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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WORLD 특집] 한국의 수소사회, 어디까지 왔나

한국의 수소사회를 다각도에서 볼 수 있었던 H2WORLD 컨퍼런스
재생에너지와 P2G,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수소전기차 780만 대 보급되면 가격 면에서도 전기차와 경쟁 가능해져
‘친환경성’은 계기, 넥쏘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차량 자체의 성능’


[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지난 10월 10일부터 사흘간 개최된 H2WORLD(창원국제수소에너지전시회&포럼) 2018에서는 국내외 수소산업 동향, 수소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기술 소개, 수소산업 발전을 위한 토론 등 폭넓은 주제 강연이 펼쳐져 참관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그중에서도 전시회 첫날 진행된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는 수소·연료전지 분야 석학, 수소전기차 연구개발 전문가, 실제로 수소전기차를 이용 중인 소비자의 입장을 골고루 들을 수 있었다.


이날 기조연설에서는 홍성안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가 ‘에너지 전환과 수소사회’, 이기상 현대자동차 환경기술센터장(전무)이 ‘수소산업 확장과 수소사회 움직임’, 이희덕 넥쏘 동호회 서울경기지역장이 ‘수소사회를 맞이하는 한국의 수소전기차 소비자’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한국 수소사회를 둘러싼 다양한 관점을 선보였다.



홍성안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
에너지 전환과 수소사회


기조연설의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홍성안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는 지난 2004년 산업자원부 수소·연료전지사업단장으로 선임된 이후 ‘수소경제 마스터플랜’, ‘수소·연료전지 산업화 로드맵’ 작성을 주도한 바 있다. 현재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융합기술원 내 에너지융합전공 석좌교수로서 에너지융합기술의 연구 및 교육에 힘쓰고 있다.


홍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수소에너지의 역할과 중요성,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재생에너지와 수소의 관계
최근 각국 정부들은 에너지 전환 정책의 수립 및 이행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2030년까지 총 발전량의 2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내용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4% 수준이다. 이에 따라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설비 증설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질 경우 계통 안전성이 낮아지고 잉여 전력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가스터빈 등을 이용한 피크전원 공급, 그리드 확장에 의한 수요 분산, 스마트그리드를 통한 수요 조절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홍 교수가 특히 강조한 것은 전력 저장을 통한 이용 방안이다.


태양광발전을 통해 낮에 만들어진 전기를 저장해뒀다가 밤에 사용함으로써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할 경우 현재 배터리 기술 수준으로는 감당하기가 힘들어진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P2G(Power to Gas)’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발전한 다음 이를 전력그리드에 연결한다. 그리드에 연결되지 못한 잉여 전력으로는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를 수소전기차에 투입하거나 연료전지 발전에 활용해 기존의 발전소를 대체하는 것이다. 결국 재생에너지와 수소는 함께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홍 교수의 논지다.


홍 교수는 “운반하기가 힘든 수소를 어떻게 운반 및 저장할 것인지 그 시나리오를 짜는 것도 P2G에 포함되는 개념”이라며 “현재는 고압가스로 압축한 다음 튜브트레일러로 운송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수소 파이프라인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메탄으로 변환한 수소를 기존의 파이프라인으로 운송하는 방법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수소인프라’
올해는 수소산업에 있어 기념비적인 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드디어 ‘수소경제’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수소경제란 수소의 생산부터 저장, 수송을 거쳐 이용에 이르는 단계를 모두 포괄한 개념이다.


수소의 생산 및 이용 기술은 이미 상업화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크게 ‘화석연료 개질’과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전해’로 나눌 수 있다. 화석연료 중에서도 천연가스 개질의 경우 과거에는 천연가스 가격이 비싸 경제성이 낮았지만, 미국의 셰일혁명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면서 경제성이 개선되었다.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의 잉여 전력을 이용해 저렴한 가격에 수소를 대량생산하는 방법에 대한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수소의 저장 및 수송, 즉 ‘수소인프라’다. 홍 교수는 수소인프라와 관련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슈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바로 ‘적정 수소유통가격의 설정’이다. 수소전기차 보급 확산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수소를 디젤차와 하이브리드차 연료의 중간 가격인 kg당 7,000원 가량에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운영비 지원이 없고 충전소 가동률이 1~2%인 현 상황에서 충전소 운영비를 보전하려면 수소를 kg당 5만 원에 팔아야 한다. 실제로 이 가격에 수소를 판매했다간 수소전기차 보급 확산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홍 교수는 수소유통센터 설립과 수소충전소 구축 및 운영을 위한 SPC 설립을 꼽았다. 다행히 수소충전소 구축 및 운영을 위한 SPC 설립은 이미 본궤도에 올라 있다.


두 번째 문제로 든 것은 ‘취약한 우리나라의 수소충전소 관련 기술’이다. 현대자동차가 투싼ix에 이어 넥쏘까지 선보이며 수소전기차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있긴 하나, 지난 10년간 정부가 수소충전소 R&D에 소홀하다 보니 개질기, 컴프레서, 디스펜서 등 수소충전소 관련 부품 기술은 해외 국가들과 비교해 취약한 편이다.


