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공에서 내려다본 동아화성 김해 본사·공장 전경.(사진=동아화성)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자동차·가전·산업용 고무·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동아화성(사장 성락제)이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로 고온형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 시스템을 개발해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목표다.

지난 1974년 9월 설립된 동아화성은 김해·천안 등 국내 3개 공장을 비롯해 중국·인도·일본·미국 등 해외 8개 공장을 통해 자동차 및 가전에 들어가는 고무·플라스틱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기업으로 꾸준한 매출성장을 이루고 있다.

자동차용으로는 실린더 H/C 가스켓, 플라스틱 인터쿨러 파이프, Radiator seal pack, 전기차 배터리 팩 가스켓 등이 주요 제품이다. 세탁기, 냉장고, TV 등 가전에 들어가는 고무·플라스틱 제품은 대부분 동아화성이 공급하고 있다.

2014년 매출 2,245억 원을 달성한 동아화성은 지난해 약 3,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12월 미국 공장을 오픈하는 등 자동차산업이 어려운 시기에도 시설투자를 과감히 단행하고 있다.

동아화성은 40년 이상의 체계적인 고무 배합 및 관리 기술을 축적하고 모든 종류의 고무 제조 노하우와 검증 능력을 확보하는 등 고무 제조 부문의 독자적인 기술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생산라인 자동화 설비와 다양한 수출 네트워크를 구축해 가격 및 품질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 동아화성 김해 본사에 있는 제품 성능 시험실.

특히 플라스틱 인터쿨러 파이프 제조기술과 고무 배합 제조법의 전문성,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가스켓 제조기술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플라스틱 인터쿨러 파이프와 도어가스켓은 국내 최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전기차용 배터리 팩 가스켓 개발을 완료한 동아화성은 최근 전기차 수요 증가에 힘입어 공급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배터리 팩 가스켓은 전기차 배터리 팩의 Upper Case와 Lower Case 사이에 장착돼 이물질 침입을 방지하고 기밀성을 확보하는 부품이다.

배터리 팩의 냉각장치에 적용돼 냉각수의 유로를 확보하고, 누수를 방지하는 배터리 팩 Hose Ass’y도 개발했다. 이 부품들은 우수한 난연성·내오존성·내노화성·내한성을 자랑한다.

동아화성은 수소전기차 ‘넥쏘’에도 고무·플라스틱 제품을 공급 중이다.

▲ 성락제 동아화성 사장.

2009년부터 연료전지 R&D 나서
동아화성은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위해 지난 1997년 8월 R&D센터를 설립했다. 현재 재료개발부(재료개발팀, 내구시험평가팀, 신뢰성평가팀)와 제품개발부(연료전지팀, 자동차부품팀, 실링부품팀)로 나뉘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R&D센터는 고객이 요구하는 물성에 따라 재료를 배합하는 전문 기술과 함께 자체적으로 설계·시험·내구성 평가 등이 가능하다는 게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특히 임경식 회장과 성락제 사장 등 경영진이 미래 수소경제를 내다보고 연료전지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지난 2009년 3월 R&D센터에 연료전지팀을 신설, 지금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 동아화성 직원들이 고무·플라스틱 소재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동아화성은 당초 수소전기차용 연료전지 관련 기술개발을 시도하고자 했지만 다른 기업들과의 기술격차가 크다고 판단해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개발로 눈을 돌렸다.

동아화성의 연료전지 연구개발 분야는 건물용으로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 인산형 연료전지(PAFC), 휴대용으로는 직접메탄올연료전지(DMFC)와 PEMFC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성근 동아화성 연구개발본부 연료전지팀 부장은 “국책연구과제와 기술이전을 통해 연료전지 원천소재·부품기술부터 스택 제작 및 시스템 양산화 기술개발까지 연구개발 분야를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주력사업인 자동차 고무·플라스틱 제품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연료전지 스택의 연료 및 공기의 누출을 막는 가스켓 개발에 나섰다.

연료전지 스택용 가스켓 및 복합수지 End Plate 설계·개발·시험을 진행해 현재 구조 해석, 단품 시험, 고품 분석 등 건물용, 휴대용, 발전용 연료전지에 적용 중이다.

