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 관련 부품 기술의 국산화율은 약 40%다.

[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환경부와 국토부는 올해 각각 450억 원, 75억 원 등 총 525억 원을 투입해 수소충전소 40개소를 보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충전소 구축 확산은 수소경제 실현에 있어 중요한 한 축이라는 점에서 반길 만한 소식이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아직 수소충전소 부품의 ‘국산화’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 부품 국산화율은 약 40%이며, 실제 현장 사용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부품 대부분을 일본, 미국 등 해외 제품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수소충전소 구축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 부품 국산화율을 80%까지 끌어올려 수소충전소 구축비용 30% 이상을 절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수소는 높은 압력으로 저장 및 공급되며, 수소 고유의 취성을 갖고 있어 다양한 종류의 성능 평가 설비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국내 부품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단독 테스트베드 구축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다.

일부 기업들은 수소와 성질이 유사한 헬륨 등을 이용해 부품 성능을 평가하거나, 해외 인증기관에 제품 및 부품을 보내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정확한 성능 평가가 어렵고 제품 배송 및 승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제품단가 상승과 안전기준 제정 및 국제표준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수소생산부터 저장, 이송, 활용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에 걸친 제품 및 부품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시설 구축이 요구되어 왔다.

해외의 사례
일본, 미국, 유럽 등은 수소산업 제품 및 부품 국산화와 단가 저감, 안전기준 제정, 국제표준 대응 등을 위해 국가가 나서서 평가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 일본의 HyTReC.

일본은 지난 2010년부터 HyTReC(Hydrogen Energy test and Re-search Center)을 운영 중이다. 해당 센터는 수소·연료전지 분야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소산업 제품 성능 평가, 수소에너지 연구개발, 수소 관련 연구 교류사업 등을 지원한다.

총 건설비는 15억 엔(약 150억 원)으로,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가 3분의 2를, 지자체(후쿠오카)가 3분의 1을 부담했다. 센터는 1,000bar 고압수소 공급설비를 비롯해 대형 수소용기 인증 시험설비와 950bar의 환경에서 40,000회까지 반복시험이 가능한 볼밸브 내구성 시험 설비 등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수소 제품 및 부품에 대한 성능 평가가 가능하다.

시험 용역비는 1회 10일 기준 200만 엔(약 2,000만 원)이다. 자동차 및 부품 제조기업, 고압 용기 제조기업, 밸브 제조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 50개사에서 성능 시험을 위탁하고 있으며, 지난 2017년에는 257건의 시험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재생에너지 관련 연구를 위한 ‘에너지 시스템 통합 시설(Energy System Integration Facility)’ 내에 수소 관련 시험 및 연구 시설인 ‘HITRF(Hydrogen Infrastructure Testing and Research Facility)’을 설립했다. HITRF에서는 무배출(zero emission) 수소의 생산방법 개발, 수소전기차 기술 및 시스템 구성 평가, 수소충전소 장비 성능 시험 등을 제공한다.

캐나다는 CSA(Canadian Standards Asso ciation) 그룹을 통해 수소 부품 성능 시험, 인증, 표준화, 글로벌 협력 체계 구축 등에 대응하고 있다. CSA에서는 유압 테스트, 수소 가스 테스트, 연료 시스템 및 구성 요소 테스트, 북미 및 국제 표준 개발 등을 수행한다.

▲ 미국의 HITRF.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성능 시험, 한 곳에서 가능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한국기계연구원의 ‘LNG·극저온 기계기술 시험인증센터’와 같은 시설을 통해 고압 수소탱크나 액화수소 등에 대한 성능 평가를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수소산업 전주기에 걸친 제품 및 부품의 성능 시험을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설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중소기업의 개발 활동을 지원하고, 국제 표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함으로써 수소 및 연료전지 분야 기술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소 관련 소재, 부품, 기계 및 기술의 내구성과 신뢰성 등을 시험 및 평가할 수 있는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 구축에 나섰다.

