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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고 구체적인 일본의 ‘수소사회’ 움직임

가정용 연료전지 에너팜·수소전기차·해외 수소 수입이 중심
에너팜 보급 25만 대 돌파…시장자립화 통해 2030년까지 530만 대 도입
일본, 지난 7월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 발표
2030년 수소전기차 80만대·2050년 수소충전소 320개소 구축키로
2020년 도쿄올림픽, 수소사회의 ‘쇼케이스’로 만들 것


[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지난해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국가 전체 발전량 중 20%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해당 계획에서 신에너지인 수소연료전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큰 그림’의 부재. 정부의 발표는 수소에너지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아쉬움을 안겨줬다.


이는 지난 7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월간수소경제>는 수소에너지 관련 업계 종사자 및 전문가 1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아쉬운 부분을 묻는 질문에 33%의 응답자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서 수소연료전지 배제’를 꼽았다.


반면 미국, 일본 등의 국가들은 수장들이 먼저 나서 수소사회로의 이행을 선포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3년 부시 전 대통령이 국가에너지 정책 및 연두교서를 통해 ‘수소에너지 이니셔티브’를 선언하고, 2020년에는 수소연료전지 신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공표했다. 일본은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총리가 수소경제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데 이어, 아베 정부 역시 지난해 4월 ‘세계 최초 수소시대’를 선언했다.



특히 일본은 도요타와 혼다에서 각각 수소전기차 ‘미라이(MIRAI)’와 ‘클라리티(Clarity)’를 양산 및 판매하고 있으며, 가정용 연료전지 에너팜(Ene-farm)의 경우 누적보급 25만 대를 돌파했다. 수소충전소 보급은 당초 계획보다 다소 느리지만, 앞으로 수소 수요가 폭증할 것에 대비, 호주로부터 미이용 갈탄을 개질해 수소를 수입한다는 계획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에너지기본계획’과 ‘수소기본전략’
일본은 지난 7월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이 발표된 지 4년만의 일이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에너지정책기본법에 근거해 에너지 정책 성과를 평가하고 새로운 정책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4년에 한 번씩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10년에 발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까지만 하더라도 수소는 ‘차세대 에너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수소전기차나 수소충전소의 구체적인 보급 목표도 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4년에 발표된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활동 및 목표가 상세히 나타나 있다. 수소전기차는 2020년까지 140만 대, 2030년까지 530만 대를 보급하며, 2015년 내로 100개소의 수소충전소 구축계획을 담았다. 또한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 저장, 이용 등을 망라하는 로드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바탕으로 한 것이 지난해 말 발표된 ‘수소기본전략’이다. 수소기본전략은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2030년까지의 행동 계획이다. 수소에너지의 비용을 가솔린, LNG 등 기존 에너지와 비슷한 정도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수소의 생산부터 이용까지 여러 정부부처에 걸친 정책들을 하나로 통합했다.


일본,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 발표
이어 일본은 지난 7월, 향후 30년을 위한 정책 대응과 50년간의 시나리오가 포함된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은 ‘3E+S’라는 원칙 아래, 환경에 적합한 에너지 수급 구성을 실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3E+S란 안전(Safety), 자원자급률(Energy security), 환경(Environment), 경제적 효율성(Economic efficiency)을 의미한다.



