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티씨 전경.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수소전기차 1만대 및 수소충전소 100기, 2030년까지는 수소차 63만대, 수소충전소 520기 보급 계획을 밝히면서 수소충전 인프라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당장 2018년부터 수소차 및 충전소 보급 여건이 개선될 전망이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에 따르면 내년 현대자동차는 기존 수소차(투싼ix)보다 주행거리와 연비가 향상된 차세대 신모델을 출시하고 연간 3,000대 규모의 양산체제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출시 차량가격이 기존 차량 대비 20% 내외 인하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지원까지 이뤄지면 큰 폭의 수소차 판매증가가 예상된다. 수소충전소도 총 11기(2017년 10월말 기준)에서 28기로 늘어나 수소충전소 보급 확산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체들 간 수소충전소 수주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수소충전소의 핵심설비인 수소압축기 개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수소충전소 건설·운전 비용 중 수소압축 비용이 제조원가의 5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압축기 국산화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효성과 이엠솔루션(린데코리아와 협력)은 각각 호퍼(독일), 린데(독일)의 압축기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맞서 광신기계공업이 다이어프램식 압축기를 개발해 충남 내포 수소충전소에 처음 적용한 가운데 또 하나의 국산화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이 있어 주목된다. 바로 산업용 가스압축기 전문 제조기업 (주)지티씨다.

▲ 수소충전소용 수소압축기(개발중).


스압축기 전문기업…
산업용 수소압축기 경험 ‘풍부’

지난 1975년 공작기계 생산을 시작으로 출범한 지티씨(대표 이원진)는 1981년 공기압축기 개발·생산 개시 이후 현재까지 고압 에어(공기) 및 수소, 천연가스(CNG), 이산화탄소, 질소, 바이오가스 압축기 등 다양한 가스압축기와 디스펜서, 저장탱크, 건조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지난 1998년 국내 최초로 코리아PTG 울산공장에 수소용 고압(450HP×69kg/㎠) 가스압축기, 2000년 삼성SDI 양산공장에 초고압(200HP×200kg/㎠) 공기압축기를 각각 제작·설치해 압축기 시장에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국내 최대의 CO2 가스설비용 압축기(1,000HP×18kg/㎠×2세트)를 태경화학에 제작·납품했다.   

특히 충남 대산의 KAM(구 KCC) 125HP, 코리아PTG 울산공장 450HP, 덕양 울산공장 500HP, 효성 용연공장(울산) 1,100HP, 덕양 여수공장 1,500HP 등 중소형부터 대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수소압축기 제작·납품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07년 CNG충전소용 압축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해 CNG압축기 시장까지 뛰어들었지만 녹록치가 않았다. 이미 효성과 광신기계공업이 국내 CNG충전소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고 CNG 시장도 정체기를 맞은 상태에서 후발주자로 뛰어든 터라 시장 진입이 쉽지가 않았다. 40여 년간 다양한 가스압축기 개발 및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해왔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했다. 

▲ 가스압축기.


신성장 동력, ‘수소충전소용 압축기’ 개발 나서
수년간 고민한 끝에 수소충전소용 수소압축기를 회사의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지난 2015년부터 수소충전소용 압축기 개발에 나섰다.

국내 CNG충전소 보급 초기 단계에서 국내 최초로 CNG압축기를 개발해 미국 에이리얼사의 압축기를 수입·설치한 효성과 대등한 경쟁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활발한 해외수출로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으로 고속 성장한 광신기계공업을 롤모델로 삼았다.

오규만 지티씨 상무(서울사무소장)는 “회사는 4~5년 전부터 새로운 성장동력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됐다”라며 “수소전기차가 등장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수소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해외 전시회 등을 다니며 다양한 조사·연구 끝에 수소충전소용 압축기를 회사의 신성장 동력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 CNG압축기.

오 상무는 “사실 광신기계공업이 국산 CNG압축기로 크게 성장한 것을 보면 놀랍기만 하다”라며 “이 회사가 CNG압축기 분야에서 최고를 달린 것처럼 이제 우리 회사가 수소충전용 압축기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며 새로운 성장을 일궈낼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수소충전소 압축기는 크게 다이어프램, 유압(피스톤), 아이오닉(Ionic) 타입으로 구분된다. 다이어프램 타입은 유압의 힘으로 다이어프램을 작동시켜 수소가스를 압축시키는 방식이다.

