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태환 코오롱인더스트리 공동대표이사/코오롱중앙기술원 원장.
[월간수소경제 장성혁 기자] 장대비와 가랑비가 번갈아 내리던 날 코오롱중앙기술원을 찾았다. 용인 마북동 법화산 자락 끝에 걸쳐 있어 지대는 높지 않았지만 아랫마을이 한 눈에 들어오는 조망이 돋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오랜 기간 코오롱 연구개발 산실로서의 역할을 해온 만큼 기술원은 코오롱이 자랑하는 연구개발 전문조직이다. 1992년 그룹 중앙연구소로 설립된 이후 2003년 기술연구소와 중앙연구소를 통합해 현재의 코오롱중앙기술원으로 출범했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최근 연료전지 분야에 특히 공을 들인다. 향후 수소사회를 대비해 수소이용기술인 연료전지를 미래 핵심사업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코오롱의 역량이 결집된 막(멤브레인)을 이용한 수분제어장치는 이미 상용제품에 공급되고 있고 연료전지에서 전기를 생성하는 핵심부품 MEA(막전극접합체)는 중앙기술원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차세대 기대주다.

중앙기술원 원장이자 올해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 공동대표이사라는 막중한 책무까지 안게 된 안태환 대표이사를 만나 중앙기술원의 역량과 연료전지 연구개발 진행사항, 향후 다가올 수소사회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들어 보았다.

코오롱 연구개발 산실인 중앙기술원 원장으로서의 역할에 더해 올해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 공동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먼저 중책을 맡은 소감과 아울러 중앙기술원이 어떤 곳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코오롱 중앙기술원은 코오롱 그룹의 미래를 고민하는 그룹 중앙연구소로부터 시작됐다. 현재는 코오롱인더스트리(주)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조직으로서 그룹의 미래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우수한 인력과 더불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코오롱의 씽크탱크로 여겨주면 아주 감사하겠다.

중앙기술원은 최첨단 섬유와 자동차소재, 석유화학 제품 기술개발에서부터 평판 디스플레이 소재 등 전자재료에 이르기까지 핵심 산업소재의 원천기술 개발과 상업화 기술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미래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인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의 상업화 성공은 연구개발의 큰 성과이며 코오롱 독자기술로 만든 결실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코오롱은 에너지 소재 산업에도 큰 관심을 갖고 연구개발을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코오롱의 미래, 더 나아가 대한민국 소재산업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연료전지를 비롯해 유기태양전지, 흐름식 배터리 등 에너지 소재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올해 2월에 코오롱인더스트리 공동 대표이사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아마도 신사업과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주주와 경영층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하며 막중한 책임감으로 임하고 있다. 

코오롱이 수소·연료전지분야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시작한 것이 2000년대 중반부터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분야에 뛰어든 배경은 무엇이고 현재까지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무엇인가
2000년대 이후 석유기반 산업화의 후유증으로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특정 지역이 아닌 전 세계가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다. 이러한 환경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저감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산업과 기술의 방향과 속도가 변하긴 했지만 석유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패러다임을 탈피하고자 새로운 에너지 체계에 대한 연구개발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고 더욱 관심을 받을 것이다.

중앙기술원 역시 2000년 초부터 전 지구적 메가트렌드 속에서 무슨 역할을 어떻게 주도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시작했다. 그 결과 20년 이상 영위하고 있는 멤브레인 기술을 기반으로 에너지 생산과 저장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소재와 부품을 개발하기로 방향을 설정하고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결실도 있었다. 수소전기차 핵심소재 부품인 수분제어장치가 2013년 현대차가 세계 최초 양산한 투싼 수소전기차에 탑재돼 2017년 현재까지 품질 검증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정부로부터 장영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수분제어장치는 수소전기차 이외 국내외 다양한 연료전지 시스템 등으로 사용처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고분자 전해질막, 막전극접합체, 수소감지필름, 친환경차 경량화소재 등 여러 분야에서 선행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기대가 크다. 특히 수소전기차 상용화와 보급 확대에 우리 기술이 큰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기존 코오롱의 우수한 환경기술과 접목할 수 있는 분야가 ‘막(멤브레인)’ 분야로 이미 국책과제(연료전지용 탄화수소계 강화 복합막 개발)를 통해 오랜 기간 관련기술 개발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안다. 이 과제가 올해 초 종료됐는데 구체적인 사업내용과 성과가 궁금하다.

(언급된) 과제는 2010년 9월 시작돼 2017년 3월 종료된 ‘WPM(World Premier Materials)’ 사업의 세부과제 중 하나인 ‘연료전지용 탄화수소계 강화복합막 개발’ 과제다. 그룹 계열사인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이 주관기관으로 강화복합막 소재인 지지체 개발을 담당했고 코오롱인더스트리 역시 과제에 참여해 핵심원료 이온전도체와 강화복합막 개발을 진행했다. 이 과제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한국화학연구원도 함께 참여했으며 현대자동차, 에스퓨얼셀, CNL에너지 등이 수요기업으로 공동 참여한 대규모 국책개발 사업이었다.

