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헌수 시노펙스 책임연구원.
[월간수소경제] 수소연료전지는 높은 에너지 전환 효율과 오염물을 배출하지 않는 특성으로 오랜 기간 로켓과 같은 특수한 분야에 사용돼 왔으나 높은 비용이 요구돼 대중에게는 가깝지 않은 기술이었다.

그러나 선진국을 중심으로 상업화 목적의 기술 개발을 통해 최근에는 일상에도 노출될 만큼 친근한 기술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2015년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디젤게이트 사건은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대중화 필요성을 부각시키며 ‘수소전기차(FCEV)’의 상업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연료전지 생산 단가 저감 절실…핵심은 강화막 국산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소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수소전기차의 제조가로 여전히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대비 높기 때문이다. 현대의 첫 번째 수소전기차 양산모델인 투싼ix의 경우 판매가는 8.5천만 원이며 국가 및 지자체의 보조금을 지원받더라도 3~4천만 원 수준으로 수소전기차의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량의 성능 못지 않게 생산단가 저감에 주력해야할 것이다. 

2015년 미국의 환경부는 연간 연료전지 시스템 생산량이 1,000대에서 50만대로 증가할 경우 스택의 총 제조원가에서 막이 차지하는 생산단가가 약 28%에서 10%로 급격히 줄어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연료전지에 사용되는 분리막의 안정적인 양산이 생산 단가 저감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분리막을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이 없어 100% 외산 제품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또한 자동차용 연료전지의 확대보급을 위해서는 내구성, 즉 수명이라는 장벽을 넘어야만 한다. 비교적 안정적인 가정용, 발전용 연료전지의 운전조건과는 달리 자동차용 연료전지는 급격한 온·습도 변화를 견디면서도 우수한 성능을 장시간 유지해야만 한다. 이러한 요구조건에 의해 자동차용 연료전지의 분리막은 수명을 결정짓는 부품으로서 내구성 개선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PFSA 이오노머가 개발된 이후 약 40년간 PFSA 이오노머막 만이 적당한 성능과 내구성을 구현하는 유일한 해답이었으나 미국 Gore사가 기계적, 화학적 안정성이 높은 다공성 PTFE 지지체에 PFSA 이오노머를 함침시킨 막을 개발, 불소계 강화막 시장을 독점하면서 연료전지용 분리막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이러한 기술적 배경을 바탕으로 2015년 6월부터 3년간 시노펙스(주관기업) 및 5개 기관이 참여해 ‘자동차 연료전지용 과불소계 술폰산 이오노머-PTFE 강화막 국산화’ 국책과제를 수행 중에 있다.

과제 수행을 통해 분리막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제품과 견줄 수 있는 최고 전력밀도 1W/cm2, 화학적 내구성 500시간, 기계적 내구도 2만회를 견디면서도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이 과제의 최종 목표다.

이 과제에서는 고성능·고내구성 불소계 PFSA 이오노머 합성 기술과 PFSA 이오노머의 나노 분산액 양산 기술, PTFE 다공성 지지체 제조 및 기공 개량 기술, 이오노머-PTFE 간 함침성 향상 및 연속 함침 기술, 강화막 roll to roll 제조 간소화, 강화막 10㎛ 박막화, 내구성 개선을 위한 첨가제 연구 등 강화막 제조를 위한 총체적인 기술 개발 연구를 수행한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에서는 PFSA 이오노머의 합성 및 가공 기술을 보유한 기업 및 연구기관이 없어 국산 연료전지는 기술력 및 경제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 과제를 통한 PFSA 이오노머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국내 연료전지 기술의 한 단계 진보는 물론 국산 수소전기차 브랜드의 경쟁력도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 강화막 제조 모식도.

PFSA 합성 원천기술 개발…대폭적인 가격 하락 기대
수소전기차는 차세대 친환경 이·수송 수단으로서 각광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느린 개발 속도와 인프라 구축 미비에 의해 한정적 지역에서 실증하고 있는 단계이다. 수소전기차 초기시장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으며 차량의 개발 완성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이 초기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핵심부품 연구개발에 의한 가격 인하, 대량 생산에 따른 제조단가 저감 등을 통해 수소전기차 판매가격을 5~6천만 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전략이 초기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지동차용 연료전지의 부품 대부분은 국산화가 진행돼 향후 양산규모에 따라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요인을 확보했으나 분리막 만은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분리막 제조 원천기술의 연구개발이 더욱 절실하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동차 연료전지용 과불소계 술폰산 이오노머-PTFE 강화막 국산화’ 과제 참여기관인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PFSA 단량체의 순도 98.5% 생산을 구현하는 설비 구축을 목표로 PFSA 합성 프로토콜을 수립해 저가형 이오노머 제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PFSA 합성 연구가 원활히 추진돼 목표가 달성되면 국내 최초로 PFSA의 합성에 성공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PFSA 이오노머 합성 연구로도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 안정적인 PFSA 생산이 이뤄지면 기술이전을 통한 기업 육성과 PFSA의 국내 수급이 가능해 질 것이고 그에 따른 연료전지 생산단가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시노펙스가 개발한 PFSA 이오노머 분산액.

고성능 고내구성 강화막 제조가 핵심…외산제품과 차별화 필요
연료전지용 분리막의 효과적인 제조를 위해서는 이오노머가 용액에 분산된 형태로 존재해야 하는데 외산 상용 분산액은 제조공정상 넓은 분자량 분포를 갖고 있고 공용매의 비율 제어가 어려워 강화막을 제조함에 있어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시노펙스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고 PFSA 분산액 양산을 위해 단국대학교로부터 불소계 이오노머 분산액 제조에 관한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해 상용 이오노머의 1차 가공 기술을 확보 하게 됐다. 이를 통해 가공에 관한 비용을 절감 할 수 있었으며 공용매 제어 및 고분산 용액 제조기술을 확보하게 돼 기존 수입 제품 대비 최대 50%까지 낮은 가격의 분산액을 제공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조성 입자 크기·점도·용매 조성 등 다양한 분산액의 물성을 제어하는 기술을 보유함으로써 외산 제품 대비 폭넓은 라인업 구축과 이용자 맞춤형 분산액 제조가 가능하게 됐다.

또한 참여기관인 코멤텍은 국내 최초의 PTFE 개발사로 독자적인 PTFE 제조 공정과 표면 친수화 처리 기술 등을 확보하고 있어 다양한 종류의 이오노머 함침이 가능한 PTFE 생산이 가능한 곳이다.

특히 분리막 roll to roll 생산 장비 구축이 완료돼 독자적 표면 처리 및 건조 기술이 공정에 적용되면서 PTFE 강화막 양산이 가능하게 된 점은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이는 안정적인 제품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제품의 질과 함께 가격 경쟁력 또한 갖출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주관기관인 시노펙스는 연료전지용 분리막 국산화를 반드시 이뤄내기 위해 코멤텍과 사업제휴 및 투자뿐 아니라 단국대와의 기술 이전 협약을 체결하는 등 연료전지 분리막 개발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과제를 통해 개발된 분리막이 연구단계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상용화 및 사업화까지 반드시 이뤄낸다는 각오이며 향후 관련시장의 확장에 대비해 국산화는 물론 효자 수출품목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조립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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