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경제 대표 콘퍼런스를 지향하는 ‘제1회 하이콘’이 지난달 2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석탄화력 및 원자력발전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발전 방식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은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 전환’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2016년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 투자액인 4,400억 달러 중 절반 이상인 2,970억 달러(67.5%)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차지했다.

우리나라 역시 2017년 10월 탈원전을 위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수립하고, 두 달 뒤인 2017년 12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에 따라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설비용량 약 63.8GW)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신규 설비용량(48.7GW)의 97%는 태양광 및 풍력발전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증가한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재생에너지는 친환경 발전원으로 온실가스 저감에 있어 상당한 효과가 기대되지만, 일조량이나 풍속 변화에 따라 발전 출력이 달라져 전력계통 주파수 및 전압에 변동을 일으킨다. 또한 발전 출력 예측이 어려워 전력 수요와 공급 간 균형을 맞추기가 힘들다.

▲ ‘제1회 하이콘’을 주최한 수소지식그룹(대표 장성혁, 오른쪽 세 번째)과 한국에너지융합협회(회장 정택중, 가운데)를 비롯한 초청 VIP, 강연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재 주로 이용 중인 이차전지는 10시간 이내, 10MWh 이하의 소규모 저장에 적합하다. 반면 수소는 1,000시간 이내, 1GWh~1TWh의 대규모 저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는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미활용 전력(curtailment)으로 수소를 생산해 전력 저장 수단으로 활용하는 ‘P2G(Power-to-Gas)’ 프로젝트 추진을 확대하고 있다.

즉 수소는 ‘재생에너지 3020’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재생에너지 3020’에 있어 수소에너지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 마련되었다.

수소지식그룹과 한국에너지융합협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수소경제를 이끄는 대표 콘퍼런스’를 목표한 하이콘(Hydrogen Conference)의 첫 번째 기획으로 ‘재생에너지 3020을 위한 수소에너지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첫 개최임에도 불구하고 수소에너지 분야 산·학·연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해 강연장을 가득 채웠다.

▲ 이번 콘퍼런스를 주최한 수소지식그룹의 장성혁 대표.

장성혁 수소지식그룹 대표는 “수소에너지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안고 있는 간헐성 및 불확실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확대하는 동시에 수소산업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수전해 기술의 활용성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라며 “첫 1회 행사로 개최되는 하이콘의 주제를 ‘재생에너지 3020을 위한 수소에너지 역할’로 선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라고 개최 의미를 밝혔다.

신재행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장은 축사를 통해 “수소경제의 핵심은 그린수소(Green Hydrogen) 생산”이라고 강조하며 “지금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접근 방안은 재생에너지 발전을 이용한 수소 생산이므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논의를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신재행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장은 축사를 통해 그린수소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월간수소경제>는 제1회 하이콘에서 발표된 주제를 정리했다.

SESSION 1 재생에너지와 수소

‘에너지 전환’의 완성도 높이는 수소에너지
첫 번째 세션의 기조연설을 맡은 이선화 KDB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콘퍼런스의 전체 주제이기도 한 ‘재생에너지 3020을 위한 수소에너지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 이선화 KDB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콘퍼런스의 전체 주제이기도 한 ‘재생에너지 3020을 위한 수소에너지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수소전기차와 함께 수소경제 실현의 양대 축에 해당하는 ‘연료전지’는 발전 과정에서 오염물질 대신 물만 배출하는 친환경 발전 설비다. 하지만 연료로 쓰이는 수소가 대부분 화석연료 개질을 통해 생산되고 있어 연료전지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미활용 전력으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P2G 기술이 주목을 모으고 있다. P2G 기술은 대용량의 전력을 장시간 저장할 수 있어 전력수급의 계절적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으며, 전력 대비 수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10분의 1에 지나지 않아 지역적 불균형 또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에너지 저장 기술 개발 및 보급 정책은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국내 수전해 관련 기업들 역시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어 원천기술을 보유 중인 기업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선화 선임연구원은 “수전해 기술을 비롯해 수소에너지 설비를 중심으로 한 수소에너지 기술 개발 지원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에 맞는 대규모 통합 실증 연구와 국내 실정에 맞는 연구 단계별 정량적 기술 목표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 연계 수소에너지 시스템
이어 전재백 한국전력 차장은 ‘한국전력(KEPCO)의 수소에너지 개발’에 대해 발표했다. 최근 신기후체제 및 정부 정책 추진으로 국내 전력계통 전환이 이뤄지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어나고 분산전원이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전력계통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한국전력(KEPCO)의 수소에너지 개발’에 대해 발표한 전재백 한국전력 차장.

이에 따라 한국전력은 국내 기업과 협력해 3kW SOFC 시스템을 개발하고, 실증 운전을 통해 총 발전량 2,000kWh, 운전시간 1,000시간을 달성했다.

또한 연료전지와 수전해 기술, LOHC(Liquid Organic Hydrogen Carrier), ESS 등을 활용해 비연속적인 재생에너지를 연속적 활용이 가능한 수소 및 수소 변환 물질로 바꿔 저장하는 ‘신재생에너지 연계 수소에너지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와 관련해 태양광발전 시스템, 수소 생산 및 저장 시스템, 수소를 이용한 발전 시스템 등을 하나로 통합한 컨테이너형 5kW급 수소에너지 시스템을 제작, 설치했다. 한국전력은 올해 중으로 해당 시스템을 200kW 규모로 확장해 실증에 돌입할 예정이다.