탄화수소계 막 기술개발을 통해 현재 연료전지에 사용되는 불소계 막과 동등한 제품을 개발해 불소계 막을 대체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연료전지 상용화의 걸림돌인 분리막 단가를 낮추는 것이 해당 과제의 주요 목표였다.

약 7년 여간 진행된 연구개발에서 가장 큰 성과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탄화수소계 분리막의 상용화에 반드시 필요한 내구성 요건을 맞추기 위해 탄화수소계에 최적화된 보강재를 도입해 강화복합막을 개발했다. 강화복합막은 안정된 물리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기존 탄화수소계 막에 비해 내구성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더불어 향후 대량생산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PILOT 제조 공정을 구축한 것 역시 큰 성과다.

현재 과제는 종료됐지만 상용화 기술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건물용 및 비상발전용 연료전지 스택에 개발된 막을 적용한 실증평가가 진행되고 있고 향후 연료전지용 분리막 국산화는 물론 세계 최초의 탄화수소계 분리막 상용화를 이뤄 낼 것으로 기대한다.

▲ 코오롱그룹의 연구개발 산실인 중앙기술원은 최근 연료전지 핵심부품인 'MEA' 성능 향상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안태환 원장이 연구성능 테스트 과정을 연구원과 모니터링하고 있다.
지난해 코오롱은 삼성SDI의 연료전지 관련 기술과 장비 등을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연료전지분야 기술 고도화를 위한 작업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정확한 인수배경과 기술은 무엇인가

오랜 기간 우리는 미래 에너지 변환과 저장 기술에 대해 리서치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당사 경영진은 연료전지 분야를 사회경제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결론 냈다. 이러한 판단이후 소재분야에 강점을 지닌 코오롱의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고분자연료전지의 핵심 소재부품 ‘막전극접합체’를 개발키로 결정하고 기술개발을 가속화하기 방안으로 삼성SDI의 기술 도입을 결정한 것이다. 
 
지난해 삼성SDI에 이어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의 핵심 부품 MEA(막전극접합체) 제조기술을 보유한 고어(W.L.Gore)와 ‘MEA 제조 및 판매’ 라이센스를 체결했다. 코오롱도 MEA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어 기술을 도입한 배경과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굳이 말을 빌리자면 ‘호랑이를 잡고자 한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소재분야는 더욱 그렇다.

코오롱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선진 기술을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다. 비단 고어사의 라이센스에 국한하지 않고 코오롱 MEA를 세계 최고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어느 기관, 기업과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이는 중앙기술원장인 나의 소신이기도 하다.

이러한 일련의 기술개발과 투자활동을 고려하면 연료전지분야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시스템이 아닌 부품위주 기술개발에 나서다보니 시장에서는 연료전지사업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이 기회를 빌려 코오롱의 연료전지 기술력과 향후 계획, 기대를 밝혀 달라
60년 이상 대한민국의 소재 기술 분야를 선도해왔다. 또한 앞으로도 계속 같은 방향으로 우직하게 걸어 갈 것이다. 국가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회사의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우리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소재분야의 강점을 적극 활용해 나갈 것이다. 특히 필름과 필름의 가공에 있어서는 오랜 경험을 통해 이미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연료전지 소재분야에 접목해 세계 최고 기술을 확보하고자 한다.

시장에서의 평가는 결국 고객이 내린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할 일은 기술력을 높이고 좀 더 완벽한 제품을 선보여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이다. 이후 평판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 안태환 원장(오른쪽)이 연구실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기술에 대한 평소 지론이 있다면 밝혀 달라. 아울러 향후 수소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핵심은 무엇이고 기업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글로벌 기술경쟁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아 회사, 더 나아가 국가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기술자립을 통한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핵심 소재 부품에 대한 원천기술 확보는 더욱 중요하고 상업화를 전제할 수 있어야 진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기술별 차이는 있지만 국내 연료전지 산업이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원천기술을 확보해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좋은 평가를 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수소에너지에 관심을 두고 있는 기업은 수소사회의 핵심 기술, 특히 원천 소재·공정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최근 수소사회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그만큼 수소에너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이 수소사회 로드맵을 발표하며 앞서 가고 있고 독일을 위시한 유럽은 재생에너지 기반의 수소에너지 산업화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은 어떤가. 정부 중심의 신에너지 자동차 보급에 나서면서 수소전기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한 국가의 아젠다 설정과 실행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들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산학연의 끊임없는 기술개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과거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산업이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를 지탱하는 것이 좋은 사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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