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국 한국정밀화학산업진흥회 본부장.
[월간수소경제] 기술우위 선점을 통한 국산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제 표준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기술제품의 글로벌 시장 상용화는 물론 WTO의 TBT(Technical Barriers to Trade: 무역기술장벽)협정에 따른 기술장벽을 제거해 국내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지원하는 가장 핵심적인 전략기술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 많은 국가들이 자국 기술과 제품을 국제표준화하기 위해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제품화되지 않은 새로운 기술조차 국제표준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표준화 정책은 ANSI(America National Standards Institute)를 통한 민간중심에서 정부 국가표준정책위원회(ICSP)의 표준관리기능으로 흐름이 강화됐고 EU는 ‘뉴어프로치’ 지침에 따라 EU 공통규격을 유럽표준화기구에서 제정토록 하고 ISO와 IEC 등 국제표준화기구와 협정을 통해 유럽표준을 국제표준화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자국의 제품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점차 국제경쟁력을 잃어가는 원인을 국제표준 획득 실패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2006년 자국 기술의 국제표준 채택 빈도를 높이기 위해 내각의 지적재산본부에 국제표준전략을 마련하는 등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의 전략적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2000년 중국표준화연구원이 제시한 국제표준화 추진전략을 시작으로 2006년 제11차 5개년 규획에서 독자기술표준전략을, 2015년에는 중국표준의 국제영향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국가표준화 시스템 발전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 에스퓨얼셀의 6kW급 연료전지시스템.

이 같은 글로벌 움직임을 고려할 때 신산업으로 떠오르는 연료전지산업 역시 표준화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신기술로서 주목받고 있는 연료전지의 국제표준화 현황과 동향을 살펴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조명하고자 한다.

▲ IEC/TC105 참여국가 - 32개국.

해외 주요국, 연료전지 국제표준화에 박차
연료전지 기술과 관련한 국제표준은 IEC의 TC105에서 담당한다. TC105는 1999년 만들어진 후 2017년까지 일본이 의장국을 수임하였으며 2018년부터는 프랑스가 바통을 이어받아 의장을 맡고 있다. 현재 TC105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총 32개국으로 이들 국가 중 국제표준 개발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국가는 일본, 독일, 미국, 프랑스, 중국, 한국 등이다.

▲ IEC TC05 조직도.

TC105의 작업범위는 발전용, 가정용, 수송용 보조전원, 휴대용 등의 연료전지 분야에서 안전과 성능시험방법, 설치, 호환 등에 대한 국제표준 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연료전지 기술이 쉽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관련 표준화 도입이 필요한 분야를 우선적으로 선정, 표준화 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한 IEC TC8, 21, 31, 120과 ISO의 TC21, 22, 110, 197와의 연계는 물론 European Commission 등과도 연계활동을 통해 국제표준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

IEC/TC105에서 추진 중인 주요 표준화전략은 △보조전원시스템에 대한 연료전지 시스템 표준화 △열병합발전시스템(CHPs)을 포함한 모든 기술의 연료전지 시스템 표준화 △연료전지 시스템과 다른 형태의 전기저장장치(배터리, 플라이휠 등)와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표준화 △연료전지 시스템과 전력부하와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표준화 △마이크로연료전지 시스템과 전지저장, 의학기술, 산업서비스, 군수지역, 자동차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표준화 △모든 전기방식이 장착된 비행기, 배와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표준화 △reverse operation에서 연료전지 시스템의 표준화 △장기적으로 연료전지 시스템과 열엔진(가스터빈, 스털링엔진 등)과의 하이브리드 표준화 등이다.

▲ IEC/TC105 작업반 현황.

IEC/TC105의 국제표준개발을 위한 조직과 작업반(WG; Working Group) 구성을 살펴보면 크게 용어, 모듈, 고정형, 수송용, 휴대용 연료전지분야로 나눠 국제표준이 개발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분야에서 안전, 성능시험, 설치, 호환 등에 대한 국제표준이 개발되고 있다.

