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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생산의 새로운 길을 찾다 ② 이산화탄소 없애며 수소 생산하는 ‘플라즈마 개질’

리카본코리아, 대구시 ‘바이오가스 활용 탄소자원화 파일럿 플랜트’ 시운전 돌입
플라즈마 개질,이산화탄소 1,000만 톤으로 수소 40만 톤 생산 가능해
화력발전소·제철소·화학단지·시멘트 제조단지 등 밀집한 탄소배출지역, ‘기회의 땅’ 될 것

[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정부가 지난해 12월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로 확대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한 이후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 및 잉여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준비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수소에너지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이용해 수전해로 수소를 생산·저장하고 필요시 연료전지로 발전해 잉여전력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한편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해도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게 ‘수소에너지저장시스템(수소-ESS)’이라고 말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활용한 수전해 방식이 궁극의 친환경적인 수소생산방식이라는 점에서도 재생에너지와 수소의 융합은 필연적이라는 견해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활용 수전해 수소생산·저장 기술 개발 및 실증이 시급해졌다. 정부는 내년부터 P2G 시스템 실증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내 대규모 수소생산설비도 구축하게 된다.


이미 유럽에서는 40여 개의 가스전력화(Power-to-Gas: P2G) 시스템 실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일본도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5개의 P2G 실증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활용 수전해 방식이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 및 바이오가스 개질 방식 수소생산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여 개질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재활용 기술 실증도 시급한 상황이다.


때마침 강릉과 대구에서 각각 재생에너지 수전해 수소생산과 바이오가스 개질 수소생산 기술을 실증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시에서 진행 중인 ‘바이오가스 활용 탄소자원화’ 실증사업을 소개한다.<편집자주>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기가 연료전지 스택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의 99.9%가 정화된다.


‘이미 생산된 수소를 연료전지에 투입해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만 떼어 놓고 보면 수소는 ‘친환경 에너지’로서 아무런 손색이 없다.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데다가,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소는 천연가스나 석탄 등 화석연료 개질이나 수전해 방식을 통해 생산된다. 그렇다면 개질에 쓰이는 천연가스는 어디서 올까?


부생수소를 끌어다 쓸 수도 있지만, 부생수소를 운반하는 튜브 트레일러도 그냥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완벽한 탄소 무배출(zero-emission) 에너지원으로서 ‘수소’는 스스로 약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또 다른 수소생산 방법이 시운전 단계에 돌입해 주목을 모으고 있다. 플라즈마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메탄으로부터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생산하는 플라즈마 개질이다. 심지어 플라즈마 개질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걸로도 모자라,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없애기까지 하니 ‘가장 이상적인 수소생산법’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수소생산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수소의 48%가 천연가스 개질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석유, 석탄 개질이 그 뒤를 잇는다. 수전해를 통해 생산되는 수소의 양은 4%에 그치고 있다.


천연가스와 물을 반응시키는 습식 개질(steam reforming)의 경우, 현재 상용화된 수소생산법 가운데 가장 경제적이다. 때문에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한 미국은 95%의 수소를 천연가스 개질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천연가스 공급망이 잘 구축되어 있어 부생수소를 활용하기 힘든 지역에서는 천연가스 개질을 주로 고려하고 있다. 천연가스 개질 시 ‘CH₄ + 2H₂O = CO₂ + 4H₂’ 와 같은 화학적 변환이 일어난다.


즉 천연가스(CH₄)와 물(H₂O)을 반응시켜 이산화탄소(CO₂)와 수소(H₂)를 생산하는 것이다. 물질량으로 따지면 수소와 이산화탄소의 비율은 4:1이지만, 이산화탄소는 수소보다 5배 가량 더 무거워 수소 1kg 생산 시 약 5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여기에 개질기를 구동하는 데 들어가는 전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전해 방식 역시 수소 1kg을 생산하는 데 6kW 가량의 시스템 소비전력이 소비된다. 일반적으로 전력의 탄소배출계수가 0.467kgCO₂/kW임을 고려하면 수소 1kg을 생산하기 위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2.8kg에 이른다. 천연가스 개질 방식에 비하면 이산화탄소가 적게 배출되지만, 완전한 탄소 무배출 수소생산법이라고는 볼 수 없다. 물론 재생에너지 생산 전력은 제외된 수치다.



탄소를 포집 및 재활용하는 CCUS
이처럼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따라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이미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거나 화학산업 등에서 유용하게 활용하는 ‘탄소자원화’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7월 환경부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로드맵’ 수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억 3,600만 톤까지 줄일 계획이다. 이는 현행 정책 이외에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를 가정한 미래 배출량 전망치(BAU)에 비해 37% 줄어든 수치다.


로드맵은 에너지전환, 산업, 건물, 수송 등 각 부문의 감축 목표량과 감축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기술(CCUS)을 통해 저감해야 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1,030만 톤이다. 2016년 발표된 로드맵의 2,820만 톤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들었지만 수송부문(3,080만 톤)의 뒤를 이을 만큼 그 양은 결코 적지 않다.


CCUS는 화력발전소나 제철소, 시멘트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다음 압축·수송 과정을 거쳐 지하 또는 해저에 저장하거나 부가가치가 높은 탄소화합물로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포집 및 저장 기술인 CCS(Carbon Capture & Storage)와 포집 및 재활용 기술인 CCU(Carbon Capture & Utilization)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기존에는 화력발전소, 제철소, 시멘트공장, 화학단지 등에서 대량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나 해저에 매립하는 CCU 기술 관련 연구가 주를 이뤘다. 우리나라 역시 보령, 하동, 당진 등 화력발전소가 설치된 지역을 중심으로 탄소 포집 설비 설치 및 실증이 진행되었다.


