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퓨얼셀의 5kW급 연료전지 시스템 ecogener NG5K.

[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2018년 1월호부터 새롭게 연재 중인 ‘수소·연료전지 연구현장을 가다’ 기획에서 여덟 번째로 찾아간 곳은 에스퓨얼셀(S-Fuelcell) 기술연구소다.

지난 4월, 수소산업계에 반가운 소식 하나가 날아들었다. 에스퓨얼셀이 국내 연료전지 전문기업 가운데 최초로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민석 에스퓨얼셀 연구소장은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시 현재의 회사 실적은 물론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까지 면밀히 따진다”며 “(심사 통과는) 수소사회 진입을 위해 에스퓨얼셀이 추진해 온 기술 개발 노력과 현재 보유 중인 제품경쟁력, 향후 시장 잠재력 등 모든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은 것 같아 매우 만족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에스퓨얼셀은 2014년에 설립되어 업력 자체는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연료전지 기술 연구개발의 시작은 17년 전인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국내 최초 연료전지 전문기업 CETI가 설립되었다. 국내 최초로 1kW급 가정용 연료전지 스택 및 시스템을 개발하며 입지를 다지던 CETI는 2005년 GS칼텍스에 인수되어 사명을 ‘GS퓨얼셀’로 변경했다.

GS퓨얼셀의 연료전지 연구개발팀이 이후 태양광 모듈 제조 및 태양광 발전 시스템 설치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에스에너지(S-Energy)와 손을 잡고 2014년에 설립한 것이 에스퓨얼셀이다. 새로운 시작에 나선 에스퓨얼셀은 국내 최초로 5kW급 건물용 연료전지(도시가스, LPG) 설비 인증과 연료전지 KS 인증을 획득하는 등 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왔다. 지난 2016년에는 모듈형 6kW급 건물용 연료전지 시스템 ecogener NG6Km를 출시했다.

현재 국내외 영업, 연료전지 부품 가공 및 시스템 생산, 설치 및 시운전은 외부 협력사와 공동으로 진행 중이며 에스퓨얼셀은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기술·제품 R&D, A/S 등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 전체가 연료전지 시스템 기술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 연료전지 시스템의 구성.

PEMFC 제품 개발
에스퓨얼셀은 다양한 환경에 적용 가능한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 시스템 ecogener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가정용(1kW급)부터 건물용(5~10kW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제품을 갖추고 있다.

연료전지 시스템은 흔히 개질기라고 불리는 연료변환기와 스택, 인버터, 열교환기 등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된다. 성능이 뛰어난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들 각각에 대한 원천 기술은 물론 여러 구성요소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integration)하기 위한 시스템 설계 기술을 모두 갖춰야 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특정분야 기술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반해 에스퓨얼셀은 스택, 연료변환기, 시스템 통합 설계 등 연료전지 핵심 분야에 대한 독자기술은 물론 각 구성요소에 대한 전문 인력을 고루 갖추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모듈형 6kW급 건물용 연료전지 시스템 ecogener NG6Km를 출시했다. 에스퓨얼셀은 해당 제품으로 국내 최초 연료전지 KS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지금은 명실상부 에스퓨얼셀의 주력 제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ecogener NG6Km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제품에 비해 설치 공간을 70% 가까이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제품의 경우, 여러 대의 제품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유격 거리를 둬야 했다. 오류 발생 시 제품을 수리하기 위해서는 사방으로 공간이 확보돼야 하고 가스 배관이 각각의 제품과 연결돼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ecogener NG6Km은 각각의 모듈이 내부에서 연결되므로, 모든 모듈에 일일이 가스 배관을 연결하지 않는다. 따라서 A/S에 필요한 제품 앞뒤 공간만 확보하면 된다.

다른 신재생에너지원과 비교했을 때 연료전지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들 수 있다. 에스퓨얼셀의 ecogener NG6Km은 시스템 간 유격 거리를 대폭 줄여 설치 공간을 70% 가까이 절약함으로써 연료전지의 장점을 한층 더 극대화시켰다.

▲ 경북도청 신청사에 설치된 에스퓨얼셀의 연료전지 시스템.(사진=에스퓨얼셀)

단가 저감을 위한 기술 개발
연료전지 시스템의 ‘효율’은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가 이뤄졌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제품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서 ‘신뢰성 향상 및 단가 저감’을 위한 기술 개발로 방향을 선회하는 추세다.

에스퓨얼셀 역시 기술 개발을 통해 연료전지 시스템 단가를 낮추고자 한다. 연료전지 시스템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으로는 ‘기술개발’과 ‘대량생산’이 있다. 에스퓨얼셀은 두 가지 방법 모두를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시스템의 신뢰성 향상을 통한 단가 저감 기술을 도출하고 추후 양산에 대비한 기술 개발을 병행하는 식이다.

