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일본은 지난 7월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수소사회로의 발걸음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이 가정용 연료전지인 ‘에너팜(Ene-farm)’이다. 현재 일본에는 25만 대의 에너팜이 설치되어 있다. 일본은 2030년까지 누적보급 530만 대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는 일본 전체 가정 중 10%에 연료전지가 공급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결과는 우리나라 가정용 연료전지 산업에 있어서도 ‘희소식’이었다. 일본이 하는 대로만 하면 우리나라도 가정 곳곳마다 연료전지를 공급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문화적 차이’다.

일본 주거 문화의 중심은 ‘잇코다테’라고 불리는 2층짜리 단독주택이다. 아파트가 중심인 우리나라와 달리 연료전지 설치의 결정권이 각 가정에 있다. 또한 일본인들은 일과를 마친 뒤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운 욕조에 들어가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이는 단순히 ‘기호’의 문제가 아니다. 전기와 함께 온수를 사용할 수 있는 연료전지는 일본 가정에 있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아버지의 직업을 묻는 선생님에게 아이는 ‘우리 아빠 콘덴싱 만들어요’라고 답한다. 경동나비엔의 광고 중 일부다. 경동나비엔은 콘덴싱보일러의 환경보호 효과를 수치로 보여주는 대신, 콘덴싱보일러를 설치하면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준다.

과거에는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드려야겠어요’라는 카피로 평소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효도’에 대한 정서를 자극하기도 했다. 당시 이 광고가 방영된 이후 농촌 지역의 경동보일러 주문량이 45% 증가했다고 한다.

경동나비엔은 지난달 개최된 ‘H2WORLD 2018’에 참가해 SOFC 타입의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선보였다. 2020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환경보호 효과를 수치로 보여주는 것도 좋다. 발전효율 1% 향상을 위해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카피’다.

가정용 연료전지 출시 이후, 경동나비엔이 어떤 카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여타 가정용 연료전지 업체들도 ‘문화’로서의 접근에 대해 보다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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