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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수소·연료전지 연구현장을 가다 - ⑪ 한국화학연구원

신소재·탄소자원화 연구로 수소사회 앞당기는 ‘한국화학연구원’
탄화수소계 분리막 개발 진행 중…내구성 면에서 미국 DOE 기준 충족
전 세계적으로도 소수 기업만이 보유한 PFSA 기술 국산화에 성공
이황화몰리브데넘의 표면 가공 통해 백금 없이도 높은 효율의 촉매 개발
LOHC 반응 효율 높이고 수소생산 비용 줄이는 액체물질 ‘MBP’ 발견


[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한국화학연구원(KRICT)은 1976년 설립된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친환경 화학공정, 고부가가치 화학소재, 의약 및 바이오화학 등의 분야에서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화학 및 관련 융복합 기술 개발과 산업체로의 기술 이전, 화학 전문인력 양성, 다양한 화학 인프라 지원 서비스 제공 등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특히 한국화학연구원의 수소·연료전지 분야 연구개발은 화학소재연구본부와 탄소자원화연구소에서 이뤄지고 있다.


연료전지용 탄화수소계 분리막 개발
화학소재연구본부 분리막연구센터의 홍영택 박사 연구팀은 연료전지용 탄화수소계 분리막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연료전지 부품 가운데 분리막은 연료전지의 가격과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품으로, 공급되는 연료의 혼합을 막고 수소이온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상용화된 연료전지에는 나피온(Nafion)이나 고어(Gore)막과 같은 과불소계 분리막이 적용되어 있다.


과불소계 분리막은 이온전달특성이 우수하고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지만, 가격이 비싸 연료전지 시스템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따라서 연료전지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과불소계 분리막을 대체할 수 있는 탄화수소계 분리막 개발이 시급하다. 그러나 탄화수소계 분리막은 낮은 습도에서 이온전도성이 부족하고 장시간 운전에서의 내구성에 한계가 있어 아직은 연료전지에 적용하기가 힘들다.



이에 따라 홍영택 박사 연구팀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연료전지용 탄화수소계 분리막을 개발 중이다. 연구팀은 탄화수소계 분리막의 내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분자 화학구조 최적화 연구에 집중했다.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연결고리 구조를 배제하고, 기계적 특성을 대폭 개선해 내구성을 확보했다.


개발된 분리막을 대상으로 단위전지 평가를 진행한 결과, 내구성 면에서 미국 에너지부(DOE)의 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지난 2016년에는 김희탁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에서 스펀지 계면구조를 통해 계면결착력이 37배까지 향상된 연료전지를 개발하기도 했다. 탄화수소계 분리막은 전극과의 계면결착력이 낮은데, 이는 곧 수명 급감으로 이어진다. 공동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화수소계 분리막 표면에 스펀지 계면구조를 도입하고 전극 표면에 고분자 층을 삽입해 물리적인 맞물림 계면을 구현했다. 이로써 전극과 분리막 간 계면결착력이 37배 향상되었으며, 탄화수소계 연료전지의 수명이 20배 증가했다.


연료전지용 불소계 전해질 개발
화학소재연구본부 계면재료화학공정연구센터의 박인준, 소원욱, 손은호 박사 연구팀은 30여 년간 축적해 온 불소계 화합물 제조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연료전지의 핵심 물질인 불소계 전해질 ‘PFSA(Perfluorinated Sulfuric Acid Ionomer)’ 국산화에 성공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연료전지 내의 수소를 통과시켜 산소와 반응하게 하는 분리막과 전해질 물질이다. 분리막과 전해질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재로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것은 구멍이 많은 분리막 소재의 빈 공간에 PFSA 전해질을 투입한 것이다.


그러나 PFSA를 만들기 위해서는 9단계에 달하는 공정을 설계 및 운영해야 한다. 게다가 모든 공정이 수분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적은 양의 수분도 들어가선 안 된다. 또한 기초 원료인 불소 에틸렌(TFE)은 폭발성이 높고 이송이 불가능하다. 공정에 쓰이는 불소계 개시제도 극저온에서 만들어 바로 써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PFSA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도 듀폰(DuPont)을 비롯해 일부 기업만이 보유하고 있다. 관련 시장 역시 듀폰이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박인준 박사 연구팀은 3년간의 연구 끝에 기초 원료인 불소 에틸렌 제조 기술, 원료 물질로부터 PFSA 전 단계 물질인 단량체를 합성하는 공정, 불소 고분자를 중합하는 공정, 최종 결과물로 변환하는 공정 등 9단계의 공정 전체를 개발했다.