마지막 이슈는 ‘P2G의 경제성’ 문제다. 홍 교수는 “재생에너지와 P2G의 결합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당장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규모 실증사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P2G와 관련해 100여 개의 실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P2G와 재생에너지 간의 연계, P2G 단위기술 및 시스템 개발 등을 통해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3~4년 전만 해도 수소경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미래 기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지만, 요즘은 정부가 나서서 수소경제를 논할 정도로 분위기가 많이 반전되었다”며 “수소경제의 진정한 의미는 수소만을 에너지원으로 삼자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원과의 연계를 통해 효율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상 현대자동차 전무
수소산업 확장과 수소사회 움직임


현대자동차는 지난 20여 년간 우직한 자세로 수소전기차에 대한 연구를 이어왔다. 이에 지난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대량생산에 성공했으며, 올해 초에는 기존 내연기관차 수준의 내구성을 확보한 수소전기차 ‘넥쏘(NEXO)’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프랑스에 수소승용차를 비롯해 수소트럭, 수소버스 등 수소자동차 5,000대를 수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수소전기차 연구를 이어왔으며, 수소산업의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날 이기상 현대자동차 전무는 수소전기차 메이커의 입장에서 바라본 수소산업의 미래에 대해 발표했다.


수소전기차의 미래
각국 정부가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자동차 메이커들은 ‘탈탄소화’라는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세먼지 문제가 대두되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전무는 “수소전기차는 물론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개발까지 맡고 있는 입장에서 봤을 때 향후 국가 에너지원으로서 보다 강조되어야 할 것은 수소에너지”라고 밝혔다.


최근 수송분야에서는 배터리 가격이 낮아지고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2022년까지 개발 및 양산할 것이라고 밝힌 전기차 차종만 해도 100종이 넘는다. 이에 따라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를 ‘경쟁적 관계’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이 전무는 앞으로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전기차의 단점이 수소전기차의 장점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수소전기차의 단점이 전기차의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무에 따르면 전기차는 차량 개발이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10~20년 후에는 노후 전기차에서 나오는 폐배터리가 환경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한다. 휴대폰 배터리는 그 크기가 작기 때문에 개수가 많아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는 그 무게만 500kg에 이른다. 또한 배터리에는 독성 및 인화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섣불리 소각하거나 산업폐기물로 처리할 수 없다.


현대자동차에서는 2030년 시점에 수소전기차가 780만 대 보급될 경우, 가격 측면에서도 전기차와 비교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차량 개발에서 그치지 않고 글로벌 수소위원회 회장사로 활동하는 등 전 세계 수소전기차 보급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올해부터 상용차 부문에 박차 가해
사실 수송부문의 대기오염 문제는 승용차보다 상용차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이 전무는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친환경 상용차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는 2009년 2세대 수소버스를 개발한 데 이어 올해에는 3세대 수소버스를 개발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시범 운행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달 22일 울산시는 현대자동차의 3세대 수소버스를 시내버스 노선에 투입하기도 했다. 이 전무는 “정부 시책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전기버스를 개발 및 생산하고 있지만, 현재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수소버스”라고 밝혔다.


또한 스위스 수소에너지 기업 ‘H2Energy’와 2019년부터 5년간 대형 수소트럭 1,000대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이외에도 선박이나 철도차량, 트램 등에 사용할 연료전지도 개발 중이다.


이 전무는 “현재로서는 넥쏘 1대를 팔 때마다 수백만 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며 “하지만 연료전지 기술 개발은 당장의 이익이 아닌 다음 세대에 대한 약속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소사회 실현의 선구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희덕 넥쏘 동호회 서울경기지역장
수소사회를 맞이하는 한국의 수소전기차 소비자


이희덕 넥쏘 동호회 서울경기지역장은 ‘나비 효과’라는 단어로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회원 수 1,600여 명이 가입한 인터넷 공간에서의 동호회임에도 불구하고 수소전기차 및 수소산업과 관련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수소충전 인프라 확산을 위해 발 벗고 나서 끝내는 확답을 듣고야 마는 그들에게 이보다 더 적합한 표현이 있을까.


219일간의 기다림
넥쏘 동호회는 지난 5월에 개설되었으며, 회원 수는 1,600여 명이다. ‘넥쏘 동호회’이지만 7월 말까지 출고된 넥쏘 차량이 200여 대에 지나지 않으므로 대부분의 회원들은 차량 출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지역장 역시 219일을 기다려서야 겨우 차량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창원까지 오는 데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갑자기 양재충전소가 고장 나는 바람에 충남에 위치한 내포충전소까지 가서 차량을 충전했다. 우스갯소리지만 3년 전 내포충전소가 지어지지 않았더라면 난 여기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넥쏘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지역장이 동호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친환경성, 다양한 첨단 기능, 전기차에 비해 빠른 충전 속도 등이 이유로 꼽혔다. 일부 플래그십 모델과 비교하더라도 넥쏘가 뛰어나다는 평도 있었다. 즉, 친환경성은 넥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일 뿐, 실제로 구매를 결정하게 한 것은 넥쏘 차량 자체의 성능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자동차 한 대의 문제’였지만, 지금 동호회 회원들의 관심은 수소에너지 전반에 뻗어 있다. 현재는 서울, 울산, 창원, 광주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수소전기차 보급이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전국 각 지자체에서 수소전기차 및 충전 인프라 보급 확산을 위해 애쓸 수 있도록 적극적인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테스트 유저’의 자부심
일본은 최근 수소충전소 100기 구축을 달성했다. 독일은 수소전기차를 양산 중인 기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50기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가 10군데에 지나지 않으며, 그나마도 상암충전소는 충전 압력이 350bar에 불과하다.


수소충전소의 입지 또한 문제다. 독일의 경우 뮌헨역에서 6.75km 떨어진 도심에도 수소충전소가 지어져 있다. 일본 역시 도쿄역에서 6.61km만 이동하면 수소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 규제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 지역장은 다음과 같은 당부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멀리 여행이라도 갈 때면 도중에 연료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수소충전소가 고장이라도 나면 어쩌나 전전긍긍한다. 동호회 회원들 역시 우리가 ‘테스트 유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넥쏘를 산 이유는 환경 보호에 나아가 수소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수소전기차에 대한 지원은 특정 기업에 대한 지원이 아니다. 수소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들이 힘을 합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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