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전경.(사진=UNIST)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수소는 우주 질량의 약 75%를 차지하는 가장 풍부한 원소로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면 물만 배출하는 무공해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수소는 그 자체로 에너지가 아니다. 수소가 에너지원으로서 사용되기 위해선 물(수소+산소)의 전기분해나 화석연료 개질 등을 통해 수소를 추출(생산)해야 한다. 이러한 생산 과정에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수소는 화석연료 개질을 통해 생산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제철공장이나 석유화학공장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도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이 과정 역시 이산화탄소 배출은 막을 수 없다.

수소가 진정한 의미의 무결점 친환경 에너지가 되려면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분해하는 기술 등의 청정 수소 생산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물을 원료로 수소를 얻는 기술과 수소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에는 촉매가 필수다. 현재 귀금속인 백금 촉매가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백금 자체가 고가이면서 매장량에 한계가 있고, 염기성에 취약한 점 등의 단점이 있어 백금을 대체하는 촉매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또 수소는 가장 가벼운 원소이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수소를 저장하는 기술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수소 생산·저장 관련 한계 기술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연구기관 및 대학에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수소산업 선도도시 울산에 위치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정무영)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2009년 3월 ‘울산과학기술대학교’로 개교한 후 2015년 9월 ‘울산과기원’으로 새롭게 출발한 UNIST는 첨단 신소재, 바이오, 차세대 에너지 등을 중점 연구분야로 정하고 2030년 세계 10위권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연구분야 다양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UNIST는 최근 수소 연구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어 특히 주목받고 있다.

▲ 인공나뭇잎’을 개발해 태양에너지를 수소로 전환하는 효율을 8%까지 끌어올린 UNIST 연구진. 왼쪽부터 장지욱 교수, 이재성 교수, 김진현 연구원.(사진=UNIST)

청정 및 저비용·대량 수소생산 기술 
이재성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으로 ‘태양광 수소’에 집중한다.

이재성 교수팀은 햇빛을 이용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인공나뭇잎’을 개발했다. 이 장치는 태양전지와 광촉매가 하나로 묶인 단일 구조체로 식물의 광합성처럼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 수소를 얻는다.

인공나뭇잎 개념은 지난 2011년 하버드대 다니엘 노세라 교수가 처음 발표한 바 있지만 당시에는 실리콘 태양전지 삼중접합(Triple junction)을 이용한 형태로 제안됐다. 하지만 실리콘 태양전지의 단가가 높아 경제성이 떨어지고 실용화를 위해서는 더 싸고 효율적인 구조체가 필요했다.

이 교수팀은 값싸고 안정적이며 친환경적인 ‘비스무스 바나데이트 산화물(BiVO₄)’을 광촉매로 활용했다. 여기에 두 종류의 원소를 도핑(doping)하고 코발트를 조촉매로 도입해 성능을 높였다. 햇빛을 흡수하는 역할은 주로 광촉매가 담당하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보조전지로 붙는다. 두 요소 모두 저렴해 전체적인 가격도 낮췄다. 또 태양광 전환효율이 5%로 기존 인공나뭇잎(3%)보다 획기적으로 향상된 결과를 나타냈다.

특히 이 교수팀은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 반디크롤(van de Krol) 교수팀과 함께 물속에서 햇빛을 받으면 수소를 발생시키는 인공나뭇잎(광촉매) 소자도 개발했다. 이 소자는 해조류의 광합성 원리를 모방해 태양에너지를 수소로 전환하는 효율을 8%까지 끌어올렸다.

이재성 교수는 “인공나뭇잎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실현되려면 효율과 가격 경쟁력이 모두 달성돼야 한다”며 “이번 연구는 인공나뭇잎 기술의 상용화 기준으로 여겨지는 효율 10%에  더 가까워진 중요한 이정표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박수진·이재성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진흙과 소금을 이용한 실리콘 나노시트 제조 기술’을 개발해 저비용·대량 수소 생산의 가능성을 열었다.