공동으로 참여한 상명대학교 및 단국대학교 연구팀은 개발된 물질의 물성 및 성능을 평가했으며, 시노펙스와 코멤텍은 분리막 적용과 성능 평가를 수행했다.


앞으로는 시제품의 장기 안정성 평가와 제조 공정의 최적 가동 조건 검증 등을 거쳐 관련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박인준 박사는 “PFSA 제조 공정은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 일본, 독일 등 일부 선진국만 보유하고 있는, 모든 유기불소산업 기술이 융합되어야 하는 원천 기술이다”라며 “기술 수입도 불가능해 제품만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었는데, 이번 PFSA 제조 공정 국산화를 통해 우리나라가 수소전기차 및 불소산업의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백금을 사용하지 않는 촉매 개발
탄소자원화연구소 CO2에너지벡터연구그룹 김형주 박사 연구팀은 가격이 비싼 백금 촉매 대신 이황화몰리브데넘(molybdenum disulfide, MoS2) 촉매를 통해 수소생성반응의 활성 및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 수전해의 효율 향상을 위한 연구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음극(cathode)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적 수소생성반응이다. 이러한 전기화학 반응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촉매’인데, 현재로서는 반응 활성 및 효율이 높은 백금 촉매가 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백금은 가격이 비싸고 매장량이 적어서 수소의 대량생산 기술에 적용하기가 힘들다.



이에 따라 김형주 박사 연구팀은 귀금속류인 백금 대신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산성 조건에서 장시간 안정성을 지닌 이황화몰리브데넘의 표면을 변화시켜 수소생성반응의 활성 및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표면을 변화시키기 전의 이황화몰리브데넘 촉매에는 활성 자리가 적어 수소생성반응 활성이 낮았다. 그러나 단원자층의 현상을 이용한 나노 박막 증착 기술인 원자층증착기술(Atomic Layer Depostion, ALD)을 활용해 이황화몰리브데넘 표면에 이산화타이타늄 원자층을 코팅한 다음, 코팅된 이산화타이타늄을 다시 전기화학적으로 떼어 내면 원래의 이황화몰리브데넘 촉매 표면에 결함이 형성된다. 이 결함은 촉매 표면에 요철을 만들어 수소생성반응의 활성을 향상시켰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수소생성반응 성능이 낮아 잘 사용되지 않았던 값싼 상용 벌크 이황화몰리브데넘 촉매에 간단한 표면 처리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우수한 성능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김형주 박사는 “지금까지 많은 연구자들이 이황화몰리브데넘의 표면 처리를 통한 수소생성반응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실험을 통해 실제로 구현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며 “이번 연구는 이를 최초로 구현한 사례로,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수소의 저장·운송 위한 LOHC 기술 개발
탄소자원화연구소 환경자원연구센터의 박지훈 박사 연구팀은 수소를 기존보다 적은 비용으로 안전하게 저장·운송할 수 있는 ‘액상 유기물 수소 저장체 기술(Liquid Organic Hydrogen Carrier, LOHC)’과 관련해 액체 물질 및 촉매 제조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수소의 저장·운송 기술로는 수소가스를 초고압으로 압축하거나 -273℃로 냉각해 액화시키는 기술이 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수소가스를 700bar 이상으로 압축할 경우 운반 과정에서 폭발할 위험이 존재하며, 수소를 액화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특수 장비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액체 상태인 화합물을 통해 수소를 저장·운송하는 LOHC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LOHC 기술을 활용하면 특수한 용기 없이도 기존 인프라를 이용해 수소를 오랜 시간 저장할 수 있으며,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다.


독일의 하이드로지니어스(Hydrogenious)와 일본의 치요다(Chiyoda)는 최근 LOHC 기술을 활용한 수소충전소, ESS 등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박지훈 박사 연구팀은 서영웅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 한정우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LOHC에 쓰이는 액체 물질 및 촉매 제조 기술, 그리고 공정 전체를 국내 기술력만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LOHC 기술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는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고압수소 탱크에 버금가는 양(질량 대비 6% 이상)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수소를 액체에 넣어 장시간 저장하기 위해서는 액체가 외부의 자극에 쉽게 변화하지 않고 안정성이 높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소를 저장했다가 다시 액체에서 꺼내는 과정에서 탈수소화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반응의 효율이 높아야 한다.


