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에 위치한 창원 팔룡 수소충전소.

[월간수소경제 김동용 기자] 국내 수소산업계 많은 종사자들이 수소전기차를 두고 수소경제사회 진입을 위한 ‘첨병(尖兵)’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반 대중들에게 상대적으로 친숙해 실생활에 적용할 경우 가장 눈에 띌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소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한 애로요인 중 가장 큰 걸림돌은 수소에너지의 사회적수용성 부족과 미흡한 수소충전인프라다. 정부와 민간의 가교역할을 위해 발족된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이 지난 해 12월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수소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각각 1,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수소에너지의 사회적수용성 확대는 충전인프라 구축과 비교해 그나마 어렵지 않은 과제로 분류된다. 물론 많은 시간과 노력, 홍보 등이 필요하나 인력, 자본, 제도 등에서 문제가 될 요소가 적은 편이다.

결국 중요성과 시급성을 차치하고 둘 중 더 어려운 문제를 꼽으라면 단연 부족한 수소충전인프라다.

특히 정부와 수소전기차 업체 간 엇박자는 안타까움 마저 들 정도다.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한 현대자동차가 올해 초 차세대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정부는 지난해 9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 발표에서 오는 2022년까지 수소차 1만5,000대, 수소충전소 310개소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밝혀 보수적인 계획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전기차 및 전기차충전소 보급계획(전기차 35만대, 급속충전기 10,000기)과 비교해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소 보급계획은 이른 바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지적은 구체적인 수소충전인프라 구축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얼마나’는 언급됐으나 ‘어떻게’는 명시돼 있지 않은 발표였다.

환경부는 지난해 기준 국내 14개 수소충전소가 구축됐다고 밝혔지만 이는 대부분 민간에서 이용할 수 없는 연구용이거나 접근성이 제로에 가까운 도심 외곽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수소전기차 출시를 앞둔 시점임에도 인프라 부족으로 제대로 보급되지 못할 형편에 처한 것이 현재 국내 실정이다.

▲ 충남 홍성군 홍북읍 용봉로에 위치한 내포수소충전소.

정부·학계, 민간투자 필요성 제기…민간지원사업 계획 발표로 이어져
이와 관련 수소충전인프라 확충을 위한 방안으로는 통상 △입지규제 완화 △투자비 저감 △운영수익 극대화 △민간투자 유도 등이 꼽혀왔다.

이러한 방안 중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방안은 민간투자 유도다. 이는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내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던 부분이다.

권성욱 수소융합얼라이언스 대외협력실장은 지난해 8월 서울지방우정청에서 열린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의 워킹그룹(WG : Working Group) 중간보고회에서 정부가 계획한 수소충전소 구축 일정이 당초 보급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는 점을 언급한 뒤, 정부가 지자체의 수소충전소 운영비 부담을 덜어주거나 최소 민간이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권 실장은 “해외의 사례를 보면 수소충전소 구축과 관련 정부가 지원, 민간이 주도하는 형식으로 지자체는 부지제공이나 관련 서비스 지원을 맡고 있다”며 “보조금의 민간지원에 부정적인 정부가 지자체에만 보조, 다시 지자체가 건설·운영하고 그 이후 운영까지 일체의 책임을 지는 현재의 국내 시스템으로는 수소충전소 구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 실장은 또한 민간사업자에게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등을 업무위탁 할 경우 지자체와 비교해 △전문성 확보 △운영 리스크 관리 △충전소 상업화 촉진 △효율성(비용) 제고 등에서 더욱 용이하다고 주장했다.

