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인환 녹색기술센터 소장/한국수소및신에너지학회 회장
[월간수소경제] 2015년 12월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전 세계 195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파리협정이 체결되고 이후 채 1년도 안 된 지난해 11월 효력이 발생해 바야흐로 신기후체제가 시작됐다.

파리협정에서는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각국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하고 이를 매 5년마다 국제사회에 보고해 그 실행 정도를 점검받게 돼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발생 예상치(BAU)인 8억5,000만톤의 37%인 약 3억1,000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정부는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 및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로드맵’을 수립해 감축량 목표대비 전력 29%, 산업 26%, 건물 16%, 에너지신산업 13%, 수송 12% 등 각 부문별 감축을 목표하고 있다. 이러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화의 증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기후체제의 등장과 더불어 올해 5월 출범한 신정부는 잇따라 탈원전, 탈화력을 선언했다. 지난 정부의 정책기조와는 확연히 다른 방향을 취하고 있어 신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이 확실시 되고 있다.

▲ (사진=NREL 제공)
올해 6월 말 에너지 분야를 주관하는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전력생산 비율을 20%까지 달성할 것을 목표로 ‘신재생3020 이행 계획’ 수립 민·관합동회의를 개최했다. 동 회의에서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 달성을 위해서 53GW 규모의 신규설비 보급 및 태양광·풍력의 80% 보급을 통해 선진국 수준의 전원믹스를 이뤄내야 한다고 논의한 바 있다.

상기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를 현 보급추세(연평균 1.7GW)보다 연평균 2GW씩 추가 보급해야 하므로 획기적인 보급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입지난, 주민민원 등과 같은 만성적인 애로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과 지자체와의 협업을 위해 세부 이행계획이 수립되고 있는 중이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즈음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행계획에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강화, 발전차액지원제도(FIT)의 재도입, 신재생에너지원 이격거리 규제개선을 통한 설치 가능지역 확대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행계획 수립을 위한 T/F의 추진체계는 규제개선, 수용성, 지역·공공, 일자리·산업 등 4개 분과로 구성돼 있어 입지 확보·규제개선 및 주민수용성 제고를 통한 보급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물론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동 계획의 본질상, 보급·확산 방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보급·확산을 추진하기 이전에 탈원전, 탈화력이 전체 전원믹스에서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고찰한 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보급·확산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책간 부정합 없이 진정한 탈원전·저탄소 에너지믹스를 실현할 수 있다.

따라서 본 기고에서는 우선 전체 전원믹스에서 과거에 주요한 역할을 차지했던 원자력 및 화석연료의 특성, 에너지 전환에서 주요 역할을 수행하게 될 신재생 에너지와 LNG발전의 특성을 우선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까지 확대한다는 의지이지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에너지저장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며 '수소'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재생E, 기저·첨부부하 역할 한계…대용량 에너지 저장 필수
에너지원은 각기 다른 장·단점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서로 보완하기 위해 각 국가는 경제사회적 환경 등에 맞춰 다양한 에너지원을 서로 혼합해(에너지믹스) 에너지를 수급하게 된다. 전원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다만 전기에너지의 경우, 생활이나 생산 활동, 기상 조건 등의 요인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수요가 변해 전력부하가 발생하게 되는 특성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전력부하는 총 3가지 종류로 나뉜다. 기저부하는 주어진 일정 기간 중의 최저부하를 담당하는 것으로 총수요량이 변동하지 않거나 미미한 수준으로 변동하게 된다. 첨두부하는 24시간 혹은 일정 기간 동안의 최대순간부하나 최대평균부하를 뜻한다. 중간부하는 기저부하와 첨두부하의 중간부분의 전력을 담당한다.

이러한 전력부하의 특성에 따라 대응하는 발전 방식이 달라지게 된다. 변동하는 수요에 대응해 발전하는 특성상 주로 발전의 기동성에 따라서 달라지게 된다. 기저부하 발전의 핵심은 안정적인 전력공급이다. 따라서 대량의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면서도 급격한 전략 생산량 증가는 어려운 발전 방식이 이를 담당하게 되며 주로 원자력 및 석탄화력 발전이 이 역할을 담당해왔다.

첨두부하의 경우 수요 변동에 따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발전원이 대상으로 수력 및 천연가스 발전이 주로 활용된다. 천연가스 발전이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주로 첨두부하 발전에 활용되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 원인이다. 최근에는 셰일가스 혁명 및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인해 천연가스 발전이 기저부하 발전과 첨두부하 발전이라는 역할 구분이 무너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자연조건에 크게 좌우되는 특성상 안정적인 발전량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재생3020 이행계획의 보급목표는 태양광과 풍력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은 일사량 및 기상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동하고 낮 시간 이외에는 발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24시간 내내 발전이 어렵다. 풍력 역시 간헐성이 심하다. 양대 발전원 모두 원자력 및 석탄화력처럼 기저부하 발전을 담당하기에는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으며 급증하는 수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첨두부하 발전으로 활용하기도 어렵다.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캘리포니아 주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풍력의 발전량은 부하와 관계없으며 태양광 역시 낮시간의 발전량 증가는 전력부하와 비례해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나 전력부하의 정점과 발전량의 정점은 차이가 있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극복해 부하 평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용량 에너지 저장 시스템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발표된 정부계획상으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는 실정이다. 오직 신재생3020  전반에 대한 기술개발 추진이라는 선언적인 문구만이 있을 뿐이며 계획상의 R&D 관련 사항 역시 태양광의 단가저감 기술 및 시장선도형 기술의 투트랙 R&D, 그리고 대형 해상풍력 및 부유식 해상풍력 R&D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 (사진=NREL 제공)

‘신재생3020’ 목표 달성 위해 ‘수소E’ 활용 필수
에너지 저장방식도 여러 가지가 존재하며 각각 장·단점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주력 에너지 저장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현재 가장 유력한 에너지 저장방식은 전기화학적 에너지 저장 장치, 기계적 에너지 저장, 수소에너지 저장 등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전기화학적 에너지를 저장하는 2차 전지는 기존 전력계통에 바로 연계가 가능한 이점이 있다. 그러나 상용화 단계에 이른 리튬 이온전지는 저장용량·시간에 한계가 있다.

