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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충전소용 밸브 국산화의 선봉장, 대정밸브

산업용 밸브 개발 및 제품화 노하우 살려… 니들밸브 양산 체계 구축
평창·강릉 수소충전소 구축 참여… ISO/TC197 WG20 한국 대표로 참가하기도
수소충전소용 압력안전밸브 및 볼밸브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


[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싱크대 옆 가스 밸브부터 지름 1m 이상의 거대한 게이트 밸브까지. ‘유체(fluid)의 양이나 압력을 제어하는 장치’인 밸브는 우리 주변은 물론 다양한 산업 현장에 쓰이고 있다. 수소충전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수소충전소에서는 수소 가스의 압축, 저장, 충전이 이뤄지는데 밸브는 이 모든 과정에 있어 빠질 수 없는 부품이다.


특히 수소 가스는 700bar 가량의 높은 압력으로 공급되며 금속 취성을 일으키는 성질이 있는 만큼 수소충전소용 밸브는 일반 밸브에 비해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된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의 수소충전소 구축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올해 수소충전소 18기가 새롭게 구축될 계획이지만,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국내 밸브업체로서는 수소충전소용 고압밸브 개발에 선뜻 뛰어들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로 인해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에 적용된 고압밸브는 대부분 해외 제품이다. 가격이 비싸고 납기일이 길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수소충전소용 고압밸브 국산화를 위해 보무도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기업이 바로 ‘대정밸브’다.



수소 분야에서 가능성 발견하다
대정밸브는 1987년에 설립된 산업용 밸브 전문기업이다. 주력 제품으로는 산업용 및 건축용 버터플라이 밸브, 컨트롤 밸브, 미세유량 제어 밸브 등이다. 주조부터 가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국내에서 소화하고 있으며, 100% 전수검사를 통해 품질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120억 원을 들여 제2공장을 확장하고 설비를 보강했다.


32년간 축적해 온 기술력과 자체 개발 능력을 기반으로 현재는 세계 30여 개국에 산업용 밸브를 수출하고 있다.


산업용 밸브 분야에서 굳건한 입지를 자랑하던 대정밸브가 수소충전소용 고압밸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3~4년 전. 산업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참석한 수소연료전지 분야 세미나가 계기였다.


장태현 대정밸브 경영기획본부장은 “이전에도 COG나 질소 가스 배관에 들어가는 밸브를 개발해 납품한 적이 있다”며 “이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소 사회 도래를 대비해야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당시 소감을 전했다.


이후 대정밸브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해외의 수소충전소용 고압밸브 제품과 국내외 수소충전소 구축 현황 등을 꾸준히 주시했다. 그 과정에서 국내 수소충전소에 적용된 고압밸브류 100%가 해외 제품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장 본부장은 “수소충전소 구축비용 중 밸브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10~15%에 이른다”며 “밸브류 국산화에 성공하면 수소충전소 구축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데 이는 곧 수소충전소 보급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충전소용 니들밸브 양산 체계 구축
수소충전소에는 다양한 종류의 밸브가 활용된다. 대표적인 종류로는 니들밸브, 압력안전밸브, 볼밸브, 체크밸브 등이 있다. 이러한 밸브들은 작동 방식에 따라 수동(manual), 자동(automatic), 제어(control) 밸브로 나뉜다.
니들밸브는 수소충전소 내 압축, 저장, 충전의 모든 공정에 활용된다. 볼밸브에 비해 압력 로스가 높은 편이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대정밸브는 수소충전소용 니들밸브 양산 체계 구축을 이미 마친 상황이다.



최근에는 수소충전소용 초고압밸브 국산화 개발의 일환으로 이엠솔루션과 힘을 합쳐 평창과 강릉의 수소충전소에 자사 초고압밸브를 설치해 실증 시험을 진행했다.


지난해 대정밸브는 초고압밸브용 비회전 시스템, 패킹, 밸브시트 등 수소충전소용 고압밸브와 관련해 국내 특허 5건, 디자인 2건을 출원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압력안전밸브와 볼밸브 개발을 진행 중이다. 압력안전밸브와 볼밸브는 내년 상반기 중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체크밸브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수소충전소용 밸브 분야 국제표준화 활동
대정밸브는 수소충전소용 고압밸브 분야 국제표준화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수소충전소용 부품은 82MPa 이상의 초고압에서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소재 면에서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물론, 고도의 설계·가공·코팅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에 세계 각국은 수소충전소 내 초고압부품에 대한 인증 기준 정립에 나섰다.