문제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액화 상태로 수송한 다음 석유와 천연가스를 뽑아낸 지층의 빈 공간에 저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나지 않아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기에 적합한 지층 구조를 가진 곳이 없다. 따라서 기껏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도로 배출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해저 역시 상황은 여의치 않다. 포스코는 지난 2006년부터 CCS 기술 개발에 나섰다. 포항제철소에 연간 3,000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실증 설비를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해저에 이산화탄소 저장시설 주입공을 시추하는 작업이 지진 발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결국 CCS 사업은 그대로 좌초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는 CCU 기술 연구가 핵융합연구소, 한국기계연구원 및 화학연구원 등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없애며 수소 생산하는 ‘플라즈마 개질’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화학적 변환 과정을 거쳐 화학제품의 원료나 플라스틱 분말, 바이오연료, 의약품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메탄을 혼합한 다음 플라즈마로 분해하면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플라즈마 개질은 습식 개질과 달리 물이 들어가지 않아 건식 개질이라고도 불린다.


플라즈마는 기체 상태의 물질에 지속적으로 열을 가해 이온, 전자, 중성입자 등으로 나뉘어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의 물질을 가리킨다. 번개나 오로라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플라즈마에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하면 분자 구조가 단단한 이산화탄소를 분해할 수 있게 된다.


우선 화학공장이나 시멘트공장 등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현장에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를 설치한다. 메탄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받는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메탄과 혼합한 다음 플라즈마를 이용해 수소와 일산화탄소로 전환한다. 수소는 연료전지에 투입해 전기를 생산하거나, 일산화탄소와 함께 원재료 형태로 판매할 수 있다. 이처럼 플라즈마 개질은 이산화탄소를 없애며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플라즈마 개질과 관련해 기술 개발 및 실증을 활발히 추진 중인 기업으로는 리카본코리아가 있다. ReCarbon Inc의 김중수 대표는 NASA에서의 경험을 살려 실리콘밸리에서 ReCarbon Inc를 창업했다. 기존의 플라즈마 개질은 1,000도 이상의 온도에서 작동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반면 리카본의 플라즈마 개질은 온도 상승폭이 600도 전후이며 1기압에서도 작동하므로 경제적이다. 이후 김중수 대표는 2015년 리카본코리아를 설립하고 대구, 창원, 울산 등에서 플라즈마 개질을 통한 탄소자원화 사업 전개를 준비 중이다.




대구시, 음식물폐기물 처리장 배기가스 통해 수소 생산
대구광역시에서는 음식물폐기물 처리장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파일럿 플랜트가 시운전에 돌입했다. ‘바이오가스 활용 탄소자원화 파일럿 플랜트 구축사업’은 대구시 서구 상리동 음식폐기물 처리장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연료전지 발전에 투입한다. 대구시를 비롯해 리카본코리아, 에스퓨얼셀, GIR, 한국가스공사, 대구환경공단, 포트래치 등이 참여 중이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리카본코리아의 PCCU(Plasma Carbon Conversion Unit)와 에스퓨얼셀(S-Fuelcell)의 수소연료전지다. 이외에 음식물폐기물 처리장을 관리하는 포트래치는 바이오가스를 제공하며, 대구환경공단에서 부지를 제공했다.


음식물폐기물 처리장은 지자체마다 2~3개씩 보유 중인 대표적인 님비 시설이다. 탱크에 음식물폐기물을 모아 발효를 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메탄, 황 등이 배출된다. 이 중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70~80%를 차지한다. 배관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가져온 다음 PCCU에 투입하면 700도 내외의 저온 플라즈마가 이를 수소와 일산화탄소로 분리한다. 이 같은 과정은 ‘CO₂ + CH₄ = 2CO + 2H₂’라는 화학반응식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생산된 수소는 에스퓨얼셀의 연료전지에 투입되며, 온실가스에 포함되지 않는 일산화탄소는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음식물폐기물 처리장은 플라즈마 개질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산업 현장이다. 이산화탄소와 함께 메탄이 발생하므로 천연가스를 따로 공급할 필요가 없어 원료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대구시 서구 상리동 음식폐기물 처리장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일부 처리할 수 있는 파일럿 플랜트가 설치돼 시운전 중에 있다. 앞으로 리카본코리아는 해당 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전량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플랜트를 키워나갈 계획이다. 최종적인 목표는 연간 수십만~백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는 플랜트를 구축하는 것이다.


한국수소산업협회의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장봉재 리카본코리아 대표는 “지난 7월 발표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로드맵’ 수정안에 따르면 CCUS 기술을 통해 줄여야 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연간 약 1,000만 톤에 이르며, 해당 이산화탄소를 모두 플라즈마 개질에 활용하면 40만 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수소전기차 800만 대를 움직일 수 있는 양”이라고 밝혔다.




‘천덕꾸러기’ 이산화탄소, 자원이 되다
현재로서는 이산화탄소를 대량 배출한다는 사실이 하나의 ‘오명’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플라즈마 개질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지역은 오히려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대구시의 ‘바이오가스 활용 탄소자원화 파일럿 플랜트 구축사업’과 같이 플라즈마 개질로 생산한 수소를 연료전지에 투입해 전력을 얻을 수도 있지만,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화학산업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합성한 신가스(syngas)는 메탄올, 에탄올, 초산, 폴리케톤, DME 등의 원료가 되어 화학산업에서는 일부러 생산해서 사용할 정도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배출 지역을 화학산업 단지로 발전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장봉재 대표는 탄소자원화와 수소경제는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관계라며 “앞으로는 수소경제와 탄소자원화, 기후기술,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저감 기술 등을 하나로 융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CCUS와 수소에너지 간에 전혀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고 있지만, 앞으로 기술 개발이나 실증 사업 등을 통해 두 가지 분야의 교집합을 늘려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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