최근 전력망 연계에 용이한 2차전지로서 레독스 플로우 전지가 주목받고 있으나 주요 소재로 희토류인 바나듐을 사용하고 있어 비용절감을 위한 연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계적 저장장치의 대표적인 형태인 양수발전의 경우 경제성 및 에너지 저장 용량이 우수하지만 까다로운 입지 조건 및 건설과정에서의 환경파괴 우려로 인해 확산에 한계가 있다. 압축공기저장 역시 기술적으로는 상용화가 가능하나 지리적인 조건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전국적인 보급·확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에너지저장기술별 특성(출처: SIEMENS, 2016년)
수소에너지 저장의 경우 여러모로 이점이 있다. 70Mpa 압축 수소의 경우 리터당 1290Wh의 에너지 밀도를 가지며 응답속도도 빠르다. 또한 저장시 에너지 손실이 적어 대규모 장기간 에너지 저장이 가능한 만큼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으로 작용하는 계통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생산하는 잉여 전력을 활용한 수전해 기술로 수소에너지로 변환, 저장이 가능하고 전력부하가 높아질 경우 발전용 연료전지의 연료로 활용해 부하 평준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기존의 가스 그리드에서 그대로 수소기체의 혼입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이는 신정부 전원믹스의 양대 축인 LNG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수소에너지가 ‘에너지 캐리어’로서의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수소는 연료전지자동차에 직접 활용하거나 공기중의 CO2를 활용해 수송용 연료 형태로도 전환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된 수송용 연료는 화석연료와는 달리 탄소중립적이라는 특성이 있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직접적인 보급 외에 간헐적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에 대한 저장기술로서 수소에너지의 활용이 필수불가결하다. 수소에너지를 활용할 경우 재생에너지로 발생한 잉여전력을 신에너지인 수소에너지 형태로 저장했다가 수요 변동시 연료전지를 통해 발전함으로써 전력부하에 대응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발생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저장된 수소에너지를 탄소중립연료로 변환해 사용하거나 주입된 수소를 바로 수소전기차에까지 활용하게 될 경우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 달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방위에 걸쳐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부가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소에너지는 단순한 에너지 수급 구조 조정을 넘어서 신기후체제 하에서의 온실가스 국가감축목표(NDC) 달성에 기여하는 기능까지 포함하게 된다.

▲ 재생에너지의 잉여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할 경우 에너지 손실 없이 장기간 에너지저장이 가능해 재생에너지의 단점인 계통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사진은 독일에서 실증 중인 수소생산단지.(사진=NREL제공)


수소사회 위한 국가 비전·로드맵 수립 서둘러야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적인 성숙도 역시 선진국 못지않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사회적 실현 시기를 목전에 둔 수소에너지 저장에 중점을 둬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저장시스템 구축을 구현할 필요성이 있다. 더 나아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접근방식의 전환차원에서 수소경제사회 구축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수소경제사회는 수소에너지를 생산하고 저장·이송해 여러가지 응용 분야에 활용하는 경제적 구조를 의미한다.

수소에너지를 도입할 경우 신정부가 제시할 전원믹스의 양대 축인 LNG발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조정자로서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인 계통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BAU대비 37% 감축은 비록 당초보다는 후퇴했다는 비판이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배출 순위가 7위인 점을 감안할 때 여전히 높은 목표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산업 부문에서는 이미 상당부문 효율화가 진행되고 있어 전환 및 수송 분야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수소에너지를 단순히 저장방식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활용 범위를 발전용, 수송용, 건물용 연료전지로 보다 확대할 경우 전환 및 수송 모두에 기여할 수 있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로드맵’상에서의 감축목표 달성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은 수소에너지의 연료, 발전, 에너지저장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유연성에 주목해 법?제도 정비, 수소 충전인프라 설치 확대, 기술개발을 위한 국가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술개발 수준은 높은 편이지만 광역지자체 단위에서 지역산업 진흥 차원의 논의만 간혹 있을 뿐 아직 국가차원의 큰 그림은 부재한 실정이다.

다행히 국회 및 수소산업협회를 중심으로 ‘수소산업 육성법(가칭)’ 발의가 추진되고 있지만 산업 육성 차원에서 접근되고 있는 만큼 조속히 수소에너지에 대한 국가 비전 및 실현 로드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향후 법률과 정책과의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강력한 컨트롤 타워의 지휘가 없는 상태에서는 법안 발의 역시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를 주관할 범부처 정부조직의 신설이 필요하다.

수소에너지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3020 이행 실현에 기여하고 나아가 BAU대비 37% 온실가스 감축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의 연계, 수전해-수소저장-연료전지 시스템에 대한 연구개발 확대, 수소산업법 도입, 수소경제사회 구축을 위한 국가적 컨트롤 타워 등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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