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19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수소가 주류 에너지가 되는 수소경제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법안이 마련돼 국회에 제출됐다. 그동안 수소에너지업계가 애타게 기다려왔던 단비 같은 소식이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을)은 지난달 10일 수소경제사회 이행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촉진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 수소전문기업 육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소경제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화석에너지 중심의 탄소사회에서 수소경제사회로의 전환은 에너지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작업으로 단계적이면서 전방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수소경제법안이 갖는 의미가 크다.

수소경제법안이 발의된 배경과 그 의미를 짚어보고 주요 내용을 분석해봤다.

수소경제법안 발의 배경
수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자원으로 환경문제를 유발시키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유일한 대안 에너지다. 이 같은 수소가 주류 에너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수소경제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치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미국, 독일, 일본은 필연적으로 도래할 수소사회를 대비하고 수소사회에서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다양한 수소경제사회 이행을 촉진하는 정책과 법률을 제정·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월17일 다보스 포럼에서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가 발족해 탄소경제사회를 수소경제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 역시 이뤄지고 있다.

▲ 수소전기하우스에 전시돼 있는 수소전기차 ‘넥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수소전기차 보급률을 2030년 1.8%, 2050년 17.7%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은 2050년까지 신차 판매 중 수소자동차 비율을 27%, 독일은 2030년까지 25%로 끌어올리는 수소차 보급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는 2013년 발표된 에너지기본계획 법안에 ‘수소사회 실현’을 명문화 하고 수소전략과 계획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고 있다. 

수소에너지는 발전용, 주택·건물용, 수송용 등 현대사회에서 에너지가 필요한 대부분의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서 그 활용도가 매우 높다. 또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소, 연료전지 등의 국내 사업화와 실증을 통해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 산업이다.

이에 따라 수소 관련법을 제정해 수소경제사회 이행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 계획 및 지원책 등을 마련하고 수소산업을 적극 육성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 수소경제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원욱 국회의원.

이원욱 의원은 “수소경제사회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수소산업의 체계적인 육성과 친환경 수소에너지의 사용을 통한 국민경제의 발전 및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발의하게 됐다”고 수소경제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수소경제사회 중장기 이행 계획 마련토록
수소경제법안의 최대 핵심은 수소경제사회 이행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시행토록 한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수소경제사회 이행을 위해 1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5년 단위의 수소경제사회 이행 기본계획 및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기존의 전력수급기본계획,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등 에너지원별 중·장기 계획을 주기적으로 수립·시행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수소경제사회 이행 기본계획에는 중·장기 정책목표 및 방향, 제도의 수립 및 정비, 추진방안, 투자 확대를 위한 재원조달 계획, 수소산업의 체계적 육성방안, 사회적 수용성 제고, 수소의 안전한 활용 등에 관한 사항이 담길 것이다.

▲ 일본의 이와타니가 운영하는 세븐일레븐 액화수소충전소.

가까운 일본과 같이 정부가 수소경제사회에 대한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수소사회 이행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수소경제사회 구축 로드맵’이 대표적일 것이다. 

또한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수립할 때 에너지와 친환경자동차 보급촉진과 관련된 다른 계획과 연계하도록 했다. 연계 계획으로는 △에너지기본계획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의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을 촉진하기 위한 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등에 관한 기본계획이 명시됐다.

특히 에너지기본계획은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다른 계획보다 상위 계획이어서 에너지기본계획과의 연계는 ‘수소’를 ‘국가 에너지’로 선정했다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일본은 지난 2014년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사회 이행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반영했다.

수소경제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선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민간의 힘만으로는 달성되기 어렵기에 초기 구축단계에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투입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수소경제법안에서는 정부가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토록 했다. 필요한 경우 에너지와 관련이 있는 공공기관과 정부출자기관 중 매년 일정 금액 이상의 자금을 수소경제사회 이행에 관한 사업 또는 수소사업과 관련된 기술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자에게 출연·보조 또는 융자를 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 지난달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수소충전소 설치·운영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위한 협약식이 열렸다.

아울러 기업 등 민간이 적극적으로 수소경제사회 이행과 관련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 역시 마련토록 하고 있다. 

수소경제사회는 첨단산업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의 규제제도와 적합하지 않는 경우 수소경제사회 이행과 관련된 법령의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법안에서는 해당 법령을 관장하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의견을 개진하거나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법령의 개선의견 또는 권고를 받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개선 의견 또는 권고를 존중해 해당 법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도록 했다.

수소전문기업의 육성
정부는 수소의 제조·포집·저장·판매·이용안전 등의 혁신기술에 필요한 연구·개발·실증·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수소전문기업에 대해 △수소사업 관련 연구·개발 성과의 제공 △고가장비의 공동 사용 △수소사업 관련 우수한 기술의 발굴 및 사업화 지원 △수소특화단지 우선 입주기회 제공 등과 같은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 노을그린에너지의 연료전지발전설비.

수소전문기업에 대한 보조·융자 지원 근거도 마련됐다. 수소의 제조·포집·저장·판매·이용과 관련한 안전성·경제성·환경성을 혁신하기 위한 기술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에 드는 비용, 외국과의 국제협력 및 기술교류에 드는 비용 등을 보조 또는 융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수소전문기업에 대한 조세 및 부담금의 감면 근거도 명시됐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수소전문기업에 대해 ‘조세특례제한법’, ‘지방세특례제한법’ 등의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국세 및 지방세를 감면할 수 있다.
이밖에 수소전문투자조합 결성 및 출자, 수소전문기업에 대한 기금의 투자에 관한 사항도 규정했다.

