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충근 미래기준연구소 소장
[월간수소경제] 정부가 혁신성장 전략투자 분야 중 하나로 ‘수소경제’를 선정하면서 그 실행 방안으로 ‘수소전기차’를 내세웠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상용화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수소충전소 구축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수소전기차가 수소경제사회를 성공적으로 견인하기 위해서는 관련 표준화 규정 즉, ‘수소충전 프로토콜’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2010년과 2012년 수소충전 프로토콜을 표준화했다. 반면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상용화한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도 못 뗀 상황으로 ‘후발주자’의 위치에 놓여 있다.

미래기준연구소는 태광후지킨, 지티씨, 엠에스이엔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창원산업진흥원, 가천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과 수소전기버스 충전시스템 기술 개발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수소전기버스 충전 시간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튜브트레일러 운송용량을 2배 이상 늘리기 위한 수소충전시스템 기술 개발 및 실증 프로젝트’다. 해당 프로젝트에서 미래기준연구소(대표 채충근)는 충전프로토콜 표준화(KGS 코드 개발)를 담당한다.

▲ 미래기준연구소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수소전기버스 충전시스템 기술 개발 사업’을 통해 수소충전 프로토콜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수소충전 프로토콜이란

수소전기차는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친환경 자동차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수소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차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빠른 충전시간(3분 가량)’과 충분한 주행거리(1회 충전 시 600km 가량) 확보를 위한 ‘완전 충전’이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수소전기차는 지금까지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한 적 없는 70MPa이라는 초고압 충전을 필요로 한다. 충전 과정에서 가스의 압력이 급속히 상승하기 때문에 충전속도를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유류를 충전하는 내연기관차와는 차원이 다른 기술이 요구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바로 ‘충전 프로토콜’이다. 말하자면 수소충전 프로토콜은 수소를 짧은 시간에 안전하게 100% 충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수소충전 프로토콜

세계 최초로 수소충전 프로토콜을 기준화한 기관은 미국의 SAE(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다. SAE는 2010년 TIR J2601(Fueling Protocols for Light Duty Gaseous Hydrogen Surface Vehicles)을 발표했다.

▲ 미국의 SAE는 세계 최초로 수소충전 프로토콜을 기준화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수소충전소.(사진=True Zero)

TIR은 ‘Technical Information Report’의 약자로, 정식 기준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이라는 뜻이다. 룩업테이블(Lookup Table) 기반의 이 TIR은 2014년 기준(standard)으로 보강·개정되었으며, 2016년에 MC-Formula 기반의 프로토콜을 추가해 다시 개정되었다. 올해 중 ‘Midium Duty’를 추가한 J2601 개정판이 나온다고 한다.

이밖에 SAE가 제정·시행하고 있는 수소충전 기준으로는 2013년에 발표한 J2601-3(Fueling Protocol for Gaseous Hydrogen Powered Industrial Trucks)과 2014년에 발표한 J2601-2(Fueling Protocol for Gaseous Hydrogen Powered Heavy Duty Vehicles)가 있다. 두 기준 모두 TIR이며, J2601의 룩업테이블과 같은 구체적인 기준 없이 제한 조건과 충전 목표만 제시하고 있다.

SAE J2601의 적용대상은 경량자동차(light duty vehicles)다. 35MPa로 충전하는 경우 충전용기 용량 1.2~6.0kg, 70MPa로 충전하는 경우 2~10kg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J2601에서 설정한 목표 충전시간은 3분이다. 이는 수소전기차와 충전소가 통신을 하면서 충전을 진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며 압력 35MPa, 충전하는 가스의 온도 범위 -40℃ 내지 -33℃, 대기온도 20℃, 충전율 95%로 명시되어 있다. 충전조건이 달라지면 충전시간도 달라진다.

▲ SAE J2601의 충전제한조건.(자료=미래기준연구소)

또한 J2601에는 충전온도 -40℃ 이상 85℃ 이하, 충전압력 0.5MPa 이상 87.5MPa 이하, 충전율 100% 이하, 충전속도 60g/s 이하라는 제한조건이 규정되어 있다. 해당 조건 범위를 벗어나면 충전을 중지해야 한다. 충전 제한 조건은 수소전기차 용기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아래 표는 J2601에서 규정하고 있는 수많은 룩업테이블 중 하나다. 비통신충전으로서 충전압력 H70(70MPa), 충전온도 범위 T40(-40℃~-33℃)에 적용할 수 있다. 대기온도가 20℃, 수소전기차 용기의 압력이 10MPa일 경우 평균압력상승률(APRR)을 19.9MPa/min으로, 목표압력을 74.1MPa로 세팅해 충전을 진행하면 용기의 압력과 온도가 요구조건(85℃, 87.5MPa)을 이탈하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최대한의 충전율로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룩업테이블 기반 충전방식이다.

▲ SAE J2601의 룩업테이블 예시.(자료=미래기준연구소)

J2601에는 MC-Formula 기반 충전방식도 있다. 이 방식은 룩업테이블에 따른 평균압력상승률 및 목표압력으로 충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센서를 이용해 수소의 공급온도, 공급압력, 대기온도, 용기용량 및 용기압력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그 값에 따라 목표압력 등을 변경하며 충전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MC-Formula 기반 충전방식은 보다 짧은 시간에 높은 충전율로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 룩업테이블 방식에 비해 더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인 것이다.