▲ 지난해 11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친환경시대, 수소차 인프라 확산 가능한가?’ 토론회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의견은 지난해 11월 30일 이채익,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의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친환경시대 수소차 인프라 확산 가능한가’ 토론회에서도 이어졌다. 박진남 경일대학교 교수는 수소충전소를 운영하는 민간 사업자에게 정부가 직접 보조하는 방식이 충전소 보급과 수소산업 육성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학계 의견에 정부도 동의했다. 해당 토론회에 참석한 이형섭 환경부 대기청정기획과장은 수소충전인프라 확대를 위해서는 민간사업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형섭 과장은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보조금 지원방식엔 한계가 있다”며 “민간사업자로 보조금 지원대상을 확대, 초기 운영비 지원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환경부의 ‘수소충전소 민간보급지원사업’ 발표로 이어졌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6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2018년 수소차·수소충전소 보급 지원을 위한 예산을 포함한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특히 2018년 구축될 수소충전소 10개소 중 3개소를 민간보급지원사업으로 추진, 국가지원과 민간투자(각각 50%)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구체적 실행방안 검토 부재·향후 부작용 우려
이를 두고 수소업계 종사자들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데는 의견을 함께 하면서도 한편으론 우려의 시선도 숨기지 않았다. 정책 발표에 앞서 구체적 실행방안 검토의 부재로 향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 업계 관계자는 민간을 통해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이번 정책은 수소충전소 구축비용만 정부가 지원하는 게 아쉽다. 운영비도 당분간은 지원해야 한다”라며 “수소전기차 보급 초기 시장이 정립되기 전까지는 민간의 운영부담을 줄여 민간투자를 대폭 이끄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민간업체의 선별기준에 대한 우려 섞인 의견도 제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책에 참여하고 싶지만 대기업은 참여할 수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고 있다”며 “관련 가이드가 나오지 않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대기업과 외국계기업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지 궁금하고 또한 사업신청방법은 어찌 되는지 아직 아무런 정보도 나온 게 없다”며 “수소충전소 10개소 중 3개소가 해당되지만 지원 가능한 국내 관련기업만도 6곳 이상이다. 그렇다면 선별기준이 가장 중요할 텐데 이 또한 언급된 게 없어 오히려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언급 배경에는 이른 바 ‘중소기업 수소충전소 사업 지원계획’설이 중심에 있다.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수소충전소 민간보급지원사업이 추진될 것이라는 추정으로 이와 관련 어떤 공식 발표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환경부로부터 이러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외국계기업의 사업 참여자격 제한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더 나아가 오는 2019년 최악의 경우 민간보급지원사업이 축소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구체적인 실행방안 정립 후 정책발표가 이뤄지지 않아 졸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이는 민간업체의 참여 거부 또는 향후 이에 따른 민간보조금 시범사업의 정부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국내 수소전기차 보급이 저조한 상태에서 민간기업이 수소충전소 사업에 참여하면 운영 적자가 불가피한데 리스크 해결 방안 등이 마련되지 않는 상태에서 무작정 시행한다면 과연 민간기업이 얼마나 지원할지 조차 미지수”라며 “매년 1억~2억 가량의 운영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초기에는 정부가 보조금 형태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해외 사례를 따라가려는 것 같은데 순서가 바뀐 것 같다. 바늘을 허리에 묶고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무작정 밀어붙이는 방식”이라며 “민간주도로 수소충전인프라 구축이 추진되는 외국의 경우 운영방안이 구체화된 상태에서 출발했다. 우리 정부는 중간과정을 모두 생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 효성의 700bar급 수소충전시스템이 제공된 양재동 현대자동차 수소충전소.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도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추진단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을 민간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 지원설이 흘러나오는 것과 지원 및 선정 방식 등의 언급 없이 추진되는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선 ‘중소기업 지원’설과 관련해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 사업은 수익보다는 손실을 견뎌야 하는 사업으로 민간 입장에서 보면 특혜사업이 아닌 체력싸움”이라며 “그런 체력이 안 되는 중소기업이 장기간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참여할 경우 오히려 현재보다 정부의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더 많은 수소전기차가 보급되고 수소충전소 사업이 일정 부분 수익이 발생되는 시기에 중소기업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시범사업이나 마찬가지인 현재 시점에 중소기업만 지원한다고 하면 민간에 지원하는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며 “정부가 초기 수소충전소사업에 대해 수익이 아닌 손실을 견뎌야 하는 사업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향후 결정될 지원방식과 관련해서는 “민간 어디에, 어떻게 지원할 것이냐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현재 정부가 생각하기 쉬운 방식은 에너지업체가 자사 부지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때 지원하는 방식일터인데 이는 접근성이 떨어져 바람직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더 많은 수소전기차가 도로 위를 달리게 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교통의 요지, 접근성이 좋은 부지를 확보해 구축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민간에게 직접 지원한다는 정책만을 고려해 수소충전소 위치가 오히려 도시 외곽, 일반 이용자들이 찾기 힘든 곳에 들어선다면 정책의 최종 목표인 수소전기차 보급에 전혀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가 계획한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은 총 14개소였으나 지난 2년간 완공된 수소충전소는 울산, 창원에 각각 1개소다. 나머지 12개소 중 10개소는 2018년 구축될 예정이다.

올해 신규로 보급될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소는 각각 130대, 10개소로 환경부는 이러한 지원사업에 총 185억7,500만원의 예산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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