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L에너지의 생산 공장.(사진=CNL에너지)

[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레저 문화가 확산되면서 캠핑카를 이용해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캠핑카는 에어컨과 같은 공조 장치나 취사 시설, 조명 등을 갖추고 있어 많은 양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캠핑장과 같이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는 환경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캠핑장을 떠나는 순간 ‘전력’ 문제는 골칫거리로 떠오른다. 외부 발전기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으나 모터 구동 과정에서 열과 진동, 소음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것이 ‘이동형 연료전지 시스템’이다. 수소를 담고 있는 용기에서 수소를 충전하고 전원 버튼을 켜기만 하면 된다. CNL에너지는 2015년 이미 관련 시스템을 선보였다. 나일채 CNL에너지 대표에 따르면 이동형 연료전지 시스템의 활용 분야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고 한다. 나 대표는 “건전지의 활용 분야를 일일이 알려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우리가 할 일은 일반 소비자들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이동형 연료전지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CNL에너지는 다른 기관들과 협력해 드론용 연료전지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작고 가벼운’ 연료전지를 주로 개발하는 CNL에너지이지만 보유 중인 기술의 범위와 수준은 결코 가볍지 않다. 20여 년간 연료전지 분야 기술력을 착실히 쌓아온 결과 지금은 연료전지 분야라면 어떤 요구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300W급 초경량 연료전지 스택. 드론용 연료전지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

실제로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CNL에너지 본사는 MEA부터 연료전지 스택, 여러 종류의 연료전지 시험 장비까지 연료전지와 관련된 것이라면 없는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나일채 대표는 “다양한 부품과 시험 장비를 갖추고 있어 급하게 부품 테스트나 시제품 제작 등이 필요한 고객들이 마음 편히 찾아올 수 있는 곳”이라고 자신했다.

연료전지, 부품부터 시스템까지
CNL에너지의 나일채 대표는 1993년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시제품 개발 과정과 연료전지개발팀 주도로 진행된 스택(Stack) 개발에 참여하면서 연료전지 가능성을 주목하게 되었다. 이후 1999년에는 카본 제품과 연료전지 분리판을 공급하는 기업을 설립하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2000년 무렵만 해도 우리나라는 연료전지 시험 장비를 모두 수입 제품에 의존해야 했다. 이러한 환경을 목격한 나 대표는 KIST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연료전지 시험 장비를 생산해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4년 법인 설립을 통해 CNL에너지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CNL에너지는 2004년 연료전지 BOP(주변장치) 분야로 비즈니스를 확장한 데 이어 2010년에는 연료전지 MEA(막전극접합체), 2011년에는 연료전지 스택까지 영역을 넓혔다. 지난 2012년에는 개질 과정 없이 직접 수소를 투입하는 1.2kW급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도 성공했다.

현재는 연료전지 BOP, MEA 및 MEA 제조 장치, 스택 및 스택 시스템, 수전해장치, 관련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규모로 성장했다.

▲ 연료전지 테스트 장비.(사진=CNL에너지)

연료전지 비즈니스 및 R&D 지원
이외에도 CNL에너지는 연료전지 분야 비즈니스 및 R&D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 역할도 하고 있다. 연료전지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 또는 연구기관의 실험실 설계는 물론 직접 구축도 대행할 수 있다. 연료전지 분야와 관련해 폭넓은 기술 및 지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나일채 대표는 “연료전지 시스템은 다양한 부품들로 구성되어 있어 연료전지 분야에 종사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취급하고 있는 영역 외 부품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다”며 “반면 고객이 원하는 부품과 시스템 솔루션을 모두 제공할 수 있는 것이 CNL에너지의 강점이자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국내 대학교 내 연료전지 분야 연구소라면 크든 작든 CNL에너지 제품 및 서비스가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 300W급 이동형 연료전지 시스템.(사진=CNL에너지)
이동형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지난 2015년 CNL에너지는 수소를 직접 투입하는 이동형 고분자전해질막 연료전지(PEMFC) 시스템을 선보였다. 최대출력은 430W, 정격출력은 300W다. 수소를 투입한 다음 전원 버튼을 켜기만 하면 전기가 공급되기 때문에 건전지나 소형 발전기를 대신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쓰일 수 있다. 이 회사는 올해 하반기 무렵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동형 연료전지 시스템 판매에 나설 계획인 만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일채 대표는 “한자리에 고정적으로 설치되는 가정용·건물용 연료전지 시스템과 달리, 이동형 연료전지 시스템은 사용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한참 작동하는 도중 사용자가 실수로 전원을 끄기도 하고, 옮기다가 떨어뜨릴 수도 있어 실험 현장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더욱 꼼꼼히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꾸준한 연구개발 활동
CNL에너지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한 연구개발 노력에도 적극적이다. 음식물쓰레기나 폐수 등의 유기성오염물질을 연료로 활용하는 미생물 연료전지(Microbial Fuel Cell)와 같은 경우에는 4년 전부터 꾸준히 투자해 관련 논문을 발표하거나 외주 용역을 통한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생명체의 혈액 속에 들어있는 당분을 연료로 활용하는 효소촉매반응 연료전지(Enzyme Catalyst Fuel Cell)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 전라남도 순천에 위치한 CNL에너지 연구소.(사진=CNL에너지)

