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부산국제모터쇼'에 전시된 현대자동차의 3세대 수소전기버스.

[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언제부터일까. 서울에서 경유버스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서울특별시는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2년부터 경유버스를 CNG 버스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CNG 버스는 미세먼지를 전혀 배출하지 않으며, 질소산화물(NOx) 배출량 역시 경유버스의 1/3 수준이다. 결국 서울시는 지난 2014년, 시내버스 7,400여 대를 모두 CNG 버스로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이대로 ‘해피엔딩’을 맞이한다면 좋으련만. 국립환경과학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 서울시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의 46.4%가 승용차나 버스 등 운송수단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서울특별시는 인천광역시, 경기도와 함께 2027년까지 모든 버스를 수소·전기버스 등의 친환경 버스로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환경 개선과 수소연료 소비 촉진, 두 마리 토끼 잡는 수소버스
수소버스는 수소승용차에 비해 환경 개선 효과가 뛰어나면서도, 수소전기차 보급 초기 수소연료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소버스는 연간 56톤의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어 수소승용차(2톤), 수소택시(8톤)에 비해 환경개선 효과가 크다. 대기오염물질도 연간 880kg 저감할 수 있어 수소승용차(5kg), 수소택시(25kg)보다 저감 효과가 높다.

수소전기차는 3단계 공기청정기술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데, 이는 수소버스 역시 마찬가지다. 수소버스는 연간 60명이 마실 수 있는 양의 공기를 정화한다. 수소승용차(6명)와 수소택시(23명)에 비해 효과가 뛰어나다.

▲ 지난 5월 17일 마곡 R&D 단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버스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지난 5월 마곡 R&D 단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 아래 ‘2018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수소버스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 시연’이 이뤄졌다.

우선 수소버스의 흡입구에 연결된 비닐 풍선에 성인 남성이 약 200년간 흡입하는 양의 미세먼지(30g)를 투입한다. 수소버스를 비롯한 수소전기차는 수소와 대기 중의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고 물을 배출한다. 이 과정에서 차량에 탑재된 공기 필터가 대기 중의 미세먼지를 99.9% 정화한다. 실제로 배기구와 연결된 풍선은 깨끗한 공기로 부풀어 올랐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배기구에 연결된 풍선 속 깨끗한 공기의 냄새와 색깔을 직접 확인할 정도로 수소버스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또한 수소버스는 주행거리가 길어 대량의 수소를 소비하므로 수소충전소의 가동률을 대폭 높일 수 있다. 수소버스의 1회 충전량은 수소승용차의 5배 수준인 25kg이다. 따라서 수소버스는 수소승용차에 비해 50배 이상의 수소연료 소비 촉진 효과를 발생시킨다.

또한 주행 노선이 정해져 있어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기에 적합한 지역을 파악하기도 쉽다.

이에 따라 중국, 일본, 유럽 등 해외에서도 수소버스의 개발 및 시범 운행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현재 중국 유수의 버스 제조사들은 대부분 수소버스 개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포톤(FOTON)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자사의 4세대 수소버스를 49대 투입할 예정이며, 버스 판매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위통(YUTONG) 역시 수소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역시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수소버스 1,200대를 보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요타자동차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자사의 수소버스 ‘소라(SORA)’를 투입할 계획이다.

▲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수소버스가 운행되는 모습.

현대자동차, 올해 하반기 4세대 수소버스 선보일 것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소버스를 선보이고 있는 기업은 현대자동차가 유일하다. 현대자동차는 2004년부터 수소버스 개발을 시작해 2006년 1세대 수소버스를 내놓았다. 1세대 수소버스는 2006년 독일월드컵 시범 운행에 투입되기도 했다.

이후 2009년 2세대 수소버스, 2017년 3세대 수소버스를 연이어 선보였다. 특히 3세대 수소버스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부터 국회 수소버스 세미나, 부산국제모터쇼 등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며 대중들로 하여금 수소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후 현대자동차는 3세대 수소버스를 서울과 울산에 각각 한 대씩 기증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하반기 중 4세대 수소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수소버스 투입 위해 기지개 켜는 수도권
지난 7월 10일, 환경부와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를 대표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수도권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간 협력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수도권의 미세먼지 ‘나쁨’ 일수는 14일로 전국 평균(10일)을 웃돌았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수도권은 미세먼지 저감 목표를 2021년 20㎍/㎥에서 2022년 15~18㎍/㎥으로 상향할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2022년부터 수도권에 경유버스를 새롭게 도입하는 것을 제한하고, 2027년까지 모든 버스를 CNG버스, 전기버스, 수소버스 등 친환경 버스로 전면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 환경부와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는 수도권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7월 6일 개최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정책간담회'.(사진=경기도)

수도권 가운데 가장 먼저 수소버스 도입 계획을 발표한 것은 서울시였다. 서울시는 현대자동차로부터 제공받은 수소버스 1대를 7월 중 시내버스 노선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와의 논의가 길어지면서 현재로서는 노선이나 시기 등과 관련해 결정된 사항이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몇 개 노선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다만 서울시에 위치한 수소충전소 가운데 700bar로 충전 가능한 곳이 양재 수소충전소 한 군데뿐이니 만큼 양재동을 지나는 시내버스 노선에 투입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경우, 도 차원에서의 수소버스 보급 계획은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 다만 주목할 만한 사실은 부천시가 수소버스 보급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5개 도시를 선정해 수소버스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인데, 부천시가 해당 사업에 신청한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수소버스 보급을 추진하려면 수소충전소가 필요한데, 경기도에는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가 한 군데도 없다”며 “또한 울산처럼 인근에서 부생수소가 대량으로 생산되는 것도 아니라 도 차원에서 수소버스 보급에 나서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우선 해결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 지난 4월 12일, 국회에서는 '대중교통 수소버스 활성화를 위한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취득세 및 부가가치세 감면 등 수소버스 보급 확산 위한 지원책 이어져
한편으로는 수소버스 시범사업 지역 선정, 취득세 및 부가가치세 감면 등 수소버스 보급 확산을 위한 지원책 또한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지난 6월 25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산업혁신 2020 플랫폼’ 2차회의가 개최되어 수소전기차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 방안이 논의되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세계 수소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2022년까지 총 2조 6,000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버스와 관련해서는 2022년까지 1,000대 보급을 목표로, 내년 중 충전인프라 현황이나 수소 공급 여건 등을 고려해 5개 도시를 선정해 수소버스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수소버스 투입이 가시권에 들어온 서울과 울산은 이변이 없는 한 시범사업 추진 도시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 지난 4월 12일 '대중교통 수소버스 활성화를 위한 정책 세미나'와 함께 진행된 수소버스 시승 행사.

또한 내년 중 수소버스 보조금을 신설하고, 운송사업용 수소버스의 취득세 50% 감면을 추진한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에서도 수소버스 보급 확산을 위한 지원책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내버스 및 마을버스 운송사업용으로 공급되는 수소버스는 2020년 말까지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박영선 의원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인 수소에너지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에 대한 법적 근거 등이 매우 미비한 상황”이라며 “최근 정부가 혁신성장 3대 전략투자 분야 중 하나로 ‘수소경제’를 선정한 것에 맞춰 친환경 수소에너지 관련 법안들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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