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모인 수도권. 전국 각지에서 수도권을 향해 눈과 귀를 기울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특히 정책의 경우, 수도권에서 시행되는 정책을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는 일이 적지 않다. 하지만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행보에 있어 수도권의 위상은 초라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생수소가 풍부한 울산시는 수소충전인프라 구축에 가장 적극적인 지자체로 꼽힌다. 올해 말까지 수소전기차량이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가 5개소로 늘어난다. 최근 확정된 수소전기차 보조금 추경 예산에서도 울산시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45억 원(200대)을 배정받았다.

가장 많은 화력발전소가 위치한 충남도는 대기오염이 심각하다. 대안으로 수소산업을 적극 육성 중이다. 충남도는 국가혁신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수소에너지 분야 글로벌 거점으로 키운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기초지자체임에도 창원시의 수소산업 육성 의지는 빼어나다. 올해 말까지 수소충전소 3개소 구축을 완료하는 것은 물론 국제 규모의 수소에너지 전문 전시회를 유치해 명실상부 수소산업의 메카로 성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반면 수도권의 경우, 수소전기차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과 침묵을 지키는 지자체 간 ‘온도차’가 확연하다. 지난 3월 현대자동차는 수소전기차 ‘넥쏘(NEXO)’의 예약 판매를 개시해 첫날부터 733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3분의 1 가량인 227대가 서울에서 예약됐다. 하지만 현재 서울에서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는 두 곳뿐이다. 그나마도 상암에 위치한 충전소는 충전 압력이 350bar로 제한돼 완충할 수 없는 상태이다.

수소전기차는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린다. 자체 배출되는 오염원이 없는 것은 물론 외부의 오염된 공기를 정화해 내보내는 ‘공기 청정’ 기능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수소전기차 특성이 절실한 곳은 비수도권이 아닌 인구와 차량이 밀집돼 있는 수도권으로 최근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5월 3일 인천시가 수도권 최초로 수소전기차 보급사업 추진을 밝힌 데 이어, 서울시 역시 수소버스 시범 운행을 논의 중이다. 미세먼지 저감 장치 설치,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 운행 등 갖가지 대책을 내놓아도 나아지기는커녕 심해지기만 하는 ‘미세먼지’ 문제에 적극 대응하겠는 의지다.

더는 참을 수 없는 미세먼지, 해결책으로 떠오른 ‘수소전기차’
현관문을 나서기 전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마스크를 쓸지 말지 고민하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수도권의 미세먼지 ‘나쁨’ 일수는 14일로 전국 평균인 10일을 웃돌았다.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농도 역시 각각 51㎍/m3, 27㎍/m3으로 전국 평균(47㎍/m3, 26㎍/m3)보다 높게 나타났다.

▲ 수도권의 주요 미세먼지 배출원.(자료=환경부)

수도권의 경우, 경유차(23%)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기계 및 선박(16%), 사업장(14%)에서의 배출이 그 뒤를 이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이목은 수소전기차·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량으로 향했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 5월 17일 마곡 R&D 단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 아래 ‘2018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의 시작을 알린 것은 ‘수소버스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 시연’이었다. 우선 수소버스의 흡입구에 연결된 비닐 풍선에 성인 남성이 약 200년간 흡입하는 양의 미세먼지(30g)를 투입한다. 수소버스를 비롯한 수소전기차는 수소와 대기 중의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고 물을 배출한다. 이 과정에서 차량에 탑재된 공기 필터가 대기 중의 미세먼지를 99.9% 정화한다. 실제로 배기구와 연결된 풍선은 깨끗한 공기로 부풀어 올랐다. 이날 문 대통령은 배기구에 연결된 풍선 속 깨끗한 공기의 냄새와 색깔을 직접 확인할 정도로 수소버스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 지난 5월17일 개최된 ‘2018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수소버스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확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현대차 등에 따르면 수소버스는 1km 주행 시 4.86kg의 공기를 정화한다. 연간 정화량은 41만 8,218kg에 이른다. 이는 성인 76명이 1년간 마실 수 있는 양의 공기다. 서울시 시내버스 6,951대가 모두 수소버스로 대체될 경우 53만 명이 마실 수 있는 공기를 정화한다.

수소승용차 역시 경유차 2대가 배출하는 양의 미세먼지를 정화할 수 있다. 도로를 가득 메운 차들이 수소전기차로 대체될 경우 시민들이 마주할 미세먼지 불안은 상당 불식시킬 수 있다.