사업자 선정과 연차평가 등 실무 지원을 맡은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은 2018년 10월 해당 사업을 공고하고, 관심을 보이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실시한 결과 대전, 광주, 울산,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남(창원) 8곳의 지자체가 도전장을 내미는 등 큰 관심을 끌었다.

8개 지자체의 치열한 경쟁
이들 지자체 모두 수소 선도도시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창원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27대의 수소전기차를 보급한 바 있다. 이는 기초지자체 중 최대이자 전국 3위 규모에 해당한다. 환경부의 ‘수소전기차 및 충전소 중점 보급도시’로 선정되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최초 수소·연료전지 국제전시회인 ‘H2WORLD 2018’을 개최해 국내외 관련업계의 큰 관심을 이끈 바 있다.

울산은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소 보급과 관련해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3개소로 전국에서 가장 많으며, 현재 건설 중인 수소충전소만 해도 4개소에 이른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최초로 시내버스 정규 노선에 수소전기버스를 투입했다.

충남은 서산시와 아산시가 2019년부터 진행되는 환경부 ‘수소 시내버스 시범사업’ 대상 도시로 선정되었으며, 이를 발판으로 수소충전소 구축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충북은 도내 11개 시·군을 수소에너지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수소에너지 클러스터’ 구축에 나섰다. 전남은 대규모 석유화학단지가 위치해 있어 부생수소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북은 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상용차 생산 공장을 기반으로 수소전기상용차 보급 확산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부는 이들 지자체를 대상으로 1차 서면평가를 통해 4개 지자체(경남, 울산, 전북, 대전)를 선발했다. 이후 현장평가와 프레젠테이션 발표평가를 거쳐 대전시 컨소시엄을 최종 사업자로 낙점했다. 평가 기준으로는 입지 적합성, 사업 계획의 구체성, 사업 수행 능력, 지자체의 추진 의지 등을 따졌다.

▲ 대전시는 지난 2016년부터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협력해 ‘수소인프라 신뢰성 센터 구축 계획’을 마련하는 등 센터 유치를 위해 노력해 왔다. (사진=대전시)

대전시 관계자는 선정 이유에 대해 “대전시 컨소시엄은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전문성의 차별화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등 연구 기관과의 협업이 활발해 ‘전문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는 평가가 따른다.

컨소시엄 통한 구축 계획 마련
대전시는 이번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 유치를 위해 지난 2016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함께 ‘수소인프라 신뢰성 센터 구축 사업’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안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11개 기관이 참여한 ‘수소 인프라 지원센터 건립 추진단’을 구성하고 10회에 걸친 회의를 통해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의 개념을 구상했다.

지난 2017년에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함께 ‘수소산업 전주기 실증센터 구축’ 연구용역을 추진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대전시, 대전테크노파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가스기술공사 6개 기관이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안전성 지원센터 구축’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정부 공모사업 준비를 마쳤다.

대전시는 센터 구축을 위한 현물(95억 원), 토지(75억 원)를 출자하고 센터 구축 기간 내 운영비 10억 원과 센터 구축 후 10년 간 운영비 총 15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대전테크노파크는 간접보조사업자로서 센터의 건축과 기반 설비의 설계 및 제작, 국·시비 보조금 집행 등을 맡아 이번 사업의 주관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센터 구축 후에는 운영을 책임진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참여기관으로서 기술 지원을 도맡는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평가 장비 및 시험 시설 구축 관련 기술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국제표준 대응을 위한 기술을 지원한다. 한국기계연구원은 부품 가속시험 및 내구성 시험 기술 지원을 제공하며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시험 설비의 시스템 분석과 국산화 개발 등에 대해 기술적인 도움을 주게 된다.

앞으로의 계획
대전시는 지난해 12월 13일,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대전테크노파크와 함께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 구축 사업’ 최종 사업자로서 협약을 체결해 본격적인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는 대전시 유성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내 신동연구단지 약 7,000m²(약 2,000평) 규모로 구축될 예정이다. 협약 체결 시점부터 2021년 12월까지 진행되는 해당 사업에는 총 210억 원(국비 105억 원, 시비 105억 원)이 투입된다.

