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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수소에너지 정책방향의 길을 묻다 ② 정부, 수소사회 ‘빅 픽처’ 그릴 때다

노무현 정부 수소경제 첫 언급 이후 ‘흐지부지’
수소사회 중장기 비전 및 이행계획 마련 필요
산업부, 제3차 에기본에 수소에너지 반영 약속
체계적인 수소사회 구축 위한 수소경제법 제정 기대
파리기후협약 2021년 시행, 수소경제 논할 골든타임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월간수소경제>가 수소 관련 업계 종사자 및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재인 정부, 수소에너지 정책방향의 길을 묻다’ 설문조사 결과 현 문재인 정부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가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빅 픽처(Big Picture)’부터 그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수소경제’ 용어는 최근 갑작스럽게 등장한 개념이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수소경제가 처음 언급된 시점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에너지자문회의에서 ‘수소경제’를 언급했다. 


노무현 정부가 ‘수소경제’라는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1997년 12월 교토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의 영향이 컸다. 교토의정서는 글로벌 기후변화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가 참여한 사실상 최초의 합의문으로 2005년 2월 공식 발표됐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의무 감축 대상국은 아니었지만 자발적인 의무 부담을 요구 받는 상황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부터 2040년까지의 수소경제 이행 로드맵을 수립하고 ‘수소연료전지사업단’을 출범했다.   


그 당시 미국 부시 정부는 석유의 중동 의존도 탈피를 위해 탈 석유화를 추진키로 하고 대안으로 ‘수소경제’를 선택했다. 2002년 미국 에너지부는 ‘2030 수소경제이행 비전(로드맵)’을 발표하고 수소경제로의 이행을 본격 추진해나갔다.




보급 목표만 있을 뿐 수소사회 큰 그림 없어
노무현 정부 때 언급된 수소경제는 이후 정부에서 관심이 수그러들면서 논의가 주춤해졌다. 그러던 중 지난 2015년 12월 정부는 ‘수소전기차 보급 및 시장 활성화’ 계획을 내놓았다. 수소전기차는 2020년 9,000대에서 2050년 700만대, 수소충전소는 2020년 80기에서 2050년 1,500기를 각각 보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보급 목표 수치와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소 기술개발, 수소충전소 확충, 수소전기차 민간보급 활성화 등의 세부 추진계획만 제시했을 뿐 노무현 정부 때 수립한 수소경제 이행 로드맵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러한 보급 계획은 2016년 6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차원에서 수정됐다. 2020년 보급목표를 수소전기차는 9,000대에서 1만 대, 수소충전소는 80기에서 100기로 각각 상향 조정한 것이다. 2020년까지 수소버스 개발 및 시범보급을 통해 수소버스 보급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정부는 또 지난해 2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오는 2025년까지 민간투자를 활용, 고속도로 등의 휴게소에 수소충전소 200개소를 구축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고속도로·국도 주요 휴게소에 160기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9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2022년까지 수소차 1만 5,000대, 수소충전소 310기 보급목표를 밝혔다. 

 
이처럼 정부는 보급계획만 발표했을 뿐 수소사회 전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보급 목표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는 16기 정도가  운영 중이다. 이 중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10기 정도다. 올해 환경부 수소충전소 보급사업 10기 중 6기는 내년 발주로 미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까지 310기 구축을 위해선 한 해 50~60기 이상 구축해야 한다. 정부의 보급 목표가 현실성이 있느냐는 의심의 눈초리 역시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소에너지를 국가 에너지로   
무엇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급 목표만 제시할 뿐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중장기 비전과 로드맵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확고한 큰 그림이 없으니 보급 목표와 이행계획에 일관성과 현실성이 부족하고 추진 동력마저 상실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아쉬운 부분에 대한 질문에서 ‘수소사회 구축을 위한 중장기 비전 및 전략·로드맵이 부재하다’는 의견이 두 번째로 많았다. 또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하는 정책 과제로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에너지를 반영, 수소사회 로드맵을 마련하고 수소경제 관련 법·제도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수소에너지 보급 확대 저해요인에 대한 질문에서도 ‘수소경제 관련 법·제도 기반 미흡’이 가장 많이 꼽혔다. 


