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김동용 기자] 수소는 신(新)에너지이자 궁극의 미래 친환경에너지로 꼽힌다. 관련 전문가들은 오는 2030년 이후 수소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학계·업계에서는 이를 위한 규제완화, 기술력 향상 및 국산화 등을 통한 경제성 확보 등 기반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수소산업의 기술력 향상 및 국산화 등을 통한 경제성 확보는 오는 2020년 이후 수소에너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예측을 감안한다면 특히 중요하다는 평가다. 한 예로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 부품 국산화율은 약 40%에 머문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부품 국산화율을 80%까지 확대,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정책 로드맵을 고려할 때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방향 및 기준은 수소산업계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업계는 지난 2015년 필요성이 제기된 후 진행 중인 ‘일몰제(10년 이상 장기계속 R&D사업에 대해 일몰사업 기간연장 적정성 검토)’에 대해서도 기대와 우려가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기존 진행돼 온 R&D(연구개발사업) 중 장기계속사업의 지속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 지난 2014년 3월 25일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서울 서초구 서울호텔에서 '2015년도 정부연구개발투자 방향 및 기준(안) 공청회'를 개최하고 있다. 당시 이상목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R&D 일몰제의 등장배경
R&D일몰제가 처음 논의된 시기는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해 11월 국가재정운용계획 R&D 분과위원회에서 발간한 ‘2015~2019 국가재정운용계획 : R&D 분야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 보고서는 정부의 R&D 예산증가율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토대로 미국, EU, 중국 등 외국의 혁신적인 R&D 전략 수립·개편 사례를 참고해 작성됐다. 또한 R&D 생산성 제고, 재정운용의 투명성 강화 등에 대한 지적이 과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기에 R&D 효율성의 구체화와 실행이 요구되는 시점임을 강조한 바 있다.

보고서는 지난 2015년부터 오는 2019년까지 정부의 R&D 투자방향을 제시, 성과중심의 R&D투자 선순환구조 구축과 외연확대 중심에서 내실(GDP 대비 5%)있는 투자전략을 펼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보고서가 제시한 중점투자 분야는 △창의·도전적 기초연구 투자확대 및 융합연구 활성화 △벤처·중소기업의 성장지원 확대 및 연구성과의 사업화 촉진 △첨단기술과 제조업 접목을 통한 기존산업 고도화 △미래성장동력 지속 육성 및 신시장 창출 지원 △과학기술의 공공·사회적 역할 강화 등 총 5가지다.

아울러 R&D 효율화 및 내실화를 위해 △투자 전략성을 뒷받침하는 R&D 기획·관리체계 혁신 △성과평가 환류 기능 강화 및 장기계속 사업 전면 검토(일몰제) △유사·중복 사업의 체계적 정비 △수요자 중심 R&D의 시장지향성 강화 △지역 R&D 기반구축사업 효율화를 제안했다.

▲ 지난 2016년 10월 31일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미래부 회의실에서 '제24회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운영위원회'를 개최, 당시 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이 '2017년도 공공기관에 대한 연구개발투자 권고(안)' 을 심의하고 있다.

