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김동용 기자]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지구온난화, 미세먼지 등을 포함한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재생에너지는 물론 신(新)에너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신에너지는 환경오염 및 자원고갈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새로운 에너지원이다.

대표적인 신에너지는 연료전지, 수소에너지, 석탄을 액화 또는 가스화한 에너지다. 즉 석유, 석탄, 원자력, 천연가스가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을 뜻한다. 그 중 연료전지와 수소에너지는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로 꼽힌다.

연료전지란 전기화학적으로 연료를 산화시키는 반응과 산소를 환원하는 반응을 통해 연료의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일종의 발전장치다. 전기화학적 산화와 환원반응을 이용한다는 점은 일반적인 이차전지와 비슷하지만, 연료를 계속 공급할 경우 충전 없이 연속적으로 전기를 발생할 수 있는 점이 다르다.

현재 연료전지 분야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마지막 난관인 가격, 내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기술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2018년부터 새롭게 연재될 ‘수소·연료전지 연구현장을 가다’ 기획의 첫 번째 연구소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료전지연구센터를 조명한다.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는 연료전지를 구성하는 촉매, 전극, 전해질 등에 대한 원천기술 개발과 함께 구성요소 제조공정, 스택 설계, 운전기술 등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수소 생산 및 저장 연구실.

또한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 수소 생산방식은 물론 효과적인 저장, 운송방식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20여 년간 축적해 온 기술과 노력의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008년, 2012년에는 KIST의 탁월성연구센터(COE, Center of Excellency)로 지정되기도 했다.

연료전지연구센터의 주요 연구 분야는 △개질기(Reformer) 및 수소생산/저장 기술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olymer Electrolyte Membrane Fuel Cell) △물 전기분해(Water Electrolysis) △용융탄산염연료전지(Molten Carbonate Fuel Cell) 등이다.

▲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수소 생산 및 저장 연구실 액상화합물 기반 수소 방출 시스템.

▲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수소 생산 및 저장 연구실 수소저장운용 시스템.

개질기 및 수소 생산·저장 기술
연료전지의 연료극(anode)으로 수소가 풍부한 가스를 공급해야 한다. 이는 연료극 전기화학반응에 수소가 가장 활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소는 공기 중에 존재하지 않아 반드시 다른 화합물로부터 제조해야 하는데 화합물로부터 연료전지에 알맞은 조건으로 수소가 풍부한 가스를 생산해 연료전지에 공급하는 장치를 연료 프로세서라 부른다.

수소를 제조할 수 있는 화합물로는 천연가스, LPG, 휘발유, 디젤 등의 화석 연료나 메탄올, 에탄올 등의 합성연료, 그리고 NaBH4, NH3BH3 등의 화학물질, 알루미늄 같은 금속 등이 포함된다.

화석연료나 합성연료로부터 수소를 뽑아 낼 때는 먼저 이러한 연료를 고온에서 스팀과 반응시키거나, 스팀과 공기와 반응시키게 되는데 이 때의 반응기를 개질기(reformer)라 부른다.

NaBH4, NH3BH3 등의 화학물질이나 알루미늄 등은 상온에서 물과 반응시켜 수소를 제조하거나, NH3BH3의 경우 100℃ 내외에서 열분해를 통해서 수소를 제조할 수 있다.

연료 프로세서는 일반적으로 수소가 풍부한 가스를 생산하는 반응장치와 이렇게 제조된 가스 중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제장치로 나뉜다. 연료전지연구센터에서는 10∼100W급 연료전지와 1∼5kW급 고온연료전지를 대상으로 한 소형 연료 프로세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연료전지에 수소를 공급하기 위한 연료 프로세서는 연료전지의 사용 목적에 알맞도록 제작돼야 한다. 10∼100W급 연료전지의 경우 휴대용 및 이동용 등으로 응용 가능성이 높으며 1∼5kW급 연료전지는 건물용 또는 이동용 전원으로 적용이 가능하므로, 이러한 목적에 알맞게 소형으로 제작돼야 하고 수시로 시동·정지가 반복되는 조건에서도 안정한 성능을 나타내야 한다.

▲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고온연료전지 연구실.

또한 연료전지 수소 요구량의 변화에 따라 빠른 응답을 나타내도록 제작이 이뤄져야 하며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돼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수소 생산 반응기와 정제장치의 경량화, 소형화가 우선 요구되며 구성 요소 간 열적 물질적 통합(integration)이 잘 이뤄져야 한다.