한편 SAE J2601-2는 최고충전압력이 35MPa 이하이고 충전용량이 10kg을 초과하는 중량자동차(Heavy duty vehicles)에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다. 충전요구조건은 충전온도 -40℃ 이상 85℃ 이하, 충전압력 0.5MPa 이상 43.8MPa 이하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충전속도에 대해 3개의 옵션을 제시하고 있는데, 옵션A(급속충전)는 120g/s 이하, 옵션B(보통충전)는 60g/s 이하, 옵션C(완속충전)는 30g/s 이하로 구분된다.

룩업테이블과 같이 구체적인 충전방법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디스펜서에 매순간 목표압력을 산정하는 알고리즘과 용기의 충전한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충전 알고리즘이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정도의 원칙적인 기준이 규정돼 있다.

올해 중반 SAE J2601의 개정판이 나올 예정이다. 현재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명칭은 ‘Fueling Protocols for Light Duty and Medium Duty Gaseous Hydrogen Surface Vehicles’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Light Duty’는 용기시스템 규격 49.7L에서 248.6L, ‘Heavy Duty’는 248.6L에서 750L로 규정하고 있다. 750L의 경우 70MPa의 압력으로 100% 충전하면 30kg 정도가 들어간다. 따라서 새롭게 발표되는 기준은 용기용량이 30kg 이하인 수소전기차에 적용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수소충전 프로토콜

일본의 경우 2012년 수소충전 프로토콜을 기준화했다. 2010년 일본은 KHK규격으로 70MPa 차량용 압축수소용기 충전이 가능한 용기기준을 제정했고, 이어서 JPEC(Petroleum Energy Center)를 통해 SAE J2601을 기반으로 하는 JPEC-S 0003(압축수소충전기술기준)을 제정했다. 이 기준에서는 4개의 룩업테이블에 의해 70MPa 및 35MPa의 압력으로 수소를 충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일본의 수소충전압력 조정 내역.(자료=미래기준연구소)

2014년 일본은 87.5MPa까지 압력을 높여 충전할 수 있는 국제용기기준(GTR13)을 법령에 반영했다. 아울러 공칭사용압력(15℃에서의 압력)과 최고충전압력(공칭사용압력의 1.25배, 즉 87.5MPa)이라는 개념도 도입했다.

일본의 ‘수소충전압력 조정 내역’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35℃에서 70MPa까지 충전할 수 있었던 것을 85℃에서 87.5MPa까지 압력을 올려 충전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다. 이를 반영해 제정된 기준이 JPEC-S 0003이다.

이후 일본은 2016년 JPEC-S 0003을 발표했다. 이 기준에는 SAE J2601에는 없는 10kg 초과 30kg 이하 용량의 자동차 용기 충전이 가능한 부속서Ⅰ이 포함되었다. 내용 자체는 기존의 10kg 이하 수소충전 프로토콜을 응용해 작성되었지만, Midium Duty 수소전기차 충전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AE J2601과 JPEC-S 0003에는 일부 차이점이 존재한다. SAE 기준에는 MC-Formula 베이스의 충전기준이 존재하나 JPEC 기준에는 없으며, 반대로 SAE 기준에는 존재하지 않는 Midium Duty 충전기준이 JPEC 기준에는 규정되어 있다.

▲ 일본은 2012년 JPEC-S 0003을 제정했다.(사진=이와타니산업)

한국의 수소충전 프로토콜 제도화 방안

수소전기차 충전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기준은 단 2개 조항이 전부다. 용기에 각인된 최고충전압력 이하로 충전해야 한다는 것과 용기의 내부온도가 85℃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KGS코드에 명시되어 있다.

반면 일본은 일반고압가스보안규칙과 관련 예시기준을 통해 과충전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압력검지장치로 측정한 용기 최고충전압력 이하에서, 그리고 외기온도 및 초기용기압력에 따라 미리 정한 압력 이하에서 차단되도록 하라는 것이다. 미리 정한 압력은 JPEC-S 0003(2014) 또는 JPEC-S 0003(2016)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은 온도 이상 상승 방지용 자동충전방지장치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장치를 통해 온도 검지 및 표시 장치를 설치하고 용기의 온도가 허용온도범위를 이탈했을 때 자동으로 충전을 정지하도록 해야 한다.

▲ 채충근 미래기준연구소 소장이 수소충전 프로토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래기준연구소)

일본의 경우와 같이 우리나라도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시행규칙」과 KGS코드에 수소충전 프로토콜에 관한 근거를 신설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수소전기차 충전 프로토콜을 규정하는 별도의 KGS코드를 제정하면 된다.

미래기준연구소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발주한 연구를 통해 수소전기버스용 충전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수소충전 프로토콜의 제도화 방안 연구가 포함된 ‘수소충전시스템 종합성능 및 안전평가기술’이라는 과제를 올해 하반기부터 추진한다. 조금 늦었지만 수소전기차의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수소경제 선도국가로의 조기 안착에도 역할을 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