전재백 차장은 “P2G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며 “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이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P2G 기술 개발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미활용 전력 이용한 수전해
김창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P2G 기술 현황 및 전망’을 주제로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라 일부 국가에서는 ‘재생에너지 미활용 전력’이 문제시되고 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우선적으로 매입하도록 한다. 따라서 전기 공급이 수요를 웃돌면, 화력이나 원자력발전 등 전통 발전사들은 운전 유지를 위해 전력을 마이너스 가격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게 된다.

▲ 김창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P2G 기술 현황 및 전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나라의 제주 상명풍력단지 역시 2016년부터 13번의 출력 제한이 일어났으며, 이로 인한 손실액은 총 8,700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미활용 전력으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면, 향후 수소 수요 증가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2년 10%, 2030년 2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김창희 박사의 발표에 따르면 2030년 국내 재생에너지 전력량은 116TWh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미활용 전력의 비율을 10.4%로, 수전해 시스템의 효율을 50kWh/kg으로 가정하면 재생에너지 미활용 전력을 이용해 생산 가능한 수소의 양은 20만 5,000톤에 이르게 된다. 이때 필요한 수전해 장치는 256대 가량으로, 투자규모 등의 경제적 우려에 비해 많은 장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SESSION 2 전력계통과 에너지융합기술

재생에너지 입지 계획 및 송전 연계 방안 등 미비
세션 2에서는 옥기열 전력거래소 계통개발팀장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 대응방안’이라는 주제의 기조발표로 시작됐다.

▲ 세션 2의 기조연설을 맡은 옥기열 전력거래소 계통개발팀장.

지금까지의 전력수급계획은 수요 증가에 따른 전원계획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옥기열 팀장에 따르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계획을 표방하며 재생에너지 3020 목표와 백업 설비 규모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입지 계획이나 송전 연계 방안 등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미비하다.

옥기열 팀장은 “수급계획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입지 계획 및 발·송전 통합계획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풍력 및 태양광발전소를 짓기 좋은 곳은 대부분 수요지 및 기존 송전망과 멀리 떨어져 있어 계통연계를 위한 송전투자가 소요된다. 또한 사업자별 재생에너지 개발은 규모의 경제성 실현을 방해하고, RE(3년) 대비 송전(10년)의 기간 편차로 계통최적화를 저해한다.

이에 따라 옥기열 팀장은 ‘재생에너지 입지계획과 연계한 재생에너지 옥션 도입’을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옥션은 인허가, 민원 등 재생에너지 입지개발에서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난개발을 방지할 수 있으며 규모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경쟁 입찰을 통한 개발 이익을 이용해 전기요금을 낮출 수 있다.

P2G 활용도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
이후에는 국내 연료전지, 전력변환장치, 수전해 전문기업의 P2G 활용도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 동향에 대한 발표가 이뤄졌다.

▲ 에스퓨얼셀의 김민석 연구소장.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전문기업 에스퓨얼셀의 김민석 연구소장은 자사에서 개발 중인 ‘신재생에너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해 발표했다. 국내 도서지역에서 주로 이용 중인 디젤발전기는 지역에 따라 전력공급 단가가 20배까지 차이를 보이며, 이산화탄소 외에도 황산화물(SOx) 및 질소산화물(NOx) 등의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따라 에스퓨얼셀은 풍력발전과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을 조합한 신재생에너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전력변환 시스템의 안정도를 유지하고 전력변환 손실을 줄이기 위해 DC-bus를 채용했으며, 현재로서는 기존의 디젤발전기도 함께 운영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현재 강원테크노파크 내에 데모사이트를 구축해 시스템의 사전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 지필로스의 박가우 대표.

신재생에너지 전력변환장치 전문기업 지필로스의 박가우 대표는 ‘재생에너지 잉여전력 수소변환시스템’을 주제로 발표했다. 배터리를 이용한 ESS는 에너지 변환 효율이 높고 소용량 투자비용이 저렴하지만, 수명이 5년에서 7년 정도로 유지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 반면 수소를 이용한 ESS는 대용량 장기 에너지 저장에 적합하며 저장된 수소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지필로스는 배터리 및 수소 ESS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ESS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중부발전, 두진, 수소에너젠, 아크로랩스 등과 함께 ‘500kW급 하이브리드 ESS 개발 및 실증’을 추진 중이며, 제주 상명풍력발전단지에 실증 사이트를 구축할 예정이다.

▲ 엘켐텍의 문상봉 대표.

수전해 전문기업 엘켐텍의 문상봉 대표는 ‘국내 수전해 현황 및 발전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수전해 기술은 전해질의 종류에 따라 알칼라인, PEM, 고체산화물 타입으로 나눌 수 있다. 과거에는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이 주를 이뤘으나, 2013년 재생전원 연계 기술로 PEM 기술이 채택된 이후 PEM 기술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이어 지멘스의 시장 진입, 넬의 프로톤 인수 등을 계기로 PEM 기술이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엘켐텍은 소재부터 엔지니어링 분야에 걸친 자체 기술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과 품질이 뛰어난 PEM 수전해 장비를 개발했으며, 현재는 강화도에서 데모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시간당 20Nm³의 수소를 제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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