일본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26% 삭감을 목표로 에너지 믹스(에너지융복합)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원자력에 대한 의존도는 가능한 한 낮추면서도, 안전성이 확보된 원전은 재가동을 개시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에너지 자급률이 2016년 8%까지 낮아졌다. 덩달아 전기요금이 상승하면서 ‘탈원전’에서 ‘원자력에 대한 의존도 저감’으로 노선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이어 이번에도 ‘수소사회’의 실현을 명시한 것도 주목할 만한 점 중 하나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총력전’이라는 단어인데, 일본은 이번 에너지기본계획을 기반으로 산학연관이 하나가 되어 재정적 지원, 실증 사업, 국제적 연계, 정책 등 다방면에 걸쳐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노력 강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은 석유, 석탄 등 대부분의 자원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어 에너지 자급률이 4%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다양한 에너지원으로부터 제조가 가능하며 이미 일본이 상당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수소에너지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일본은 ‘수소기본전략’과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에 기초해 단기적으로는 수소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분야에서 수소 수요를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수소 비용을 낮추기 위해 국제적인 수소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 수소의 대량 소비를 위한 수소발전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가정용 연료전지(에너팜)의 보급 확산과 해외로부터의 수소 수입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정용 연료전지의 보급 추진
현재 일본 내에 가장 많이 보급되어 있는 수소 관련 기술은 단연 가정용 연료전지, 즉 에너팜(Ene-farm)이다. 에너팜은 도시가스나 LPG로부터 개질한 수소로 열과 전기를 발생시킨다. 이때 열은 부엌이나 욕조 등의 물을 데우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열과 전기 모두 활용 가능해 에너지 효율이 높다. 일본은 단독주택이 많다는 주거 특성 상 에너팜 보급이 활성화되어 있다.


에너팜 보급 추진 협의회 ‘에너팜 파트너스’는 지난 7월 2일, 에너팜 누적보급대수가 25만 대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가격 역시 시장에 처음 투입될 당시의 3분의 1 수준인 100만 엔까지 낮아졌다. 여기에 일본은 설치비용의 30~4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20년 무렵 에너팜의 시장자립화를 실현하고, 2030년까지 530만 대 도입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발전효율을 더 높이고, 열 이용률이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시장을 개척하며, 2016년부터 시행 중인 전력소매자유화 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다.


모빌리티 분야의 수소 이용 확산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수소전기차 보급 확산’과 ‘수소충전소 구축’을 주축으로 삼는다. 현재 일본은 수소충전소 100개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2015년 내로 100개소의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했으나 3년이 늦어진 것이다.


일본은 2020년 후반 수소충전소 비즈니스를 자립화하고 2050년까지 수소충전소 320개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수소전기차는 2025년까지 20만 대, 2030년까지 80만 대를 보급한다. 현재 일본은 도요타와 혼다 2개 완성차 업체에서 수소전기차 양산 및 판매를 진행 중이다.


일본은 수소전기차 보급 확산을 위해 수소공급 비용을 낮추고, 수소전기차 주행거리 증가 및 가격 저감 등을 위한 기술 개발 지원에 나선다. 또한 2025년 무렵에는 대중소비시장, 즉 볼륨 존(Volume Zone)을 겨냥한 보급형 차종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미 개발된 연료전지 기술의 수평전개와 수소충전소 인프라의 활용도 향상을 위해 이미 상용화가 시작된 수소버스나 수소지게차 외에도 트럭, 선박, 기차 등 여타 운송수단에 대한 개발을 병행한다. 목표는 2030년까지 수소버스 1,200대, 수소지게차 1만 대를 보급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철도종합기술연구소(RTRI)는 2006년 세계 최초로 100kW급 철도차량용 연료전지를 개발했으며, 일본해상기술안전연구원(NMRI)과 얀마(YANMAR)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지난 2월 수소선박 실증 운행을 진행했다. 도요타자동차는 7월 말, 기존의 자사 수소트럭에 비해 주행거리가 1.5배 증가한 개량 모델을 미국에서 공개했다. 한편 도요타자동차는 2019년부터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에 자사 수소트럭을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제 규모의 수소 공급망 구축
현재 일본은 수소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에 대비해 수소 공급망을 구축하고 수소 공급 비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수소 공급 비용 저감과 관련해서는 갈탄 등 해외의 저렴한 미이용 에너지와 CCS(Carbon Capture & Storage)를 결합한다. 이외에도 액화수소, 메틸시클로헥산, 암모니아, 메탄 등 에너지 캐리어에 대한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일본은 수소 서플라이 체인 추진 기구인 HySTRA를 중심으로 호주로부터 수소 수입을 추진 중이다. 호주 라트롭 밸리(LaTrobe Valley)에는 대량의 갈탄이 매장되어 있다. 갈탄을 개질해 수소를 분리한 다음, 해당 수소를 -253℃의 온도로 액화시킨다. 이후 선박을 통해 일본 고베(神戸) 시에 위치한 액화수소 수입기지로 이송한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J-POWER와 가와사키중공업, 쉘 재팬, 이와타니산업 등의 기업이 참여해 각각의 역할을 구분했다.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일본은 2030년까지 상용 가능한 규모의 국제적 수소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해 연간 30만 톤의 수소를 수입하고, 수소 공급 비용을 30엔/N㎥ 수준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의 이용 확대
수소는 대규모의 에너지를 장기간 저장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는 열쇠로 꼽히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의 이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장비 등의 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 일본은 재생에너지의 도입량이나 비용 면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유럽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경제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한 P2G 기술의 중심인 수전해 시스템에 대해서도 기술의 초기 확립을 통해 2020년까지 5만 엔/kW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지자체는 다양한 자원에서 생산 가능하다는 수소의 특성을 활용해 ‘지역 내 자급자족형 수소 서플라이 체인 구축’을 진행 중이다. 부생수소, 재생에너지, 폐수 등 지역 내 미이용 자원을 수소로 전환해 수소전기차나 수소지게차 등에 활용하는 것이다.