넥쏘에 대한 뜨거운 관심, 문제는 ‘충전소’
언론이나 광고 등을 통해 수소전기차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알려지면서 ‘수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불안으로 인한 거부감이 아니라 새로운 차량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을 최근 한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민간인 보조금 지급을 시작한 수소전기차 ‘넥쏘’ 구매 신청률이다.

넥쏘는 친환경차량으로 분류돼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대당 2,250만 원이 지원된다. 여기에 지자체 보조금을 추가해 최종 구매보조금이 확정된다. 지자체 보조금은 1,000~1,250만 원 수준이다. 서울이 1,250만 원으로 가장 높으며 울산 1,150만 원, 광주·경남·충남·강원 1,000만 원을 각각 지원하고 있다. 넥쏘 기본 모델의 가격이 6,890만 원임을 감안하면 3,390~3,640만 원으로 수소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다. ‘환경보호에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차량구매자에게 주어지는 덤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넥쏘는 지난 3월 실시된 예약 판매 첫날부터 733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3분의 1 가량인 227대가 서울에서 예약됐다. 2018년 4월 3일 기준 예약 판매량은 총 1,156대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지고 말았다. 정부는 올해 수소전기차 246대에 대한 구매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약 판매 하루 만에 계획된 정부 보조금이 동나고 말았다. 수소전기차 예약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한국수소산업협회는 수소전기차 보조금 추경 예산안 반영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정부 보조금 추가 반영 목소리가 거셌다.

결국 지난 5월 21일, 수소전기차 구매보조금 112억 5,000만 원이 포함된 2018년 추경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500대 구매를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이에 따라 총 746대의 수소전기차가 제 주인을 찾아갈 수 있게 됐다.

정부는 746대에 대한 구매보조금 167억 7,500만 원을 지자체의 수요와 충전인프라 여건 등 집행 가능성을 고려해 각 지역에 배정했다. 그 결과 서울 54대, 울산 305대, 광주 166대, 경남 157대, 대전 25대, 충남 34대, 강원 5대에 대한 보조금을 배정받았다.

인천과 경기도는 단 한 대의 보조금도 배정받지 못했다. 서울 역시 시민들의 관심에 비해 아쉬운 결과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서울과 인천, 경기도에 설치된 수소충전소는 총 여섯 곳. 인천 송도와 경기도 용인,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충전소는 연구용이라 일반인은 이용할 수 없다.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에 충전소가 하나 있긴 하다. 이 충전소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부터 운영되기 시작했다.

▲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수소충전소.

남은 것은 서울 양재와 상암에 설치된 두 군데다. 이 중 서울시에서 설치한 상암 수소충전소의 경우, 350bar의 압력으로 한 번 충전할 때마다 정량의 절반만 충전 가능하다. 양재 수소충전소는 현대자동차에서 연구용으로 설립했으나 지난 4월부터 민간에 개방됐다. 연구 목적으로 설립된 시설이라 이윤을 추구할 수 없어 현재 무료로 수소를 충전해주고 있다.

자택이나 직장이 양재·상암동에 위치해 있다면 수소전기차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이외 지역에 거주 중인 수소전기차 구매자는 지자체의 수소충전소 보급 확산 계획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월 서울시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실시했다. 하지만 대중교통 무료 운행으로 인한 효과는 ‘서울시 도로교통량 1.7% 감소’에 그쳤다. 사흘간 투입된 예산은 무려 150억 원. 혹자는 이 150억 원으로 수소충전소 10기 구축을 지원했더라면 눈에 띄는 효과를 낼 수 있었을 거라고 지적했다.

인천시, 수도권 최초로 수소전기차 보급 나서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인천시다. 인천시는 지난 5월, ‘수소전기차 보급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지자체 가운데 첫 선언이다. 인천시의 수소전기차 보급사업 중장기 계획은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과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확대’의 투 트랙으로 구성된다. 인천시는 해당 계획을 통해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 8기를 구축하고 수소전기차 2,000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다.

▲ 인천 송도에 설치된 연구용 수소복합충전소.

우선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기존 CNG 및 LPG충전소 등 복합충전소 설치가 가능한 민간사업장의 수소충전사업 참여를 유도하고 공공부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수소전기차 구매를 독려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 외에도 시 보조금을 책정해 추가로 지원한다.