이 외에도 최근 산업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드론(무인기)과 관련해서도 연료전지를 기반한 드론 개발에 적극적이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2017년도 산업융합품목 및 산업융합 선도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나일채 대표는 “연료전지 스택은 그 자체의 가치보다도 여타 이동형 산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을 통해 평가받을 수 있다. 현재 드론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연료전지로 대체할 경우 이동 거리를 적게는 3배, 많게는 20배까지 늘릴 수 있다. 단순히 드론 성능 개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산업 구조를 뒤바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러한 가능성을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미니인터뷰 | 나일채 CNL에너지 대표>

폭넓은 포트폴리오, 고객 대응 ‘결과물’
“이동형연료전지·드론 상용화 위해 ‘안정성·경량화’ 집중”
순천에 연료전지 스택 생산시설 마련…내년부터 대량생산

연료전지 시스템과 관련해 광범위한 솔루션을 다루고 있다. 계기가 있나.

1999년 설립 당시에는 카본 제품과 연료전지 분리판을 공급했다. 그런데 연료전지 테스트를 실시하려다 보니 당시에는 연료전지 시험 장비를 수입 제품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래서 2000년부터 연료전지 시험 장비도 제작 및 공급하게 되었다. 이후 고객들이 CNL에너지에서 다루지 않는 솔루션을 요구할 때마다 점차 비즈니스 범위를 넓혀 나갔다. CNL에너지의 폭넓은 포트폴리오는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물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의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다. 재작년 이탈리아에 연료전지 시험 장비를 수출한 것을 계기로 현재는 독일에 연료전지 시험 장비와 연료전지 시제품 등을 납품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대리점 계약을 맺었다.

이동형 연료전지 개발 과정에 있어 정부 부처나 수소산업계에 바라는 점은.

수소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스팟(Spot)이 많아져야 한다. 현재 수소전기차 충전인프라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동형 연료전지의 충전 문제는 언급조차 없다. 그러나 이동형 연료전지 시스템이 오히려 수소전기차에 비해 더 많은 충전 장소가 필요하다.

전용 용기에 담긴 등유나 LPG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처럼, 수소 구매가 쉬워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수소충전소 내에서 이동형 연료전지를 함께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다만 ‘안전’은 좀 더 신경써야 한다. 기존의 압력용기는 저렴하면서도 사용하기 편하지만 안전 면에 있어 취약하다. 이와 관련해 수소화붕소나트륨(NaBH4)을 이용한 수소생산법도 주목할 만하다. 고체연료 상태의 수소화붕소나트륨을 필요할 때 물에 녹이면 수소를 발생시킨다. 수소를 고압으로 저장하는 방식이 아니므로 폭발 위험성이 없고, 고체연료 상태로 보관 가능하므로 온도의 제약이 없다. 현장에서 바로 생산해 공급할 수 있고 안전한 방식이다. 

포트폴리오를 넓혀 오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애로사항은 바로 ‘인력 부족’ 문제다. 우수한 인력들은 중소기업으로 오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순천대학교와 산학협력을 맺은 지도 올해로 11년째다. 형식적인 협력이 아니라 실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료전지 분야 실무 경험을 가르치고 있다. 졸업한 뒤 CNL에너지로 입사하는 경우도 많다. 학생 때부터 CNL에너지 내에서 실험이나 개발 등을 함께 진행했기 때문에 업무에 금방 적응할 수 있다. 산학협력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자부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전해 달라.
이동형 연료전지는 ‘안정화’를, 드론용 연료전지는 ‘경량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나설 것이다. 이동형 연료전지의 경우 2014년부터 수요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당시에는 기술적인 면에 있어서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지금은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상당부분 보완됐다.

생산시설도 마련한다. 다양한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전남 순천에 스택 개발 및 생산을 위한 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늦어도 내년부터는 연료전지 스택의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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