R&D 일몰제의 필요성
이 가운데 ‘성과평가 환류 기능 강화 및 장기계속 사업 전면 검토(일몰제)’를 살펴보면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의 구조조정 또는 전면 재검토를 추진해 장기계속사업을 일몰형으로 개편하고 성과평가 환류를 강화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15년을 기준으로 정부 R&D사업(750개) 중 79.2% (594개)가 종료시점이 명시되지 않은 계속지출사업(이하 계속사업)이며 유형별로 구분하면 기관지원 39%, 목적형 기술개발 27%, 목적형 연구환경조성이 15%인데, 이를 관행적인 장기사업 지원으로 명시해 R&D예산의 경직성을 심화시키고 신규 투자기회의 상실을 야기할 수 있는 요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종료년도 없이 수행 중인 계속사업을 사업목적·특성에 따라 ‘계속지원형’과 ‘일몰형’으로 구분하고 차별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제안된 유사·중복 사업의 체계적 정비, 수요자 중심 R&D의 시장지향성 강화 필요성 등을 살펴볼 때 R&D일몰제도를 포함한 정부의 당시 R&D 투자방향 설정은 비효율적인 예산낭비를 줄이고 시장 효율성을 강화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년 정부의 R&D 지원방향
2018년 적용될 R&D 일몰제를 두고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기술평가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관계자들은 우선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중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018년 R&D 일몰제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의는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논의되는 세부 내용을 밝힐 수 없는 이유는 기존에 추진해오던 R&D 일몰제 방향을 개선한다는 방향이 포함되지만 대치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어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018년 R&D 일몰제의 틀을 구체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라며 “아직은 아이디어 수준이나 일몰제 개선과 관련해 여러 방면으로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에 그만큼 신중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처럼 2018년 시행될 일몰제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과기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8년도 정부연구개발 투자방향 및 기준’을 살펴보면 정부는 2018년 R&D 사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우선순위가 낮거나 성과 부진사업 등에 대해 부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임을 언급하고 있다. 다만 2016~2018년 일몰사업은 원칙적으로 구조조정사업에서 제외되고 절감된 재원은 기초연구, 4차 산업혁명, 미래성장동력 등 중점투자 분야 주요사업 및 신규사업 등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2016~2018년 일몰대상사업의 기간연장 적정성 검토 결과를 예산에 반영·추진할 예정으로 향후 기간연장 적정성 검토를 거쳐 일몰시점이 2016~2018년으로 확정된 일몰사업은 계속과제 예산만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일몰사업으로 분류되지 않은 계속지원형 사업은 투자규모의 적정성, 통합 재정사업평가 결과 등을 검토해 예산에 반영하게 된다.

아울러 ‘예산안 편성지침’에 따라 내역사업 수준에서 사업을 재검토하고 비(非)R&D성 사업은 타분야 이관 또는 예산이 미반영 될 예정이다. 과학기술 관련 단순 교육훈련·연수활동, 연구개발과 관련 없이 과학기술활동을 단순 지원하는 활동 역시 R&D에서 제외된다.

그 외 2018년 정부의 R&D 지원 방향은 제4차 산업혁명 대응과 기초원천연구를 정조준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해 6월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6회 국가과학기술심의회(간사위원 당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를 주재하고 ‘2018년도 정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2018년 예산 중 14조5,920억원을 주요 국가연구개발사업에 투자하고 4차 산업혁명 대응을 통한 미래성장동력 확충에 주력, 과학기술 기초체력 강화를 위한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은 기초원천·응용개발 등 과학기술 연구개발, 출연(연)·국공립연구소 주요사업비, 국방 R&D 등 주요연구개발 사업 총 20개 부처 460개 사업을 뜻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미세먼지, 감염병, 치매 등 국민 삶의 질 향상과 밀접한 문제의 과학기술적 솔루션 확보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 창출효과가 높은 인력양성, 창업지원 등 연구개발(R&D)에 대해서 우선 투자키로 결정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18.5%(1.26조원→1.50조원) △4차 산업혁명 25.6%(1.21조원→1.52조원) △일자리 19.9%(7,774억원→9.320억원) △서비스 R&D 17.7%(6,647억원→7,826억원) △바이오신산업 9.6%(5,257억원→5,746억원) △재난·재해 분야 10.3%(8,116억원→8,951억원)가 각각 늘어날 예정이다.

해당 배분·조정(안) 마련을 위해 과기부는 지난해 3월 기업·대학·출연(연)의 연구자 및 전문가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부 R&D 예산 배분·조정 가이드라인이 되는 ‘2018년도 정부 연구개발투자 방향 및 기준’을 마련·제시했고 이를 토대로 각 부처가 신청한 예산에 대해 산·학·연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7개 기술분야별 전문위원회(공공우주, 에너지환경, 기계소재, ICT융합, 생명의료, 기초기반, 국방)의 심층검토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추진될 R&D 일몰제의 큰 틀은 완성됐지만 세부적인 조정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연료전지를 포함한 에너지 관련 R&D 추진 과제 역시 당분간 정부의 발표를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큰 틀의 방향은 부처협의로 확정됐지만 당장 올해 추진될 R&D 일몰은 해당 기관별 이해관계가 다르고 결과에 따라 파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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