나노시트는 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수준의 두께를 가지는 얇은 막으로, 미세한 칩이나 부품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진흙-소금 실리콘 나노시트’ 기술은 진흙의 여러 층을 소금으로 분리하면서 진흙 성분을 규소(Si)로 바꿔치기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얇은 나노시트 한 장에 진흙 성분 대신 규소로만 채운 실리콘 나노시트를 합성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손쉬울 뿐 아니라 수 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이상의 대면적 나노시트 합성과 5나노미터 두께를 가지는 초박막 구현도 가능하다.

특히 이 기술로 만든 실리콘 나노시트는 수소 생산용 광촉매 소재에서 높은 성능을 보였다. 장시간 유지해도 기존 나노 구조로 만든 실리콘 소재보다 안정적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결과를 보인 것이다.

이재성 교수는 “이 나노시트는 대면적·초박막인 동시에 진흙 특유의 다공성 구조로 넓은 표면적, 우수한 결정성이 복합돼 이례적으로 우수한 결과를 이끌어냈다”며 “기존 극판기초의 광촉매 기술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 루테늄(Ru)과 2차원 유기 구조체 C₂N을 합성한 물 분해 촉매 기술을 개발한 백종범 교수.(사진=UNIST)

저비용·고성능 촉매 기술 개발
백종범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루테늄(Ru)과 C₂N을 합성한 물 분해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 C₂N은 탄소와 질소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그물 형태의 2차원 유기 구조체다. C₂N에 루테늄을 붙여 고정시킨 물질이 Ru@C₂N이다.

물을 원료로 수소를 얻는 기술이 상업적 경쟁력을 가지려면 수소변환효율이 높고, 내구성이 우수하며, 낮은 전압에서 작동하고,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특히 전기화학적으로 구동되는 물 분해 촉매는 산도(pH)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낮은 전압에서 수소를 발생시키는 게 필수다.

그러나 현재 수소발생반응에 사용되는 백금 촉매는 고가의 귀금속이라 가격 대비 수소 양산에 어려움이 따르고 염기성에서는 안정성이 낮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값싼 비귀금속 촉매들은 산성에서 부식되거나 높은 전압에서 작동해 비용과 생산성 부분에서 한계가 있었다.

백 교수팀이 개발한 Ru@C₂N은 물 분해 촉매의 상업적 경쟁력 요소를 모두 만족하는 고성능의 물질이다. 이 물질은 백금처럼 수소전환효율(TOF)이 높고, 물을 전기분해할 때 필요한 전압(과전압)이 낮아도 구동된다. 또 물의 산도(pH)에 영향을 받지 않아 어떤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도 백금의 4% 수준이어서 경제적인 촉매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백종범-김건태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2차원 유기고분자를 이용해 백금을 능가하는 철 촉매를 개발했다. 철을 2차원 유기고분자(C₂N)로 누에고치처럼 꽁꽁 감싸서 다른 물질과 녹슬지 않도록 안정성을 확보했으며, 백금과 같은 성능을 나타낸다.

백종범 교수는 “이번 기술은 연료전지와 금속·공기전지의 상업화에 가장 큰 걸림돌인 귀금속 촉매의 가격과 안정성 문제를 해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다른 금속을 이용해 광범위하게 응용할 가능성 역시 높아 더 연구한다면 다른 반응의 촉매에도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건태·백종범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수소연료전지나 금속-공기전지에 쓰일 ‘철-탄소 복합체 촉매(Fe@NGnP-CNF)’를 개발했다. 소량의 ‘철(Fe)’과 ‘그래핀 나노 플레이트(graphene nano plate, GnP)’를 이용해 만든 이 촉매는 값비싼 백금계 촉매를 대체할 저비용 고성능 촉매로 주목받고 있다.

▲ 하이브리드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를 개발한 UNIST 연구진. 왼쪽부터 김준영 연구원, 김건태 교수, 권오훈 연구원.(사진=UNIST)

‘철-탄소 복합체 촉매’는 금속공기전지의 촉매 물질로 사용되는 고가의 백금계 촉매와 유사한 전기화학적 성능을 보였다. 장기적인 성능은 백금계 촉매보다 안정적이었다.