구체적으로 에스퓨얼셀은 MEA와 가습기의 국산화를 통해 셀 스택의 단가를 낮추고, 촉매 국산화와 구조최적화로 연료개질기의 제작비용을 저감할 계획이다. 해당 기술개발이 완료되고 향후 연료전지 시스템을 연간 5만 대 가량 양산할 수 있는 시장 규모가 형성될 경우, 셀 스택의 가격은 87%, 연료개질기 가격은 62%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5kW 개질기 평가 장치.

프리 에너지 플래닛
그렇다면 에스퓨얼셀 기술연구소의 목표는 무엇일까. 김민석 연구소장은 ‘프리 에너지 플래닛(Free Energy Planet)’이라고 단언했다. ‘프리 에너지 플래닛’은 누구나 청정 에너지원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연료의 추가 공급이 필요 없는 독립전원용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을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낮 동안에는 태양광 발전을 이용해 목표부하에 전력을 공급하고 남는 전력은 수전해 시스템에 공급해 수소와 산소를 만들어 저장한다. 그리고 야간이나 우기와 같이 태양광 발전이 불가능한 시기에는 저장된 수소를 연료전지 시스템에 공급해 전력을 생산한다. 연료전지는 발전 과정에서 물을 배출하는데, 이때 배출된 물은 수전해 시스템의 연료로 재사용할 수 있다.

김민석 연구소장은 “생산된 수소는 저장 및 운송 과정을 거쳐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되는데 연료전지 시스템은 이 중 수소의 ‘이용’에 해당된다”며 “지금은 PEMFC 시스템 개발 및 판매에 매진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수소에너지 가치 사슬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에스퓨얼셀은 지난 2015년부터 ‘IoT 기반 전원 독립형 연료전지-태양광-풍력 하이브리드 발전기술 개발’ 과제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용 DC-Bus, PMS(Power conditioning system) 등의 로직 개발을 추진해 왔다. 8월부터 도서 및 중앙계통 제외 지역에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실증 진행을 위해 현재 특정 사이트에 관련 시스템 구축을 완료함으로써 ‘프리 에너지 플래닛’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미니인터뷰 | 김민석 에스퓨얼셀 연구소장>


“국내 최초 유독 많아…기술·제품개발 노력의 결과물”
“효율 1% 높이기보다 가격 10% 낮추는 것이 사장 확대 효과 커”

다른 기업 내 연구소와 비교했을 때 에스퓨얼셀 기술연구소의 특징은.

‘에스퓨얼셀’이라는 회사가 설립된 지는 올해로 4년차지만 연구소 내 연구 인력들의 경력은 9~12년에 이른다. GS퓨얼셀 시절부터 동고동락하며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생산, A/S,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것이 강점이다.

따라서 연구개발만 수행하는 연구 인력과는 생각하는 ‘관점’이 다르다. 하나의 연구를 진행하더라도 기술적인 측면은 물론 마케팅, 생산, A/S 등을 두루 고려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을 시기적절하게 개발해 선보일 수 있었다.

연구 성과 가운데 특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가만히 보면 ‘국내 최초’로 이뤄낸 성과가 많다. 2003년에는 국내 최초로 1kW급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해 유인 주택에 대한 실증 운전을 실시했으며 2010년에는 국내 최초로 5kW급 건물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했다. 2014년 역시 5kW급 건물용 연료전지 설비 인증을 최초로 획득했으며, 이듬해인 2015년에는 5kW급 건물용 LPG 연료전지 시스템 인증 및 설비 인증을 획득했다. 특히 LPG 연료전지 시스템의 경우 국내에서 유일하게 우리만이 판매하고 있다. 2016년에는 ecogener NG6Km로 국내 최초 연료전지 KS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이러한 제품개발 능력과 함께 또 한번의 최초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연료전지 전문기업 최초로 코스닥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물론 코스닥 상장 예비 심사 통과는 기술개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연구개발 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라고 생각한다.

앞서 ‘프리 에너지 플래닛’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연료전지 자체의 성능을 높이는 데 있어서 연구개발의 방향성은.

현재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바로 ‘단가 저감’이다. 처음에는 발전효율을 1%라도 더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료전지 시장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효율을 1% 높이기보다는 가격을 10% 낮추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사실 효율 면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 제품을 거의 따라잡았다. 1~2%의 싸움이다. 앞으로는 제품의 신뢰성과 경제성에 초점을 맞추고 기술을 개발하려고 한다. 우리는 과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학’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1kW급 연료전지의 시스템 검사가 이뤄지는 모습.

연료전지 분야와 관련해 정부 관계부처나 산업계에 바라는 점은.

가장 절실한 것은 연료전지 분야 기업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제시할 수 있는 단체가 절실하다. 최근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등 수소산업 협·단체들이 열심히 활동해 ‘수소경제법’ 발의와 같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수소에너지 중에서도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산업’의 공통적인 의견과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단체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 에스퓨얼셀이 직접 나서 뜻이 맞는 기업 및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우리만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NEXO)’ 출시와 수소충전소 구축, 수소경제법 발의 등으로 수소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수소 사회 구축을 위한 ‘적기’다. 업계와 학계, 언론이 하나로 힘을 합쳐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