유압식과 아이오닉 타입은 유압으로 실린더 내의 피스톤을 구동시켜 수소가스를 압축하는 원리는 같다. 단 유압식은 피스톤링, 아이오닉은 피스톤 전면의 특수 액체(Ionic liquid)가 각각 고압수소가스 누출을 방지하는 게 다른 점이다. 해외 제품인 아이오닉 타입은 신개념 개발품으로 독일 린데가 대표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지티씨는 해외 시장 추세를 볼 때 광신기계공업이 개발한 다이어프램식 압축기보다는 유압식 압축기 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판단하고 수소충전소용 유압피스톤 왕복동 수소압축기 개발에 나섰다.

오 상무는 “다이어프램 방식은 특성상 수소가스를 압축하는 압력을 700bar 이상으로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유압식은 압력에 제한이 없고 미국, 독일, 일본 등과 같은 선진국의 수소충전소에 광범위하게 설치·운용 중에 있다”라며 “앞으로 추세는 유압식이라고 판단하고 유압식 수소압축기 국산화 개발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 저장탱크.

유압식 압축기 국산화 개발 진행
지티씨는 유압식 압축기에 강점을 갖고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해외 선진사들의 기술개발 현황 및 적용사례 조사 등의 벤치마킹과 40여년 간 축적해온 압축기 기술 및 풍부한 제작·설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5월 국내 최초로 소용량(50N㎥/h) 유압식 가스압축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압축기는 수소충전소, CNG충전소, 화학 및 석유화학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소용량 유압식 압축기에 이어 초고압(100MPa급) 대용량(350N㎥/h) 유압식 수소충전기 개발을 진행 중이다. 

신동휘 지티씨 기술영업팀 차장은 “회사가 개발한 유압식 압축기는 최종압력 1,200bar까지 압축이 가능하고 실린더 내부에 윤활유를 직접 주입하지 않는 완전 무급유식으로 청정한 압축가스 생산이 가능하다”라며 “컴팩트한 설계가 가능해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유지보수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신 차장은 또 “기존 압축기의 필수 구성부인 회전 구동부가 없기 때문에 진동과 소음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피스톤 속도가 매우 느려 동작이 부드럽고 마모량이 적어 부품 수명이 오래가는 것이 특징”이라며 “수냉식 쿨러(Cooler) 적용으로 냉각 효과도 높다”고 밝혔다. 

지티씨는 초고압(100MPa급) 대용량(350N㎥/h) 유압식 수소압축기 개발을 국책 연구과제로 지정해줄 것을 정부에 제안한 상태다. 국책 연구과제로 선정되면 정책자금을 지원받아 상용화를 위한 국가 공인시험기관(한국가스안전공사)의 공식적인 실증시험(100시간 연속운전)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 상무는 “사실 압축기 개발비용보다 실증시험 비용이 더 많이 들어 중소기업으로서는 정책자금 지원이 없으면 국산화 개발을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국책 연구과제로 선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만약 되지 않더라도 계속 자체 개발을 진행해 기술력을 인정받도록 할 것”이라고 수소충전소 시장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유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수소충전소는 하나도 없다. 지티씨가 최종 개발을 완료하면 국내 최초로 수소충전소용 유압식 압축기 국산화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 된다.

지티씨는 내년까지 100MPa급 대용량 수소압축기에 대한 실증시험을 완료한 후 본격적으로 수소충전소 입찰에 뛰어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국내 수소충전소 압축기 시장에서 효성, 광신기계공업, 이엠솔루션(린데코리아 협력)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티씨는 국내 설치 실적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수출과 함께 패키지형 수소충전소 개발을 통해 사업영역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원진 지티씨 대표는 “수소전기차 보급 확산을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정제·압축·저장이 가능한 수소충전인프라 구축이 필요하지만 현재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기술이 해외 기술로 이뤄져 있어 국산화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특히 수소충전소의 건설비용 절감과 외산 대체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충전소 핵심설비인 압축기를 국산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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