이를 위해 인천시는 125억 원의 사업비를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해 내년 중 수소충전소 2기를 구축하고 수소전기차 200대를 보급할 방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올해는 인천시 권역에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이 이뤄지지 않아 국가 보조금을 추경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시 보조금은 여타 지자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시 수소충전소 보급 확산, 민간사업자 참여 더해져
내년 중에는 인천시에서 설치하는 수소충전소 2기 외에도 민간사업자의 참여로 인천시에 수소충전소 1기가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다.

최근 환경부는 ‘수소충전소 민간자본보조사업’ 추진을 발표했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민간사업자 역시 수소충전소 설치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환경부는 2018년 구축 예정이었던 수소충전소 10기 중 3기를 민간자본보조사업으로 추진하고, 수소충전소 구축을 원하는 민간사업자에게 설치비용의 50%를 15억 원 한도 내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사업의 대행 기관인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지난 4월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5개 기업이 경쟁한 결과 중도가스와 엔케이텍, BK서비스산업이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중도가스는 넬-덕양과 협력해 대전 동구 대성동 중도가스 LPG충전소(대전영업소) 부지에 LPG충전소와 복합으로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케이텍은 자체적으로 부산시 강서구 송정동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BK서비스산업은 효성과 협력해 서울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었지만, 계약을 맺기도 전에 사업권을 반납했다. 수소전기차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에 비해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서울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이후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민간보조사업자 추가 공개모집을 실시했다. 결국 마지막 한 장 남은 카드는 제이엔케이히터에게 돌아갔다. 제이엔케이히터는 2019년 2월 중순까지 인천시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현재 인천시에 위치한 수소충전소는 송도에 위치한 시설이 유일하다. 하지만 해당 수소충전소는 연구용으로 설립돼 인천시 시민은 수소전기차를 구매하더라도 차량을 충전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제이엔케이히터에서 구축할 수소충전소에 많은 기대가 모이고 있다.

▲ 제이엔케이히터가 구축할 예정인 인천 온사이트 수소충전소 시스템 개념도.(사진=제이엔케이히터)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해당 충전소가 국내 최초의 온사이트(on-site) 방식 수소충전소라는 사실이다. 온사이트 방식의 경우 수소충전소 부지 내에서 도시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수소전기차에 충전한다. 석유화학단지에서 발생한 부생수소를 튜브트레일러로 수송하는 오프사이트 방식과 달리 수소 운송 과정이 생략돼 수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수소생산량을 탄력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일본, 미국 등에서는 온사이트 방식의 수소충전소 구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한 군데도 설치돼 있지 않다. 인천을 비롯한 서울, 경기도 지역의 경우 튜브트레일러의 도심 운행이 어렵고 부생수소 생산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상대적으로 수소가격이 높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온사이트 방식의 수소충전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제이엔케이히터는 이번 수소충전소에 자체 개발한 개질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하루 수소 생산량은 250kg이며, 이는 약 50대의 수소승용차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환경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민간사업자에 대해 하루 8시간, 월 20일 이상 충전소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제이엔케이히터는 환경부의 이러한 지침을 웃도는 하루 16시간 이상 연중무휴로 충전소를 운영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제이엔케이히터의 개질 수소 제조 장치.

서울시, 하반기 중 수소충전소 보급 계획 발표 예정
최근 서울시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2020년 수소버스 양산 체계 구축에 앞서, 수소버스 시범 운행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7월 중 투입을 목표로 구체적인 시기, 노선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더해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 중 수소충전소 보급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11월 설립을 목표로 지난 4월 MOU를 체결한 ‘수소충전소 설치·운영 특수목적법인(SPC)’과의 협업을 통해 충전소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월 8일 개최된 ‘제1차 혁신성장 관계 장관회의’에서는 수소충전소 설치비용 지원 대상에 대기업과 SPC를 추가할 것이라는 발표가 이뤄졌다. 중소기업의 경우, 수소전기차 보급 초기 단계에서는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더라도 운영 면에서 적자를 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의 수소충전 구축 계획 단계에서 SPC와의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수소전기차 보급 대수에 대한 아쉬움은 크다. 시민들이 넥쏘에 보인 관심에 비하면 서울시에 배정된 수소전기차 구매보조금은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며, 경기도는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 인프라 보급 확산과 관련해 여전히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국내 전체 인구의 절반이 집중돼 있고 미세먼지 등 대기환경에 대한 시민 관심 또한 가장 높은 곳이 수도권인 만큼 수소전기차 보급의지와 추진계획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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