TC105의 기존 작업반은 개정작업 등을 통해 국제표준 완성도를 높이고 개발 중인 작업반인 WG6에서는 작업범위를 Propulsion & APU에서 Propulsion & APU와 PT Industrial Truck으로 분리해 드론과 무인항공기용, 해양산업용 및 Battery charger 등을 신규 아이템으로 추가, 작업범위를 확대했다. 이 외 WG13(Energy storage systems using fuel cell modules in reverse mode)과 WG14(Life cycle assessment) 등 신규작업반 신설을 통해 연료전지분야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 에스퓨얼셀의 수소발전시스템.

이 가운데 2017년 새로 신설된 작업반 WG14는 연료전지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 그룹으로 현재 가정용과 건물용 연료전지 전과정평가(CO2배출량 산정 등)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향후 연료전지 전 분야에 대한 LCA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LCA평가는 제품인증제도로 확대돼 향후 WTO의 무역기술장벽(TBT ; Technical Barriers to Trade)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WG10(마이크로연료전지-호환)분야 의장국으로 국제표준을 개발 중에 있다. 이 표준은 마이크로 연료전지 파워 시스템의 안전성과 성능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전자기기와의 호환성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전자기기와 마이크로 연료전지 파워 시스템 간 전력과 데이터의 호환성에 관한 표준화’로 요약된다.

연료전지 분야에 있어 우리나라는 KS 표준을 IEC/TC105의 국제표준과 일치시키는 과정에 있다. 즉 IEC/TC105에서 개발 중인 국제표준이 제정되면 KS표준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현재 연료전지 국제표준 관련 도입된 국내 KS표준은 총 14종에 이른다. 이외 현재 개발 중인 연료전지 관련 국제표준 일정이 대부분 2019년에 종료되는 만큼 2019년 제정이 되면 2020년 이후 KS표준으로 추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 IEC/TC105 국제표준 KS 도입현황.


국내 표준화 대응, 모니터링 수준…체계적 지원 나와야
연료전지와 관련한 국제표준은 현재 일본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연료전지 상용화 시 일본의 기술과 제품이 세계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실제 일본은 협회와 기업을 중심으로 국제표준 대응을 위한 조직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자국의 표준을 국제표준으로 반영하기 위해 ‘METI-NEDO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R&D와 code&standard를 연계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R&D 결과를 표준과 연결해 신뢰성을 높임으로써 실질적인 연료전지 국제표준화를 주도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중국의 경우는 2015년 IEC/TC105 총회의 중국개최를 계기로 WG 신설 및 컨비너 수임, NWIP (New Work Item Proposal)제안 등 활동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연료전지 무인항공기 관련 NWIP를 제출할 계획이다. 무인항공기는 군용으로 활용될 경우 은닉성이 매우 뛰어난 장점이 있으며 민수용으로는 산불감시, 내수면 연안감시, 환경 감시, 맵핑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 이태리 솔리드파워(Soild Power)의 연료전지시스템.

미국은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연료전지 표준전문가 ‘Kelvin Hecht’이 국내외 표준을 전체 총괄해 표준개발을 이끌어가고 있다. 유럽은 올해부터 프랑스가 연료전지 의장을 맡게 돼 향후 신규 국제표준제안 등의 활발한 활동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2001년 이후 꾸준히 국제표준화 회의에 참가하고 있으나 표준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과 전문가 등 인프라가 부족해 지속적으로 표준화를 리드할 수 있는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한국에너지공단의 연료전지 표준화 사업으로 일부 전문가가 국제표준회의에 참여하고 있으나 예산 등의 부족으로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모니터링 수준에 머물고 있다.

▲ 국내 프로파워가 개발한 연료전지 기반 지게차.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연구기관을 아우를 수 있는 기관이 국내외 표준화를 총괄하고 지속적으로 대외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갖춰야 전문가 발굴과 국제활동 지원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국제표준화 제안과 반영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또한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과의 공조를 통해 결과적으로 국내 연료전지 산업계를 보호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있다.

특히 WG6에서 추진 중인 지게차 등 산업용 트럭분야 표준화는 국내에서 관련 기술과 제품이 개발된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대응 마련과 국제표준을 이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우리가 의장을 맡고 있는 WG10의 마이크로 연료전지 국제표준분야의 국내연구 및 산업 활성화를 위한 국제표준 제안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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