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2위의 시장 지배력을 갖춘 제이엔케이히터의 산업용 가열로.

[월간수소경제 조규정 기자] ‘한 우물만 오래 팠더니 물이 나오더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빠르게 급변하는 시장과 에너지 패러다임 대변화로 전 세계가 미래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기 때문이다. 국내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업체들이 속속 수소산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고 있다. 가열로 분야 최고 기업 제이엔케이히터(JNK Heaters)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핵심 설비인 산업용 가열로 전문기술을 보유한 제이엔케이히터는 1986년 대림엔지니어링의 히터사업부가 독자 노선을 선택해 1998년 설립한 회사다. 이후 자체적으로 확보한 엔지니어링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유일의 산업용 가열로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현재 전 세계 시장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중장기 기술개발사업인 ‘개질 수소생산’ 기술을 확보해 다가올 수소사회에 적극 대비해 나간다는 전략이어서 행보가 주목된다. 

산업용 가열로 분야 세계 1위 도약 목표
 제이엔케이히터의 기술력은 대림엔지니어링 분사 전부터 쌓아온 기술과 350여 건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익힌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 현재 시장 점유율 세계 2~3위를 다투고 있는 제이엔케이히터는 매출의 50% 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2013년에는 이란에서 수주한 600억원 규모의 산업용 가열로를 구축했으며 지난해에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철탑산업훈장까지 수훈했다.

또한 아랍에미리트 최대 정유회사인 TAKREER와 이란 국영 정유사인 NIORDC 자회사 NIOEC 등 주요 산업국의 정유기업 벤더로 등록함으로써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대기업과의 장기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아프리카 회사인 DORCL, DPRaPfz와 각각 864억원, 152억원 규모의 산업용 가열로 설치계약을 체결하며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영광의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분사 초기 거래처로부터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해 수주에 어려움을 겪은 일화부터 2002년 후반 당시 파트너사인 미국의 ABB가 집단 소송에 휘말리면서 자금 사정이 악화되는 등 수많은 위기들이 있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에도 제이엔케이히터는 자신만의 사업 비결로 극복해 나갔다. 바로 해외 업체보다 뛰어난 사후관리 시스템이다.

경쟁 업체의 경우 제작과 시공, 사후관리를 모두 외주업체에 하청을 주고 있는 반면 제이엔케이히터는 설계에서 사후관리까지 전 단계에 걸쳐 공정관리 시스템 관리를 책임지며 제작 부분만 외주업체에 맡긴다. 이로 인해 현장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산업용 가열로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현장 서비스팀(FS팀)이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전 세계에 걸쳐 최적의 마케팅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는 점 역시 제이엔케이히터만의 비결로 꼽힌다. 이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이엔케이히터는 2020년까지 매출 2,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원통 이중관형 개질기를 설치 장소로 이송하기 위해 단단히 고정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책과제 통해 기술력 확보
제이엔케이히터는 산업용 가열로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전 세계 기조에 맞춰 미래 신산업을 ‘수소’로 판단해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제이엔케이히터는 2013년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포함 총 7개 기관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융합원천기술개발사업’의 ‘300Nm³/h(중형)급 천연가스 개질 수소스테이션 개발’ 과제에 참여했다. 개질 수소스테이션 개발 과제는 최초 3년 과제로 기획됐지만 실제 2013년 6월부터 2014년 8월까지 15개월간 진행한 후 아쉽게도 종료됐다. 그러나 이 기간 중 총 20억9,300만원(정부출연금 20억원, 민간부담금 9,300만원)을 투입해 기본적인 기술력은 확보했다. 

당시 국내에는 하루 10~15대 차량을 충전할 수 있는 30N㎥/h급 수준의 기술력만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인프라 확대를 위해서라도 기술개발이 시급했다. 더욱이 중형급 개질기는 100~1,000Nm³/h 규모로 수소충전소 적용에 적합하고 주변장치 공간의 제약으로 장치 모듈화 등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연구였다. 제이엔케이히터로서는 해볼 만했다. 몇 차례 대형 수소플랜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고 새로운 신규사업으로 기존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가능성을 높였다. 결국 첫 수소스테이션 국책과제에 도전장을 내밀어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이엔케이히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형급 수소스테이션 개질기 설계와 제작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300Nm³/h급 규모는 1일 기준 수소전기차 약 150여 대에 충전이 가능한 수준이다. 현재 가스공사와 SK에너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각각 20~50Nm³/h급, 30Nm³/h급, 20Nm³/h급 용량의 수소충전소용 개질기 기술을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국내  중형급 개질기술에서는 독보적이다.

개질기 기술을 확보하면서 관련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기회도 늘었다. 지난해부터는 자동차부품연구원이 주관하는 ‘수소전기차 융합스테이션 국산화 기술 개발 및 실증’ 과제를 수행 중이다. 가스공사와 함께 광주 진곡산업단지 내 융복합수소충전소를 대상으로 한 ‘천연가스 개질 수소제조장치 구축사업’에 참여해 개질기 설계, 제작, 수소정제장치(PSA) 공급기술을 개발한다. 최근에는 대용량 개질기 기술 개발에도 나서며 해외 수준까지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김방희 제이엔케이히터 대표는 “에너지기술평가원의 ‘수소충전소용 대용량 수소제조장치 개발’ 과제도 현재 함께 진행하고 있다”라며 “아직까지는 해외 선진 기술과 비교해 조금 뒤진 것은 사실이지만 진행되는 과제들이 종료될 시점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충전소의 수소공급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기존 연료망을 활용한 천연가스, LPG 등을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과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 석유화학단지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공급받는 방식 등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천연가스 개질방식은 △수증기개질반응(SR: Steam Reforming) △부분산화반응(POX: Partial Oxidation) △자열개질반응(ATR: Autothermal Reforming) △CO₂ 개질반응(CDR: Carbon Dioxide Reforming) 등 총 4가지로 구분된다.

수증기 개질반응은 75% 이상의 고농도 수소를 제조할 수 있어 제이엔케이히터가 개발한 제품을 포함해 국내에서는 이미 상용화 상태다. 미국의 경우 플라즈마 개질 방식이 상용화 돼 있으며 고온열분해 방식은 개발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 부분산화반응은 정상상태 도달시간이 짧고 반응온도가 낮다는 것이 특징이지만 낮은 효율과 35% 이하의 낮은 수소농도가 치명적인 문제로 꼽힌다. 자연개질반응 역시 수소농도(55%)가 떨어지는 것이 약점이지만 정상상태 도달시간이 짧고 흡열·발열반응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열 관리에 유리하다. 특히 CO₂ 개질반응의 경우 CH₄(메탄)와 CO₂를 주입해 수소를 생산하기 때문에 타 개질 방식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 적다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CO 생성량과 높은 반응온도, 낮은 효율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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