥쏘로 이어져 내려오는 협업을 통해 현대자동차가 유한정밀의 기술 개발 등에 대한 노력을 충분히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에 적극 대응
최근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2022년까지 8만 1,000대, 2040년까지 620만 대의 수소전기차를 보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유한정밀의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

정기오 이사는 “올해 45억 원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순수하게 설비를 구축하는 데에만 45억 원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장을 찾아가니 빈 공간이 넓게 마련되어 있었다. 정 이사는 “기업 규모에 비해 투자 액수가 결코 작은 편이 아니다”라며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에 대비하기 위한 자체 로드맵이 마련되어 있다”고 밝혔다.

공장 바깥에는 업무용으로 사용 중인 ‘넥쏘’가 주차돼 있었다. 수소연료는 근처 내포충전소에서 충전한다. 처음에는 수소전기차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던 이들도 넥쏘를 타보고는 엄지를 치켜든다는 설명이다. 수소충전소만 갖춰지면 당장 살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정 이사는 “2040년까지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공존하겠지만, 이후에는 수소전기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유한정밀은 앞으로 금형 개발에 추가적인 투자는 물론 금형의 내구성 역시 향상시킬 계획이다. 현재 30만 타 수준인 내구성을 100만 타까지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금형 품질관리에도 신경을 써 향후 5년 내 6시그마(부품 100만 개 중 불량품 3.4개 수준)를 달성한다는 자체 목표도 세웠다.

송유성 대표는 “지난 10년간 연료전지 금속분리판만 보고 쉼 없이 달려왔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리고 “수소전기차 보급은 정부의 수소경제 실현을 좌우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 “유한정밀이 그 역할의 일부를 해내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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