지난 2004년 10월부터 2007년 9월까지는 산업부의 부품·소재 기술개발사업 연구과제를 수행해 연료전지용 고무 가스켓을 개발했다. 신재생에너지 전략기술개발사업(2009년 12월~2012년 12월)을 통해서는 연료전지 분리판 양산용 가스켓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동아화성은 이러한 연구개발 과정에서 ‘무취·무독성의 난연성 고무 조성물과 그를 이용한 고무 제품의 제조 방법’, ‘고분자전해질형 연료전지의 가스켓 일체형 막전극접합체와 그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

동아화성이 개발한 분리판 일체형 가스켓은 연료전지 부품의 간소화 및 취급 용이, 연료전지 스택 조립의 간소화 및 파손 방지, 연료전지 스택 제작 시 생산성 향상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연료전지 스택의 지지 및 체결을 담당하는 End Plate는 경량화를 실현한 부품으로 전산 해석(전산 모사를 통한 구조 설계)으로 개발 비용과 시간을 단축했다. 분리판의 파손 방지 및 기밀 유지는 물론 피팅류의 일체화로 부품을 간소화했다.

또한 동아화성은 산업부의 신재생에너지기술개발 과제(2010년 12월~2015년 12월)를 통해 고온 PEMFC 핵심부품 기술개발을 완료한 데 이어 2016년 12월부터 에너지기술개발사업 과제로 오는 2020년 9월까지 5kW급 고온 PEMFC 시스템 실증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 지난해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H2WORLD 2018’에서 선보인 6kW급고온 PEMFC 스택.

동아화성은 6kW급 고온 PEMFC 스택 제작 기술을 이전받아 현재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H2WORLD 2018’에서 6kW 고온 PEMFC 스택을 선보여 주목받은 바 있다.

5kW 고온 PEMFC 개발 착수
특히 에너지기술개발사업 실증형 과제(산업통상자원부)로 수출목적형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 현지 적용 기술개발을 지난해 11월 착수해 오는 2022년 9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과제는 국내 실증을 거친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 기술을 활용해 유럽 현지화 및 실증을 거쳐 최종적으로 유럽인증(CE)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동아화성은 주관기관인 에스퓨얼셀과 함께 지스, 에이치에스티, 씨에이치피테크 등의 중소기업과 과제를 수행한다.

동아화성은 이번 실증과제에서 5kW급 고온 PEMFC 시스템을 유럽 현지화해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성근 부장은 “국내 PEMFC는 대부분 작동온도가 저온(60~80℃)으로 가정·건물용으로는 온도가 낮은 편”이라며 “고온(120~170℃) PEMFC는 저온 PEMFC 대비 연료의 불순물에 대한 내성이 강할 뿐만 아니라 100℃ 이상 고온의 폐열 발생으로 발전효율 및 열 활용 측면에서 유리하고, 흡수식 냉동기까지 추가하면 냉방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료전지업계에 따르면 유럽의 주거 및 건물형태에 따라 5kW급 건물용 연료전지 보급이 가능한 수요처는 독일 300만 가구, 영국 440만 가구, 이탈리아 200만 가구 등이다. 이는 현재 약 1,200억 원 수준(국내 건물용 연료전지 판매가격 기준)의 잠재시장이 존재하는 셈으로, 에너지 소비 및 거주자 증가 추세에 따라 건물용 연료전지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유럽은 에너필드(Ene-field) 및 FACE 프로젝트를 통해 약 2,600여 대의 연료전지 실증을 진행 중이다. 실증 시스템 대부분이 700W에서 1kW급 가정용 연료전지이다. 이 때문에 국내의 5kW급 건물용 연료전지가 유럽 현지에서 국내 수준의 효율 및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충분한 경쟁력 및 시장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정재훈 동아화성 연료전지팀 차장이 연료전지 연구실에서 6kW급 고온 PEMFC 스택 실증 테스트를 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현재 도시가스를 연료로 사용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기 때문에 도시가스 가격과 전기가격에 따라 연료전지의 경제성이 좌우된다. 국내의 경우 도시가스 요금에 비해 전기요금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별도의 인센티브 없이는 경제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반대로 도시가스 요금보다 전기요금이 비싼 유럽이 연료전지 수출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이 크다는 게 동아화성의 전망이다.

이 부장은 “유럽이 전기보다는 열 중심이라는 점에서 고온 PEMFC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실증을 마치면 유럽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해외 실증·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락제 동아화성 사장은 “미래 수소경제를 내다보고 10여 년 동안 꾸준하게 연료전지를 개발해 왔다”라며 “회사 내부에서 연료전지의 사업화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했지만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로 연구개발에 전념해 왔고, 이제는 연료전지 스택 제작 및 연료전지시스템 개발 단계까지 접근해 향후 국내·외 실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한편 동아화성은 레독스 흐름 전지도 개발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 3개사와 공동으로 SPC를 설립하고, ESS용 VRFB(Vanadium Redox Flow Battery)를 공동 개발했다. 이 제품은 충·방전 시간을 자유롭게 설계 및 변경이 가능하고, 충·방전 시 이온의 상 변화(고체 ↔ 액체)가 없어 출력 용량이 유지된다. 수용성의 전해액으로 화재의 위험이 없으며 장수명 운전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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