미야기 현 토미야 시는 태양광발전을 통해 생산한 수소를 수소저장합금의 형태로 일반 가정에 수송하고 있으며, 홋카이도는 수력발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 아이치 현은 바이오가스로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수소지게차의 연료로 활용한다.


이러한 노력은 탄소배출량 저감이나 지역의 에너지 자급률 향상이라는 이점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지역 내 신산업 창출과 고용 증가라는 ‘지역 상생’으로도 이어진다. 따라서 일본은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수소 활용과 관련해 선진적인 활동을 추진하는 지자체를 대폭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사회의 ‘쇼케이스’ 되는 2020 도쿄올림픽
올해 초 개최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선수들의 화려한 활약 못지않게 사람들의 이목을 모은 것이 바로 ‘수소전기차’였다. 현대자동차는 평창동계올림픽의 공식 파트너사로서 올림픽 기간 중 수소전기차 ‘넥쏘(NEXO)’와 3세대 수소전기버스를 70대 가량 지원했다. 해당 수소전기차들은 올림픽을 찾은 선수단, 올림픽 관계자, 관람객들을 실어 나르며 수소전기차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일본 역시 다가오는 ‘2020 도쿄올림픽’을 수소사회의 ‘쇼케이스’로 만들 계획이다. 도요타는 대회 공식차량으로 자사의 수소전기차 ‘미라이(MIRAI)’와 수소버스 ‘소라(SORA)’, 그리고 도요타자동직기(豊田自動織機)의 수소지게차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후쿠시마 현 나미에 정에서는 1만kW급 수소제조장치를 갖춘 수소에너지 시스템 ‘후쿠시마 수소에너지 연구 필드(FH2R, Fukushima Hydrogen Energy Research Field)’의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FH2R은 기존의 전력계통과 인근 태양광발전소의 전기를 사용해 연간 최대 900톤의 수소를 제조할 수 있으며, 2019년 10월 무렵 완공될 예정이다. 일본은 FH2R에서 생산한 수소를 현 내뿐만 아니라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 포함키로
가까운 일본에서 수소에너지 관련 ‘큰 그림’이 발표될 때마다 우리나라 수소산업계의 아쉬움은 깊어만 간다. 이에 따라 올해 말 수립될 예정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에너지기본계획의 관할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산학연 전문가 및 시민단체 인사 등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5월 말부터 영남권·충청권·호남권·수도권·강원권을 대상으로 권역별 설명회를 진행해 각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결국 지난 6월에는 ‘수소차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민관 공동 투자계획’을 통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경제 관련 법·제도 기반 확충을 포함해 수소경제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벤처기업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에너지 관련 계획을 담을 예정”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수소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산학연관 각각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공통의 목표, 즉 ‘큰 그림’이 없다면 수소사회로의 여정은 길고 지난하기만 할 것이다. 지역적 소재, 문화, 에너지 자급률 등 여러가지로 우리와 유사한 면을 보이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수소에너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로드맵이 그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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