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노섬유 페로브스카이트 촉매의 구조와 작동 원리.

[월간수소경제 이주영 기자] 리튬이온전지 후계자를 둘러싼 차세대 전지 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1㎏당 에너지 밀도가 휘발유에 가까운 ‘리튬-공기전지’가 IBM 등 글로벌 기업에서 투자하면서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 이 전지를 포함한 ‘금속-공기전지’ 전반의 상용화를 가속화시킬 ‘싸고 효율적인 촉매’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UNIST(총장 정무영)는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김건태 교수팀이 같은 학부 조재필 교수팀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금속-공기전지(Metal-Air Battery)용 공기극 촉매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UNIST에 따르면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나노섬유 형태로 만든 이 촉매는 기존 귀금속 촉매만큼의 성능을 보이면서도 저렴하고 전기화학적 안정성도 뛰어나다. 이에 따라 리튬-공기전지를 비롯한 금속-공기전지의 상용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금속-공기전지는 금속으로 이뤄진 ‘연료극’과 촉매가 들어 있는 ‘공기극’으로 구성된다. 공기극에서 받아들인 산소를 연료극에 있는 금속과 반응시키면서(산화) 전기를 발생시키는(방전) 일종의 연료전지다. 이 반응을 거꾸로 일으키면 충전도 가능하다. 산화된 금속에서 산소를 분리하면 배터리로도 활용 가능한 것이다. 구조가 간단하고, 소재가 저렴하며, 전기용량도 커서 ‘고용량 배터리’로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금속-공기전지의 공기극에는 백금(Pt)이나 산화이리듐(IrO₂) 같은 귀금속 촉매가 사용됐다. 이들은 공기극에 필요한 화학반응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이지만 비싸고 희소하며 내구성이 약해 대규모로 응용하기 어려웠다.

김건태 교수팀은 전기 전도도가 높고 촉매 활성이 좋은 ‘양이온 정렬형 더블 페로브스카이트(cation ordered double perovskite)’을 이용해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 코발트(Co)와 철(Fe)을 적절한 비율로 도입한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만들고, 이 물질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나노섬유(nanofiber) 구조로 만든 것이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권오훈 UNIST 석‧박통합과정 연구원은 “다공성 구조의 페로브스카이트 나노섬유는 균일한 구멍을 가지므로 표면적이 높다”며 “이 덕분에 공기극에서 산소가 전자를 얻는 산소환원반응이나 전자를 내놓는 산소발생반응 모두를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페로브스카이트 나노섬유 촉매는 특히 충전에 필요한 화학반응(산소발생반응)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0.3V의 과전압에서 이 촉매의 산소발생반응 효율은 산화이리듐(IrO2)보다 약 9배 더 높았다. 또 연료극에 아연을 쓰는 아연-공기전지(Zn-Air Battery)에 페로브스카이트 나노섬유 촉매를 적용했을 때, 매우 뛰어난 충․방전 안정성도 나타냈다.

김건태 교수는 “이 물질의 높은 전기화학적 촉매 성능은 금속-공기전지의 상용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동안 금속-공기전지 산업계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안정성을 확보할 단서도 제공했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그는 이어 “금속-공기전지에는 아직 극복할 문제들이 많아 상용화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최근 아이비엠(IBM), 도요타(Toyota), 삼성전자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금속-공기전지 개발에 진입하면서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기술적 난제를 조기에 해결하고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과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ACS Nano 지난 20일자 온라인 속보로 게재됐다. 연구 지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