연구팀은 새로운 액체 물질과 촉매를 개발함으로써 저장 용량과 안정성을 기존 기술만큼 유지하면서도 반응 효율을 높이고 수소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기존 기술로는 270℃ 이상의 열을 가해야만 반응이 일어나 액체로부터 수소를 추출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230℃까지 낮췄으며, 같은 조건에서 2배 이상 빠른 수소 공급을 가능하게 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수소 저장용 액체 물질은 톨루엔과 피리딘이 결합된 형태의 화합물인 ‘MBP’다. 연구팀은 수소 저장 물질에 다른 원자를 추가하면 탈수소화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수소 저장 물질에 산소, 질소, 인 등의 원자를 추가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수소 저장 물질에 질소 원자가 1개 포함된 고리형 화합물을 추가하면 수소를 대용량으로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으면서도 탈수소화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연구팀은 값싼 물질로 MBP를 만드는 합성법을 최초로 개발해 LOHC 기술에 적용했다.


연구팀은 수소를 액체에 더하거나 빼내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촉매 제조 기술도 개발했다. 수소를 액체 안에 저장하는 과정에서는 루테늄(Ru)계 촉매를 사용했고, 액체로부터 수소를 분리하는 과정에서는 기존의 백금 촉매를 대신해 팔라듐(Pd)계 촉매를 적용했다.


현재 연구팀은 상용화 가능한 대량생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파일럿 규모의 수소저장체 제조 공정 및 수소 저장·공급 시스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박지훈 박사는 “이번 개발은 수소사회 진입의 걸림돌인 수소의 저장·공급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상용화를 위한 대량생산 공정 연구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 홍영택 화학소재연구본부 분리막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경제성 높은 탄화수소계 분리막, 연료전지 시장 확대 앞당길 것
“연료전지 시스템에 대한 실증 거쳐 2년 내로 기술이전 완료할 것”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수소·연료전지와 관련해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나.


한국화학연구원의 경우, 화학소재연구본부와 탄소자원화연구소에서 수소·연료전지 관련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화학소재연구본부의 주요 연구 분야는 부가가치가 높은 신소재로, 그중에서도 분리막연구센터에서는 연료전지나 수전해 장치, 레독스 흐름전지 등에 들어가는 탄화수소계 분리막 개발을 진행 중이다. 계면재료화학공정연구센터는 불소계 화합물 제조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살려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불소계 전해질 ‘PFSA’ 국산화에 성공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저장하거나 재활용하는 ‘탄소자원화’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는 탄소자원화연구소의 주요 연구 분야이기도 하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CO2에너지벡터연구그룹에서는 백금을 사용하지 않는 연료전지 촉매 개발을 진행했으며, 환경자원연구센터에서는 LOHC와 관련해 액체 물질 및 촉매 제조 원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연료전지용 탄화수소계 분리막을 개발 중인데, 현재는 어떤 연구를 수행하고 있나.


지금은 새로운 고분자 합성 과정을 통해 수소이온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도 가격은 기존의 불소계 분리막 대비 20% 이하로 대폭 낮춘 탄화수소계 분리막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건물용, 수송용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응용을 목표로 탄화수소계 분리막을 개발하는 정부수탁과제를 수행 중이다. 산학연 공동연구이니만큼 국내 기업들과도 적극적인 협력에 나서고 있다.


현재 연구팀이 개발한 탄화수소계 분리막은 건물용 연료전지 시스템에 당장 적용해도 무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는 분리막 후보 소재의 성능을 보다 개선하고 그 면적을 키워 수송용 연료전지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탄화수소계 분리막 개발로 인한 기대 효과는.


연료전지용 탄화수소계 분리막 소재 기술은 연료전지 시스템의 경쟁력을 높이고 본격적인 시장 확대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큰 기술이다. 고부가가치 소재로서 새로운 소재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관련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보급을 촉진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탄화수소계 분리막 합성 기술을 확대 적용하면 현재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분자전해질 및 알칼라인 수전해 시스템과 레독스 흐름전지 등에 대한 적용도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기업의 협력을 통해 탄화수소계 분리막을 실제 시스템에 적용하는 실증 과정을 거칠 것이다. 이후에는 기업체에 기술이전을 추진할 예정이다. 2년 내로 기술이전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분리막의 장기 성능 및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앞으로도 분리막연구센터는 안전하고 편리한 미래 에너지 기술에 활용 가능한 핵심 소재를 꾸준히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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