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수소전기차는 충전시간이 짧고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길어 중·장거리를 주행하는 대형 운송수단에 적합하다. 이에 따라 상용차나 공공교통 수단, 선박 등을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개최된 ‘혁신성장 관계 장관회의’를 통해 2022년까지 수소버스 1,000대를 보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수도권 역시 지난달 진행된 ‘미세먼지 정책간담회’에서 오는 2027년까지 수도권의 경유버스를 수소버스, 전기버스, 압축천연가스(CNG)버스 등의 친환경 차량으로 전면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수소전기차 ‘넥쏘(NEXO)’의 성공적인 론칭에 이어 5톤급 수소트럭 개발 계획도 밝혔다. 지난 3월 말에는 ‘수소선박추진단’이 발족돼 수소선박 연구개발의 시작 역시 알렸다.

▲ 현대자동차의 3세대 수소전기버스.(사진=현대자동차)

차량(승용·버스)부터 트럭, 선박까지 수소를 활용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열차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서도 수소열차 개발이 시작됐다는 소식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수소열차 개발 및 상업운행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2006년 세계 최초로 100kW급 철도차량용 연료전지 개발에 성공했으며, 중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트램(tram)의 상업운행을 개시했다. 프랑스의 알스톰(Alstom)에서 개발한 수소열차 ‘코라디아 아이린트(Coradia iLint)’는 상업운행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수소전기차 개발 및 양산 분야에 있어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소열차와 관련해서는 개발 움직임이 더뎠다. 그러나 향후 몇 년 내로 수소열차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철도기술연구사업으로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동력시스템을 적용한 철도차량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디젤전기철도차량의 퇴출, 친환경 열차 ‘필요성’ 대두되다
현재 운행 중인 열차는 에너지원에 따라 디젤전기철도차량과 전기철도차량으로 나눈다. 디젤전기철도차량은 디젤을 연료로 엔진 구동 발전기를 회전시켜 전기를 생산하며, 전기철도차량은 선로 위에 설치된 가선(架線)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다. 디젤전기철도차량은 외부로부터의 전력 공급이 필요하지 않아 가선이나 변전소 등 전력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노선에도 투입될 수 있는 대신 전기철도차량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다. 실제로 디젤전기철도차량은 국내 철도 분야 오염물질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최근 몇 년간, 내구연한을 넘긴 노후 디젤전기철도차량의 대체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디젤전기철도차량은 디젤전기기관차와 디젤동차로 나눌 수 있는데 기대수명은 각각 25년, 20년이다.

그렇다고 해서 노후 디젤전기기관차를 모두 전기기관차로 대체할 수는 없다. 전기철도차량은 비상 시 전원 공급이 중단될 경우 운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국가 비상대비계획을 통해 독립동력원기관차를 의무적으로 보유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정(Paris Climate Change Accord)을 체결하고 미세먼지 배출 기준이 신설되면서 전기철도차량보다 탄소배출량이 낮은 철도차량의 필요성 역시 대두되었다. LNG를 연료로 하는 철도차량도 대안 중 하나이나 LNG는 디젤에 비해 오염물질을 덜 배출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 프랑스 알스톰에서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철도차량 ‘코라디아 아이린트’. 올해 하반기부터 독일에서 상업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사진=알스톰)

중국, 일본, 유럽 등 수소열차 개발 이어 상업운행 나서
이에 따라 중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몇 년 전부터 수소열차 개발에 나섰으며, 이미 상업운행 중인 곳도 있다.
일본은 2001년부터 철도종합기술연구소(RTRI, Railway Technical Research Institute)를 중심으로 고체고분자형 연료전지(PEFC)를 탑재한 철도차량 개발에 나섰다. 이후 2006년에는 세계 최초로 100kW급 철도차량용 연료전지를 개발했으며, 2008년에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추가로 탑재해 하이브리드화에 성공했다. 다만 일본의 경우, 연구 결과가 상업운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중국은 2015년부터 철도차량 전장품 전문기업인 중국중차(CRRC, China Railway Rolling Stock Corporation)에서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트램 개발을 시작해 2017년 10월 허베이성(河北省) 탕산(唐山) 지역에서 상업운행을 개시했다. 3량으로 구성된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트램은 수소 12kg 충전으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최고설계속도는 70km/h이다.

▲ 중국 CRRC에서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트램. 현재 탕산 지역에서 상업운행 중이다.(사진=CRRC)

프랑스의 고속열차 제조기업인 알스톰(Alstom)은 디젤발전기를 수소연료전지 스택으로 전환한 수소열차 코라디아 아이린트를 개발해 지난해 5월 시험 주행을 마쳤다. 7월에는 독일 철도청(EBA)의 승인을 얻었으며, 올해 하반기부터 독일에서 상업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1회 충전으로 70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최고설계속도는 140km/h에 이른다.

한국, 수소열차 개발 대열에 합류하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4월부터 국토교통부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우진산전 등에서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철도차량 개발에 나섰다.

연구 기간은 4년 9개월로 2022년 12월까지 진행된다. 1차년도인 올해는 제작될 차량 및 전장품의 콘셉트와 사양 등이 결정된다.

