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에너지는 지난달 16일 충남 대산산업단지에서 50MW 규모의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착공식을 개최했다.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및 제철 산업 등의 공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수소로, 수소전기차 및 연료전지 발전용 연료로 사용될 수 있다. 현재 국내 수소전기차 수소충전소는 대부분 부생수소를 연료로 한다. 부생수소 연료전지기술은 울산 수소타운 등의 실증용으로만 적용되고 있다. 연료전지발전소는 대부분 천연가스 개질 방식으로 가동 중이다. 선진국에서도 부생수소를 연료로 한 발전이 1MW 정도의 실증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생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세계 최초·최대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소가 국내에서 착공해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 중국 등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발전소를 계기로 앞으로 부생수소 연료전지발전소 설치가 늘어날지도 주목된다.

50MW 규모 부생수소 연료전지 착공
한화에너지는 지난달 16일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읍 소재 대산산업단지에서 50MW 규모의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착공식을 개최했다.

2만여㎡ 규모의 부지에 세워질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는 전체 사업비가 약 2,550억원에 달하며, 자본금 510억원(20%), 프로젝트파이낸싱(PF) 2,040억원(80%)으로 사업비를 조달했다.

▲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조감도.(사진=한화에너지)

한화에너지는 이 사업을 위해 지난 1월 한국동서발전, ㈜두산, SK증권과 공동으로 특수목적법인 대산그린에너지㈜를 설립했다. 대산그린에너지에 자본금 49%를 출자한 한화에너지가 최대주주다. 다음으로 한국동서발전 35%, ㈜두산 10%, SK증권 6%의 지분을 확보했다.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설비용량은 50.16MW로 두산의 440kW급 PAFC(인산염 연료전지)  114기가 복층형으로 구축된다. 올해 4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연료전지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 발전소는 24개월의 공사 기간을 거쳐 오는 2020년 6월 상업생산을 시작해 충남지역 약 17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연간 40만MWh의 전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생산된 전력은 한화토탈 제2변전소를 통해 계통 연계된다. 한화토탈 대산공장의 방향족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한다. 연료전지는 전기 생산과정에서 부산물로 물이 나오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연간 약 4만 톤의 물은 한화토탈 공정에 사용된다.

한화에너지의 관계자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는 수소와 공기 중 산소의 전기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해 미세먼지의 주요물질인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분진 등이 발생하지 않고, 연료전지 운전 중 미세필터를 통해 대기 중의 초미세먼지까지 걸러내 연간 35만명이 호흡하는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친환경 발전소”라고 밝혔다.

착공식에 참석한 김현철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정책단장(국장)은 “대산수소연료전지는 석유화학공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인 에너지 시스템”이라며 “정부도 ‘재생에너지 3020’ 정책과 연계해 연료전지 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부지 전경.

한편 한화에너지는 지난 2016년 12월 한국동서발전, ㈜두산, SK증권과 함께 대산수소연료전지 공동개발협약을 체결한 후 지난해 8월 25일 이사회를 통해 대산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의 설립과 그 지분 취득을 승인했다.

지난해 12월 착공해 2019년 11월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이 계획이 다소 지연돼 올해 1월 자본금을 투입하고 SPC를 설립했다. 5월에는 수소공급계약, REC판매계약, EPC계약 등 주요 계약을 체결하고 산업부의 공사계획인가 승인이 이뤄졌다. 6월에 서산시로부터 건축허가 승인을 받고 착공했다.

당초에는 코오롱하이드로제닉스의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었다. 코오롱하이드로제닉스는 코오롱과 캐나다 수소연료전지 전문기업 하이드로제닉스가 2014년 6월 연료전지 개발·제조·판매를 목적으로 국내에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코오롱하이드로제닉스는 대산산업단지 내 위치한 한화토탈 공장의 부생수소를 이용해 1MW급 발전시설 실증사업을 진행한 이후 실증 결과에 따라 발전용량을 50MW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세계 최초의 부생수소 연료전지발전소라는 타이틀과 함께 최초의 PEMFC 활용 발전용연료전지사업으로 기록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증사업까지만 진행한 후 사업 참여를 포기했고, 이후 두산이 연료전지 시스템 공급자로 선정됐다.

▲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부지 인근에 있는 한화토탈 대산공장 전경.

대산수소연료전지 의미 및 기대효과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는 세계 최초로 부생수소를 활용한 초대형 연료전지발전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업자들도 이번 사업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기존의 집단에너지사업, 태양광 발전사업에 더해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종합에너지전문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류두형 한화에너지 대표는 “이번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착공으로 국내 신재생에너지사업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향후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신규 신재생에너지사업에 진출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동서발전은 이번 사업을 통해 연간 약 80만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매입함으로써 RPS 실적 달성에 도움을 받게 된다.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됐다.

