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이주영 기자]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맞물려 국내서도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소연료전지차도 본격적인 태동기를 맞이하는 모습이다. 국토부는 이달부터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고속도로 통행요금을 50% 감면하기로 결정했고, 현대자동차는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수소전기차 ‘FE’를 출시할 예정이다. 수소업계에서는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에 수소전기차 시대를 앞당겨 맞이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관건은 충전소를 늘리는 일이다. 하지만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과 부지 문제 해결이 어렵다. 그러던 중 최근 일본의 수소전기차 초기시장 형성을 성공으로 이끈 ‘이동식 충전소’에 서서히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인프라 구축과 부족한 공간 확보를 해결하는 묘수로 작용한 이동식 충전소. 이를 통해 수소시대로 더 가까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 이동식 충전소로 수소사회 연착륙

▲ 일본의 이동식 충전소.
일본은 2014년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3단계 로드맵을 발표하고 지난해 3월 보다 실현가능한 세부 내용을 추가하는 등 수소사회로의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일본 내에서는 약 150억N㎥의 수소가 공급됐으며 2030년에는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EV) 및 수소발전 등 수소 수요 확대로 인해 해외로부터 약 90억N㎥의 수소 수입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2013년 발표된 에너지기본계획 법안에 ‘수소사회 실현’을 명문화하며 국가차원의 적극적 정책 의지를 표명했다. 수소충전소의 경우 2020년까지 160개소, 2025년까지 320개소를 확충해 2020년대 후반에는 충전소 사업을 자립화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지난해 수소충전소 보조금 지원에는 약 36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되기도 했다. 1개소당 약 25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일본이 시장 형성을 성공하기까지 이동식 충전소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 이동식 수소충전소가 본격 등장한 때는 2015년이다. 이동식 충전소는 소형 충전소 설치비(4~5억엔)의 절반가격(2~3억엔)이면 설치가 가능하고 면적도 기존 충전소의 30% 정도만 차지해 부담이 적다. 충전대수는 시간당 2대로 다소 부족한 규모이지만 두 가지 큰 이점 때문에 수소전기차 보급이 적은 초기 시장에 활용도가 높다.

당시 일본은 이와타니산업, 도요타통상, 다이요닛산 등 3개사가 이동식 충전소를 운영할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하고 트레일러에 수소 탱크를 탑재해 직접 수소전기차에 수소를 공급하는 이동식 충전소를 운영했다. 인프라 구축으로 경제성이 확보될 때까지 이동식 충전소는 빠질 수 없는 대안이었다.  

▲ 도요타의 수소전기차 미라이에 이동형 충전소로 충전하는 모습.
이후 일본은 규제 개선을 통한 수소충전소 확대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경제산업성의 고압가스보안법, 총무성 소방법, 국토교통성 건축기준법을 개정해 하나씩 규제를 풀었다. 수소저장용기의 압력 규제는 40MPa에서 82MPa로 늘리고 수소충전소의 노즐을 경량화해 안전계수를 완화했으며 수소충전소 축압기 재질을 확대해 비용을 3분의 1로 절감했다. 도심지 수소보관량의 상한선은 폐지하고 주유소에 수소충전소를 함께 설치할 수 있도록 기준도 마련했다. 일본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는 고압가스보안법 일반고압가스보안규칙을 개정해 이동식 수소충전소 시설기준을 신설했다. 뿐만 아니라 안전관리자의 선임, 보안대장 작성, 보안검사 방법의 완화, 수소충전소 무인화 등 업계 요구사항도 수용할 계획이다.

▲ 린데의 이동형 충전소.
지난해 말 기준 일본에서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79개소다. 충전소 내부에서 수소를 공급하는 온사이트(On-site)형 충전소가 14개소(18%), 충전소 외부에서 수소를 공급하는 오프사이트(Off-site)형 충전소가 36개소(46%), 나머지 37%는 이동식 충전소 29개소다. 여기에 올해 1월 기준 12기 충전소(이동식 3기)가 추가로 구축됐다.

FCEV는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양산라인을 구축해 선두로 나섰지만 수소공급 및 수소충전소 인프라 조성 미흡으로 시장 확대에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3월 세계 최초로 FCEV 투싼 ix의 양산라인을 구축했다. 그러나 FCEV를 둘러싼 다각적인 정책지원, 수소충전소 확충, 제도개선 등의 정비가 늦어지면서 수요 창출이 지연됐다.

정부 여건도 부족하긴 마찬가지였다. 2010년 환경부는 2015년 43개소, 2020년 168개소의 수소충전소 구축을 목표로 한 ‘그린카 발전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현재 운영 중인 곳은 10개소에 불과하다. 올해 10기 추가 구축을 계획하면서 수소산업 발전의 불씨를 당기고는 있으나 초기 시장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일본에 뒤쳐졌다는 평가는 이미 중론이 됐다.

