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안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
[월간수소경제]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정부가 참여정부시절 수소원년을 선언하면서 친환경 마스터플랜(일명 수소경제 2040) 및 수소경제 조기구축을 위한 액션플랜을 채택한지 13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CO₂배출 규제 등 국제에너지 환경 변화 및 미국 중심의 수소 이니셔티브(Hydrogen Initiative) 정책 등의 우호적 배경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당시 걸음마 단계였던 국내 수소연료전지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정부의 수소경제 국가 비전 선언은 획기적 사건이었음에 틀림없다.

 이러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과 확실한 재정적 지원은 그 후 국내 수소연료전지 기술의 진보, 특히 연료전지 분야에서 실로 괄목한 만한 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2013년 현대차는 100% 국내 기술로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 양산모델인 투산 ix35를 출시하였고 또한 올해 평창 올림픽에 맞춰 차세대 수소전기차 출시를 예고하는 등 탁월한 기술적 성과를 이루었다. 최근 피아트·크라이슬러 총수가 현대차의 수소전기차에 큰 관심을 보이는 등 세계 모든 자동차 회사가 수소전기차 기술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다.

특히 중국의 수소전기차 기술 확보에 대한 열망은 대단하다. 현재 연료전지를 자체 개발하고 양산까지 갈 수 있는 회사는 현대차 외 일본의 도요타, 혼다 정도이다. 비록 늦게 개발을 시작하였지만 현대차가 오늘과 같은 수소전기차 기술을 확보하게 된 배경의 일등 공신은 우리 정부의 역할이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06년 초 당시 산업자원부는 이미 언급한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의 구체화를 위한 세부사업 일환으로 3년간 약 480억원(민간부담 240억원 포함) 규모의 파격적 예산이 투입되는 ‘연료전지 자동차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수행한 바 있다.

그 당시 산업자원부의 수소연료전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수소연료전지 사업단’이 기획, 수행, 평가한 모니터링 사업은 걸음마 단계인 연료전지 기술 수준을 한 단계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 실제로 수소전기차와 수소버스를 제작, 실증, 운행함으로써 수소전기차 상용화 걸림돌로 여겨졌던 성능, 내구성, 가격저감, 부품국산화 등 모든 항목의 기술을 조기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자신감을 갖는 모멘텀이 됐다.

▲ 수소전기차 충전 모습.

연료전지 발전의 경우도 재생에너지보급 촉진법을 기반으로 FIT, RPS 등 보급지원제도에 힘입어 현재 40여개의 크고 작은 연료전지 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총용량은 약 240MW 규모로 80GW정도에 달하는 국내 전체 발전설비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전력수급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채비를 하고 있다.

도심 한복판인 경기도 화성시, 서울 월드컵공원, 고덕 차량기지에 건설, 운영중인 연료전지 발전소가 대표적 사례이다. 경기도 화성에 건설해 운영 중인 경기그린에너지는 용량 60MW 규모로 세계 최초, 최대 용량을 자랑한다.

서울 월드컵공원, 고덕에 설치된 연료전기 발전소는 각각 20MW의 용량으로 국가에너지 정책과 부합성이 높은 도심 분산형으로 친환경발전소의 대안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포스코에너지는 국민기업에 걸맞게 과감한 정책 결정을 통해 지난 10여년 동안 선진기술 도입, 국내 연료전지 생산 공장 건설, 부품(셀·스택·BOP) 100% 국산화 등 산적한 난관을 극복하면서 연료전지 산업의 태동에 크게 기여해 오고 있다.

이렇듯 정부의 확고한 정책의지에 힘입어 연료전지산업은 민간기업의 본격적인 투자로 소재, 부품 및 시스템 분야에 다수의 기업이 참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나름의 체제를 구축하였고 아울러 뛰어난 기술력과 연구실적을 토대로 일정 분야에선 세계적 기업으로 자리매김 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작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내 수소연료전지 산업은 탄탄대로인가? 2018 무술년, 국내 수소 연료전지 산업 전망은 장미빛인가? 불행히도 대답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 솔리드파워 연료전지시스템.

수소전기차 기술 보유 기업이 현대차, 도요타, 혼다에 국한되었듯, 연료전지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전 세계적으로 소수 기업만이 사업화에 성공하였고 상용화 이후에도 장기간, 지속적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해 간단치가 않다. 국내 연료전지 산업은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비교적 단시간에 사업화 단계에 진입하였으나 각종 시행착오 및 초기시장 창출 지연으로 지난 10여 년간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연료전지는 최적의 분산전원, 친환경 발전, 국가 에너지정책과의 높은 부합성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타 발전기술 대비 발전단가가 높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고 수소전기차의 경우에는 초기시장 창출의 전제 조건인 수소충전인프라 구축이라는 넘어야 할 높은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일등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정부의 적극적 초기시장 창출 지원정책이 없는 한 민간기업 투자는 지속 될 수 없다.