센터 내에는 시험용 가스를 생산, 저장, 공급, 회수하는 시험 기반설비와 더불어 제품효율평가설비, 부품성능평가설비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센터에서는 수소부품 성능 평가 설비 제작 및 운영을 비롯해 수소부품 시험 평가 DB 구축,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부품 설계 지원 등이 이뤄져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개발과 관련해 다방면에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선희 대전시 과학경제국장은 “최근 정부는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수소경제’를 선정하고 수소생태계 조성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전시도 정부 정책과 연계해 컨소시엄 참여 기관들과 함께 설계부터 제작, 시험, 분석까지 수소 제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기술 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국의 수소 분야 기업들이 설비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센터를 오픈랩으로서 운영하고,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효율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미니인터뷰 | 박장규 대전시 에너지산업과장>


대전시, 센터 유치 통해 수소산업 ‘전초기지’로 거듭
“수소 지원센터 유치, 시민 수용성 높이는 계기 될 것”

치열한 경쟁 끝에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이하 ‘수소 지원센터’)를 유치했다. 수소 지원센터 유치와 관련해 대전시가 갖는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전시는 수소 지원센터 구축 및 운영과 관련해 높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전국 최초로 ‘수소인프라 소재·부품·설비 신뢰성 시험평가 센터’의 구축을 제안해 왔다. 그리고 수소 지원센터에서 수소관련 소재, 부품, 기계 및 기술의 내구성과 신뢰성 등에 대한 시험·평가가 이뤄지는 만큼 대덕특구의 많은 연구 인력과 시험장비, 시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수소 관련 역량을 보유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또한 국토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전국의 수소관련 기업들이 편리하게 구축설비를 활용할 수 있으며, 향후 확장 가능성까지 고려해 부지를 선정한 것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가 수소 지원센터를 유치하긴 했으나, 수소전기차 및 충전 인프라 보급과 관련해서는 타 지자체에 비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이번 수소 지원센터 유치는 대전시 수소전기차 보급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나.

대전시가 수소산업 및 기술 측면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에 비교해 수소전기차와 충전 인프라 보급·구축이 부족한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계획은 다르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는 매년 2개소씩 총 10개소를 구축하고 수소전기차는 동기간 총 1,045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특히 대전시에서 직접 구축하는 시영충전소는 재산 취득승인, 사유지 매입, 지장물 보상 등 행정절차를 마치고 2018년 12월부터 착공에 돌입했으며 2019년 2월 말 준공될 예정이다. 민영충전소 역시 2019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산업 마중물로 평가되는 수소전기차 보급에 대전시 역시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아 달라.

수소 지원센터 유치는 수소의 안전성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계기가 돼 수소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한층 높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앞서 언급한 수소전기차 및 충전인프라 보급·구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소 지원센터 유치를 통해 대전시는 어떤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나.

수소 지원센터는 기본적으로 국가 수소산업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사업이므로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한편, 수소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신동지구에 수소 관련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수소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전시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내 둔곡지구에 이탈리아 SOFC 전문기업 솔리드파워의 연료전지 공장을 유치했다. 앞으로는 지역 소재 수소액화기술 보유 기업과 함께 충전기, 수소저장장치의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2030년까지 20개 기업 유치, 10개 스타기업 및 100개 벤처기업 육성, 일자리 2,000개 창출, 매출액 4,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수소 지원센터 유치는 관내 수소산업 육성을 통한 미래 신성장동력 및 일자리 창출 등의 경제적 효과로도 이어질 것이다.

수소 지원센터 구축 이후, 운영과 관련해서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운영 초기에는 대전시의 운영비 지원을 통해 센터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자립화 시기를 앞당길 것이다.

또한 센터 운영에 있어 오픈랩(OpenLab)방식을 도입해 접근성과 장비 사용률을 높일 계획이다. 그리고 센터 건립위원회 및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센터 건축과 최적의 시험평가설비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센터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업 초기 단계에는 사업 참여기관의 인력을 파견 받고 센터 구축 단계에서는 장비 운영 인력을 사전에 채용해 전문인력 양성교육 등을 병행함으로써 역량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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