박일준 동서발전 사장은 “이번 대산수소연료전지 사업을 포함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5%를 목표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건설 기간 동안 연간 7만 5,000여 명의 건설인력 수요와 발전소 운영 인력에 대한 지역인재 채용을 통해 서산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료전지 시스템을 공급하는 두산은 이번 프로젝트가 연료전지사업 진출 이래 최대 규모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으며, 부생수소 연료전지 시장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의 관계자는 “아직 상용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부생수소 연료전지 시장에서도 우리나라가 기술에서 경쟁우위를 갖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의 PAFC 연료전지 시스템 설치도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료전지를 컨테이너박스처럼 ‘모듈화’ 함으로써 좁은 면적에도 복층형으로 설치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연료전지사업에 진출한 이후 처음으로 수주한 한국남동발전의 ‘분당 연료전지 3단계 발전설비’를 세계 최초로 복층형으로 배치해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 구축, 운영되고 있는 부산그린에너지 연료전지발전소에도 두산의 PAFC 시스템이 복층형으로 설치됐다.

▲ 두산의 연료전지 시스템(최대 440kW, 정격 400kW급).(사진=두산퓨얼셀)

두산은 지난해 부생수소 연료전지를 독자기술로 개발했다. 두산의 부생수소 연료전지 개발은 국내 부품 공급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진행됐다. 지난 3년여의 개발 기간 동안 46개 협력사에서 2,600여 명이 개발에 참여한 결과 분리판, 슈퍼모듈 등 주요 부품의 국산화율을 98%까지 높였다.

분리판 공급 업체인 제이앤엘테크는 적극적인 투자로 연간 63MW 규모의 공급체계를 확보하고 두산에 전량 공급하고 있다. 태양광 인버터 및 ESS(에너지저장장치)용 PCS(전력변환장치) 전문 업체인 데스틴파워는 두산과 함께 연료전지용 ESM(전기제어시스템)을 공동 개발했다. 두산은 하이에어코리아와 함께 2·3차 협력사를 지속적으로 발굴, 슈퍼모듈의 국산화를 완료했다.

두산의 관계자는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시설을 구축해 성공적으로 가동할 경우 유럽과 일본, 중국 등 해외진출을 위한 레퍼런스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투자자와 금융주선자로 참여한 SK증권도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SK증권의 관계자는 “세계 최초의 초대형 부생수소 연료전지 사업에 참여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국내 부생수소 연료전지 사업을 포함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생수소 연료전지 장점 및 확대 가능성
현재까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부생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상업용 대형 연료전지발전소는 전무하다. 대부분 천연가스 개질을 통해 발전소를 가동해 왔다.

국내 부생수소 연료전지는 연구개발·실증용으로만 적용되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2013년부터 석유화학공단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해 가정용 연료전지 발전 시범단지(수소타운, 총 195kW 140세대)를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울산테크노산업단지에 국내 최초의 부생수소 직접 공급 방식의 실증연구시설인 ‘친환경 전지융합 실증화단지’를 구축하고, 수소배관을 통한 부생수소를 이용해 총 1MW급 건물용·발전용 연료전지(PEMFC)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부생수소 연료전지는 개질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발전효율이 높고 투자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아울러 값싼 부생수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생산시설(온사이트)이나 수소배관을 이용할 수 있는 근접거리에 연료전지발전소를 구축할 경우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천연가스 개질 방식의 연료전지발전소는 발전단가 중 연료비(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50~70%로 상당히 높아 천연가스 가격 상승 시 연료비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

그럼에도 주로 천연가스 개질 발전소를 가동해온 것은 전국에 천연가스 배관망이 풍부한 반면 부생수소 생산은 일부 지역에서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는 주로 석유화학단지(울산, 여수, 대산 등)에서 부생수소가 생산된다. 이들 지역에서는 대산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 이외에도 추가로 부생수소 연료전지발전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 한국중부발전, SK건설, 두산은 지난해 4월 26일 부생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발전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사진=중부발전)

실제로 한국중부발전, SK건설, 두산은 지난해 4월 부생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발전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인천 석유화학단지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시범설비를 1년간 운영하고 성공 시 20MW 규모의 수소연료전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실증단계를 감안한 총 사업비는 약 1,100억 원이다.

에스퓨얼셀은 지난 2016년 10월 일본 후지전기와 연료전지 발전사업 및 PAFC시스템 공급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후지전기의 100kW급 PAFC시스템을 들여와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 공동 진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부생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발전사업도 추진키로 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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