수소특화단지 지정
수소경제법안에는 수소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클러스터 및 융복합을 통해 분야별 수소사업자와 그 지원시설 등을 집단적으로 유치해 수소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수소특화단지’ 지정에 관한 근거가 포함됐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수소특화단지를 지정해 자금 및 설비 제공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특화단지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5년마다 특화단지 육성종합계획을 수립·추진해야 한다. 

또한 수소사업의 발전, 수소사업 관련 서비스 보급의 활성화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일정한 기간 동안 지정하는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지정된 시범사업 지역에서 시범사업과 관련된 행정규제를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수소연료공급시설 및 연료전지 설치 촉진
연료전지를 장착한 자동차, 항공기, 선박, 기차 등 수송수단에 수소를 공급하는 시설(수소연료공급시설, 수소충전소)의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도 마련돼 수소충전인프라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도로법’,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등 각 관련법에 따라 고속국도 및 일반국도 휴게시설, 경제자유구역, 물류단지, 첨단의료복합단지, 자유무역지역, 판매시설 부설주차장, 혁신도시, 관광단지, 산업단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새만금사업지역, 해양박람회특구, 연구개발특구 등 다양한 곳에 수소연료공급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또한 시설운영자, 전력다소비 공장·사업장, 국가산업단지 및 일반산업단지는 운영하는 시설·단지·특구 등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연료전지 설치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 수소전기차 ‘넥쏘’와 수소충전소.

주무부처는 연료전지 설치계획서를 제출한 시설운영자의 연료전지 설치환경을 고려해 연료전지 발전비율을 증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해서 연료전지설치계획서의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연료전지용 천연가스 요금체계를 수립토록 했다. 연료전지의 개발·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연료전지에 사용되는 천연가스의 가격·가격안정성에 관한 노력을 해야 하고, 연료전지 발전에 사용되는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자에 대해서는 ‘도시가스사업법’ 제20조에 따른 공급규정에서 연료전지 사업자에게 공급하는 요금을 별도로 정하도록 할 수 있다. 

이미 산업부는 연료전지용 천연가스 요금제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3월23일 도시가스용 요금 중 연료전지용 요금을 신설하는 내용의 천연가스 공급규정 개정을 예고하고 20일간 의견수렴을 실시한 바 있다. 연료전지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연료전지용 요금이 도입되면 연료전지 사업자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궁극의 친환경 수소 제조방법인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소 생산의 활성화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점도 주목된다. 재생에너지에 의한 수소의 제조 및 사용에 필요한 시책을 마련토록 한 것이다. 또 재생에너지로 제조한 수소를 연료전지와 수소연료공급시설에 공급하는 경우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른 공급인증서(REC)를 발급할 때 가중치를 추가해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에서는 ‘재생에너지로 제조한 수소’를 ‘특례’로 규정할 만큼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소 생산 촉진에 강한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수소경제사회 구축 기반 조성
수소경제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들도 필요하지만 기술개발, 전문인력 양성, 표준화 등의 기반 조성도 수반돼야 한다.

먼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으로 하여금 수소사업의 전문기술인력 양성에 관한 시책을 수립·추진토록 했다. 정부는 연구소나 대학, 그 밖의 기관이나 단체를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해 전문인력양성 및 교육훈련을 실시하게 할 수 있다.

▲ 수소전기하우스에서 아이들이 수소경제사회를 나타내는 서울시의 모형도를 보고 있다.

또 정부는 고등교육법, 한국과학기술원법 등 각 관련법에 따른 대학(대학원, 대학원대학, 대학부설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 중에서 수소융합 특성화대학, 수소융합특성화대학원 또는 수소융합 특성화대학부설연구소를 지정할 수 있다.

수소사용을 위한 제품, 기술 및 관련 서비스의 품질 향상과 호환성 확보 등을 위해 수소관련 제품, 기술 및 서비스의 표준 개발 및 보급에 관한 표준화 사업도 추진할 수 있다. 수소산업에 관한 통계 작성·관리, 국제협력과 해외시장 진출 지원, 기술개발 촉진 등에 관한 규정도 담겨 있다.

수소경제사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노력을 법안에 반영한 점도 눈에 띈다. 수소의 제조·포집·저장·운반·공급·사용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해 및 공감대 확산, 수소친화문화 창달을 위한 교육과 홍보 등에 관한 시책을 수립·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수소사업자에게 기술, 인력 및 산업동향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수소산업 현황에 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수소경제사회 이행과 수소사업에 관한 종합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 ‘FC EXPO 2018’ 전시장(도쿄 빅사이트)에 전시된 수소지게차와 수소충전기.

수소사업자 의무사항 규정
수소경제법안에는 수소사업자에 대한 규정도 포함돼 담겨 있다. 먼저 수소사업자 중 수소연료공급시설을 통한 판매사업자(수소판매사업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수소판매가격을 보고해야 한다. 

또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 경쟁을 촉진하고 수소가격의 적정화를 위해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수소판매사업자의 수소판매가격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수소사업자로 하여금 수소제품을 사용공차(使用公差)를 벗어나 정량에 미달되게 판매하거나 인위적으로 열을 가하는 등 부당하게 수소제품의 부피를 증가시켜 판매하는 행위 등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금지 조항도 뒀다.

부칙에서는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법’ 일부를 개정한다고 명시했다. 이 법에 ‘수소경제법에 따른 수소경제사회 이행 사업’을 신설함으로써 특별회계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신재행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장은 “최근 수소전기차 등 수소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미세먼지 저감 및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이슈가 됨에 따라 이번에 발의된 수소경제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수소사회 진입 시 주력산업은 물론 에너지산업과 관련 신산업 등 연관산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하고 고용창출, 생산유발, 수출산업 육성 등 국가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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