김건태 교수는 “철과 질소가 포함된 그래핀 나노 플레이트를 이용한 탄소복합체 촉매는 산화그래핀을 비롯한 기존의 탄소 촉매에 비해 내구성과 성능이 뛰어나고 저비용 대량 생산이 가능해 금속-공기전지 및 연료전지의 상용화를 가속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상훈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철과 질소가 포함된 탄소 촉매(Fe-N/C)’의 성능을 높이는 새로운 촉매 합성법을 개발했다.

지금까지 상용화된 연료전지에는 고가의 귀금속인 백금 촉매가 사용됐다. 백금을 대체할 후보물질 중에는 ‘Fe-N/C’가 가장 높은 성능을 보이지만 700℃ 이상의 고온 열처리를 통해 합성되기 때문에 촉매 활성점이 파괴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주 교수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리카 보호층’을 도입했다. 실리카 보호층은 탄소 촉매 합성 과정 중에 촉매 활성점이 파괴되는 걸 막았고, 고온 열처리 과정 후에도 촉매 활성점을 효과적으로 유지시켰다.

이 방법으로 개발한 탄소 촉매는 백금 촉매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산소 환원 반응 효율은 상용 백금 촉매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이 촉매를 이용한 알칼리 연료전지는 비귀금속계 촉매 중 가장 높은 성능을 구현했다.
주상훈 교수팀은 또 박준영 세종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삼중층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갖는 가역연료전지용 산소극 촉매 소재를 개발했다.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와 물을 생산하는 반응을 거꾸로 돌리면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대 반응이 가능한 연료전지를 ‘가역연료전지(Reversible Fuel Cell, RFC)’라고 한다.

가역연료전지의 성능은 산소극에서 산소 발생과 환원 반응을 촉진하는 촉매의 활성과 내구성에 의해 좌우된다. 백금이나 이리듐 같은 귀금속은 가역연료전지용 촉매로 쓰이기에는 반응성이 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 ‘철과 질소가 포함된 탄소 촉매(Fe-N/C)’의 성능을 높이는 새로운 촉매 합성법을 개발한 주상훈 교수(오른쪽)와 사영진 연구원.(사진=UNIST)

주상훈-박준영 교수팀은 백금계 귀금속을 대체할 촉매로 삼중층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갖는 금속산화물(NBCFM)을 개발했다. 삼중층 페로브스카이트는 단일층 페로브스카이트(BSCF)나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NBSCF)보다 뛰어난 촉매 활성과 내구성을 보였다.

주상훈 교수는 “일반적으로 물질들은 결함이 없어야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촉매의 경우는 결함이 많을수록 반응성이 좋아지는 특징이 있다”며 “삼중층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는 복잡하기 때문에 결함이 생기기 쉽고, 이는 높은 반응성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고효율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수전해전지 기술
김건태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SOFC)의 연료로 천연가스나 LPG 같은 탄화수소를 직접 쓸 수 있는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Layered perovskite) 구조의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 이 전극 소재를 적용한 SOFC는 탄화수소를 수소로 전환하는 과정 없이(개질기 없이) 연료전지를 작동시킬 수 있다.

또 SOFC에 탄화수소를 직접 쓰면서 생기는 성능 저하 문제도 해결했다. 신지영 숙명여대 교수, 한정우 서울시립대 교수, 주용완 원광대 교수, 정후영UNIST 교수와 공동으로 새로운 형태의 SOFC용 연료극 소재를 개발한 것이다. 연료극 물질로 쓰이는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 내부에서 전이금속을 꺼내 촉매로 사용했다. 이 전이금속이 또 다른 촉매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SOFC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탄화수소를 직접 사용해 연료전지를 작동시키면 반응하고 남은 탄소나 황이 쌓이면서 촉매(연료극)의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의 물질을 이용하면 탄화수소를 직접 사용해도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건태 교수팀은 신지영 동의대 교수와 공동으로 연료전지의 역반응을 이용해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Solid Oxide Electrolysis Cell, SOEC)’를 개발했다.