올해 말 수립 예정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에너지 관련 내용을 확실히 명시하고 법적 기반을 통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수소사회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게 수소산업계 종사자와 수소에너지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의견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림 없이 일관성 있는 수소사회로의 이행을 위해서도 에기본에 대한 수소에너지 명시는 필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소에너지는 석유자원 고갈, 글로벌 기후변화문제, 에너지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동시에 양질의 에너지신산업 및 일자리 창출과 수출산업 육성이 가능한 혁신성장동력”이라며 “정부가 수소사회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중장기 이행계획을 마련해 민관 협력을 통해 수소에너지로의 전환을 체계적으로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가까운 일본도 지난 2014년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에너지’를 명시하고 2050년까지의 중장기 로드맵으로 차근차근 수소사회로의 이행을 실천해나가고 있다.


지난 2월 6일 국회신재생에너지포럼,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수소위원회 회원사(에어리퀴드, H2Mobility, 도요타, 이와타니, 아우디, 장성기차 등)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2018 국제수소에너지산업포럼’에서의 공통된 이슈는 수소경제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수소에너지 산업 초기단계인 호주도 올해 중으로 수소에너지 연구개발 수행계획 및 국가수소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다.




한편 에기본에 대한 수소에너지 반영과 함께 수소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법적 기반인 수소경제법안들이 올 하반기 국회를 통과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 상반기에 수소경제사회 이행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시행, 수소전문기업 육성, 수소특화단지 지정·육성, 한국수소산업진흥원 설립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소경제법’과 ‘수소경제활성화법’ 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들 법안은 수소경제사회 이행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시행토록 한 것이 핵심이다. 1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5년 단위의 수소경제사회 이행 기본계획 및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토록 한 것이다. 범정부 차원의 수소에너지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고 수소에너지 정책 방향에 맞게 수소산업 육성, 기술개발, 수소전문인력 양성, 수소에너지 교육 및 홍보 등을 체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전담기관 지정을 위해서도 수소경제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에 거는 기대 
수소산업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수소에너지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수소전기차 보급 확산 정책방향과 수소전기차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민관 공동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이 수소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응답한 비율이 52%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50%가 ‘문 대통령이 임기 중 수소사회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응답자 중에는 ‘지난해 6월 발표한 수소전기차 보급 확산 정책방향에서 정부의 수소에너지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는 견해도 밝혔다.


실제 에너지기본계획 관할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수소차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민관 공동 투자계획’에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에너지 관련 내용을 반영하는 등 수소경제 관련 법·제도 기반 확충을 적극 추진해 수소경제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벤처기업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에너지 관련 계획을 담을 예정”이라고 다시 언급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기대되는 정책으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에너지 관련 내용 반영 및 수소경제 관련 법·제도 기반 확충’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수소전기차 보급 확산 정책 및 산업생태계 투자 계획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방안들을 마련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실행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든다. 보다 구체적인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 ‘정부의 투자의지가 부족하다’ 등의 의견이 제기됐다.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소 보급 목표의 현실성을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의 보급목표대로라면 수소충전소 1기당 수소승용차 48대가 충전하는 셈이다. 수소전기차가 초기 보급 단계임에 따라 수소충전소는 설치 후 수년 간 운영적자가 불가피하다. 48대 충전 규모는 수소충전소의 경제성을 확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라는 지적이다.


수소 관련 업계는 과도한 보급 목표를 원하지 않는다. 기존 전통에너지를 깡그리 내다버리고 급진적으로 수소사회를 만들자는 것도 아니다.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수소사회로의 이행계획을 실천해나가길 바라고 있다. 


지난 2016년 11월 4일 공식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197개 참여국들은 오는 2021년 1월부터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이행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할 계획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과 연결된다.   


비록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서 수소에너지가 빠졌지만 이 계획의 성공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 등 단점을 수소-ESS로 보완할 수 있고 분산전원으로서의 연료전지 역할이 중요한 만큼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있어 수소에너지가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 전문가는 “노무현 정부가 언급한 ‘수소경제’는 교토의정서의 힘이 컸다”면서 “신기후체제인 파리기후협약이 오는 2021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만큼 올해가 수소경제를 제대로 논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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