13년 전 수립되었던 수소경제마스터플랜에 의한 수소연료전지 정책은 어느 순간 사라졌고 2번의 정권 교체와 맞물려 수소연료전지의 정부지원정책은 표류하면서 지난 10여년 동안 “수소경제는 있다”, “수소경제는 없다”, “수소연료전지 기술 아직 아니다”, “왜 정부지원이 계속되어야 하느냐” 등 많은 소모적 논쟁만이 진행돼 오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정책 신뢰도 상실, 무관심 및 지원미흡으로 상당수 기업은 자진 사업포기 및 철수로 관련 산업 여건은 매우 불안한 상황이 작금의 현실이다.

국내 수소전기차의 산업 여건도 상황은 비슷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대차는 2006년 실증사업에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하였다. 이에 뒤질세라 도요타는 2014년 수소전기차 ‘미라이’를 출시했고, 혼다는 2016년 ‘클라리티‘를 출시하면서 수소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 투싼 ix35는 2013년 출시 이후 작년 9월 기준 누적 판매량이 834대에 불과하지만 도요타는 4,268대를 판매했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 지원 덕분이다.

▲ 미국_bridgeport.

우리 정부도 늦게나마 친환경차 보급 로드맵을 수정 발표하며 수소전기차 보급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0년까지 수소전기차 보급 10,000대, 수소충전소 100기를 계획하고 있지만 추진 의지의 신뢰성과 예산확보가 문제다. 현재 가동 중인 충전소는 겨우 10개소 내외인 것이 작금의 수소전기차 현주소이다.

일본 정부는 2014년 ‘제4차 에너지 기본계획’에 ‘수소사회 실현’을 명시, 세계 최초로 국가차원의 구체적 실행단계에 돌입하였고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수소사회에 진입하는 목표를 세운바 있다. 수소전기차 개발은 민간기업, 수소인프라구축은 정부 주도로 역할을 설정한 일본의 신뢰성있고, 확실한 지원 정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2018 무술년, 국내 수소연료전지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발전 분야에서 기 확보된 세계 일등기술 우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새해 수소연료전지 시장 전망과 과제는 전적으로 정부의 정책의지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수소연료전지 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초기 시장 창출을 위한 민간에서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지만 수소전기차, 연료전지의 산업 특성상 정부의 정책 지원 없이는 민간 스스로 자립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최근 몇 년간 수소경제 사회에 대한 당위성, 필요성, 기대감이 재부상하면서 국내외 여건변화는 다분히 긍정적이다.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선도하는 일본, 독일 중심의 EU, 신흥주자인 중국 등은 국가차원에서 수소경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실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직은 부족하지만 정부, 국회 내 정책 입안자들의 변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신정부 에너지 정책의 골격은 현재 연장 가동되고 있는 원전 폐쇄,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노후 석탄발전소의 점진적 폐쇄, 그리고 대안으로 2030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20% 보급 목표달성으로 요약된다.

이제는 신재생 보급률이 급격히 증가할 때를 대비, 예상되는 문제점을 고려하고 보완해 명실공히 국가 에너지 체계를 준비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 캐나다 휘슬러에 위치한 수소충전시설과 수소버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출력변동에 의한 간헐성으로 기저부하원으로서의 제한성이다. 기술의 특성상 전력 수요 및 공급이 일치하지 않고 출력 변동이 심한 간헐적 전원의 확대는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잉여전력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 중국의 대규모 풍력단지에서 생산된 잉여전력이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저하시켜 빈번한 정전을 유발하는 등 문제가 되면서 생산된 전기를 폐기하는 사례라든가,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30%를 넘어선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에서 발생한 잉여전력을 활용해 수소생산, 저장, 운송, 분산전원의 대안인 연료전지 발전으로 슬기롭게 전력 계통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주목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수소경제 개념은 재생에너지원으로부터 생산된 잉여전기를 수전해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수송 과정을 거쳐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발전소의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소위 지속가능에너지 체계의 달성이라 할 수 있다.

수소경제가 있다, 없다 등의 논쟁에서 간혹 수소경제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수소, 그리고 연료전지 기술이 마치 모든 에너지 이슈를 해결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는 있으나 수소경제의 달성 여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이 전제되어야 하며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의 융합, 좀 더 정확하게는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기술의 믹스, 그리고 수소의 융합이 이뤄질 때 가능함을 재삼 강조하고 싶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20% 보급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는 신재생에너지 원별 기술적인 잠재력 분석 등을 포함해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의 융합이 근간이 되기를 강력히 제안한다. 이를 위해 13년 전 수립되었던 ‘수소경제 국가 비전’을 수정, 보완함으로써 올해에는 수소에너지 사회 비전이 국가 ‘아젠다’로 채택되기를 기원한다.

<홍성안 광주과학기술원(GIST) 석좌교수 주요 이력>

현  • 광주과학기술원(GIST) 석좌교수
전  • 지경부 수소연료전지 사업단 단장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 고려대학교 신소재화학과 겸임교수
    •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
    • 한국전기화학회 회장
    • IPHE 한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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