수소의 저장·운송의 여러 방법 중 연료전지연구센터는 액상화합물 기반수소저장기술(Liquid Organic Hydrogen Carrier; LOHC)을 연구하고 있다. 이 방법은 신에너지 저장이나 수소충전소, 독립 분산 전원에 수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서 향후 파급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는 액상화합물 기반수소저장용 Marlotherm 및 카바졸 기반 열매체유, 수소 저장용 촉매, 탈 수소 촉매 등의 소재 및 시스템 개발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저온형 연료전지 및 수전해
수소이온(프로톤) 교환 특성을 갖는 고분자막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olymer Electrolyte Membrane Fuel Cell: PEMFC)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고효율, 무공해, 무소음의 미래형 전원 생산 장치로 기존 내연기관에 비해 1.5배 이상의 에너지변환 효율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독한 대기오염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는 다른 형태의 연료전지에 비해 전류밀도가 큰 고출력 연료전지로서 200℃ 미만의 온도에서 작동되고 구조가 간단하며 빠른 시동과 응답특성, 우수한 내구성을 갖고 있어 자동차, 주거용 및 휴대용으로의 주동력원 및 보조전원으로 적합한 시스템이다.

최근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는 분산형 현지 설치용, 군수용 전원, 우주선용 전원 등으로 응용될 수 있는 등 그 응용범위가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연료전지연구센터는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의 상업화를 위한 막전극접합체의 국산화를 위한 전해질막, 촉매 등의 원천 소재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들 소재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연구와 더불어 대량 생산 기술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이들 기술은 동진(2013년), 율촌(2015년), RTX(2016년), 가드넥(2017년) 등의 기업에 이전한 바 있다.

▲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고온연료전지 연구실 소속 연구원들이 고온 PEMFC성능평가장치 연구를 하고 있다.

또한 일반적인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 외에도 저가로 제조할 수 있는 알카리 연료전지 또는 고온형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와 같은 차세대 연료전지의 소재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오염과 에너지 자원 고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으며 대표적인 방안 중 하나가 재생에너지의 활용이다. 특히 최근 10년 전부터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법(수전해)이 각광을 받고 있다.

수전해 기술은 재생에너지의 비연속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동시에 수소와 같이 활용성이 우수한 연료를 높은 효율로 생산한다는 장점이 있다. 연료전지연구센터에서는 귀금속 사용량을 저감시키는 촉매 및 전극 기술, 수전해 장치에 최적화된 신규 고분자전해질막 개발, 수전해장치의 열화 메커니즘 분석 및 개선 방안 도출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수전해기술을 확장해 일체형가역연료전지, 전기화학적 CO2 전환 기술 등의 차세대 원천기술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용융탄산염 연료전지
용융탄산염 연료전지는 높은 열효율, 환경친화성, 모듈화 특성 등의 장점과 함께 650℃의 고온에서 운전되기 때문에 인산형 또는 고분자 연료전지와 같은 저온형 연료전지에서 기대할 수 없는 장점들을 갖고 있다.

즉, 고온에서의 빠른 전기화학반응은 전극재료를 백금 대신 저렴한 니켈의 사용을 가능케 해 경제성에서 유리할 뿐만 아니라 백금전극에 피독물질로 작용하는 일산화탄소마저 수성가스 전환반응을 통해 연료로 이용하는 특성으로 석탄가스, 천연가스, 메탄올, 바이오매스 등 다양한 연료 선택권을 제공한다.

▲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고온연료전지 연구실 MCFC 연구장비.

아울러 HRSG(Heat Recovery Steam Generator) 등을 이용한 bottoming cycle로 양질의 고온 폐열을 회수 사용하면 전체 발전 시스템의 열효율을 약 60% 이상으로 제고시킬 수 있다.

또한 용융탄산염 연료전지의 고온운전 특성은 연료전지 스택 내부에서 전기화학반응과 연료개질반응을 동시에 진행시키는 즉, 내부개질 형태의 채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또 다른 장점을 제공한다.

이러한 내부개질형 용융탄산염 연료전지는 전기화학반응의 발열량을 별도의 외부 열교환기 없이 직접 흡열반응인 개질반응에 이용하므로 외부개질형 용융탄산염 연료전지보다 전체 시스템의 열효율이 추가로 증가하는 동시에 시스템 구성이 간단해지는 특성을 갖는다.

우리나라의 용융탄산염 연료전지 개발은 1980년대 후반 연료전지연구센터에 의해 전지구성요소 제작 기술 개발 및 소형 단위전지 운전과 같은 기본 기술 확보에 성공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한전전력연구원(KEPRI), 포항산업기술연구원(RIST), 연료전지연구센터를 중심으로 250kW급 외부개질형 용융탄산염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연구개발이 진행됐으며, 두산중공업과 연료전지연구센터를 중심으로 300kW급 내부개질형 용융탄산염 연료전지 시스템과 Plant 연계형 MW급 내부개질형 용융탄산염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이 신재생에너지개발 사업으로 진행된 바 있다.

▲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고온연료전지 연구실 SOFC 연구장비.