이번 연구는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동력시스템을 적용한 철도차량 추진시스템과 수소충전인프라 설계 사양, 임시 충전 설비,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철도차량 기술기준(안), 실증을 위한 시험차량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우진산전 등에서 개발 중인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철도차량의 내부 구성 예상도.(사진=한국철도기술연구원)

이 중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추진시스템 최적화 기술 개발’을 맡아 시스템 엔지니어링, 수소저장용기를 포함한 수소연료전지-이차전지 하이브리드 동력시스템 개발,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전력변환장치 개발, 고출력밀도 추진제어장치 개발, 계통연계형 보조전원장치 개발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험 차량은 우진산전에서 제작하며 한국철도공사는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철도차량 운영 방법 조사 및 분석을 담당한다. 철도차량용 수소충전소 설계 및 구축은 우진기전이 맡는다. 이외에도 코아전기, 엘케이엔, 이건산전 등의 기업이 참여해 철도차량 내 전장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최대출력 1.2MW 이상, 1회 충전 연속주행거리 600km 이상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철도차량 개발이다. 이후 5,000km 예비 주행시험과 시운전 시험을 통해 성능 검증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수소열차는 내구연한이 임박한 노후 디젤전기철도차량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열차, 탄소배출량 51.9%까지 저감 가능해
수소연료전지철도차량은 디젤전기철도차량은 물론 전기철도차량과 비교해도 탄소배출량이 적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의 발표에 따르면 전기철도차량을 수소연료전지철도차량으로 대체할 경우 탄소배출량을 13.7% 줄일 수 있으며, 디젤전기철도차량을 대체하면 51.9%까지 낮출 수 있다.

현재 비전철화 구간인 장항선(154.4km)과 경북선(115.2km)의 경우 디젤전기철도차량을 대체하여 수소연료전지철도차량을 활용할 경우 연간 장항선 12,668tCO2e/yr, 경북선 1,949tCO2e/yr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 일본 RTRI에서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철도차량.(사진=RTRI)

전력인프라 설치비용도 대폭 낮춰
수소열차의 또 다른 효과로는 ‘철도전력인프라 설치비용 저감’을 들 수 있다. 전기철도차량의 경우, 전기를 끌어다 쓰기 위해 가선이나 팬터그래프, 변전소 등을 필요로 한다. 한국개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이러한 전력인프라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일반지역이 1km당 24억 3,000만 원, 도시지역이 1km당 29억 1,000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철도 부문 SOC 예산은 2016년 7조 2,000억 원에서 2019년 5조 7,000억 원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수소열차와 같은 독립동력원철도차량은 별도의 전력인프라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전력인프라 설치비용은 물론 연간 소요되는 인프라 유지보수 비용도 아낄 수 있다. 또한 가선과 팬터그래프를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전기철도차량에 비해 터널 단면적을 줄일 수 있다. 이는 곧 터널 공사비용 저감으로 이어진다.

류준형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추진시스템연구팀 선임연구원은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인해 수소연료전지의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수소열차의 차량 가격은 기존 철도차량에 비해 비싼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수소열차 도입 시 얻을 수 있는 환경·경제적 파급효과는 높은 차량 가격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미니인터뷰 | 류준형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추진시스템연구팀 선임연구원>

수소열차, 디젤전기철도차량 대체할 대안으로 떠올라
“수소열차 관련 법령·제도 정비와 규제 개선 필요”

수소열차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원래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추진시스템연구팀은 경전철·도시철도·고속철도차량용 전장품 및 추진시스템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이후 2013년부터 연구원 내부에서 ‘수소연료전지 발전 설계사양 작성’,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스템 계통연계 기술 및 30kW급 수소연료전지발전시스템 개발’ 등의 기획과제를 수행하면서 해외의 수소연료전지철도차량 연구개발 동향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침 우리나라 역시 노후 디젤전기철도차량의 퇴출 시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LNG를 이용한 철도차량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LNG는 디젤에 비해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할 뿐이지 수소처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와중에 수소전기차가 보급되기 시작하고 수소연료전지 가격이 낮아지면서 수소에너지에 대한 의식도 긍정적으로 전환되었다.

이번 연구 과제에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수소연료전지철도차량 내부에 들어가는 추진시스템의 최적화를 위한 기술 개발을 맡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대부하, 연속주행거리 등을 고려한 수소연료전지-2차전지 하이브리드 동력시스템 및 수소저장용기의 설계/제작, 고효율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전력변환장치 개발, 고출력밀도 추진제어장치 개발, 계통연계형 보조전원장치 개발 등을 진행한다.

수소연료전지와 관련해서는 독일, 중국 등에서 상용화되어 운행하고 있는 수소열차에 적용된 해외 제작사 및 국내 수송용 연료전지 핵심기술을 보유한 여러 업체들과 접촉 중이다.

올해는 앞으로 개발할 차량 및 전장품의 콘셉트나 사양 등에 대한 결정이 이뤄진다. 내년부터는 정해진 사양에 따라 설계가 진행되며 제작은 내년 말로 예정되어 있다. 2021년에는 실제 차량이 나올 것이다.

철도차량용 수소충전소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인가.

오송에 구축될 철도종합시험선로에서 수소열차 시험차량의 예비주행 및 시운전 시험을 진행할 예정인데 수소충전소 역시 해당 시험선로 내에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수소충전 부분은 기존의 수소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튜브트레일러로 부생수소를 운송해 철도차량에 주입하는 식이다.

연구 과정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철도차량이 운행되기 위해서는 철도안전법에 규정되어 있는 철도차량 형식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철도차량 형식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대상 차량의 기술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수소열차에 대한 연구가 이제 막 시작하는 시점이다 보니 수소열차와 관련된 기술기준 자체가 전무한 상황이다.

이번 과제의 목표 중 하나가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철도차량 기술기준(안) 개발’인 만큼, 이와 관련된 부분뿐만 아니라 관계 법령에 대한 검토 및 보완은 우리들이 앞으로 개발해 나갈 주요 목표가 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