▲ UNIST 야간 전경.(사진=UNIST)

연료전지는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결합시켜 전기와 물을 만드는 장치다. 수전해전지는 거꾸로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게 된다. 이론적으로 고체산화물 전지는 연료전지와 수전해전지의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지만 두 기능이 모두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김 교수 연구진이 개발한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는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효율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연료전지 기능도 안정적으로 수행했다.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의 연료극(양극)과 공기극(음극) 소재를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를 사용하면 1㎠ 크기의 전지에서 1시간 동안 약 0.9L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연구보다 1.5배 이상 수소생산량을 높인 결과로 수소전기차가 25km를 주행할 수 있는 양이다. 600시간 이상 장시간 사용해도 성능 감소 없이 높은 수소 생산 효율을 보였다.

김 교수는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약점은 기후 조건이 좋을 때만 간헐적으로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로 전기를 수소 에너지로 변환해 저장함으로써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팀은 임탁형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박사, 신지영 숙명여대 교수와 공동으로 기존보다 전기를 적게 쓰면서 수소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Hybrid-SOEC)’도 개발했다.

김 교수 연구진은 한 쪽 전극에서만 일어나던 물의 전기분해 반응을 두 전극에서 모두 일으킬 방법을 찾아냈다. 수소 이온 전도성 전해질의 구동 환경을 제어하면 두 이온이 지나다니는 ‘혼합 이온 전도성 전해질’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해질과 함께 전기화학 특성이 우수한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 전극을 적용한 ‘하이브리드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에서는 양쪽 전극에서 물의 전기분해가 일어나 수소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700℃에서 1.5V 전압을 걸었을 때 전지 면적 1㎠ 당 1시간에 1.9L의 수소를 생산하는 성능을 보였다. 기존 최고 효율의 수전해전지보다 4배 정도 높은 수소 생산 효율이다.

김 교수는 “기존 수전해 장치들과 성능을 비교해도 수소 생산에 필요한 전기 에너지가 가장 적었다”고 설명했다.

▲ 수소를 효과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초미세 유기구조체’ 개발에 참여한 김석진 연구원이 초미세 유기구조체의 기체 흡착률을 살피고 있다.(사진=UNIST)

수소 잡아두는 ‘초미세 유기구조체’ 기술
백종범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세 방향으로 성장시킨 ‘초미세 유기구조체(3D-CON)’를 개발해 수소를 효과적으로 저장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백 교수팀은 방파제로 쓰이는 테트라포트 모양의 분자(THA)와 육각형 고리 모양의 분자(HKH)를 반응시켜 ‘3D-CON(cage-like organic network)’이라는 유기구조체를 얻었다. 두 분자가 반응을 시작하면 THA에 HKH가 달라붙으면서 세 방향으로 성장한다. 이 반응이 반복되면서 새장(cage)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유기구조체가 형성된다.

이 물질은 아주 미세한 기공을 잔뜩 가져 수소나 메탄, 이산화탄소 등의 기체를 흡착하는 성능이 탁월하다. 기존 3차원 유기구조체와 달리 분자들이 육각형 사다리 모양으로 결합돼 있어 구조적으로도 안정하다. 또 수분에 반응하지 않는 데다 600℃의 고온에서도 견디기 때문에 상용화 가능성도 높다.

일반 기압(1bar), 영하 196℃(77K)에서 이 물질 1g당 수소 0.026g을 저장할 수 있다.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기록이다. 또 일반 기압(1bar) 아래 0℃(273K)에서 1g당 메탄 0.024g, 이산화탄소는 0.267g을 각각 저장할 수 있다.

백 교수는 “수소는 너무 가벼워 어떤 소재로 탱크를 만들어도 빠져나가는데, 이를 막으려면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채우듯 다른 물질을 써서 수소를 붙잡아야 한다”며 “오랫동안 다양한 물질이 제안됐지만 안정성 측면에서는 유기 물질이 유리하며, 특히 이번 물질은 수소 흡착 능력도 최고 수준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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