최근엔 용융탄산염 연료전지의 경쟁력을 화력발전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 연료전지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장수명(7~8년) 용융탄산염 스택 구성요소 제조 기술인 △저온 작동형 전해질 제조 기술 △creep 저항성이 향상된 고내구성 연료극 제조 기술 △Ni 용해 및 기공 구조 변형이 억제된 고내구성 공기극 제조 기술 △미세 구조 변형이 억제된 매트릭스 제조 기술 △용융탄산염 저항성이 높은 내부 개질 촉매 제조 기술 △스택 장기 운전을 위한 전해질 관리 및 보충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개발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수요기업인 포스코에너지와 긴밀한 협력 하에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우리나라 용융탄산염 연료전지 기술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니인터뷰 김형준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센터장>

▲ 김형준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센터장.

연료전지 상업화·수소사회 대비 R&D 수행
“사회수용성 높이기 위해 관련 업계 지혜 모아야”

그간 연료전지연구센터의 연구성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
특정연구를 꼽을 수는 없지만, 기술이전과 관련된 연구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술이전 비용이 크지 않았고 상용화되지도 않았지만 해당 업체 및 업계에서 관련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정책 등을 포함해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점이 있다면.
가장 큰 부분은 연구비 축소다. 대부분의 연구기관이 겪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연구과제에서 큰 실수나 잘못이 없어도 연구초기 책정됐던 연구비에서 10~15% 정도 축소됐다. 예를 들어 연구비 25억 원을 책정한 연구가 마무리 될 때 즈음엔 20억 원 가량으로 연구비가 축소된 채 마무리된다. 연구비가 좀 더 보강됐으면 결과가 더 좋았을 연구도 간혹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연구비가 줄어들면 그만큼 인건비, 재료비 등이 줄어들기 때문에 사업계획서를 다시 쓰는 불편함도 있다. 위탁업체나 참여기관 등에서도 다시 계획을 짜야하기 때문에 여러 어려움이 가중된다. 

연료전지연구센터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대학에서는 교수가 창업 등 연구외 부가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연구소는 창업이 어렵다. 일정 기간 연구직을 휴직해야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휴직기간도 너무 길어져서는 안 된다. 그만큼 조건이 까다롭다는 얘기다. 창업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게 가장 아쉽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때 창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 좋은 아이템이 있을 때 창업과 연구를 병행한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물론 KIST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 연구기관에 통용되는 내용일 것이다. 또한 연구예산과 상관없이 더욱 다양한 연구를 접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국내 연료전지 산업과 해외산업을 비교했을 때 차이점과 우리나라에서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선 국내는 관련 업체 수가 너무 적다. 예를 들어 자동차라면 현대자동차, 발전용 연료전지는 포스코에너지, 두산퓨얼셀 정도가 떠오르는 수준이다. 해당 업체의 협력기관, 자회사 등을 제외했을 경우다. 이렇듯 관련 산업 업체가 적을 때는 정부에서 특정 시책을 펼칠 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실제 대표되는 업체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관련 분야 정책을 펼칠 때 특정기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는 경우까지 생긴다. 중소기업, 대기업 관계없이 업체 수가 늘어났으면 한다.

앞서 언급한 연구원의 창업과도 연계되는 부분이다. 특정 연구원에서 창업을 한다면 업체 수가 늘어나는 하나의 방편이 된다. 과거 많은 대기업들이 연료전지 관련 사업을 펼쳤지만 현재는 많이 줄었다. 남아있는 기업들마저 연료전지 사업에서 철수한다면 문제가 크다.

연료전지센터의 비전을 들려달라.
현재 전 세계는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이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문제를 연료전지라는 하나의 수단으로 모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연료전지가 갖는 많은 장점으로 인해 점차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커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연료전지의 상업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전히 가격, 성능, 장기적 안정성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연료전지연구센터에서는 연료전지의 상업화를 위해 연료전지의 원천 소재 및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도래할 수소 경제 사회를 대비하는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향후 7~10년 안에 20% 이상으로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연료전지를 비롯한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과 보급이 시급히 요구된다. 또한 전력생산이 불규칙한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전해를 통한 친환경 수소 생산 기술, 스마트 그리드 기술은 물론 효율적인 저장기술 등이 동시에 개발돼야 할 것이다.

에너지 자원이 취약한 국내 실정상 특정한 한두 가지 수단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기회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수소사회를 맞기 위해 해결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수소를 떠올렸을 때, 폭발 등 안전을 우려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이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 최근 많이 고민하고 있다. 일반 시민에게 수소가 안전하고 실생활에 활용성이 높은 연료라는 사실을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우리가 먼저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수소사회의 마중물이 될 수소전기차 보급과 사회적 수용성은 직결되기에 더욱 중요하다. 차량에 연료를 공급할 충전인프라 구축이 수용성 부족과 님비로 향후 어려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수용성을 높일 방안을 고민하고 관련 업계 모두가 나서 해결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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