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전지 전문기업 에스퓨얼셀(대표이사 전희권)이 대규모 연료전지시스템 공급계약에 성공했다. 이번 계약은 국내 연료전지 업계 최초로 시도되는 사업모델이고 주력제품인 PEM타입이 아닌 첫 PAFC타입 공급계약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에스퓨얼셀은 7일 신재쟁에너지 전문기업인 미래에너지와 145억원 규모 연료전지시스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PAFC타입 100kW급 20대로 총 2,000kW 규모의 납품계약이다. 이와 함께 에스퓨얼셀은 연료전지시스템 유지보수계약(LTSA)도 별도 체결할 예정이어서 향후 매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받게 될 미래에너지는 경북지역 내 목욕탕 및 수영장 등이 입점한 건물을 중심으로 연료전지시스템을 설치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연료전지를 통해 생산된 전기는 전량 한전에 판매하고 전기와 함께 부생되는 열은 자가소비한다. 이러한 열 활용률이 높아질수록 연료전지 설치에 따른 투자비 회수기간이 짧아져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사우나, 수영장 등이 입점한 건물에 우선 설치할 계획이다.

김민석 에스퓨얼셀 연구소장은 “자체적으로 전기판매와 열 활용에 따른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약 5년이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번 에스퓨얼셀과 미래에너지와의 공급계약은 몇 가지 점에서 주목된다. 가장 먼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연료전지시스템이 판매되는 시장은 주택·건물용과 발전용으로 나뉜다. 주택용은 일반 가구를 대상으로 한 시장으로 1kW급이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정부 보조금 예산에 맞춰 연간 평균 250대 규모가 꾸준히 설치되고 있다.

건물용은 공공기관의 신재생에너지 설치 의무화 시장과 서울시의 민간 건축물 규제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조례로 신축 민간 건축물의 인허가 시 녹색건축물 설계기준을 준수토록 규정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 설치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심 내 건축물의 신재생에너지 설치 시 공간, 미관 등의 제약으로 설치면적이 작고 높은 발전효율을 보이는 연료전지가 타 신재생에너지원 대비 각광받으면서 최근 보급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주택·건물용으로 연료전지가 보급돼 생산되는 전기와 열은 지금까지 모두 자가소비형태가 주류를 이룬 반면 이번 공급계약은 정부의 RPS(신재새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를 기본 사업모델로 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김 소장은 “생산되는 전기는 전량 한전에 판매돼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와 SMP(계통한계가격)를 받게 된다”라며 “전력 생산량이 많지 않아 특정 기관과 REC 판매 계약은 체결하지 않고 현물시장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료전지가 분산형전원으로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기존 수 MW 이상의 발전용 시장만이 아니라 도심 속 건물을 통해 분산전원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자가소비형으로 설치되는 건물용 연료전지 대부분 정부와 지자체 규제에 맞춰 설치되고 있어 보급 확산에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높은 발전효율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서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높은 연료비와 연료전지시스템 설치가격이 자발적 설치를 이끌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업성을 담보로 건물용 연료전지 설치가 늘어난다면 도시형 분산전원으로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에 설치되는 연료전지시스템은 PAFC타입이다. 에스퓨얼셀은 PEM타입의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1·5·6·10kW급 시스템을 제작해 주택·건물용 시장에 주력해 왔으나 지난해 10월 후지전기코리아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PAFC타입 시스템을 도입해 국내 발전용 시장에 뛰어들 것을 발표한 바 있다. 양해각서 체결 이후 1년 만에 구체적인 성과를 이룬 셈이다.

▲ 후지전기의 PAFC타입 1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이 설치돼 가동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에스퓨얼셀

후지전기가 보유한 PAFC타입 1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실증에 나서 일본, 한국, 미국, 독일 등 전 세계 90여 사이트에서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누적 기준 10만 시간 연속 운전도 일찌감치 달성해 내구성과 성능을 입증한 바 있다.

김 연구소장은 “후지전기의 PAFC타입은 오랜 실증을 통해 최적화된 제품으로 도시가스, 바이오가스, 순수수소 등 연료에 따라 3가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라며 “소음이 적고 설치 면적이 크지 않아 건물 옥상 등에도 설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에스퓨얼셀은 공급물량을 늘리기 위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후지전기가 연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20대 남짓이다. 이번 공급계약과 별개로 추가 수요가 발생하더라도 당장 내년 공급은 불가능한 셈이다. 이 같은 이유는 후지전기가 양산시설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국내에 양산시설을 구축하는 방안을 놓고 후지전기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성사될 경우 연산 100대(10MW) 규모의 양산시설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일부 부품의 국내 조달을 통해 시스템 가격을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스퓨얼셀이 추진하고 있는 기업공개(IPO)에도 긍정적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내년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에스퓨얼셀은 이번 계약으로 신규사업의 성장 가능성과 매출액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한편 에스퓨얼셀은 2014년 GS퓨얼셀의 핵심 연구인력을 주축으로 에스에너지가 설립한 연료전지 전문기업으로 국내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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