국내 등장한 이동형 충전소, 인프라 구축 활시위 될까

▲ 하이리움산업의 이동식 액화수소 스테이션 모형.

이런 가운데 국내서도 이동식 충전소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하이리움산업은 시간당 수소전기차 4대를 충전할 수 있는 액화수소 기반의 이동형 수소충전소를 개발했다고 지난 6월 밝혔다. 이는 5톤 트럭에 고압의 액화펌프로 압축한 수소 저장탱크를 싣고 다니며 충전이 필요한 수소연료전지차량에 수소를 공급하는 장비다. 기존 고정식 수소충전소의 경우 설치비가 30억원 이상이지만 하이리움의 이동식 충전소는 10억~25억원이면 설치가 가능하다. 

또한 1500리터 규모의 850bar 액화수소 저장탱크를 탑재해 총 15대의 수소전기차량을 충전할 수 있다. 이동식이라 돌아다니며 충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서영 하이리움 대표는 “국내 수소충전소 기술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라면서 “수소전기차 보급을 늘리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이번에 개발한 이동형 수소 충전스테이션의 상업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석유 탱크로리처럼 이동하며 가스연료를 충전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2005년 산업자원부고시로 마련됐던 ‘수소자동차 연구개발용 수소자동차 충전소의 시설기준 및 기술기준 등에 관한 특례기준’이 있었으나 이 역시 연구·개발이 주 목적이었으며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정부는 이격거리 등 안전성 확보를 위해 이동식 충전소에 대한 기준 마련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동식 충전소에 대한 규제를 풀 경우 CNG, LPG 등 연관산업과의 형평성 등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털어놓는다. 이에 따라 이동형과 정치형을 적절히 반영한 ‘이동형 고정식 충전소’가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이동형 고정식 충전소는 이미 CNG에도 적용된 적이 있다. 산업부 공고로 2015년 마련된 ‘이동식 압축도시가스자동차 충전의 시설·기술·검사 기준’에 의해서다. 국토가 넓거나 가스 배관망과 접속이 어려운 지역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CNG 연료를 고정식 충전소(Mother Station)에서 고압가스용기가 장착된 튜브트레일러에 충전해 차고지 충전소(Daughter Station)로 이동한 후 다시 충전기와 연결해 차량에 공급하는 이동충전방식이다. 충전소 보급이 필요한 지역에 이동형 고정식 충전소를 설치하면 초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고 경제성이 확보되면 고정식 충전소로 교체·설치해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초기에 충전소 설치를 위한 넓은 면적을 확보하기 어렵고 시장 안정화까지 시일이 걸리는 만큼 국내환경에 적용하기에 최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수소전기차 보급·확산에 필수적인 수소충전소는 1기 구축당 평균 3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확보하는 데 부담이 적고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CNG+수소, 주유소+수소, LPG+수소 등 융복합 충전소로 활용할 경우에도 이동형 고정식충전소가 적합하다고 업계는 강조한다. 특히 공급과잉에 경영난을 호소하는 주유소에 수소 충전소를 설치해 융복합 형식으로 운영할 경우, 상생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일본이 총무성 소방법을 개정해 주유소에 수소충전소를 함께 설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시장 형성과 인프라 구축을 꾀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송춘현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실장은 “초기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 이동형 고정식 충전소를 활용하고, 이후 경제성이 보장될 만큼 수요가 확보되면 정치형 수소충전소로 교체할 수 있다”며 “기존에 사용한 이동형 고정식 충전소는 다른 지역에서 초기 시장을 형성할 때 다시 활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주요국과의 비교를 통한 국내 수소산업의 발전 방안 도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수소충전소 수는 일본의 약 8분의 1 수준이다. 국내 환경을 고려할 때 부생수소를 사용하는 충전소를 늘리고 전국 194개소의 CNG충전소를 활용한 융복합 충전소를 확충하려면 기술개발 및 규제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동형 고정식 수소충전소 활용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정식 충전소보다 부담이 적다고는 하나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구축될 때까지 비용 투입은 불가피하다. CNG충전소의 경우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초기 비용을 부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수소업계의 많은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면서도 이동형 모델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언젠가 도입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조심스레 나오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이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이동형 고정식 수소충전소의 보급 필요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준비 중이며, 국토부와 산업부 역시 2020년 이후를 목표로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도 일본에서 초기 시장 구축에 이를 크게 활용한 점을 감안해 국내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에 도움이 되도록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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