국제표준화와 관련해서는 ISO/TC197 19880-3(WG20)에서 수소충전소용 고압밸브(1MPa 이상) 관련 규격을 제정하고 있다. 지난해 WG20은 규격 제정에 앞서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국제적인 규모의 회의를 개최했다. 세계 각국의 밸브 분야 전문가들을 통해 규격의 문제점이나 강화해야 할 점 등 다양한 의견을 모으기 위한 자리였다.


대정밸브는 수소충전소용 고압밸브 분야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해당 회의에 한국 기업 대표로 참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ISO/TC197 19880-3은 현재 승인 단계에 이르렀다. 이후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KS 인증이 제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평창과 강릉의 수소충전소에는 대정밸브의 초고압밸브가 적용되어 있다. 실증 평가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앞으로 대정밸브는 해당 평가 결과를 통해 국내 수소충전소 구축 업체들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 및 기술을 홍보할 계획이다.


장태현 본부장은 “현재 일부 해외 기업은 수소충전소용 밸브가 아닌 일반 고압밸브를 수소충전소에 납품하고 있다”며 “아직 수소충전소용 밸브 인증이 제정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외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검증받은 제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그런 점에서 대정밸브는 수소충전소에 최적화된 전용 밸브를 개발해 제품화하고 있다. 이는 시장 초기 단계에 있어 커다란 메리트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 장태현 대정밸브 경영기획본부장>


고압밸브 국산화, 수소충전소 보급 확산의 물꼬 틀 것
“수소 부품에 대한 시험 및 평가 기관 구축 시급해”



30여 년간 쌓아온 산업용 밸브 관련 노하우를 살려 수소충전소용 고압밸브를 개발·제품화하고 있다. 산업용 밸브와 수소충전소용 고압밸브 간 어떤 차이가 있나.


일반 산업 현장의 경우 원자력 분야와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작동 압력이 20bar 이하다. 반면 수소충전소에서는 700bar 이상의 압력으로 수소를 압축 및 공급한다. 또한 일반 산업 현장에서는 분자량이 비교적 큰 공기나 유체를 다루는 데 반해, 수소충전소는 작동 유체가 분자량이 가장 작은 수소다. 따라서 같은 조건이라 하더라도 수소충전소용 밸브는 높은 기밀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도의 설계 기술을 필요로 한다.


소재 면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수소는 금속 취성을 일으키는 성질이 있어 이를 고려한 소재 선정이 이뤄져야 한다.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는 스테인리스다. 해외 기업들은 SUS316이나 그 이상 등급의 소재를 활용한다. 반면 일반적인 산업용 밸브는 탄소강을 활용하는 등 소재 선정에 있어 제약이 적다.


수소충전소용 고압밸브의 국산화가 실현될 경우,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수소충전소 구축비용 가운데 밸브가 차지하는 비중이 10~15%다. 구축비용이 30억 원이라면 그중 3억 원 이상이 밸브 구매에 쓰이는 셈이다. 대정밸브는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해외 제품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으로 밸브를 공급할 수 있다. 이는 곧 수소충전소 구축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이외에도 외산 밸브는 대체적으로 납기일이 길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A/S 등의 대응이 느리다. 이러한 문제 역시 국산화율 향상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수소충전소용 고압밸브를 개발하는 데 있어 애로사항은.


가장 시급한 것은 수소 부품의 성능을 시험 및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판로를 넓히기 위해서는 제품 성능에 대한 시험 성적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부품 업체 입장에서는 성능 평가 설비를 자체적으로 모두 갖추는 것이 힘들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수소 부품 성능을 시험 및 평가할 수 있는 기관을 설립함으로써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현재 산업부와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이 ‘수소 부품 성능평가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센터가 개소하기 전에는 수소가 아닌 다른 환경에서라도 검증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소와 성질이 유사한 헬륨 등이 주로 쓰인다. 대정밸브 역시 다른 종류의 유체를 수소충전소와 동일한 압력까지 끌어올려 밸브에 대한 성능 평가를 진행한 적이 있다. 공장 내에 자체적으로 고압밸브류 시험 장치를 구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소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수소충전소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수소 부품의 성능을 전문적으로 시험 및 평가할 수 있는 기관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충전소용 밸브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데 있어 정부 유관기관이나 수소산업계에 바라는 점은.


국내 수소충전소 구축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대정밸브 외에도 몇몇 국내 기업이 수소충전소용 밸브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시장에 참여한 경험은 없다. 때문에 수소충전소 구축업체 입장에서 국산 밸브는 일종의 ‘모험’이다. 그동안 외산에 100% 의존해 온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데 있어 국내 기업의 수소 부품을 일정 정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할당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시책을 통해 국내 부품 기업의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시장 진출의 기회를 터줘야 수소충전소용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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